꿈을 먹고 살 수 있다면, 서대문 FM93.1이 있어 행복한 사람들
서대문50플러스센터를 통해 잊혀진 꿈을 찾은 사람이 많다. 꿈을 이룬 사람도 많다. 취미를 찾은 것을 넘어 새로운 일을 하거나 막연하게 생각했던 일을 하기도 한다. 직업을 찾기도 하고 글을 쓰고 그림을 그리고 모델이 되고 이야기꾼이 되고 활동가가 되기도 한다. 한번 발을 내디디면 하고 싶은 것들이 끊임없이 꼬리에 꼬리를 물고 나타난다. 이곳에서 만난 사람들, 얼굴엔 화색이 돌고 목소리에 생기가 넘친다. 꿈을 다시 찾고, 새로운 꿈이 생기고, 꿈을 먹고 살기 때문이다.
# 서대문 공동체 라디오, 서대문 FM93.1
지난 4월 27일 개국한 서대문 공동체 라디오, 서대문 FM93.1은 주민에게 꼭 필요한 방송, 골라 듣는 재미가 있는 서대문 매거진을 표방하며 시민들의 다양한 목소리를 전달하고 있다. 서대문50플러스센터에서 <서대문 FM93.1 함께 만들기> 통해 라디오 DJ의 꿈을 펼친 50플러스의 활약상을 알아보고자 지난 8월 12일부터 8월 17일까지 방송분을 대상으로 취재했다.
2022년 서대문50플러스센터 방송실 ‘별밤’에서 진행된 ‘서대문 FM 라디오 함께 만들기’ 수강생들이 주축이 되어 만든 ‘플러스 라디오’ 커뮤니티의 회원들이 진행하는 프로는 모두 네 개다. 수요일 저녁은 ‘플러스 라디오’ 회원들이 진행하는 프로그램이 줄줄이 전파를 탄다. 생생한 정보와 소소한 삶의 이야기들을 재미있고 맛깔스럽게 요리하여 전하는 부드러운 목소리에 빠지다 보면 더위도 잊은 채 밤이 깊도록 추억여행을 떠나곤 한다. 시간을 놓쳐도 상관없다. 서대문 FM 유튜브나 팟캐스트로 다시 듣기가 가능하다. 한가한 시간에 다시 듣는 재미가 쏠쏠하다.
<김희정의 힛쏭789>
ⓒ 서대문 FM93.1
70년부터 90년대까지 추억 가득한 노래들을 들을 수 있는 시간이다. 과거로의 추억여행뿐만 아니라 자신을 돌아보는 시간이 되기도 한다..
8월 16일 방송, 오프닝에 낭송한 시 ‘바람’이 기자의 마음을 콕 찔렀다. 다시 들으며 옮겨 적었다.
‘오늘 밤은 오갈 데가 없는가 보다.
달빛 치근대는 창가에 앉아
휑하디휑한 가슴으로 겁 없이 달려드는 것을 보니,
허락을 모르는 너는 참으로 좋겠다.
마음대로 갈 수 있고 마음대로 쉴 수 있어서….’
모턴 하켓의 ‘Can`t take my eyes off you’부터 호세 페르시아노, 제랄드 졸링, 그 이름도 찬란한 건아들의 ‘젊은 미소’와 나미의 ‘슬픈 인연’까지 노래에 취해 시간 가는 줄 몰랐다.
이날 방송의 엔딩 곡은 비틀스와 스콜피온즈의 같은 제목의 다른 노래 ‘Holiday’로 분위기와 색깔이 완연히 다르다. 비지스의 홀리데이는 1988년 ‘유전무죄, 무전유죄’로 세상을 뒤흔들어 놓은 탈주범 지강헌을 소재로 한 영화 ‘홀리데이’의 배경음악으로도 사용되었다. 여운이 오래도록 남았다.
<홍제천을 걷는 그대에게>
ⓒ 서대문 FM93.1
서대문50플러스센터 커뮤니티 홍제천생활환경실천단 대표이기도 한 류미정 DJ는 홍제천에게 걸려 있는 이중섭의 그림 ‘부부’를 소재로 이야기를 시작했다. 안타까운 이중섭의 가족 이야기에 이어 홍제천의 자랑거리 ‘폭포 마당’, ‘미술관 산책로’ 등 홍제천만의 특징을 소개하고 자연 생태로 이야기는 넘어 갔다.
파란 하늘과 잘 어울리는 누리장나무가, 냄새나는 나무라고 폄하 받는 것이 마음 아프다며
요즘 꽃이 한창인 ‘폭포마당’에 있는 누리장나무를 소개했다.
왜 이름이 누리장일까?
