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도심권50플러스센터 커뮤니티지원사업에 등록단체인 향기수다에 언론보도 내용입니다.]

 

인생 이모작 위해 퇴직 전 치밀한 계획 세워야 성공 확률 높아
취미·재능 쫓다 보면 새길 열려·재능기부로 후반전은 여유 있게


 

(서울=연합뉴스) 김동규 기자 = 직장, 사업장에서 청춘을 바쳐 열심히 일했지만 50대를 넘기면서 마주하게 되는 퇴직, 은퇴. 모두 끝을 뜻하는 단어지만, 인생 전체를 놓고 보면 이제 전반전이 끝났을 뿐이다.

잠시 하프타임을 갖고 전반전의 장단점을 분석하고 전략을 짜면, 후반에도 전반 못지않은 실력을 발휘할 수 있다. 오히려 전반전 경험이 있기에 승패에 집착하지 않고 후반전은 넉넉하고 여유 있게 즐길 수도 있다.

인생 후반을 맞아 치열하고 부지런히 각자의 전략을 마련한 이웃 사례를 통해 인생 후반을 준비할 아이디어를 얻어보자.

◇ 인생 전반 쌓은 경력이 최대 자산…"후반전도 통한다"

은퇴 후 '50+컨설턴트'로 일하는 곽세창(62)씨
 

 

전반전에 사용한 전술이 제법 괜찮았다면 후반전도 같은 전술로 경기를 치르는 게 현명할 수 있다.

2014년 국민연금관리공단에서 정년퇴직하고 지금은 또래의 인생 재설계를 돕는 곽세창(62)씨는 인생 전반에서 쌓은 경험을 후반에도 잘 사용하는 경우다.

공단에서 노후 설계 분야를 주로 담당한 그는 노후에 경력을 살려 일하려 퇴직을 앞두고 1천 시간 과정으로 짜인 '교육·상담 관련 전문 훈련과정'을 수강했다.

부지런히 공들여 준비한 덕에 곽씨는 회사를 나와서도 여러 교육기관의 '러브콜'을 받고 강사로 강단에 섰다.

관련 분야에서 새로운 경력을 쌓고자 기회를 엿보던 그는 서울시가 '50+컨설턴트'를 모집한다는 소식을 듣고 지원했다.

1주일에 3∼4일 일하고 40여만원의 활동비를 받는 일로, 큰돈을 만지지는 못하지만 '동병상련'인 또래를 돕는 일이 보람 있겠다는 생각에서였다.

은평구 서북50+캠퍼스 종합상담센터에서 50∼60대의 인생 재설계를 돕고 있는 그는 처음 생각처럼 보람을 느끼며 즐겁게 일한다고 했다.

"제가 쭉 해왔고 준비해 가장 잘 아는 분야라 고민하지 않고 뛰어들었습니다. 은퇴를 앞둔 비슷한 또래의 고민에 나름대로 방향을 제시해주고 제 경력도 살릴 기회가 어디 흔한가요."

온갖 고민을 안고 센터를 찾는 50∼60대를 많이 만나다 보니 새로운 사업도 해보고 싶어졌다.

"더욱 다양한 종류의 상담 경험을 쌓아 노하우가 생기면 수요자에게 맞춤형 컨설팅을 제공하는 교육·컨설팅 전문 1인 기업을 만들어 체계적으로 활동하고 싶습니다."

 

◇ 경단녀라도 괜찮아…취미·재능 살려 2막 연다

천연비누 만들기 강의를 하는 김근영(52.여)씨
 

 

김근영(52·여)씨는 천연비누와 천연화장품 만드는 방법을 강의하는 전문 강사다. 온갖 향기 속에서 일하는 것도 즐겁지만, 초등학교 5학년인 늦둥이 아들이 엄마를 자랑스러워 하는 게 더 뿌듯하다.

아이를 키우느라 잠시 했던 사회활동을 접었던 김씨는 무미건조한 생활에서 벗어나려 서울시에서 운영하는 문화센터를 찾았다가 인생 후반을 함께 할 직업을 발견했다.

"취미로 리본 공예를 배우러 갔는데 천연비누, 향초 만들기 등이 너무 재미있었어요. 더 배우고 싶어서 다른 센터를 찾아가 배우고 또 배우다 보니 1급 자격증까지 땄네요."

'아로마 DIY 천연비누 1급 강사 자격증' 보유자인 김씨는 같은 자격증을 가진 40∼50대 엄마들과 함께 '향기수(手)다'라는 공방을 만들어 활동하고 있다.

"지금은 법이 바뀌어서 화장품 등을 만들어 직접 팔면 안 되고, 비누 만들기 체험 등으로 수익을 내고 있어요. 큰돈은 안돼도 도서관 등을 찾아 재능기부를 하며 사람들에게 강의·체험활동을 하는 게 참 즐겁습니다."

