50+인생학교는 현재 서부갬퍼스 4기, 중부캠퍼스 2기가 진행 중이다. 사실 캠퍼스에는 50+인생학교 외에도 50+세대의 많은 분들이 참여하고 있다. 연인원 15,000이 넘는다. 그리하여 시니어 배움의 최첨단 50+ 인생학교를 중심으로 50+세대의 새로운 교육 실험을 소개하고자 한다.

 

 

마음 준비? 마음 준비서? 50+인생학교에는 어떤 분들이 올까?

“지금까지 살아온 삶에서 비워야 할 것은 무엇인가?”

“앞으로 살아갈 삶에서 새롭게 더해야 할 것은 무엇인가?”

인생학교에 들어오려면, 들어오면 마음의 준비를 해야 한다. 준비한 것들을 생각해야 한다. 내 마음의 준비서를 써야 한다. 그러니 진지해지지 않을 수 없다. 입학한 사람들은 내 삶의 현재를 정확히 보는 준비부터 하고 교육에 참여한다.

 

 

교육 당하지 말자!

50+ 세대 사람들을 보면, 좁혀서 50+ 인생학교의 학생을 보면 먼저 나를 찾아야 하는 기로에 서 있다고 할 수 있다. 둘째로 새로운 삶의 모습을 찾아야 한다. 그러므로 관계에 집중해야 한다. 세째는 그동안의 관계가 급속도로 줄어든 걸 알 수 있다. 직장도 가족도 친구도 나이가 들면서 서서히 줄어들었다. 네 번째는 나에 대한 대접이 다르다는 것을 체감할 수 있다. 사회에서나 개인에게서나 나이든 나, 퇴직한 나에 대한 대접이 확연히 달라졌다는 것을 알게 된다. 다섯째는 바로 그래서 50+세대에게는 울화가 있다. 이런 특성과 상황에 처해 있는 사람들은 이미, 많이 배웠다. 더 이상 남에게 교육받을 필요가 없다. 남의 이야기를 많이 들었으므로 이젠 자기 이야기를 해야 하고 자기에게 집중하게 해야 한다.

 

바로 이  점으로부터 인생학교에서는 그룹핑을 해서 동그랗게 모이게 한다. 강사가 앞에서 주입하듯 가르치지 않는다. 강의를 듣는 게 아니라 신뢰하는 관계에서 함께하는 워크숍으로 진행한다. 한 사람이 이야기하면 집중해서 들어주고 내 말을 할 때에는 진심으로 말하는 게 중요하다.

 

 

논리가 아니라 감성?

이 나이가 되니까 요즘엔 영화를 그냥 보기가 힘들다고 사람들은 토로한다. 지나온 시간이 가슴에 저미기 때문이다. 각자의 삶의 궤적이 있으므로 영화 한편을 보아도 자기 안으로 가져오게 된다. 논리적으로, 분석적으로 접근할 필요가 없다. 가장 먼저 나에게 집중해서 시작하는 게 필요하다.

 

인생학교 프로그램 중 영화 <건축학 개론>을 같이 본 후 남주인공 여주인공 승민과 서연이 되어 20대 때의 순수한 시절로 돌아가 자신의 선택과 결정을 생각하고 이야기하는 시간이 있다. 동화 <선녀와 나뭇꾼>을 같이 읽고 역할 바꾸기를 해 보는 시간도 갖는다. 선녀 입장에서, 나뭇꾼 입장에서, 그들의 아이들 입장에 서서 생각해 보게 한다. 아주 다른 면의 자신을 만날 수 있는 장이 된다. 감성 안으로 깊이 들어갈 때, 사람들은 순수한 시절의 자신 속으로 들어가 다시 만나고 이야기를 할 수 있게 되고 역할을 바꿔 보면서 남을 이해할 수 있게 된다. 심리적 방어벽을 무너뜨리게 된다. 보통 그룹을 6개로 나누어 5명씩 6명씩 조용히 서로 경청하고 말하게 한다.

 

 

의전, 형식을 버리고, 알맹이를 중심으로

형식화된 프로토콜을 버려라. 바로 문제의 핵심으로 들어가는 게 필요하다. 50, 60대가 되면 그동안 떨쳐버리지 못하고 혹은 은연중 즐기던 의전을 버려야만 한다. 대접받으려는 의식과 윗사람으로서의 대우를 바라는 마음 때문에 친구도 다른 인간관계도, 후배도 모두 만날 수 없다. 허례를 버려야만 인간으로서 깊게 만날 수 있다. 일례로 50+ 세대의 커뮤니티와의 만남 때 시장인 박원순은 시장으로서가 아니라 그저 동년배의 친구로 만났다. 차려주는 밥상의 맨 위에 서는 게 아니라 그저 젓가락 하나를 들고 다니면서 사람을 만나 그들과 같은 밥을 나누며 이야기를 나누었다.

