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년 전 무언가 특별한 경험을 쌓으려는 생각이 불현듯 들었다. 누군가의 소개로 집에서
가까운 동작구 문화센터의 우쿨렐레 기초반에 등록을 했다. 처음에는 악기를 어떻게 치는지도 몰랐고,
가장 기본이 되는 C코드조차 모르고 악기연주를 시작했다. 그저 기타보다 작아서 여행갈 때
휴대하기 좋을 것 같고, 기타가 6줄인데 비해 우쿨렐레는 4줄이라서 덜 복잡할 것 같은
막연한 기대와 호기심으로 배움을 시작했다.
인터넷으로 보니까 기타를 잘 치려면 두 가지 조건이 필요하다고 했다.
실연을 해서 잊기 위해 뭔가에 다른 것에 몰두할 필요가 있거나, 시간이 많은 사람만이 가능하다고.
대부분 F코드의 산을 못 넘고 포기하게 된다고 했다. 나 역시도 어릴 때 ‘이루어질 수 없는 사랑’ 한 곡만
치다가 중단했던 기억이 있다.
악기는 정했지만 문화센터에 50대 남자 혼자 들락거리는 것이 무척 부담스러웠다.
그때는 그랬다. 그래서 같이 배우자고 아내를 꾀어 악기도 장만해서 초급반에 등록했다.
첫날 나가보니 남자는 나 혼자였다. 역시 같이 오길 잘했단 생각이 들었다.
강의실 분위기는 둘로 나뉜 것 같았다. 나처럼 처음 온 사람 그룹이 앞쪽에 자리 잡았고,
6개월 전에 강좌가 처음 개설될 때부터 배워서 훨씬 잘해 보이는 그룹이 터줏대감처럼 뒤에
자리를 잡고 있었다. 강의는 악기 설명, 악기 잡는 법, 오른 손목 흔들기, 왼손 엄지손가락 위치,
왼손 집게손가락 밑을 너트에 붙이고 C코드잡기로 이어졌다.
1주일에 2시간씩의 배움은 아주 감질났다. 이렇게 1년이 지나갔다.
올해 1월에는 강당에서 강사님과 12명이 한 무대에 올라서 ‘사랑의 트위스트’를 반주하며
신바람 나게 노래를 불러 제겼다. 연주 후반부로 갈수록 속도가 빨라질까, 혹시 가사를 잊을까 걱정도 많았다.
강사님이 스트로크 순서를 커팅고고 먼저, 칼립소는 나중으로 조정했고,
박 선생님이 명함크기로 가사를 적어 와서 나눠주신 덕분에 큰 실수 없이 발표를 마칠 수 있었다.
한편 이렇게 끝나는 것이 너무 아쉬웠다. 따로 모여서 연습을 더 하면 어떨지 의견을 나누어 보았다.
다들 좋다고 했다. 공간만 있으면 즐겁게 연습할 수 있고, 친목도 다지고, 연습량이 많아지면
실력은 자연히 늘겠고, 나중엔 봉사활동도 가능할 것이라 생각했다.
때마침 동작50플러스센터에서 커뮤니티 모집을 하고 있었다. 웬 재수인가 싶어서 등록신청을 했다.
다행히 센터에서 우리의 취지를 잘 이해해 주셔서 많은 경쟁을 뚫고 우리 ‘우쿨렐레 프렌즈’가
커뮤니티에 등록이 되었다. 행복공간에 자리를 잡고 매주 수요일 12시부터 1시 40 분까지 모여서
연습을 하고 있다. 구성원은 모두 동작구 구민들이고, 70세 넘으신 분도 2명 계시고, 60대 3명, 50대 3명,
40대 1명이 주로 활동하고 있다. 평균 연령은 60살이 된다. 70 세의 두 분이 제일 열심이시다.
밥도 사주시고, 자리 잡을 때까지 한 사람이라도 더 나와야 한다며 몹시 아프지 않으면 꼭 참석하려는
모습을 보여 모범이 되어 주신다.
음악을 전공한 분께선 박자 지킴이로서 역할을 맡아주시고, 사물함 열쇠 찾아오시는 분,
뒷정리 하시는 분, 간식 챙겨주신 분 등등의 역할을 나누어 한다. 서로를 격려하며 ‘언젠가 잘 하는 그 날’이
올 때까지 연습을 하고 있다. 신나게 연주를 하면 스트레스가 풀린다. 그래서 설 전날에도 모여서 연습했다.
미리 명절증후군을 날려버리려고 !
2018.03.30. 대표 이근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