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진, 그리고 실제와 거짓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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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렌즈로 보는 세상’을 만나다
‘이 사진, 진짜야, 조작이야?’ 비현실적인 느낌을 주는 사진일수록 의심의 눈초리를 거두기 어렵다. 이런 경험이 있었던 터라 늘 사진에 대한 호기심이 있었다. 이런 마음을 알기라도 하듯, 서울시50플러스 중부캠퍼스에서 ‘렌즈로 보는 세상’이 열렸다. 필자는 설레는 마음으로 웹엑스를 통해 서울시50플러스 중부캠퍼스의 온라인 강의 현장을 찾았다. 18명이 수강하는 가운데 ‘사진, 그리고 거짓말’이라는 테마로 진행되는 8-2차 시간이었다.
사진에 대한 강의를 화상으로 진행한다니 ‘액자 속 액자’ 구조의 소설이 생각나 묘한 느낌이었다. 현실에서 멀어져 있던 것들이 클로즈업되면 그동안 보지 못했던 것들이 드러나는 만큼 이 자리야말로 특별한 시간이 될 것 같은 마음에 덩달아 집중력이 높아졌다.
강의를 맡은 주기중 강사는 전문가답게 사진 이론에 비추어 다양한 사진을 선보였다. 이를테면 같은 대상을 어떻게 바꿔 놓느냐에 따라 좋은 사진이 될 수도, 아닐 수도 있다면서 소개한 자료 사진에는 실재하지 않는 실제가 보였다. 왜곡이 아니라 프레임과 앵글을 바꿈으로써 ‘새롭다’는 인상을 불러일으킨 것이다. 한때 유행했던 ‘귀부인과 마녀’라든가 ‘토끼와 오리’ 그림에서의 효과와 닮았다고나 할까? 무엇을 볼지는 보는 사람의 마음에 달려 있는 셈이다.
다양한 사진들이 전 세계적으로 하루 7억장가량 올라온다는 주 강사의 말은 이렇게도 들렸다. 우리의 일상은 사람의 눈에서 출발했지만 렌즈의 눈을 갖추게 되면서 더욱더 시야를 넓히는 중이라고. 그렇게 새로워진 시각으로 우리 주변을 둘러보면 이전에는 보이지 않았던 것들이 다채롭게 다가온다고. 이렇듯, 자발적인 배움은 알아가는 기쁨을 선사했다.
이론은 언제나 실제보다 빈틈이 많고 추상적이다. 이론은 진행 중인 경험보다 빠를 수 없다. 하지만 오랜 시간을 거치는 동안 경험보다 빨라지기도 하는데, 중요한 경험을 기반으로 천천히 확립된다는 점에서 그렇다. 그래서 훗날까지 도움이 되는 것이다. ‘사진, 그리고 거짓말’이라는 테마는 주 강사의 저작물 제목이기도 해서, 그 안에 담긴 사진들은 옛것에 대한 산 증인으로도 활약했다.
수강생들이 저마다의 자리에서 자신의 세계를 펼쳐 보이는 모습은 ‘렌즈로 보는 세상’이 가져다준 선물이기도 했다. 게다가 주 강사가 강조하는 눈-마음-손의 연결 고리 또한 충분히 인상적이었다.
사진을 찍기 전, 자신이 선택한 주제와 관련한 자료를 검색해 본다.
‘길’에 대해 찍고 싶어 하는 수강생에게 강사가 예시를 통해 설명하는 중이다.
