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튜버 도전하는 중장년층 증가
50대이상 유튜브 月 79억분 봐 64억분 사용한 20대 크게 앞서
"자막 글꼴이 영상과 잘 어울립니다." "내레이션이 없어 허전한데요."11일 오후 서울 종로구의 '50플러스센터' 강의실. 50~70대 10여 명이 김정기(66)씨가 유튜브 채널에 올린 5분 길이 창덕궁 풍경 동영상을 보며 토론을 벌였다. 이들은 지난 3월부터 3개월간, 센터에서 80시간짜리 유튜브 영상 제작 수업을 함께 들었다. 50플러스센터가 올해 처음 개설한 유튜브 수업은 30명(한 반) 모집에 60여 명이나 몰려 면접까지 거쳤다. 센터 관계자는 "내년에는 한 반을 더 늘릴 예정"이라고 했다.
11일 오후 서울 종로구 50플러스센터 강의실에서 유튜버를 지망하는 중장년층 10여 명이 유튜브 채널에 올린 각자의 영상을 보며 토론하고 있다. /고운호 기자
유튜브 크리에이터(이하 유튜버)에 도전하는 5060 세대가 늘고 있다. 유튜버란 자신이 제작한 동영상을 유튜브에 올려 같이 즐기고 수익을 얻는 이들을 말한다. 50대 이상 연령층에겐 유튜브가 TV·라디오만큼이나 친숙한 매체다. 모바일 애플리케이션 분석 업체 '와이즈앱'에 따르면, 지난 11월 한 달간 국내 안드로이드 스마트폰 사용자 3800만명의 유튜브 사용 시간을 집계한 결과 50대 이상(79억분)이 30대(46억분)보다 1.5배나 많았다.
실버 세대가 직접 유튜브 영상 제작에 뛰어드는 것은 자존감과도 관련이 깊다. 유튜브로 안무가들의 탱고 영상을 해설하는 문애리(59)씨는 "유튜브를 시작하면서 삶의 활력을 느끼고 있다"며 "여행이나 봉사 활동 같은 영상으로도 나를 표현하고 싶다"고 했다.
유명해진 실버 유튜버가 늘어난 것도 중장년층의 흥미를 유발하고 있다. 대표적인 실버 유튜버로 꼽히는 박막례(71)씨는 평범한 음식점 사장이었지만 시장에 갈 때 하는 메이크업과 비닐봉지 하울(물건 품평) 등을 선보이며 유튜브 채널 개설 2년 만에 58만여 구독자를 확보했다. 여행 콘텐츠를 만드는 이정호(64)씨는 "여행 유튜버계에서 '제2의 박막례'가 되는 게 목표"라고 말했다. 유튜브 강사인 서동욱 IMSR 대표는 "10~20대와 달리 중장년층은 수십 년 동안 쌓아올린 직업 기술, 교육법, 요리 등 콘텐츠가 탄탄하다는 장점이 있다"고 말했다.
서울 강남구의 한 컴퓨터 자격증 학원이 지난달 개설한 1개월 과정 유튜버 수업에는 수강생 16명 중 5명(30%)이 40대 이상이었다. 학원 측 관계자는 "중장년층 문의 전화가 일주일에 2~3통씩 올 정도로 관심이 뜨겁다"고 했다. 권상희 성균관대 신문방송학과 교수는 "혐로(嫌老) 현상이 심각한 상황에서 5060 세대들이 유튜브 영상으로 자신의 개성을 드러내고 젊은 층과 소통하는 일은 매우 긍정적인 현상"이라고 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