핸드폰이 없던 시절, 우리는 어떻게 만났을까 ?

 

공평도시유적전시관 우리가 만나던 그곳, 종로서적기획전

 

 

동아리 모임을 하거나 친구들과 모임 약속을 하면 늦는 사람들이 꼭 생긴다. 지금 같으면 다음 장소로 이동해야 할 때 핸드폰으로 연락하면 된다. 하지만 핸드폰이 없던 시절 늦게 오는 사람들에게 연락을 할 수 있는 방법이 있었다. 바로 자주 가던 다방이나 서점 메모판에 메모를 남기고 이동을 하는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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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가 만나던 그곳, 종로서적 기획전 시민기자단 최은영 기자 

 

 

7080세대가 중고등학교나 대학교를 다니던 시절, 만남의 장소로 소통할 수 있었던 대표장소로 종로서적이 있었다. 당시 종로에 가봤던 젊은이들이라면 종로서적을 모르는 사람이 없을 정도로 당시 문화 형성을 주도했다. 1948년부터 2002년까지 지식 형성과 청년들의 문화를 주도했던 종로서적에 관해 돌아볼 수 있는 전시가 있어 소개하고자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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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홍도의 풍속화가 그려진 종로서적 책 포장지와 종이가방 시민기자단 최은영 기자 

 

 

서울역사박물관 분관 공평도시유적전시관 기획전시실에서는 2023.7.21.부터 2024.3.17까지 <우리가 만나던 그곳, 종로서적> 기획전시가 열린다. 종로서적은 한국 현대 서점사에 큰 획을 그었던 서점이자 그때 그 시절 종로의 대표적인 만남의 장소였다.

 

종로서적은 1948년의 종로서관을 전신으로 하여 1963년에 종로서적센터로 개점한 우리나라 최초의 현대식 대형서점으로 많은 사람의 사랑을 받았다. 종로서적은 서점 역할 뿐만 아니라 추억의 약속 장소로도 유명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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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의 오래된 서점인 종로서적 / 책 백화점과 같이 많은 책을 보유하고 있었던 종로서적 시민기자단 최은영 기자 

 

 

만나기도 하고 약속을 잡는데 메모판이 있어 쪽지나 메모를 남겨 의사 소통을 해 당시 또 하나의 문화를 형성했다. 핸드폰이 없어도 늦게 오는 사람들과 이렇게 소통할 수 있었다. 한동안 젊은이들을 중심으로 당시 문화를 주도했던 종로서적이 2002년 월드컵의 열기 속에서 부도로 폐점하게 되어 많은 사람들이 안타까워했다.

 

이번 전시는 2022년 공평도시유적전시관 <종로서적>의 조사연구 사업을 통해 밝혀진 종로서적이 가진 한국 현대 서점사적 의의를 조명한다. 아울러 20228월부터 12월까지 진행하였던 옛 종로서적과 관련한 사연과 자료 공모전을 통해 수집된 종로서적 고객과 직원들의 기억과 추억이 담긴 물건들도 전시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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베스트셀러 정보 등 책에 관한 여러 정보를 제공했던 종로서적 시민기자단 최은영 기자 

 

 

전시 구성은 1부 서울의 오래된 서점, 종로서적- 2부 책과 사람이 만나는 곳- 3부 꿈을 키워준 나의 일터- 4부 사람과 사랑이 만나는 곳 등 4개의 파트로 구성됐다.

 

<1부 서울의 오래된 서점, 종로서적>에서는 근현대의 대표적 서점 거리였던 종로의 옛 서점들을 살펴보고, 그 중 현대까지 이어져 최초의 현대식 서점을 이루었던 종로서적의 역사를 살펴본다. 종로서적의 역사는 그 자체로 한국서점 문화사이자 독서사라는 것을 알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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책과 사람을 만나게 해준 종로서적 시민기자단 최은영 기자 

 

 

<2부 책과 사람이 만나는 곳>에서는 책이 가장 유력한 지식과 정보매체였던 시절, 종로서적이 단순히 책을 판매하는 역할을 넘어 도서관이나 문화정보센터 역할을 했음을 보여주고 있다. 독서·출판의 사회적 인프라가 전체적으로 부족했던 당시 독자들에게 다양한 서비스를 제공해 새로운 독서 문화를 이끌어 나갔음을 알려주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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외국자료 등 최신 서적과 자료를 구입할 수 있었던 종로서적 시민기자단 최은영 기자 

 

 

종로서적 학생 독자 김민우씨는 종로서적이요? 공부를 하게끔 동기를 계속해서 부여해 주는 장소라고 그럴까? 거기 가면은 책은 다 있으니까. 사람들이 생각하는 책들이 뭐가 있고 사람들이 주로 관심을 갖는 분야가 무엇이고 하는 걸 알 수 있게끔 해주는 것이 있어요. 그러니까 자기가 어떤 지식의 늪에서 헤맬 때 여기 가면은 이런 게 있구나라는 걸 보여주는 장소였어요.”라며 당시 기억을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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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로서적 직원들 이야기 시민기자단 최은영 기자 

 

 

<3부 꿈을 키워준 나의 일터>에서는 종로서적이 종로대학의 일부이자 서점 인재 사관학교, 우리나라 서점의 선도적 역할을 했다는 자부심을 가지고 일했던 종로서적 사람들의 이야기를 담고 있다.

