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림을 그리며 마음도 쉬게 해주는 명상 예술,
- 영등포50플러스센터, 나만의 힐링여행 ‘젠탱글’ 수업에 빠지다!
꽃병을 앞에 두고 탱크를 그리던 아이….
요즘 말로 초등학교인 국민학교 1학년 교실이었다. 미술 시간, 선생님께선 국화 몇 송이가 담긴 꽃병을 교탁 위에 올려놓곤 스케치북과 크레용을 꺼내 그려 보라고 했다. 꽃은 어떻게 그리면 좋은지 설명이나 가르침 없이 그냥 보이는 대로 그려 보라는 선생님의 말씀에 소년은 난감했다. 처음으로 꽃병과 꽃잎을 그리던 아이는 점점 꽃이 아닌 폭발하는 모양새로 바뀌자 진한 색의 크레용을 골라 포탄이 터지는 탱크를 그렸다. 집에서 하던 낙서로 가장 즐겨 그리던 그림이었기에 소년은 최선을 다했지만, 선생님의 반응은 차가웠다. “너는 꽃을 보면서 어떻게 탱크를 그리니?” 선생님의 꾸중에 아이는 그림 그리기가 싫어졌고 스스로를 그림 못 그리는 모질이라 생각하며 50년을 지냈다. 본 기자의 글을 즐겨 읽으신 분들은 추측하겠지만…. 그 슬픈 소년의 정체는 바로 지금 이 글을 쓰는 기자가 맞다.
▲ 영등포50플러스센터의 강좌소개 캡처 이미지 ⓒ 시민기자단 김기연 기자
젠탱글을 아시나요?
50플러스 시민기자단에 선발되고 영등포50플러스센터에 배치되어 활동하면서 느끼는 여러 장점 중에서 그 으뜸은 아이템을 제안하고 섭외까지 도와주는 영등포50플러스센터의 직원들과의 소통과 협력을 들고 싶다. 덕분에 기자는 현장에서의 취재에만 집중할 수 있기 때문인데, 9월 기사로 추천받은 ‘젠탱글’ 교육 과정도 같은 과정으로 결정되어 새로운 세계와의 만남에 대한 호기심으로 가득 찬 마음으로 강의실에 들어섰다.
▲ 영등포50플러스센터의 젠탱글 강의실 입구 ⓒ 시민기자단 김기연 기자
선(禪)과 선(線)의 조화로운 얽힘(tangle)으로 완성하는 아름다움!
우선, 젠탱클이란 말이 생소했다! 검색의 도움을 받으니 ‘젠탱글은 반복적인 패턴을 그리면서 자신 안의 아름다움을 표현하는 과정에서, 편안한 집중 상태를 경험할 수 있는 새로운 형태의 예술로 Zentangle은 Zen(젠)+Tangle(탱글)의 합성어이며 ZEN(젠,禪)이란 명상에서 말하는 몰입의 상태, 평온한 마음의 상태를 의미하며, Tangle(탱글)은 복잡한 선, 패턴을 의미한다. 선을 하나씩 그으며 반복적인 패턴을 만들다 보면, 집중력과 몰입감이 증대되는데, 즉 마음, 본능, 지식이 빠르고 자연스럽고 정확하게 작용해 의식을 각성시켜 주며 그런 과정에서 자신이 만들어가는 아름다움 작품에 집중하면 육체적인 휴식까지 찾아오는데. 그래서 젠탱글은 명상 예술이라고도 말한다. (출처: 한국CTZ협회)
▲ 한국CTZ협회 홈페이지 캡처 이미지 ⓒ 시민기자단 김기연 기자
선만 그릴 수 있으면 누구나 다 누릴 수 있는 젠탱글 효과?
곱고 화사한 개량 한복을 입은 이수연 강사와 십여 명의 수강생들이 인쇄물과 도구를 꺼내서 젠탱클 준비하고 있었다. 한국CTZ협회 홈페이지 정보에 의하면 한국 공인젠탱글교사는 83명이 있는데 오늘 강의를 진행하는 이수연 강사는 그 1세대로 강의 내용과 준비에 집중하기 위해 옷 고르기 등의 다른 불필요한 신경쓰는 시간을 줄이기 위해서 3벌의 개량 한복을 교복처럼 입고 수업에 임한다고 하니 말 그대로 프로페셔널의 느낌이 전해졌다.
