슬기로운 캐시미어 선택 가이드
이번 겨울, 프리미엄 브랜드는 물론 홈쇼핑, SPA 브랜드까지 가히 캐시미어 열풍이다. 최상급 스웨터 한 장에 백만 원, 코트 한 벌에 천만 원을 호가하는 '섬유의 보석' 캐시미어가 이처럼 친숙한 아이템이 된 적이 있었을까.
그런가 하면 최근 합성 섬유 머플러가 캐시미어로 둔갑해 판매되었는데, 이를 유통한 유명 패션 플랫폼들은 해당 상품 환불 및 판매 중지, AI를 통한 허위 정보 점검, 유통 경로 확인 등 일제히 모니터링 강화에 나섰다. 같은 중량의 양모보다 가격이 10배 이상 높고, 기후변화로 인한 수요와 공급의 불균형으로 캐시미어의 원료 가격은 지속적으로 상승하고 있어 함량 미달 제품이 범람한다.
소위 가짜, 저질 수식어를 단 캐시미어 파동은 비단 어제 오늘 일이 아닌 현실, 캐시미어에 대해 제대로 알아야 그 가치를 온전히 누릴 수 있다.
▲ 겨울철 고급 천연 소재인 캐시미어는 원산지, 가공 기술, 혼용율에 따라 등급이 나뉜다. ⓒ unsplash
섬유의 보석, 캐시미어
한 마리의 염소에서 얻을 수 있는 양이 극히 한정되어 '섬유의 보석'이라 불리는 캐시미어는 비쿠냐, 알파카 등과 함께 고급 겨울 소재를 상징한다. 가격이 높지만 유행에 관계없이 오래 입을 수 있어 세월이 지날수록 그 진가가 발휘되는 아이템이기도 하다. 캐시미어는 매서운 겨울과 무더운 여름을 견디는 염소의 길고 강한 겉 털 안에 불과 14.5미크론의 미세한 속 털을 빗질해 얻는다. 원산지, 가공된 원사의 두께와 길이, 생산 과정에서 버려지는 원사 또는 미판매된 캐시미어를 재가공한 리사이클 캐시미어와의 혼용 등에 따라 등급이 구분된다. 특히 중국 북부와 몽골 산악지대에 서식하는 히르커스(Hircus) 새끼 염소에서 채취한 베이비 캐시미어는 최상급 소재로, 스웨터는 19마리, 오버코트 한 벌을 만드는 데에는 58마리의 털이 필요하다.
SPA 브랜드는 많은 양의 원단을 대량 주문해서 단가를 낮추고 여러 시즌 단위로 계약하면 더욱 저렴한 가격에 원단을 구매, 합리적인 가격으로 캐시미어 의류를 제공한다. 또한 캐시미어가 단 1% 이상이라도 함유될 경우 '캐시미어 터치'라는 수식을 붙이므로 소재의 혼용율을 살펴볼 필요가 있다.
▲ 캐시미어는 염소의 길고 강한 겉 털 안에 미세한 속 털을 빗질해 얻는다. ⓒ 로로피아나
최상의 캐시미어 어떻게 만들어지나
중국은 연간 10,000 톤의 캐시미어 최대 생산국이며, 몽고가 그 뒤를 이어 연간 3,000 톤을 생산한다. 전 세계적으로 매해 15,000 ~ 20,000 톤 가량 생산되는데, 이중 동물성 지방, 오물, 거친 털을 제거한 상급의 퓨어 캐시미어는 6,500 톤 정도다. 수확한 털은 거친 털을 골라내는 디헤어링 공정을 거치친 후 염색하거나 방적사, 원단 및 의류로 제작된다. 최상급 캐시미어 생산자는 직물의 흠집을 찾아내기 위해 최첨단 레이져 기술을 사용하고, 손으로 직접 품질을 검사하며, 장인들이 실과 바늘을 이용해 완성도를 높인다.
로로 피아나는 원사 생산지와 계약을 맺어 올바르게 털을 채취하고 지역 경제를 돕는 인도주의적인 생산 방식을 고수하며, 에르메네질도 제냐는 원단의 솜털을 세워 부드럽게 가공할 때 100년 전 전통 방식인 야생 산토끼 꽃 열매로 일일이 수작업함으로써 캐시미어에 품격을 더한다.
▲ 올드 머니 룩 유행에서 고급 소재와 심플한 디자인으로 각광받는 레이의 캐시미어 스웨터 ⓒ RAEY(매치스패션)
귀한 캐시미어를 오래 입는 방법
캐시미어는 연구소에서 분석을 통해 정확한 성분을 확인할 수 있지만, 어느정도는 육안으로도 가능하다. 우선 100% 캐시미어는 질감이 섬세하고 가벼우며 적은 부피로도 보온 효과가 뛰어나다. 잔털을 살펴보면 아크릴같은 합성 섬유는 곱슬거리는데 반해 캐시미어는 직모로 차별화되며, 높은 등급의 캐시미어어일수록 맨 살에 닿았을 때 따갑지 않고 실크처럼 부드럽게 흐른다. 무게에 비해 부피가 크고 쉽게 주름이 생기거나 눌리지 않지만, 마찰에 약해 쉽게 해어지는 만큼 세심한 관리가 필수다.
내구성이 취약하기 때문에 비나 눈이 오는 날은 피해야하며, 오염이 됐을 경우 드라이클리닝이 원칙. 또는 올리브 오일과 사탕수수 추출물 성분의 캐시미어 전용 세제로 손세탁하고 물기를 짠 후 평평하게 펴 그늘에 뉘어서 건조하면 오래도록 새것처럼 포근한 감촉을 유지할 수 있다.
시민기자단 김빛이 기자(sharlymanson@naver.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