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너무 맛있어서 살 못 빼겠어요! 할 때, 기뻤다! 하하”
성동50플러스센터 중장년 요리봉사단, 1인가구 청년들에 사랑 배달
인간은 하루 세 번을 먹는다. 그저 놀고먹고 혹은 사냥하거나 채집하는 동물에 비해 더욱 많은 활동을 하기 때문이기도 하려니와, 애초 그렇게 생겨먹은 존재이기도 하다. 먹는 일은 또한 사회적인 의미도 갖고 있다. 인간들은 교류하고 축하하고, 슬퍼할 때도 음식을 차려놓고 먹는다. 음식은 모두 제 입으로 들어가는 것이지만, 그것을 나눔으로써 사회적인 존재로도 된다. 성동50플러스센터에서도 ‘음식’은 빠질 수 없는 존재감을 갖고있다. 이곳에서 계속 교육이 일어나고 음식을 만들고, 나누고, 소통하는 이유다.
▲ 성동50플러스 중장년 음식봉사단이 용답 도전숙 청년들에게 전달하는 음식 Ⓒ 시민기자단 원동업 기자
성동50플러스센터 카페 봄이가 붐빈다
지난 9월 18일 성동50플러스센터를 찾았을 때, 이곳 카페이자 키친이 있는 카페봄이 한 구석에선 요리 준비가 한참이었다. 먼저 감자스프와 단호박스프. 이전에는 시금치와 당근 스프도 만들었더랬다. 계절 따라 제철 재료로 만드는 건강요리 레시피의 일부다. 50플러스의 주요 고객들-시니어-을 배려한 레시피이기도 하다. 그네들은 바쁘기도 하고 또 조금 더 담백하고 편안한 요리를 원한다.
일상적인 이러한 요리에 더해 오늘은 몇 가지 메뉴가 더 있다. 첫째는 쪽파와 양파와 청양고추를 살짝 썰어 넣고 그릭요거트로 버무린 소를 넣은 베이글. 오늘 있을 성동50플러스센터의 보람일자리 보수교육 인원들에게 간식으로 제공된다. 둘째는 칠리새우와 잡채와 물김치. 한국 사람이라면 누구나 좋아할 만한 이 반찬들이 전달될 곳은 용답동이다. 그곳 용답도전숙의 1인가구 청년들은 오늘 저녁 이 반찬들을 식탁에 올릴 것이다. 여기에도 이야기와 사연이 가득하다.
▲ 음식은 과학이고 노동이고 정성이다. 왼쪽부터 자원봉사자 이난희,
이정아 센터장, 자원봉사자 오0경 님. Ⓒ 시민기자단 원동업 기자
오늘 손을 걷어붙이고, 앞치마를 두르고, 도마 위에서 칼질하는 이들은 셋이다. 일단 이곳 성동50플러스센터 이정아 센터장. 그는 오래전 음식 프랜차이즈 사장님들을 교육해본 경험이 있는 베테랑이다. 그리고 성동50플러스센터 건강지킴이 ‘요리봉사단’ 멤버로 오늘 자원봉사자로 나온 두 사람 오0경 님과 이0희 님.
- 요리 자원봉사자로 오시게 된 계기를 알려주시라.
“성동50플러스센터에서 6주쯤 요리 수업을 받았어요. 요리봉사단으로 참여하게 된다는 이야기가 처음부터 있었죠. 재료비 없이 아주 저렴한 비용으로 교육받았는데 강사 선생님이 매우매우 열정적이셨어요. 그 뒤에 우리들은 커뮤니티도 만들고요. 그 안에서 2인1조로 혹은 3인1조로 여기 요리봉사단에 나오고 있는 거죠.”
집에서도 요리를 하시는 입장이실 텐데, 봉사까지 하신다니 대단합니다.
“불멍을 즐기는 분들이 있잖아요. 저는 죽멍을 즐긴다고 생각해요. 바깥의 풍경들 보면서 죽을 만들면 제가 오히려 차분하게 도움을 받으니까. 여기 선생님들과 같이 지난 토요일엔 마을축제도 참여했어요. 여기서 만들었던 요리들 가지고 나갔는데 너무들 좋아해 주셨어요. 그런 경험을 이런 데가 아니면 저희들이 언제 해보겠어요.”
“여기서는 오전에 자원봉사를 오면 커피 한 잔을 대접해 주세요. 따뜻하고 맛있죠. 요리를 하면서 우리들도 새로운 요리 같은 걸 또 배우고요. 여기서 점심도 같이 먹어요. 자원봉사란 것이 이전에는 희생한다, 내 시간을 낸다, 이런 것이었을지 모르지만 이제는 좀 다르게 생각들 하세요. 나도 좋은 일이고, 그분들에게도 좋은 일이다. 이렇게.”
이들의 첫 인사가 상기됐다. “몸은 좀 괜찮으셔요?” 엊그제 성동마을축제에 열정적으로 참여한 후일담을 묻는 질문이었다. ‘요리사’는 어느 곳에서나 환영받는 이들이지만, 건강밥상과 함께 한 이들은 더욱 바빴었다. 기쁨도 그만큼 컸었다.
