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디지털드로잉으로 수입창출을’
드로잉 수업 장면 스케치
장면 1)
드로잉 수업은 화실이 아닌 강의장에서 이루어졌다. 우리가 흔히 생각하는 화구(이젤, 도화지, 물감, 붓 등)는 전혀 없고 노트 PC와 태블릿이 놓여 있는 책상만 있을 뿐이었다. 수강생들은 자리에 앉자마자 자연스럽게 컴퓨터를 켜고 프로그램 하나를 구동하였다. 전자펜으로 태블릿에다 그림을 그리면서 노트 PC 화면에서 작업을 하였다.
▲ 디지털드로잉 수업 장면 ⓒ 시민기자단 이춘재 기자
장면 2)
대부분 여성인 수강생 사이로 몇 명의 남성 수강생도 눈에 띄었다. 수강생들은 각자 드로잉 노트를 한 권씩 꺼내 놓았다. 오늘 수업 시간에 이모티콘을 그리기 위해 사전에 준비한 과제물 같았다. 한두 번 그려본 솜씨는 아닌 듯 다양한 캐릭터들이 노트에 가득했고 이를 디지털 기기로 재현하는 데 열중하고 있다.
장면 3)
카랑카랑한 목소리로 수업을 진행하는 주인공은 유여진 강사님. 오드문이란 작가명으로 카카오, 라인 등 온라인 채팅 앱에서 많은 이모티콘을 상품으로 출시한 현역 작가님이다. 오늘 수업은 ‘턴어라운드’인데 이는 이모티콘의 입체화 작업이다. 캐릭터의 옆면, 정면, 뒷모습을 가지고도 회전하는 모습을 구현할 수 있다고 설명하였다. 작업 방법을 상세히 일러주고, 실습하도록 하였다. 수강생들이 작업하는 동안 강사님은 교실을 돌아다니며 1:1로 질문에 대처하고 있다.
▲ 디지털드로잉 수업 장면 ⓒ 시민기자단 이춘재 기자
디지털드로잉은 화구(畵具)를 이용해 그림을 그리는 전통적인 방식과는 다르게 컴퓨터, 태블릿, 스마트폰과 같은 디지털 기기를 이용해 그림을 그리는 것을 말한다. 붓 대신 디지털 펜으로 그림을 그리고 저장, 인쇄까지도 할 수 있어서 초보자도 기기만 다룰 줄 알면 쉽게 작업할 수 있다.
나도 크리에이터가 될 수 있다.
이번 강좌에서는 자신의 이모티콘을 만들어 저작권을 등록하고 수입을 올릴 수 있는 내용을 가르친다. 지난 시간에 스토리 맵을 구성하였고 오늘부터는 본격적으로 캐릭터 작업에 들어간다.
쉬는 시간을 이용해 수강생 몇 분과 이야기를 나누었다.
Q. 어떻게 이 과정을 수강하게 되었나요?
수강생 Y) 저는 평소 그림을 좋아했고 강사로도 활동할 정도로 그림 실력을 가졌습니다. 나이 들면서 일에만 전념하지 않고도 부업으로 할 수 있는 게 뭐 없을까 고민하다가 제 특기인 그림 실력을 살릴 방도를 찾던 중에 이 과정을 알게 되었어요.
수강생 K) 저는 정년퇴직을 하였는데 평소 틈틈이 취미활동으로 그림을 그리고 있습니다. 그림에 관심을 가지다 보니 디지털드로잉도 배우고 싶어졌고 자연스럽게 이 수업과 인연을 맺게 되었습니다.
Q. 이 과정 이수 후에는 어떤 계획을 가지고 있으신가요?
수강생 Y) 방금 전에 얘기한 대로 시간과 장소에 구애받지 않고 작업할 수 있는 부업으로 삼을 생각이에요. 크리에이터는 인생 N 모작으로써 저에게 딱 맞아요. 수업을 듣다 보니까 충분히 그럴 수 있다는 자신감이 생겨요.
수강생 K) 저는 나중에 여행 스케치를 하면서 여행작가가 돼 볼 생각을 하고 있었어요. 수업 진도가 나갈수록 크리에이터의 가능성을 알게 되었어요. 이모티콘 제작 스킬을 좀 더 익히고 나면 그림이 취미를 넘어 수입의 방안이 되지 않을까 기대합니다.
수강생들은 디지털 드로잉 수업 후에 크리에이터가 되어 부수입을 내는 계획들을 하고 있었다. 그래서 교실에는 숨소리조차 들리지 않을 진지함과 열기가 가득했는지도 모른다.
서대문50플러스센터의 디지털드로잉 강좌는?
수업을 마치고 유여진 강사님을 만나 이 강좌의 성격과 준비물 등에 대해서 자세히 들어 보았다.
Q. 이번 강좌의 성격을 간략히 설명해 주세요.
강사) 이 과정은 경력 단절자들을 위한 경력 부활 프로그램의 일환으로 개설되었습니다. 직업훈련의 일종으로 여겨도 무방합니다.
Q) 수강생의 디지털 기기 다루는 능력은 어느 정도여야 합니까?
강사) 컴퓨터를 켜고 끌줄 알며, 이 메일을 보내는 정도의 수준이면 누구나 들을 수 있습니다.
Q) 드로잉이니 그림 실력이 어느 정도 돼야 하지 않을까요?
강사) 이 과정을 듣기 위해서 그림 실력이 없어도 되는 데 이번 강좌에는 그림을 잘 그리는 분들이 많아서 저도 놀랬어요.
Q) 디지털드로잉에 관심있는 사람이 개인적으로 도구를 구비해야 한다면 어떤 게 필요할까요?
강사) 디지털드로잉을 지원하는 도구는 크게 하드웨어와 소프트웨어로 나눌 수 있어요. 사실 이모티콘 작업을 하는 데 필요한 도구는 전문가용 아니어도 돼요. 하드웨어로는 와콤 태블릿을 쓰고 있는데 집에 갤럭시 탭이나, 아이패드 있는 분들은 그걸 쓰시면 돼요. 다만 아이패드는 펜을 별도로 구비해야 합니다. 소프트웨어 또한 다양하지만 여기서는 초보자도 조작이 간편한 ‘메디방’ 프로그램을 써요.
▲ 디지털드로잉 도구 ⓒ 시민기자단 이춘재 기자
Q) 말씀을 들어보니 누구나 쉽게 디지털 드로잉을 배울 수 있을 것 같은 데, 그래도 이런 수강생이면 더 좋겠다 하는 점은 없나요?
강사) 말씀드린 대로 특별한 조건은 없지만 굳이 말씀드린다면 어떤 목표 의식, 예를 들면 그리고 싶은 캐릭터를 가지고 있다든지, 캐릭터 창작자로 활동하고 싶다는 의욕이 강한 분들이면 성과가 빨리 난다고 할 수 있죠. 이 수업이 끝나면 수강생 각자 24개의 이모티콘 완성작을 만들어 이모티콘 숍에 출시하는 게 목표입니다. 또한 모두 저작권을 등록하여 평생 수입이 생겼으면 좋겠어요.
▲ 이모티콘 숍 (좌로부터 네이버 OGQ, 카카오이모티콘 숍) ⓒ 시민기자단 이춘재 기자
취재를 마치며 드로잉 취미를 가진 기자도 다음 강좌를 꼭 듣고 싶다는 생각을 하게 되었다. 디지털드로잉 수강생 모두 크리에이터로 데뷔하여 N잡러가 되기를 기대해본다. N잡러로 중년을 산다는 것, 이 얼마나 멋진 일인가!
시민기자단 이춘재 기자(grnllee@naver.com)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