먼저 공부한 것을 사람들에게 알려줄 수 있어 행복하다는 김씨는 "앞으로도 쭉 이 일을 계속하며 인생을 예쁘게 가꿔가고 싶다"며 활짝 웃었다.

 

◇ 자신에게 집중하기보다 사회·이웃을 위한 삶이 보람돼

ICT소비협동조합 설립을 준비중인 이광우(62)씨와 동료들. 왼쪽부터 인동준, 이광우, 장인기, 이정한씨.
 

 

전반전에 골 욕심을 내며 열심히 뛰던 선수가 후반에 동료를 위해 어시스트에 집중하는 모습은 아름답다.

이광우(62)씨는 신세계·삼성물산 등 대기업에서 20년 가깝게 일하다 1998년 퇴직했다. 이후 개인 사업을 시작하고, 기업체 고문도 지내며 다시 부지런히 살았다. 그는 요즘 비영리단체를 '어시스트'할 생각에 들떠 있다.

2014년 사업을 정리하고 우연히 알게 된 '시니어 IT전문가 양성학교'에 등록하면서 이씨의 인생 후반 계획은 전반과는 다른 방향으로 흘렀다.

이씨는 현재 동료 세 사람과 함께 9월을 목표로 'ICT 소비협동조합' 설립을 준비하고 있다.

조합 설립은 IT전문가 학교 졸업생들이 비영리IT지원센터 직원들과 비영리 단체를 돌며 컴퓨터 수리 봉사를 하면서 구상했다.

"글씨를 쓸 줄 모르는 어머니들에게 글을 가르쳐 주는 어머니교실을 비롯해 여러 봉사단체를 찾아다녔는데, 서비스가 종료된 윈도XP를 쓰는 곳도 있고, 네트워크 프린터 연결법을 몰라 쩔쩔매는 곳도 있었어요. 좋은 일을 하는 단체 IT 환경이 열악하다는 사실을 알고 도와야겠다고 생각했습니다."

소프트웨어 전문가 장인기(56)씨와 하드웨어 전문가 이정한(29)씨, 프로그램 개발자 인동준(39)씨 등 봉사하며 뜻을 함께한 전문가들과 조합을 만들어 돕기로 했다.

은평구 서북50+캠퍼스에 사무실을 차린 이씨 등은 앞으로 컴퓨터 보수를 비롯해 소프트웨어 교육, 홈페이지 구축 등 IT 환경 개선과 함께 회계 분야까지로 지원을 확대할 생각이다.

"혼자서 새로운 일을 시작하긴 어렵지만, 이미 활동 중인 단체에 새로운 아이디어나 역량을 보태는 것도 방법입니다. 특히 젊은 세대와 함께하면 열정에 경험을 보태 시너지를 낼 수 있습니다."

 

◇ '인생 후반' 준비…"시작이 반이다"

쪽방에 지내는 홀몸노인 지원 방법을 고민하는 윤성희(51.여)씨

 

윤성희(51·여)씨는 불과 몇 달 전까지만 해도 자신의 노후가 막연하다고 느꼈다.

처녀 때부터 40대 초반까지는 회계사 사무실에서 일하고, 2005년 남편과 함께 부동산 분양 관련 사업을 시작하며 열심히 살았지만, 노후에 어떻게 살지는 그림이 잘 그려지지 않았다.

그저 희미하게 노후에는 이웃을 위한 일을 하고 싶다는 생각만 있었다. 노후를 어떻게 준비해야 할지 몰라 고민하고 있을 때 지인으로부터 '서울시에서 좋은 교육 프로그램이 많던데 한번 가보라'는 말을 들었다.

그렇게 찾아가 만난 '50+인생학교'에서 윤씨는 인생 후반기 청사진을 매일 진하게 그릴 수 있었다.

역할극을 통해 다른 사람 입장이 되어 보고, 삶에 대한 질문에 스스로 답하고, 팀을 이뤄 새 인생 프로젝트를 구상하는 작업 등이 자신을 돌아보고 앞을 내다보는 힘을 길러줬다.

"그동안 내가 어떤 사람인지 잊고 살았던 것 같아요. 이제까지는 나만을 위해 살았던 것 같은데 이제는 보람 있는 일을 하며 살고 싶어요. 고민하는 50대가 있다면 꼭 저 같은 기회를 가져보라고 권하고 싶어요."

윤씨는 지역의 쪽방에 지내는 홀몸노인을 보며 "남의 일 같지 않았다"면서 혼자 지내는 어려운 노인을 돕기 위한 일을 구상하고 있다고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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