북촌마을, “초대교회 신앙이 꽃피던 언덕... 가회동 성당”

 

“한복을 단아하게 입은 선비와 벽안의 외국인 사제가 어깨동무를 “

 

 
 
서울 지하철 3호선 안국역에서 내려 북촌 한옥마을 삼청동 방향으로 10여분을 걸어 오르니
한옥 속에 묻혀 있을 옛날의 가회동성당을 기억 속에서 애써 찾으며 도착된 성당의 새로운 모습은 너무도 아름답고 정겨운 모습으로 나와 방문객들을 반겨준다.
전통의 한옥 사랑채와 현대식 성당의 조화로운 분위기는 한마디로 평화로움과 사랑이다. 
높이 12미터, 지하 3층~지상 3층 대지면적 1,150㎡, 연면적 3,738㎡ 로 지역의 특성상 동네 건물들과 어울릴 수 있도록 3분의 2인 70%를 땅속에 묻고 지어졌는데 2014년 4월에 축성을 했다. 
성당 정문을 들어서자 너른 안마당이 펼쳐지며 한옥의 사랑채에서 금시라도 누군가 뛰쳐나와 오는 길손을 반길 것 같은 충동과 전율은 마치 옛 시골 한옥의 향취를 연상케 했다.
 
중국인 신부가 조선 최초 미사 봉헌… 6년간 은신하며 선교한 지역으로
복음의 씨앗이 떨어졌던 땅에 초대교회의 역사와 순교 정신을 담아서 화해의 쉼터로...
 

 

중국인 주문모 신부(1752~1801)는 조선에 들어온 최초의 사제로서, 1795년 4월5일 부활대축일에 서울 ‘북촌 심처’(현 가회동성당 자리)에 있던 최인길의 집에서 정약종, 황사영등 초기 천주교 신자들과 함께 조선 땅에서 첫 미사를 봉헌한 곳으로 유명하다. 
1955년 조선 마지막 황실 가족이었던 흥선 대원군의 손자이며 고종의 다섯째 아들인 의친왕 이강과 왕비 김숙이 세례를 받은 곳이기도 하다. 서울 북촌을 본거지로 활동한  당시의 순교자들이 주 신부를 숨겨준 강완숙과 그의 아들 홍필주등 124명 중 20여명이 지난 2014년 8월16일 프란치스코 교황이 집전한 시복식 때 복자품에 올랐다.
서울 종로의 가회동성당은 이처럼 박해와 순교정신이 깃든 한국천주교회사에서 빼어 놓을 수 없는 중요한 북촌 한옥마을 지역을 관할하고 있다. 
2010년 2월 송 차선(세례자요한)신부가 가회동성당에 발령을 받아 부임 후, 1949년 처음 세워진 옛 성당의 건물 안전진단검사 결과 안전에 상당한 우려가 있다고 판단되어, 지난 2년여에 걸쳐 성당 재건축을 총지휘했다. 그는 사제의 길로 들어서기 전 대학에서 건축학을 전공한 건축학도 출신 사제라는 특별한 이력 때문에 적임자로 지목됐다고 한다.

 

  

(*사진: 성모상앞 송 차선 신부, 한옥 사랑채 외부, 한옥 초대교회 신자들)


가회동 성당의 한옥은 전국을 뒤져 춘향목 적송(赤松)을 썼으며, 무형문화재 대목장(大木匠)도 손수 나서 직접 건물을 짓도록 `각서`까지 썼다고 한다. 
송 신부는 “가회동성당은 어디나 있는 평범한 성당이 아니라 이 땅에서 한국 천주교 역사상첫 미사를 봉헌한 초대 교회의 사적지이자 모진 박해 속에서도 신앙의 승리를 입증한 순교자들의 영성을 상징하는 본당”이라며 “그런 정신을 담기 위해 단아하게 한복을 차려 입은 조선의 선비와 벽안의 외국인 사제가 나란히 어깨동무하는 모습을 형상화하고 한옥과 성당 구석구석을 세심하게 꾸몄노라”고 말했다.

