괴테는 스물 네 살에 유명한「파우스트」를 쓰기 시작하여 여든 세 살까지 무려 60여 년 동안 계속하였다.
완성을 한 시점이 죽기 불과 8개월 전이었으니 평생에 걸쳐「파우스트」에 매달린 셈이다.
주위에서「파우스트」의 진척 상황을 묻자 만년의 괴테는 이렇게 답했다고 한다.
“나는 날마다 그 작품을 떠올리며 생각을 거듭하고 있네.
젊은이들은 무슨 일이든 하루아침에 해치워야 한다고 생각하겠지만.”
만유인력의 법칙을 발견한 위대한 물리학자이며 수학자인 아이작 뉴턴도 비슷한 말을 했다.
“나는 특별한 방법을 갖고 있는 것이 아니라 단지 무엇에 대해 오랫동안 깊이 사고할 뿐이다.”
번잡하면서도 기계적일 수 있는 일상 속에서 어떤 창조적 생각의 끈을 늘 품고 지낸다는 건 쉽지 않은 일이다.
두두협동조합의 이사장 이귀보씨도 그렇다.
50+중부캠퍼스에서 그와 한 시간이 넘는 인터뷰를 나누는 내내
그는 두두협동조합 사업의 과거와 현재, 미래에 대해 차분히 때로는 열정적으로 설명을 했다.
‘오랫동안 깊이’ 그리고 ‘거듭해서 생각해’ 온 사람만이 지닐 수 있는 자연스러움과 성실함이 그의 설명에서 묻어났다.
그는 일 년 전에도 그랬다.
두두협동조합이 아닌 ‘커뮤니티 두두’의 대표였던 시절이었다.
내가 ‘커뮤니티 두두’를 취재하러 갔을 때 그는 협동조합 설립을 앞두고 회원들과 막바지 점검 회의를 하고 있었다.
진지하면서도 밝은 에너지가 넘치는 분위기가 인상적이었다.
첫 취재 당시 회의에서 논의되었던 사항들은 그 이후에 예정대로 진행되었다.
커뮤니티 회원 모두가 강행군의 일정을 소화해낸 것이다.
2018년 8월에 50+중부캠퍼스의 단체설립지원에 선정되었고, 11월에는 커뮤니티학교 겨울학기 강의를 개설하였다.
틈틈이 이른바 ‘3톡’이란 자체 계획과 목표를 세우고 자체 학습과 활동에도 매진하였다.
특히 사례 연구를 위한 현장 방문은 이론과 현장의 간격을 이해하고 두두의 상황에 변형 적용시키는데 도움이 되었다.
두두의 3톡이란? 책톡, 듣톡, 감톡의 줄임말 책톡: 사회적 경제를 이해하기 위해 책을 세 권 읽고 토론하다. 듣톡: 읽고 이해한 것을 확인해 보는 차원에서 전문가를 초청해서 궁금한 것을 해소하다. 감톡: 현장을 방문해 몸으로 느껴보다. |
2018년 12월 ‘커뮤니티 두두’는 드디어 두두 협동조합(이하 두두)으로 변신, 새로운 전환점을 만들어내는데 성공한다.
커뮤니티에서 협동조합이 되었다는 것은 단순히 형식적인 호칭 상의 변화가 아니라
그동안 동호회로 탐구해온 사회적 경제의 지식과 의미를
사업이라는 틀 안에서 적용하여 결과를 만들어내야 한다는 질적인 변화를 의미한다.
두두는 첫 사업으로 2019년 1월에 그간의 경험과 노하우를 살려
“탐방으로 찾는 사회적 경제 초읽기”라는 주제로 50+중부캠퍼스에 유료강좌를 개설한다.
가까운 마포 지역 일대의 강의 주제와 부합하는 단체와 마을공동체를 찾아보는 탐방 강좌였다.
십여 명의 수강생이 등록하였고 반응도 좋아 조합에 큰 자신감을 심어준 첫 사업이었다.
이어서 3월에는 같은 캠퍼스에 개설된 “사회혁신활동 입문과정”에
세 번의 “사회 혁신 현장 탐방” 강의와 안내를 맡기도 했다.
희망제작소와 서울혁신파크, 그리고 독산4동의 마을공동체를 함께 돌아보는 내용이었다.
2019년 4월은 두두의 행보에 한 획을 그은 달이었다.
두두의 사업이 중부캠퍼스라는 ‘안방’을 벗어나 독자적인 힘으로 새로운 거래선을 확보한 첫 달이기 때문이다.
두두는 SK행복나눔재단을 통하여 SK관계사 소속 사회공헌 담당자 15명의 사회 혁신 현장 탐방 기획과 안내를 맡았다.
두두가 소개한 곳은 서울 장한평에 있는 “새활용 플라자”였다.
“새활용”은 기존의 자원 재활용이나 재사용과는 달리
폐기물에 디자인이나 활용방법을 바꿔 새로운 문화적인 가치를 만들어내는 업사이클링(UPCYCLING)의 우리말이다.
이귀보 이사장은 두두의 미래에 확신에 찬 자신감을 내비쳤다.
근거는 지금까지 두두가 걸어온 길에 있다고 했다.
두두가 탄탄대로의 실패 없는 성공적인 길만을 딛고 와서가 아니라 오히려 그 반대의 거친 비포장 길을
거듭된 시행착오를 반복하면서도 무모하달 수 있는 열정 하나만으로 달려왔기 때문이라는 것이다.
솔직히 그동안 열띤 회의 끝 밤늦은 귀가길에는 ‘나의 50+의 삶은 제대로 가고 있는 중인가’ 하는 개인적인 회의에 빠질 때도 있었고
일의 진행이 교착 상태에 빠질 때는 조합원 모두가 무력감에 빠진 적도 많았다고 고백했다.
그럴 때마다 다시 힘을 낼 수 있었던 것은 인생학교에서부터 맺어진 조합원들간의 두터운 신뢰와 상호 격려
그리고 ‘비빌 언덕’이 되어준 캠퍼스의 지원과 기다림이 있어서 가능했다고 한다.
두두는 탐방 컨텐츠의 다양화, 그리고 생애전환파티나 기발한 상견례, 생전장례식 등 50+를 위한 새로운 문화를 기획하고 있다.
사업의 지속성과 조합원의 삶의 만족도를 높이기 위해서는 추진 동력으로서 새로움의 공급이 필수적이기 때문이다.
새로운 일에는 또 새로운 문제가 따라붙기 마련이다.
하지만 두두는 적어도 이제까지 그래왔듯이 ‘하고 싶은 일’과 ‘할 수 있는 일’ 사이에 놓인 벽을 예리하게 자각할 것이다.
그리고 ‘오랫동안 깊이’, ‘거듭해서’ 생각하며 성실히 벽을 두드릴 것이다.
평범할 수도 있는 두드림의 무수한 축적은 어느 순간 특별한 질적인 변화를 초래할 것이라 필자는 확신한다.
두두라는 이름의 원래 의미는 "함께 호기심으로 세상을 두리번거리며 좋은 기운을 퍼뜨리자."였다.
이제 그 의미를 “50+일•문화공작소”로 구체화시켜 새로운 도전을 이어가고 있는 두두에게 박수를 보낸다.
취재: 중부캠퍼스 학습지원단 정상택
사진: 중부캠퍼스 커뮤니티 '따사모'