▲ 한국 공인젠탱글교사 1세대인 이수연 강사 ⓒ 시민기자단 김기연 기자
1교시의 수업은 단순해 보였다. 젠탱클이라는 새로운 명상예술을 창시한 마리아 토마스와 릭 로버츠 부부의 스토리텔링과 유튜브 채널에 있는 다양한 젠탱클 패턴에 대한 소개, 그리고 오늘 그려 볼 스트링과 패턴에 관해 설명하고 종이에 따라 그려 보는, 말 그대로 그리기 연습과 같은 과정으로 보였는데 수업 참여자들은 차분하게 강사의 설명과 화면을 주시하다가 자신의 종이에 열심히 그려가고 있었다. 그런데 기자의 카메라에 잡힌 한 수강생의 표정이 흥미로웠다. 오늘 수업 참가자 중 유일한 남성인 김흥선 님의 입가에 미소가 가득한 것이 마치 그림 그리기에 빠진 순수한 동심의 아이들처럼 행복한 미소로 콧노래까지 흥얼거리는 듯 해서 질문을 하지 않을 수가 없었다.
- “젠탱클, 해보니 뭐가 그리 좋으신가요?”
- “잘 모르고 안 해본 분야라 처음엔 호기심으로 시작했는데 펜으로 계속 그림을 그리다 보면 집중이 되고 머리가 맑아지는 경험을 하게 됐어요. 그리고 완성하고 나면 내가 그린 거지만 신기하기도 하고요. 영등포50플러스센터에서 여러 가지 수업을 들어봤는데, 젠탱글은 새로운 분야기도 하고 집중력에 도움도 되고 나중에 작가까지 될 수 있다니 더 흥미 있게 배우고 있어요.”
▲ 젠탱글로 머리도 맑아지고 삶이 재미있다는 김흥선 님 ⓒ 시민기자단 김기연 기자
단순한 그리기가 아닌 마음 수양의 명상 예술, 젠탱글
반복적인 선과 패턴 그리기를 연속하는 과정이라 차분한 분위기의 수업 과정이라고 생각하던 차에 2교시가 시작되었다. 이수연 강사는 진짜 젠탱클을 완성하기 위한 자기만의 시간이니 불필요한 대화는 자제해 달라고 부탁하며 명상음악을 틀었다. 이제 본격적인 젠탱클의 세계와 만나는 순간인데 그 방법이 매우 인상적이었다. 한국 공인 젠탱글 교사인 이수연 강사의 설명에 의하면 젠탱글 방법(Zentangle Method)에는 8단계가 있는데 첫 단계가 바로 ’감사하기‘로 시작한다는 것이다. 감사의 대상은 내 주변의 고마운 사람뿐 아니라, 누구든 될 수 있고 반려동물이나 식물 등 세상만물 모두가 대상이 될 수 있는데 이러한 감사의 마음으로 젠탱클에 임하는 동안 참여자의 마음 또한 긍정적인 에너지로 충만해지면서 스트레스도 해소되고 정신 건강에도 도움이 된다고 한다.
▲ 감사하기로 시작해 젠탱클 수행을 완성하는 참여자들 ⓒ 시민기자단 김기연 기자
정해진 순서에 따라 탱글링하다 보면 어느새 아름다운 작품이 완성!
보통의 미술 수업이라면 그림을 다 완성한 사람은 일찍 자리를 뜰 법도 한데, 젠탱글 수업에서는 한 명도 먼저 끝내거나 나가는 참여자 없이 모두가 진지하게 탱글을 완성해갔고 이수연 강사가 강의실을 돌며 한 명, 한 명 그리기와 마음 상태를 점검해 주었다. 수업의 마무리는 참여자들의 작품을 한곳에 모아 감상하는 ’모자이크‘ 시간이었는데, 비로서야 다른 사람들의 작품을 본 수강생들은 그 다양성과 완성도에 감탄하며 사진으로 촬영하기에 바빴다. 색종이보다 적은 한 뼘의 조각 그림들을 10명이 넘은 참여자들이 모아보니 기자가 보기에도 훌륭한 작품이 되었다.
