비가 온 후 찬바람이 강해지며 기온이 뚝 덜어졌다. 마지막 봄꽃이라는 철쭉도 찾아보기 어렵다. 혹시 몰라 아직 넣어두지 않았던 목폴라를 꺼내 입고 찬바람을 이겨본다.
5월 3일, 강의를 들으러 50+캠퍼스 건물로 들어서는데 저만큼, 앞의 차에서 휠체어가 내려지고 있었다. 강의실에는 아무도 없었다. 조금 있다가 휠체어가 들어왔다.
바로 오늘의 강연자, 고정욱 강사였다. 고 강사는 현장 활동가답게 자신의 노하우를 모두 알려 주고 가겠다는 인사말과 함께 자신의 명함을 소개했다.
일반적인 명함과는 달리 컬러풀한 글씨와 그림이 있는 명함이었다.
명함 속에 나와 있는 9권의 책은 명함을 받은 사람의 시선을 붙잡으면서, 자신에게 필요한 책이 무엇일까 생각하게 하는 전략이라고 했다.ㅎㅎ
영어와 한자로도 되어 있어 영ㆍ미권 국가와 중국, 일본 등에도 자신을 소개할 수 있도록 만들었다는 것이다.
수강생들에게도 이러한 마음가짐을 가질 것을 이야기하며, 덧붙여 자신이 가져온 3권의 책을 나누어 주겠다고 약속(?)했다.
중간중간 위트 넘치는 말로 어느새 분위기를 꽉 잡은 고정욱 강사! 어느새 강의실은 수강생들의 웃음으로 가득 찼다.
좋은 강의, 강연을 하기 위해서는 나만의 소명을 찾아 강연 영역을 발굴해야 한다. 책을 써보는 것도 좋은 방법!
본인이 나왔던 ‘세바시’ 영상으로 본격적인 강의는 시작되었다.
한 살 때 앓은 소아마비로 평생을 1급 장애인으로 살아가는 모습을 남들에게 웃음으로 전하는 고정욱 강사. 그 모든 것을 극복하고 견디며 살아가는 모습이 남달라 보이고,
굉장히 인상적으로 다가왔다.
'세바시'에서 나온 고정욱 강사만의 노하우는?
강연 내용을 질문하여 강연 내용을 정리할 것, 요즘 학생들은 말보다는 임팩트 있는 사진이나 비디오에 더 반응하기 때문에 시각적인 자료를 준비할 것 등
실제로 청소년 대상의 강연에 필요한 것들을 콕콕 찝어 알려주었다.
물론 가장 중요한, 강사의 생명은? 바로 자기 PR.
휴대폰으로 자신의 모습을 찍어 지금 바로~!SNS에 올리라고 하였다. (얼떨결에 고정욱 강사와 SNS친구가 된 수강생들^^)
말하기 강연에서 강사의 표정은 매우 중요하다. 당연한 이야기이지만 '밝은' 표정이어야 한다는 것. 프로필 사진은 꼭 웃는 사진으로 올릴 것으로 당부했다.
수강생 모두 각자 셀카를 찍기 시작! 하나하나 직접 피드백을 주는 모습이 보기 좋았다.
첫 번째, 청중을 배려할 것.
특히 청소년을 만났을 때는 칭찬은 크게 해주고, 잘못을 말할 때는 조용하게 따로 불러서 이야기하는 것이 좋다.
두 번째, 청중의 유형을 파악할 것.
잘 웃지 않는 청중에게는 웃는 연습을 시켜야 한다며 일명 ‘강호동 법칙(?)’을 알려주었다. 왠지 알 것 같기도..ㅎㅎ
‘큰 소리로 웃는다. 목젖이 보이게 웃는다. 온몸을 쓰면서 웃는다’는 강호동식 웃음법. 분위기를 순식간에 UP시키는 방법이란다. 우리들에게도 웃음 연습을 시켰는데,
웃음에 인색한 나에게는 쉽지 않았다. 강사의 말대로 강의실의 분위기는 정말 '순식간에' UP!!
마지막으로 세 번째는 내가 잘 아는 것을 이야기할 것.
PPT 등의 자료에 너무 의존하지 말고 나의 스토리를 말할 것, 청중이 듣고 싶은 이야기를 할 것, 서두에서 무슨 이야기를 할 것인지를 밝힐 것,
마지막에는 요점을 정리하는 질문을 하여 강의 내용을 정리하는 시간을 가질 것.
고정욱 강사는 7분마다 청중을 웃게 하는 것, 작은 선물을 준비하여 참여도와 분위기를 환기시키는 것, 누구나 답할 수 있는 아주 쉬운 질문이나 난센스 퀴즈 등을 준비한다며
자신만의 비밀(ㅎㅎ) 노하우를 슬쩍 알려주기도 했다. 강연의 처음 시작부터 중간, 마무리까지 핵심적인 내용들로 가득찼던, 그야말로 알짜배기 강연이었다.
"그럼 강연하기 전, '준비'는 어떻게 해야 할까요?"
처음에는 원고를 써서 연습하되 토씨까지 모두 써서 외우자. 그런 다음 익숙해지면 키워드를 적어서 순서를 익히면 된다.
(그동안 단계를 뛰어넘어 키워드만을 기억하려고 했던 나의 습관이 잘못됐다는 것을 알게 되었다.ㅎㅎ)
또 전신거울 앞에서 연습해 볼 것, 가족이나 친구들 앞에서 연습해 볼 것, 자신의 결점을 찾아 낼 수 있는 녹화한 후 다시보기 등 연습만이 천재를 만든다는 것을 강조하며,
끊임없이 스스로 연습해 볼 것을 강조하였다.
거의 다 아는 내용이었지만 강사의 말이 유독 깊이 있게 와닿는 것은 왜일까?
이론 강의가 끝난 후, 다함께 실제로 연습해보는 시간을 가졌다. 차렷과 열중쉬어의 중간 자세를 유지할 것, 청소년들은 강사의 태도 하나하나에 민감한 반응을 보이니 주의할 것,
임팩트 있는 액션을 연구할 것, 대화체로 이야기할 것, 손은 앞으로 모으지 말 것 등등.
수강생 한 명 한 명에 대해 촘촘한 피드백과 함께 칭찬과 격려를 듬뿍듬뿍해 주는 훈훈한 모습이었다.^^
그야말로 청소년 대상의 강연 현장에서 일어날 수 있는 일들을 콕! 집어 해결 방안을 알려주는 강의. 그만큼 수강생들의 감탄과 수긍, 무엇보다 웃음이 가득한 시간이었다.
강의 후기를 쓰며 고정욱 강사를 인터넷에서 검색해 보기도 했다. 여느 강의보다도 인상적인 시간이었다는 생각이 들었기 때문이다.
글=홍현자(50+ 모더레이터), 사진=바라봄 봉사단