주 강사에 따르면, 사진이란 ‘같은 대상을 어떻게 바꿀 것인가’에 대한 질문 속에서 피사체를 잘 보고, 마음의 눈에 맺힌 심상 이미지를 조작하는 손(카메라 테크닉)으로 구현한 것이다. 주 강사의 말대로라면, 사진가는 멀티플레이어다. 주 강사는 사람의 눈과 카메라의 눈이 같지 않으므로 이 둘 간의 간격을 가능하면 줄이는 게 중요하다면서, (피사체가 중요한) 사진이라는 결과물을 내기 위해서는 사진의 눈에 맞춘 훈련을 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육안으로 보는 건 사람의 여타 감각이 개입하는 데다 180도 범위의 것을 동시에 봄으로써 입체성을 띠지만, 카메라의 눈, 즉 렌즈는 사람 눈의 2개인 것과 달리, 1개뿐인 데다가 공간 감각이 없다. 평면적이고 초점이 한 군데 집중되는 특성상 이미지는 사람이 실제로 보는 것과 천양지차일 수밖에 없다는 것이다.
그렇다면 사진은 거짓말을 하는 것인가? 왜곡이 일어날 수도 있지만, 거짓말은 아니다. 사진을 찍는다는 것은 카메라의 눈으로 뭔가를 기록한다는 말이다. 핵심은 프레임, 즉 해석이다. 수많은 재료를 어떻게 활용할 것인가, 어떤 각도로 대상을 비추느냐에 따라 완전히 다른 모습이 된다는 점에서 사진이 일종의 ‘매직’으로 다가왔다. 그러니 어떤 마음으로 연결시킬 것인가가 중요하겠구나 싶었다. 눈-마음-손의 연결이 다시금 확인되는 순간이었다.
주 강사는 예전에 찍었던 사진을 소개하며 사진이 실제와 무엇이 어떻게 다른지, 어떻게 달라야 하고 무엇을 주제로 삼을지에 대한 강의를 이어 갔다. 사진을 통한 스토리텔링은 자기 발견의 과정 같은 것이라면서 피사체를 두고 자기만의 방식으로 ‘다르게’ 보이도록 사진을 찍는 일이야말로 자기 정체성과 개성을 드러낼 수 있는 일이라고 힘주어 말했다. 10분의 쉬는 시간 뒤에는 수강생 각자의 시선으로 찍은 사진에 대한 합평이 이어졌다. 사진 찍는 사람들, 장승의 얼굴, 나의 집, 영천시장, 백만불 수선집 등 각양각색의 포트폴리오가 수강생의 눈이 어디를 향하고 있는지, 피사체는 어떻게 반영되고 있는지를 드러내 보였다. 한 수강생은 7년 장기 프로젝트인 ‘도시 탄생’ 포트폴리오를 소개하여 이목을 끌었다. 오랜 기간의 기록은 하나의 역사가 된다는 점에서 뜻 깊을 일이다.
함께 사진을 보면서 각각의 의도를 ‘청각적으로’ 듣는 사이, 사진이 ‘시각적으로’ 드러내는 세계가 한층 풍성해지고 있었다. 이에 강사는 확대 및 축소 기능을 활용하여 프레임을 달리한 사진을 보여 줬다. 의도가 제대로 반영된 사진일수록 느낌이 제대로 전달되는 걸 경험하고 보니 우리의 삶과 크게 다르지 않아 보였다. 어떤 길이든 내 발로 갈 수밖에 없고, 출발점을 기억하고서 돌아올 때라야 만나는 것들에 대해서 할 얘기가 생겨난다고 해야 할까.
수강생이 제출한 작품에 대해 코멘트가 이어지는데, 사진 찍기의 전체 과정을 경험해 보기 좋은 기회다.
주 강사의 코멘트가 한 번 더 사진을 다른 방식으로 보게 하고, 그의 조언은 사진에 열의를 가진 수강생들에게 한층 나아질 모습을 기대하게 하는 듯 보였다. 렌즈로 보는 세상을 sns에 공유하고, 그에 대한 반응을 보면서 그 어느 때보다 협소해진 일상을 실감하는 요즈음, 새로운 시선에 대한 비전을 듣는 일은 신선했다. 서울시50플러스 중부캠퍼스의 비대면 교실이 몇 번 열리는 사이, 서서히 디지털 환경에 익숙해지고 있는 필자의 머릿속에는 최근 들어 처음으로 ‘즐거운 나의 집’(작자 미상의 옛 노래)이 울려 퍼졌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