▲ 서로의 작품을 감상하고 격려하는 젠탱클 참여자들 ⓒ 시민기자단 김기연 기자
그림을 잘 못 그리는 사람도 힐링할 수 있는 매력적인 젠탱클 수업을 진행하고 있는 이수연 강사에게 묻고 싶은 것이 많아 여러 가지 질문을 던졌는데, 친절하게 답해 준 내용을 소개한다.
Q. 젠탱글의 역사는 짧지만, 특별한 이야기가 있다고 하던데요?
-. 네, 젠탱글의 창시자인 마리아 토마스와 릭 로버츠 부부는 원래는 친구 사이였고 마리아가 캘리그래퍼, 릭은 명상가였어요. 어느 날 릭이 마리아의 작업실을 방문했는데 한참 캘리 작업에 집중해 있던 마리아가 릭이 온 줄도 모르고 빠져있었죠. 그 순간 릭은 마리아의 몰입이 명상에서의 무아지경과 같다는 걸 느끼고 서로의 경험과 지식을 담아 명상 예술인 ’젠탱클‘프로그램을 2005년에 세상에 선보였고, 미술 치료법으로도 쓰일 정도로 많은 사람에게 공감과 인기를 얻고 있답니다.
Q. 50플러스 세대에게 젠탱글이 어떤 점에서 도움이 될까요?
- 50플러스에는 40대 이상의 다양한 분들이 오시는데, 그분들은 아이들을 위해서, 가족을 위해서 희생하며 자신보다는 남을 위해 살았던 세월이 많잖아요. 그런 분들에게 ‘나’를 위한 시간과 함께 누구나 쉽고 간단하게 할 수 있는 ‘젠탱글’ 예술로 힐링을 선물해 주고 싶습니다. 오늘 수업 때도 한 분이 선을 그릴 때 탱글의 틀을 벗어나 밖으로 패턴을 그렸더니 희열을 느꼈다고 하더라고요. 자기도 모르게 이 작은 종이에서 패턴을 그리면서 예술적 희열과 심리적 자유로움을 느끼실 수 있다는 점이 젠탱글의 매력이기에, 다른 분도 직접 해보시면 도움이 될 겁니다.
Q. 현재, 50플러스센터 여러 곳에서 활발한 강의 활동을 하시는데, 향후의 계획을 알려주세요!
-. 저의 올해 목표가 50+센터에 젠탱글을 많이 알리자! 입니다. 현재 영등포, 동작, 금천, 양천 등 여러 센터에 수업이 잡혀 있어요. 저도 50대라 그런지 50+세대 분들께 좋은 취미생활로, 또한 내 안의 예술성을 발견해서 공인 예술인으로 등록할 기회도 함께 만들어 보려 합니다. 일례로 저와 꾸준하게 모임 활동과 그룹전을 3번 이상 참여하시면 나라에서 인정하는, 한국예술인복지재단의 예술인으로 등록되고 ‘예술인 패스’란 카드를 활용해 우리나라의 미술관, 박물관, 공연장 등에서 할인받으며 관람을 할 수 있거든요. 그래서 향후의 제 계획은 저와 함께 젠탱글을 만나는 우리 50플러스센터의 수강생분들은 예술가, 작가가 되자는 겁니다. 힐링도 하고 전시도 하고 또 여러 사람과 재미있게 소통할 수 있는 ‘젠탱글’이라는 패턴 명상 예술의 세계로 여러분을 초대하고자 합니다.
몇 장의 사진과 짧은 글로 잘 전달이 되었을지 모르겠다. 들어보니 간혹 어떤 이는 젠탱글을 ‘낙서 명상’이라고 한다지만, 정해진 방법에 따라 구조화된 패턴을 그리는 작업은 절대 낙서가 아니다. 고도의 집중력을 요하기에 마음이 차분해지고 스트레스도 풀리며 AI(인공지능)도 만들지 못하는 예술작품이 탄생하는 이 명상 예술에 본 기자도 펜을 들어 어린 시절의 한을 풀어 볼까 한다.
시민기자단 김기연 기자(vpost@naver.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