 

 

잘 하려고 하지 말자, 완벽할 필요는 없다

모든 일들은 성공을 통해서가 아니라 다양한 시행착오와 사연을 통해 성장하는 것이다. 우리는 잘해야 한다는 마음 때문에 긴장하게 된다. 우리는 누군가가 앞에 나가 무언가 역할을 맡을 때, 너무 잘하면 안 된다고 말해준다. 그러면 긴장을 풀게 된다. 매뉴얼을 따라 하는 것이 아니다. 역동성이 가장 중요하다. 그동안 우리는 늘 평가받으며, 경쟁하며, 최선을 다해야만 인정받는 삶을 살아왔다. 언제나 모든 상황에서 잘하는 것이 아니라 전 과정의 다양한 시행착오를 겪으며 성장하는 것이 중요하다. 잘 해야 한다는 강박을 버리는 것. 그것이 이제 중요하다.

 

 

선한 의지를 모아 문화를!

우리들 마음속에는 두 마음이 같이 들어 있다. 마음 속 괴물을 누르고 선한 의지를 자극하는 것이 교육이다. 선한 의지가 모이면 그것이 문화가 되고, 그것이 쌓여 전통이 된다. 우리는 모두 다양한 삶을 살아왔다. 기반은 다르지만 각자의 마음 속에 있는 선한 의지를 모아 이제 건강한 문화를 만들어 가면 된다. 그 힘으로 무엇인가를 저지를 수 있다. 50+ 세대는 사회에 무언가를 기여하고 싶어한다. 선한 의지를 보여주고 싶어한다. 자원봉사를 하면서 남을 돕기 원하고 그것이 변화해 유급직업을 가질 수 있기를 희망하기도 한다. 세대 간의 소통과 교통을 원한다. 50+세대는 여러 세대와 협력할 수 있다. 동일한 리소스를 가지고 젊은 세대, 다른 세대와 싸우지 않는다. 협력을 통해 자신의 위치를 다지게 될 것이다.

 

 

서울시50플러스재단, 50+인생학교? 당신들의 천국?

인생학교를 시작한 지 1년 반이 지났다. 여러 말을 들었다. 50+재단이 뭐야? 캠퍼스는 또 뭐란 말인가? 결국 문화적 수준과 경제적인 풍요가 허락되는 이들만 참가하고 있는 것은 아닌가? 50+ 재단이야말로 캠퍼스야말로 먹물과 부자들만의 천국을 만들고 있는 것 아닌가.

 

어쩌면 맞는 말이다. 현재 상황이 빈자와 소외계층을 모두 포용하고 끌어들이면서 50+ 세대의 문화와 교육을 진행할 수는 없다. 그것이 현재 서울시50플러스재단 참여자들의 한계일 수 있다. 아직은 초기의 한계를 그대로 드러내고 있는 것이 사실이다. 이제 당신들만의 천국이 되지 않으려면, 분명한 방향성을 견지해야 한다. 다양성을 갖추는 것이 강점이 될 수 있다. 정보와 문화자본을 갖춘 소수의 학교와 문화에서 벗어나야 한다. 천천히 그러나 우직하게 우리나라 50+ 세대의 문제와 강점을 보면서 프로그램 강좌를 만들어나가야 한다.

 

기껏 50+ 인생학교에서 정원이나 가꾸고 앉아 있을 것이냐? 불편하지만 꼭 필요한 질문이다. 고령화사회가 되었으므로 현재 50+ 세대는 너무나 많다. 많은 이들이 참여해야만 한다. 대중성을 포기하고 포즈만 잡으려면 머지않아 우리들만의 리그, 당신들만의 천국이 된다.

 

현재 인생학교의 애로점이라면 사실 너무 환경이 좋다는 것이기도 하다. 지원도 높고 관심도 많고 환경이 좋다. 둘러싼 모든 여건이 너무 좋은 것이 애로점이다. 일부러라도 부족하게 만들어야 역동성이 생긴다. 이제 인생학교의 50+ 세대에게 난제를 던질 것이다.

 

 

배움이 매뉴얼이 될까?

강남의 귤이 강북으로 가면 탱자가 된다는 말이 있다. 어떻게, 어떤 과정을 거쳐야 진정한 정수를 뺏기지 않고 변화하게 될까. 50+ 인생학교 졸업생들은 교육과정을 마치고 새로운 모습으로 사회에 재진입하게 된다. 모습은 바꾸지만 알맹이는 견지하는 의미 있는 변화다. 현재 50+인생학교는 관심이 폭발하고 문의가 폭주하고 있다. 앞으로 5년. 누가 이 인생학교를, 배움을 감당하게 될까. 전형적인 모델을 만들고 매뉴얼로 정리하면 이런 50+ 인생학교의 문화가 확산될까? 확산하게 되면 누가 맡을 것인가. 이제 과정 자체가 교육이어야 한다. 이미 배우지 않아도 변화할 수 있는 사람을 교육하는 것 말고, 깊은 교육을 통해서라야 제대로 변화할 수 있는 50+ 세대를 위한 과정을 만들어야 한다. ‘관리’는 줄이고 ‘배움’을 자극해야 한다. 돕다 보니 함께 가게 되는 문화를 만들어야 한다.

 

 

 

 

 

 

글 권혁란 l 사진 김영옥