도로 밖에서 보면 성당의 모습이 잘 보이질 않는다. 도로 쪽에 나지막한 한옥을 배치하고 그 안에 대성전과 사제관 양옥을 숨겨두었다.  송 신부는 “박해시대 숨어서 예배하던 초대교회의 모습을 반영한 것”이라고 설명했다.
성당 1층에 마련된 역사 전시실과 재건축 과정 영상물 등 한국천주교회와 가회동성당의 역사를 한눈에 볼 수 있는 자료로 채워져 있는 것을 바쁘신 와중에도 일일이 설명해 주셨다. 
가회동성당은 서울 대교구 내 성지 23곳을 엮은 ‘서울 대교구 성지순례길’ 제2코스의 출발지라고 한다. 요즘에는 천주교 신자와 북촌을 찾는 외국인 관광객, 그리고 건축을 공부하는 학생들까지 찾아오는 명소가 되었다고 흐뭇해 하시면서도, 특수 사목의 순례지가 되어 가는 이곳 성당을 혼자 사목하시기 에는 힘이 벅차, 가까운 시기에 하느님께서 새로운 일꾼을 더채워 주셨으면 하는 바램이다.
송 신부는 “북촌은 박해의 소용돌이 한가운데서 신앙의 꽃을 피운 기적의 땅”이라며 “앞으로 더 많은 역사자료를 찾아내 한국천주교의 초기 역사와 순교자들의 신앙생활을 더 더욱 널리 알리는 역할을 할 것”이라고 말했다.

 

“가회(嘉會)”라는 건물 이름처럼 `즐겁고 아름다운 모임`이 있는 곳

 

어진 신하가 어진 임금을 만나서 국운이 왕성 하는 좋은 만남을 이루는 곳의 의미를 갖고 있는 가회(嘉會)동 성당의 가장 큰 매력은 사람들이 언제든 부담 없이 머물다 갈 수 있는 공간을 만들고 싶었던 신부님의 착안대로, 주말은 물론 평일에도 국내외 관광객으로 북적거리는 북촌 한옥마을에 위치한 만큼 천주교 신자뿐 아니라, 모든 이에게 활짝 열려 있다는 점이다. 교회의 문턱을 완전히 없애고, 사람 냄새 나는 공간으로 만드신 것이다. 
소통의 목마름으로 잠식된 사회 현상 속에, 외형으로만 성장하고 내적으로는 문턱 높은 교회의 현실적 과제를 궤 뚫은 건축주 송 신부님 혜안에 마음이 뭉클했다.
2층 대성전은 햇빛 채광과 짙은 황토색 목재 벽과 어울려 아늑하면서도 경건함이 느껴진다. 몇 몇분의 기도하는 모습에 성전 안은 더욱 평화로움과 경건함이 깃든다.

 
성당 옥상에 오르니 사방으로 열린 드넓은 풍광이 다가온다. 빼곡히 정렬된 한옥 지붕들이 넘실넘실 춤을 추고 있는 듯하다. 남쪽으로는 남산과 함께 현대식 고층 건물들이 한 눈에 들어온다. 북쪽으로는 북악산과 함께 옛 건축물이 고풍스럽게 보존되어 현대와 과거를 함께 감상할 수 있는 전망대로도 정녕 손색이 없다.
 이 가을에 지역적 특성을 최대한 살려 한옥과 양옥이 잘 어우러진 이곳으로 한국근대 역사속의 시간여행을 떠나, 열린 소통의 공간 한옥 사랑채에 걸터앉아 서로의 인생사와 신앙의 꽃내음을 나누어 봄도 아름답지 아니할까?
북촌 한옥마을에 새로운 명물로 떠오른 가회동성당을 찾는 방문객들의 발길이 빈번해짐을 느켰음일까 성당 한옥 옆에서 한손에 성경을 한손엔 십자가를 들고 계신 성 김대건 신부님의 동상 용안에서 만면에 미소가 흘러 나온다. 

 

취재 / 사진  이종영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