 

전 종로서적 직원 이선우 씨는 처음 발령을 받고 만난 선배들이 다들 종로서적은 단순한 서점이 아니다, ‘종로대학이다. 자기가 맡은 파트에서 박사소리 듣게끔 일해야 한다.’ 그런 말들을 많이 했었어요.”라며 자부심을 가지고 일했던 추억을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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젊은이들의 문화를 선도했던 종로서적 시민기자단 최은영 기자 

 

 

<4부 사람과 사랑이 만나는 곳>에서는 당시 젊음의 거리였던 관철동으로 가는 시작점이었던 종로서적 1층 만남의 장소 모습과 추억 속 관철동 모습들을 사진을 통해 볼 수 있다.

 

토요일 저녁의 종로서적 입구는 누군가를 기다리는 사람들로 빼곡했다. 그들은 어디선가 자신의 이름이 들려오기를, 혹은 자신도 누군가의 이름을 외칠 수 있기를 소망하며 인파로 가득한 종로 거리를 좌우로 두리번거렸다. 기다리던 사람이 누구든, 친구이든, 애인이든 가족이든, 그들이 나타나면 사람들은 환한 표정으로 웃으며 층계를 내려갔다. 종로서적 입구에 서서 목을 빼고 늦게 오는 친구를 기다려본 사람은 그렇게 친구나 애인을 먼저 만나는 사람이 얼마나 부러운지 알 것이다.’

 

김연수 장편소설 네가 누구든 얼마나 외롭든(문학동네)에서 종로서적에 모여든 사람을 이렇게 묘사했다. 위 묘사처럼 그 시절 삼삼오오 종로서적으로 모여들었던 사람들이 생각난다. 기다리던 사람들을 만나 즐거워하기도 하고, 늦은 친구들을 구박하기도 하고 벌금을 물리기도 했었던 일들이 떠오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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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로서적에서 독자와의 대화를 진행했던 은희경 작가 시민기자단 최은영 기자 

 

 

종로서적 전시를 보면서 당시 종로서적은 정말 책이 많았던 것이 기억난다. 책이 많았지만 좋았던 점은 각층별로 책들이 체계적으로 분류되어 찾기가 좋았다. 소설, 사회과학, 실용서 등 분야별로 진열되어 책 구경하는 재미가 있었다. 대형서점답게 오랫동안 서점에서 책을 구경하거나 봐도 눈치를 주지 않았다.

 

고등학교 때 문학동아리를 하던 친구가 종로서적에 가서 책 구경만 해도 스트레스가 풀린다면서 종로서적을 소개해주었다. 친구랑 같이 가기도 하고, 종로에 갈 일 있을 때 한 번씩 들르기도 하고, 고민이 생기면 수시로 가서 책을 봤었다. 종로서적에 가면 바로 고민이 해결되지는 않았지만, 고민과 관련된 주제의 책들을 찾아서 제목만 봐도 고민이 해결될 것 같은 희망이 생겨서 좋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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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로서적에 대한 추억을 전하는 시민들, 예전 종로서적에 이런 메모판이 있었다 시민기자단 최은영 기자 

 

 

이렇게 항상 가까이 있었던 종로서적이었는데, 한 층에서 많은 서적을 볼 수 있는 서점이 생기자 점차 종로서적을 가는 횟수가 줄어들었던 것 같다. 부지불식간에 계단을 오르기보다는 한 곳에서 책을 골라 보는 편리에 젖어 들었나 보다. 자주 가지 않아도 항상 종로를 지킬 것 같았는데, 2002년 종로서적이 부도가 나서 폐점한다는 소식을 접했을 때 정말 아쉬웠다.

 

종로서적에 추억이 있는 분들이나 그렇지 않은 분들이나 종로서적 전시를 보면서 종로서적의 성과를 생각해보고, 여러 사연을 보면서 종로서적을 추억하는 시간을 가졌으면 좋겠다. 아울러 세상이 너무 빨리 변화하고 보다 편리한 것이 등장할 때, 우리의 추억과 문화를 지키면서 새로운 변화와 어떻게 받아들일 것인지 생각해보면 좋겠다. 우리에게 주어진 숙제 같은 것인데, 어떻게 풀어갈 것인지 함께 고민했으면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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만남을 위해 모여들었던 종로서적 시민기자단 최은영 기자 

 

 

 

공평도시유적전시관

 

주소 : 서울시 종로구 우정국로 26, 센트로폴리스 지하 1

지하철 종각역 3-1번 출구(1호선)

관람 시간 : 오전 9~ 오후 6(월요일 휴관), 무료

전화 : 02-724-0135

 

 

 

 

시민기자단 최은영 기자(bestedu77@naver.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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