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 생애전환의 의미

은퇴 즈음의 변화는 순차적 단계가 아니라 복합적이고 동시적인 전환과정으로써 주로 첫 번째 퇴직을 경험하게 되는 50세 내외의 연령에서부터 나타난다. 이러한 과정은 첫 번째 일자리에서 두 번째 일자리로의 자연스러운 연계나 이직이 아니라 일과 활동이 혼재되어 나타나는 시기, 그리고 하나의 일이 아닌 간헐적이고 중복적인 일-활동으로 구성되는 혼합 기간이 존재하게 된다. 또한 생계 중심의 부양자 역할에서 소득뿐만 아니라 개인의 보람과 사회적 의미가 더해지는 일거리로의 전환 역시 은퇴 후 자동으로 오는 것이 아닌 동시에 존재하거나 혹은 진입과 퇴장을 반복하는 일련의 과정으로 이루어진다. 이러한 전 과정을 ‘50플러스 생애전환’이라고 명명한다.

 

서울시50플러스캠퍼스는 공감할 수 있는 당사자 상담, 전환을 다룰 수 있는 교육과정, 그리고 다양한 당사자 활동 지원과 일자리 연계를 통해 생애전환이 복합적으로 이루어지도록 생애전환지원 사업을 설계한다. 이 사업은 순차적으로 이루어지거나 1회성으로 종료되는 것이 아니라 지속적인 순환과정을 따른다. 즉, 상담 이후 교육 수강, 활동 참여 이후 일자리 연계 등 순차적인 단계 모델이 아니라 동시다발적 발생, 혹은 방향이 자유로운 진⋅출입 등 일련의 복합적인 과정으로 작용한다.

 

2. 서울시50플러스 생애전환의 요소

서울시50플러스캠퍼스에서 추구하는 생애전환의 요소는 자아, 관계, 일상, 일-활동으로써 크게 4가지로 이루어져 있다. 또한 코로나19 확산에 따라 디지털 전환의 문제가 부각하면서 ‘디지털 전환을 어떻게 접목할 것인가?’가 또 다른 과제로 떠올랐다. 전환이라는 것은 특정 사건이 아니라 경험을 필요로 하는 과정이기 때문에 누군가의 컨설팅이나 교육 등을 통해 자동적으로 습득되거나 이루어지는 것이 아니다. 그렇기 때문에 캠퍼스에서의 다양한 사업 참여를 통해 당사자 스스로 주도적 전환이 이루어질 수 있도록 경험과 기회를 제공하는 것이 생애전환지원 사업의 목표이다.

 

① 자아 재정립 (자기 이해와 성찰)

첫 번째 전환은 자기 이해와 성찰을 통해 자아를 재정립하는 것이다. 50+세대는 청소년기에 겪었던 정체성 확립의 시기를 거쳐 중년 이후 다시 찾아온 두 번째 자아 재정립의 기회를 맞이한다. 이 시기에 필요한 것은 그간 불가피한 사회적 역할에 치중되었던 자신에게서 벗어나 자아성찰을 통해 자존감을 확립하고 존재에 대한 의미 부여를 하는 일이다. 50+세대 스스로의 필요와 역할에 의해서가 아니라 의미와 즐거움을 위한 일과 활동을 찾기 위해서는 자신이 원하는 것이 무엇인지를 찾아내고 확인할 수 있어야 한다. 즉, 타인에 의해 규정되는 자신이 아니라 자신의 가치를 스스로 존중하고 의미를 부여할 수 있는 ‘자아의 발견’이 필요하다.

 

② 일상의 전환

일상의 전환은 시간의 재구성으로 시작한다. 주어진 시간 설계에서 시간의 자유도가 증가함에 따라 오랫동안 익숙했던 시간 사용 패턴을 버리고 재분배해야 한다. 이를 위해서는 노동과 여가를 위한 시간의 비율이 달라져야 하고, 여가의 의미가 재해석 되어야 하며, 스스로 시간을 설계하고 재미를 누릴 수 있어야 한다. 또한 개인의 성(性)과 연령에 따라 분리되어 수행하던 돌봄 노동과 가사 노동이 ‘노동의 문제’로 부각될 수 있으므로, 스스로를 돌보는 역량을 갖추어야 하며 배우자와 노부모를 돌보는 책임 역시 다 할 수 있어야 한다. 돌봄이 가능해지려면 돌봄 능력을 갖추어야 하는데, 이는  반복적인 실습과 훈련을 통해 실제 역량을 갖춰나가야 한다. 일상의 문제는 앞으로 다가올 노년기의 ‘삶의 질’에도 중요한 영향력을 미친다.