누리에 장나무, 누린내가 난다는 뜻의 누리, 막대기라는 장나무를 더해 만든 이름이란다.
나무의 냄새는 살아가는 생존 전략으로 자신을 방어하는 수단이며, 벌과 나비 등 수분 매개자를 부르려는 방편이다. 냄새로 인해 누리장나무는 천연제초제로 사용이 되기도 한단다.
아이 냄새, 젊은이 냄새, 늙은이 냄새를 떠올리며 나이 들어도 간직하고 있어야 할 냄새는 무엇일까 생각한다.
‘나의 하루를 가만히 닫아주는 너’로 시작하는 윤도현의 ‘사랑 2’를 다시 들으며 상념에 젖는다.
“~널 만나면 말없이 있어도 / 또 하나의 나처럼 편안했던 거야 / 널 만나면 순수한 내 모습에 / 철없는 아이처럼 잊었던 거야~”
<이심전심의 톡톡톡>
ⓒ 서대문 FM93.1
더블 MC의 장점을 살린 프로그램이다. '이심' 묵인남, '전심' 김지현 회원이 살아가는 이야기와 함께 다양한 음악들을 선보이는데, 무거운 주제를 가볍게 만들어 쉽고 편하게 풀어내는 솜씨가 전문 MC 같다.
적진성산(積塵成山: 먼지가 쌓여서 산이 된다.'라는 뜻으로, 작은 것이 모여 큰 것이 된다는 의미) 고사를 통해 작은 것부터 실천할 수 있는 환경보호를 이야기한다. 지구를 위한 작은 실천이 모여 큰 변화를 기대하는 마음에 청취자들의 동참 의지가 고취될 것 같다.
이심전심의 대화 속에 중간중간 푸른 별 구하기 프로젝트의 노래들이 이어졌다. ‘너와 나의 별’의 한 구절 “~하늘을 볼 수 있을까, 치솟는 빌딩 속에서~”를 들으며, 창문 밖으로 하늘을 바라보았다. 어릴 적에 보았던 그 하늘색이 아닌 것 같다.
기후변화 이야기는 기후 위기와 재난으로 이어지고 탄소 중립과 인권으로까지 폭을 넓혔다. 사회의 취약계층일수록 기후변화의 피해를 많이 받고 있다. 기후변화의 위기 앞에서 ‘티끌 모아 태산’이라고, 나라도 나서서 해결책을 모색해보자. 주민이, 시민이 실천할 수 있는 일까지 꼼꼼하게 안내한다.
마무리로 들려준, 강산에의 ‘넌 할 수 있어.’, 어반자카파의 ‘그대 고운 내 사랑’은 작은 실천을 독려하는 격려의 노래이다.
<김형성의 음악은 감성을 타고>
중후한 목소리의 김형성 DJ는 일상의 느낌을 감성 넘치는 음악으로 전달한다. 그야말로 감성에 젖어 꿈을 찾아 떠나는 여행을 하게 한다. 요한 바하가 커피 칸타타까지 작곡할 만큼 대단한 커피 애호가였다는 사실을 알게 되었고, 커피 칸타타 중 ‘아 커피가 얼마나 달콤한지’를 조수미의 목소리로 들으며 부랴부랴 커피를 타 마셨다. 비록 인스턴트커피지만 맛이 남다른 것은 감성 넘치는 음악이 있기 때문이다. 정말 오랜만에 들은 바카라의 ‘예써, 아이캔 부기(Yes Sir, I Can Boogie)’를 따라 부르니 나른한 몸의 세포가 하나하나 깨어나는 느낌이다. 희미했던 옛 기억과 함께 잊혀진 꿈이 생각났다.
# 그대, 아직 꿈꾸시나요
따뜻한 자극이 담긴 정제된 이야기, 여유 있는 진행이 돋보이는 방송을 듣고 나서 치열했을 준비 과정을 상상하며 장면에 빠져들었다.
이때 떠오른 한 구절, “지지자불여호지자(知之者不如好之者), 호지자불여락지자(好之者不如樂之者), 아는 사람은 좋아하는 사람만 못하고, 좋아하는 사람을 즐기는 자만 못하다.”. 그래, 즐기기 때문에 가능한 일이었다.
“그대 나를 두고 떠나가지 말아, / 토요일은 밤이 좋아~ / 그대 바라보며 사랑할 수 있는 / 토요일은 밤이 좋아~”
뜬금없이 김종국의 노래를 흥얼거렸다. 서대문 FM 때문에 요일마다 밤이 즐거울 것 같다.
‘흐르는 선율, 꿈을 꿀 수 있는 밤이 좋아’ 가사를 고쳐 흥얼거린다.
시민기자단 신동춘 기자(sdchoon77@naver.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