경춘선 숲길 탐방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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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춘선 숲길 탐방기 옛 경춘선은 1939년 개설된 철도이며, 대학생 MT나 데이트로 설레는 ‘청춘’들을 실어 나르던 낭만의 열차였습니다. 서울시와 강원도 춘천시를 연결하는 경춘선 철도 노선으로 총 운행 길이는 80.7km였으며, 옛 성동역에서 시작해 춘천역까지 이어졌습니다. 2010년 12월 경춘선이 수도권 전철로 편입되면서 열차 운행이 중단된 후, 경춘선 폐선 부지는 쓰레기 무단투기와 무허가 건물 난립 등으로 방치되다시피 했던 서울시의 골칫거리였답니다.
녹슬어 버린 옛 경춘선의 폐철로 부지는 2013년부터 도시재생사업으로 첫 삽을 뜬 이후 공원과 숲길로 서서히 변모하기 시작했고, 2019년 5월 11일 끊겨있던 행복주택 구간이 연결되는 개통식으로 시민들이 노닐 수 있는 힐링 공간으로 '경춘선 숲길'이 완성되었습니다.
경춘선 숲길의 지도상 왼쪽(서족) 끝인 서울시 월계동 지점의 모습입니다.
경춘선 숲길 시점, 지도상 오른쪽(동쪽) 끝인 서울과 구리의 경계, 담터 마을입니다. 담터 마을에서 월계동까지 6km에 이르는 경춘선 철길은 걷기 좋은 숲길과 예쁜 꽃길로 조성되어 있습니다.
담터 마을에서 출발하여 철길 따라 걸으면 육군사관학교를 지나 '경춘선 숲길 화랑대역 철도공원'에 다다릅니다.
이 공원에 땅거미가 지면 '노원 불빛정원'으로 변한다고 합니다, 그래서인지 옛날 기차들을 배경으로 많은 불빛 조형물들이 설치되어 있습니다.
좌측의 검은색 기관차는 어린이대공원에 전시되어 있다가, 2017년 5월 이곳으로 옮겨 온 증기기관차 ‘미카 5-56호’입니다. 미카 증기기관차는 일본에서 제작된 후 1952년 우리나라에 도입되어 경부선(서울-부산) 구간에서 운행되었다고 합니다. 그 옆의 전차는 1950년대 제작된 히로시마 노면전차 모델로, 과거 서울 도심에서 운행되었던 전차들과 같은 종류랍니다.
옛 경춘선을 실제로 오고 갔던 기차랍니다, 열차 내부에는 방문객들의 휴식을 위한 카페가 운영되고 있습니다.
배경의 열차는 궤도 간격이 일반 열차보다 좁은 협궤철도에서 사용되었던 열차로, 증기기관차와 객차 2량으로 구성되어 있습니다.
1951년부터 1973년 1월까지 수인선(수원-남인천)과 수려선(수원-여주) 구간에서 실제 운행되었던 협궤열차라고 합니다.
이 전차는 1992년부터 2016년까지 체코 프라하에서 실제로 운행되었던 ‘T3 트램’입니다.
열차 옆 표면에 붙은 광고 패널에서 알 수 있듯이, 최근까지도 프라하 시민들의 발이 되어 주던 열차라고 합니다.
자~ 떠나자 동해바다로 삼등 삼등 완행열차 기차를 타고... 기차를 물끄러미 바라보면서 젊었던 날의 옛 추억에 잠시 머물러봅니다.
시간이 멈춰 박물관이 되어버린 경춘선 옛 화랑대역, ‘비대칭형 이어내림 박공’ 지붕 형태로 건축학적으로 유일한 역이랍니다. 1937년 7월 4일 태릉역으로 건립되어 58년에 화랑대역으로 개칭되었으며, 지금은 화랑대역사관으로 쓰이고 있습니다.