 

③ 관계와 역할의 재정립

주된 일자리에서의 퇴직은 인간관계에 많은 변화를 가져온다. 은퇴 즈음의 중장년층 지위는 수직적 관계의 상부에 위치할 가능성이 크지만, 퇴직 후 대부분의 인간관계는 친밀성에 기반한 수평적 관계가 선호된다. 퇴직 후 인간관계의 변화는 일상생활이나 다양한 집단과의 상호작용뿐 아니라 가족 내에서도 마찬가지다. 이러한 관계의 변화에 있어서 의사결정과 책임의 위계가 있는 직장 내 역할 중심의 삶과는 달리 일상을 함께 보내는 친밀한 가족원으로 자리매김하기 위해서는 관계와 역할의 재정립이 필요하다. 수평적 관계, 타인과 친밀한 관계 맺기가 가능해야 하며, 이를 위해서 타인과의 소통⋅공감 능력은 필수 요소이다.

 

④ 일-활동의 전환

첫 번째 주된 일자리에서 퇴직 이후 일의 의미 전환이 요구된다. 경제적 필요에 의한 일이 아니라 보람과 사회적 의미가 결합되어야 한다. 이 시기의 일은 하나의 주된 일자리에서 다음 일자리로 연결되기도 하지만, 동시에 여러 개의 일을 갖는 다중적 일자리와 연속성이 보장되지 않는 간헐적 일자리 개념으로 연결된다. 이러한 다양한 측면에서 일-활동의 전환이 이루어진다.

 

 

3. 코로나19로 인한 환경 변화 : 디지털 전환

사회의 모든 시스템을 바꾸고 있는 코로나19는 전 사회에 걸쳐 4차 산업혁명에 따른 디지털 전환을 가져오는 일종의 트리거 역할을 하고 있다. 이에 따른 변화의 예로 디지털 기술을 활용한 서비스가 급증하며 교육이나 근무, 회의 등이 원격으로 수행되고 이외 쇼핑, 오락, 의료, 금융이나 행정 등의 온라인 서비스도 활성화되었다. 동시에 디지털 전환에 대한 사회 전반의 수용성 역시 높아지면서 디지털 전환은 선택이 아닌 생존의 문제가 되었다. 이와 함께 디지털 전환에 따른 디지털 격차는 모든 일상생활에서의 불편을 감수하는 수준을 넘어 사회 전반에 차별과 불평등을 심화시키는 요인으로까지 작용하고 있다. 지난 2월, 코로나19로 인한 서울시50플러스캠퍼스 전면 휴관에 이은 교육과정 운영 취소 등은 서울시50플러스캠퍼스의 생애전환지원 영역 이외에 ‘또 다른 디지털 전환’이라는 새로운 도전과제를 안겨 주었다.

 

50+세대는 디지털 역량과 활용성에 관한한 전문성이 미약하고 취약한 편이다. 「2019 디지털정보격차 실태조사」(과학기술정보통신부, 2020)에 따르면 50+세대의 디지털정보화 수준은 일반 국민 대비 64.3%로 나타나 디지털 전환에 소외되어 있다.2 「인터넷이용실태조사」(과학기술정보통신부, 2019)에서도 2019년 기준, 인터넷 이용률은 10대에서 50대까지 연령별 차이가 거의 없으나 60대 89.1%, 70세 이상 38.9%로 나타났다. 60대 이후 인터넷 이용 취약성이 급격히 증가하여, ‘50대를 어떻게 준비하게 하는가?’에 따라 미래 우리 사회의 디지털 포용 수준이 예측될 것이다. 50+세대는 스스로의 디지털 역량 강화뿐 아니라 매우 취약한 고령층에 대한 디지털격차 해소 지원의 주도적인 집단이 되어야 한다. 그러기 위해서 50+세대의 디지털 전환은 필수적이다.

따라서 서울시50플러스재단은 고령층의 디지털격차 해소를 지원하기 위해서 디지털 전환의 50플러스 선도 집단을 발굴하고 양성하는 미션을 가져야 한다.

 

50+세대가 디지털 역량에서 취약한 편이나, 동시에 이 세대가 갖는 자발적 교육 동기와 뒤처지지 않으려는 자존감, 사회에 대한 기여 욕구의 특성이 장점으로 결합된다는 점에서는 매우 고무적이다. 서울시50플러스재단이 지금까지 실시간 온라인 원격교육을 중심으로 코로나19에 따른 변화에 대응해왔다면, 앞으로 시행될 생애전환지원 사업은 전 영역으로 확대하는 것이 필요하다. 이를 위해서 공감에 기반을 둔 50+세대 당사자 주도성을 어떻게 온라인에서 구현해낼 수 있는가를 해결하는 일이 디지털 전환을 위한 서울시50플러스재단의 당면 과제이다.

 

 


1 고선주, 「2020년 제1회 생애전환지원포럼」 서울시50플러스 생애전환지원사업의 성과와 포스트 코로나 이후의 대응 과제, 2020.9.17.

2 「2019 디지털정보격차 실태조사」. 과학기술정보통신부(2020)에 의하면 취약계층별 디지털정보화 수준은 일반 국민 대비 저소득층 87.8%, 장애인 75.2%, 농어민 70.6%, 고령층 64.3%로 나타남.

 

<참고문헌>

과학기술정보통신부(2020), 「2019 디지털정보격차 실태조사」

과학기술정보통신부(2019), 「2019 인터넷이용실태조사 결과 발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