행사 많은 가을, 특히 10월은 어딜 가든 축제가 열린다. 도심 한복판 조계사도 매년 ‘시월 국화는 시월에 핀다더라!’라는 국화 단장 행사로 신도, 관광객, 주민을 행복하게 해준다. 올해는 특히 물고기에서 동물까지, 국화 조형물이 어찌나 화려해졌는지, 누구나 사진을 찍게 만든다.
국화 향기 나눔이 한창인 10월24일(수요일), 대웅전 앞마당에 조계사 일자리 나눔 팀과 종로 일자리 플러스 센터가 함께 하는 ‘제10회 채용박람회 1*9Day' 천막까지 들어섰다. 조계사 신도와 시민 구직 희망자에게 기업을 연결해주기 위해 취업 상담, 이력서 컨설팅, 직업 훈련 상담, 현장 면접과 채용 행사를 연 것이다. 서울시도심권50플러스센터에도 협력 제안이 와서 4개 커뮤니티가 참여했다. 일자리를 찾는 분들에게 음악을 들려주고, 인생 상담도 해주고, 격려 글도 써주는 사회 공헌 봉사활동이다. 워낙 사람이 많은데다, 행사 준비로 바쁜 와중에 4개 커뮤니티를 취재하고 틈틈이 인터뷰 했다.
‘산들애 오카리나’(대표 김은희)는 아침 11시, 행사 시작을 알리는 역할을 맡았다. 검은색 바지와 모자에 흰 와이셔츠, 분홍색과 초록색 조끼로 단정하게 의상을 통일한 7명의 연주자는 가을 음악 3곡 - ‘여행’, ‘가을은 참 예쁘다’, ‘뭉게구름’을 연주했다. 오카리나는 소박하고 맑은 음색이 특색이지만, 워낙 어수선한 분위기인데다 USB에 담아온 반주 음악과 앰프 시설이 제대로 작동하지 않아, 감상하기 힘들었다. 보면대(譜面臺), 악보, 의상을 챙기느라 아침부터 서둘렀던 단원들은 이럴 때 가장 속상하다며 아쉬워했다.
조계사에서 운영하는 사찰음식점 승소(僧笑)에서 미역옹심이로 점심을 하며, 마음과 허기를 달랬다. 2016년3월, 서울시도심권50플러스센터에서 오카리나 수업을 받은 12명이 결성한 ‘산들애 오카리나’는 매월 한차례 데이케어센터에서의 봉사 연주를 기본으로 마로니에공원, 정동교회, 정동극장 야외무대, 서해금빛열차 등 불러주는 곳 어디든 마다않고 달려가 연주 한다. 배운 걸 사장시키지 않고 연습과 연주 활동을 하는 보람, 취미가 같은 이들끼리의 교류 등 장점이 한두 가지가 아니라며 환하게 웃으신다.
지자체 행사 문구 써주기와 소외 계층을 위한 희망과 꿈의 문장 써주기를 하는 ‘드림 캘리’(대표 반은연)는 무대 뒤편에 자리했다. ‘캘리그라피 글씨 써드립니다’란 예쁜 알림판을 내걸고, 아기자기한 밑그림을 그린 종이와 물감, 붓 등을 준비해두었다. 해가 들면 글씨 쓰기 어렵다며 주최 측에 가림 막을 해 달라 요청했고, 겸재 정선미술관에서 그림 공부하는 분들까지 모셔 모두 9명이 봉사에 참여했다. 반은연 대표는 작년에도 조계사 행사에 참여했기에 미리 불경, 희망과 용기를 주는 치유 글 등의 샘플 문구를 준비했다고 한다. 오후 3시까지 150명 방문객에게 아름다운 글을 써주었다.
2016년에 캘리그라피를 배운 수강생들이 사회공헌과 봉사를 위해 꾸린 커뮤니티 ‘드림 캘리’는 서울시도심권50플러스센터 성장사업으로 선정되어 종이 등의 기본 물품 지원을 받는다. 그러나 소소하게 들어가는 재료가 많아 자비로 마련하기도 한단다. 정독도서관, 정동야행 등 행사 초대가 많아 한 달에 서너 번은 각종 준비물을 챙겨야 한다. 서예, 수묵과 더불어 캘리그라피도 초대되는 공식대회가 열리는 등, 예술성을 인정받고 있어 기쁘다고들 하신다.
무대 왼쪽에 자리한 ‘꿈세 생애설계협동조합’(이사장 조기훈)은 생애설계제작소라는 조합 설명에서도 알 수 있듯, 퇴직 이후의 풍요롭고 의미 있는 삶을 위한 방향 제시를 목표 삼고 있다. “2016년4월에 커뮤니티 등록을 하고, 2017년4월에 협동조합을 구성한, 잘 참여하고 열심히 활동하는 에이스 조합”이라고 조기훈 이사장님이 자랑하신다. 전문사회공헌단으로서 수익 50%, 재능 기부 50%를 지향하는데, 공모사업을 통해 최근 애국지사 24명의 자서전 쓰기를 마쳐 곧 책 출간을 앞두고 있다.
얼굴 자체가 웃는 상인 이사장님과 김인영 이사 둘이서 무려 30여명의 이야기를 들어주셨다. 여성은 주로 자녀와의 갈등 등을 의논하셨고, 남성들은 퇴직 후 뭘 배울까, 어떤 곳에 취업 지원서를 낼까를 의논하러 오셨는데, 남성 한 분이 ‘꿈세’의 상담을 받은 후 현장에서 취업이 결정되는 등, 보람이 컸다 하신다.
재능 기부 연주회 커뮤니티 ‘50+ 퍼커션랩’(대표 장기숙)은 2016년 2월 서울시도심권50플러스센터 이모작 문화학교 음악 교실 퍼커션 앙상블 1기가 시발점으로, 6월에 시니어 퍼커션 앙상블로 커뮤니티 등록을 마쳤다. 2017년에 전문사회공헌단 사회공헌활동 단체 우수상을 받았다.
점심시간이라 대부분 식사하러 갔지만, 카혼(Cajon)이라는 상자 악기를 두드리며 분위기를 돋우다, 1시부터 본격 연주를 했다. 장시간 연주로 손바닥이 붉어지는 등, 무척 힘들 것 같은데 치매 예방에 도움 되므로 시니어에게 퍼커션 공부를 권한다는 청일점 이창호 선생님. 여성 회원들이 백발이 멋진 이창호 선생님을 잘 챙겨주신다며 환하게 웃으신다. 그나저나 붉은색에 반짝이까지, 옷차림이 다소 요란하다 싶은데, 흥을 돋우는 게 퍼커션 악단 역할이라니, 이렇게 눈에 띄는 의상은 어쩔 수 없겠다. 크고 작은 악기들을 가지고 다녀야 하니 이동을 위한 봉고 차라도 있으면 좋겠다. 봉고차를 장만하는 그 날까지, 타악기 연주단의 신나는 연주 초대가 많아지길 기대해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