▲ 요리봉사단은 마을축제에도 참여했다. Ⓒ 성동50플러스센터
전자레인지를 통해 요리하는 이유
요리를 만들고 나누는 성동50플러스센터의 일들에 이정아 센터장은 진심이다. 그는 많은 요리들의 레시피를 선택하고, 직접 만들면서 실험하고 점검한다. 오늘도 그런 활동의 일부. 청년 1인가구를 위한 오늘의 요리도 직접 전달할 예정이다. 그들의 퇴근시간에 맞춘 저녁 7시쯤. 이정아 센터장이 요리를 하는 중간중간 질문과 답이 오갔다.
- 청년 1인가구에 음식을 전달한다. 어떤 배경에서인가?
“청년들이 대개 모두 다 바쁘다. 나인 투 파이브, 정규직에 있거나, 혹은 창업했거나, 알바하는 경우도 많아 시간이 대부분 없다. 밥을 거르거나 편의점에서 간단식으로 때우는 경우도 많다. 반찬을 전달하는 일은 우리 50플러스 선배 세대들의 응원과 후원의 마음도 함께 전달하는 것이다. 여기 자원봉사자분들의 마음과 똑같다.”
- 잡채 요리를 전자레인지로 하는 것이 인상적이다. 베이글 빵도 전자레인지 오븐을 이용해 그릴에 구웠다. 이렇게 하는 이유는?
“청년들 상황을 보면 일단 조리도구 같은 게 거의 갖춰지지 않았다. 좁은 공간 환경 때문이기도 하고, 경험이 없어서이기도 하겠지. 간단하게 안전하게 빠르게 요리를 할 수 있는 방법들을 찾으려 한다. 전자레인지는 기름에 볶지 않고, 조리 속도도 더 빠르다. 당연히 영양소 파괴도 덜하다. 당면도 불린 다음, 살짝 간장과 참기름을 버무려서 전자레인지에 넣는다. 언제든 쉽게 해먹을 수 있다. 레시피도 함께 전달한다. 그들이 직접 요리를 할 수 있게 돕고 싶다.”
▲ 전자레인지 요리법은 청년들의 사정에 맞추어 찾은 레시피다 ⓒ 성동50플러스센터
“자립하도록 돕는다” 반찬 한 그릇에 스민 선배시민들의 마음
성동50플러스센터를 찾는 이들은 50대 이상의 세대만이 아니다. 지난 9월 초에 있었던 성동50플러스센터 커뮤니티 공유회에는 청년 둘이 모습을 보였었다. 세컨드페이지!. 은퇴 중장년들을 위한 사회 서비스와 상품을 개발하고 있다는 이 두 청년은 이날 행사에 ‘탐방’을 온 참이었다. 식물과 환경에 관심이 많은 청년들은 이곳 커뮤니티모임 ‘씨앗에게 생명을’ 분들을 찾아왔었다. 한양대, 건국대 등 주변의 대학생들도 이곳을 찾아온다. 용답동 도전숙에서 거주하는 청년들과의 만남도 자연스러운 일이다.
일과 활동과 직업과 창업 같은 것들은 서로서로들 연결돼 있다. 요리봉사단 역시 그저 배우고 봉사만 한다고 스스로를 규정짓지 않는다. 그 활동을 지속하는 중에 새로운 활동도 연결될 수 있다고 믿는다. 성동50플러스센터 박혜선 팀장이 이 활동에 대해 몇 가지를 보태주었다.
“성동구 용답도전숙은 일종의 공동주택이다. 자동차 시장 3길에 위치해 있다. 창업가와 사회적경제에서 일하는 청년들이 입주해 있다. 이들을 위한 1인가구 지원사업에 (사)성동마을넷이 참여했고 우리와 연결돼 이렇게 봉사자들과 함께 일하고 있다.”
- 단순히 반찬을 제공하는 일만 하시는 것 같지는 않다.
“음식이 갈 때, 우리가 쓴 카드나 편지를 전한다. 노트를 만들어 청년들과도 소통한다. ‘집밥’을 접할 기회가 많지 않은데, 집밥을 느끼게 해줘 고맙다는 이야기들을 한다. 우린 양념들을 모아서 키트로 만들어 전달도 했다. 참기름, 국간장, 소금 같은 양념들을 쓰고 제자리에 갖다 놓으면 된다. 가끔 청년들이 재료를 요청해 오기도 한다. 그러면 소분된 재료들도 전달한다. 우리가 전달해준 재료들로 스스로 요리해 공동 카톡방에 올리기도 한다. 그렇게 스스로 요리를 해서 먹는 모습을 보면 제일 기쁘다.”
▲ 청년들과의 카톡 소통방. 그들이 맛나게 먹었다는 소식은 늘 기쁘다
성동50플러스센터는 ‘선배시민으로서의 역할’에 대한 고민한다. 이제 봉사 받는 자가 아니라 봉사하는 삶에 대해 생각한다. 많은 것을 경험하고 이루었지만, 다시 새로운 시작을 준비한다. 그렇게 가는 길에서 청년세대에게 전할 수 있는 것은 무엇일까도 탐색한다. 자신이 빚지고 있는 사회에 대해서, 남아있을 미래에 무엇을 주고 갈 것인가? 그 생각들은 50플러스의 교육과 노동, 활동과 모임 곳곳에 스며들고, 또 확산한다. 한 그릇의 반찬에서 내가 본 것들이었다.
▲ ‘자립하도록 돕는다’는 선배시민들의
마음이 담긴 배달 음식들. Ⓒ 시민기자단 원동업 기자
시민기자단 원동업 기자(iskarma@daum.net)