기차가 더 이상 다니지 않는 경춘선은 숲길로 재탄생하여 시민들에게 활력을 주는 힐링 공간이자 꽃길 산책로가 되었습니다.
경춘선 숲길에 펼쳐진 열린 전시 공간인 '오픈 갤러리'입니다.
나비가 소리 없이 꽃에 날아오듯이 사랑도 소리 없이 곁에 온다는 것을 표현한 '사랑의 날개'라네요, 자신의 어깨에 사랑의 날개를 달아보세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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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곳에서는 지금 '나도 작가전'이라는 첫 번째 전시회가 열리고 있고요, 그 옆 벽화의 작품명은 '경춘선 열차'.입니다.
노원구민을 대상으로 작품을 공모하여 심사 후 선택된 작품들이라고 합니다.
[우측 목판에 쓰인 작가의 글] 작품명 - 경춘도 보잘것없는 것도 정성과 사랑을 받으면 사물 하나하나에도 마음이 깃들고 생명이 생겨납니다. 사람들의 기쁨과 사랑을 받는 경춘선 숲길에 생명을 불어넣어 의인화하였습니다. 가장 사랑받는 꽃 장미의 아름다운 모습으로 의인화된 '경춘도'는 이곳을 찾는 많은 사람을 반겨줄 것입니다.
며칠 전, 작가가 벽화 작업에 열중하는 걸 보고 기념으로 담았었는데, 벽화가 완성되었나 봅니다, 작품명은 '그리운 등대'.
[우측 목판에 쓰인 작가의 글] 작품명 - 우리 오~래 오~래 달팽이 이미지는 경춘선 숲길과 천천히 호흡하며 작은 풀과 꽃들에게 인사하는 여유를 갖기 바라는 마음을 담았습니다. 작은 풀 위에 올라가 있는 달팽이, 작지만 아름다운 자연이 함께하는 경춘선의 모습을 확대하여 이미지에 담았습니다. 또한 이곳에 오고 가는 가족, 연인, 친구 그리고 수많은 사람이 서로서로 오래오래 함께하길 바라는 뜻도 있습니다.
걷다 보면, 철로 변에 갖가지 꽃들로 단장된 꽃길의 이어짐과 동시에, 척박한 땅에 뿌리를 내리고 꽃을 피운 이름 모를 야생화들도 볼 수 있습니다.
꽃과 나비 그리고 벽화가 함께 어우러진 예쁜 꽃길을 걷습니다.
멀리 한 초등학교에 걸린 현수막이 눈에 들어옵니다, 지금 걷고 있는 꽃길과 잘 어울리는 예쁜 시 한 구절입니다.
모두 다 꽃이야
류형선
산에 피어도 꽃이고 들에 피어도 꽃이고
길가에 피어도 꽃이고 모두 다 꽃이야
아무 데나 피어도 생긴 대로 피어도
이름 없이 피어도 모두 다 꽃이야
봄에 피어도 꽃이고 여름에 피어도 꽃이고
몰래 피어도 꽃이고 모두 다 꽃이야
아무 데나 피어도 생긴 대로 피어도
이름 없이 피어도 모두 다 꽃이야
여기는 손님을 맞이하는 공간인 경춘선 숲길 방문자 센터입니다. 아쉽게도 코로나19 확산 우려로 당분간 운영을 안 한다는 안내문이 걸려있습니다.
경춘선의 상징 경춘철교는 1939년 완공되어 72년간 중랑천을 이어주던 철길로, 지금은 중랑천과 경춘선 숲길을 연결하는 보행 길이 되었습니다.
살다 보면, 때로 머리 비우고 아무 생각 없이 하염없이 걷고 싶은 날이 있습니다. 오래 걸으면 잡념이 사라지고 머릿속이 맑아지며, 신선한 행복감이 밀려옴을 느낍니다! 경춘선 숲길이 이러한 '걷기의 즐거움'을 누릴 수 있는 힐링의 공간이지 않을까 하는 생각이 듭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