배움과 연대로 시대를 넘어간다. 스물두 개 커뮤니티 활동
활동공유회, 오뿔시네마에선 가족들 환대의 장도 활짝
스물두 개 커뮤니티가 만들어가는 다채로운 세상
‘58년 개띠’해의 출생 인구는 99만 4천여 명이었다. 다음 해인 1959년에는 101만 6천여 명이 태어났고, 다음 해인 1960년 최대의 인구가 태어났다. 108만 1천명. 평균 1백만 세대의 출산은 이후로 1974년까지 지속되었다. 74년의 출생자는 92만3천명. 이후로는 한국의 연 출생자수는 줄곧 90만 이하를 기록했다.(그 숫자는 점점 줄어 2020년엔 27만 6천명, 2021년 26만 1천명, 2022년엔 24만 9천여 명이다)
내년이면 50플러스가 되는 1974년생으로부터 올해로 만 64세가 되는 1958년생은 우리 사회의 최대다수자들인 동시에 산업화-민주화-디지털화의 변화를 모두 겪어온 우리 시대의 증언자들이기도 하다. 이들은 이미 은퇴했거나, 혹은 은퇴로 삶의 전환을 맞고 있는 이들이다.(실질적인 은퇴가 한국의 경우엔 50살 전후이다.)
우리 이웃의 50플러스세대들은 어떠한가? 이들의 부모는 옛날 부모들보다 평균 30~40년쯤 더 산다. 50플러스세대는 부모를 부양하는 세대이면서, 아랫세대로부터는 봉양을 기대할 수 없는 ‘자립 필수자’의 세대다. 60여 년쯤 살면 이전엔 잔치할 만큼 축복받았던 수명이었지만, 이제 60은 남은 한 세대(30~40여년쯤)을 다시 준비해야 하는 준비자들 혹은 전환자들의 세대이기도 하다 이 모든 도전에 50플러스 세대들은 어떻게 ‘응전’해야 할까? 어떻게 실천하고 있을까?
성동50플러스센터에는 스물하고도 두 개의 커뮤니티가 있다. 이곳 성동50플러스센터에서 진행되는 교육을 받은 후, 지속적인 ‘모임’을 원하는 이들이 결성한 ‘정식’ 커뮤니티 숫자다. 정식이란 것은 커뮤니티 지원을 ‘신청’하고, 이에 대한 대화와 논의라는 형식의 ‘심사’를 통과했다는 뜻이다. 이곳의 커뮤니티는 너무 무겁지 않지만 진지하게, 배움과 만남을 지속하는 풍부한 사람숲을 이루고 있다. 성동50플러스들의 ‘동아리’는 어떤 분야와 관심사에 꽂혀 있을까?
첫 번째로 눈에 띄는 동아리는 생명과 환경에 대한 관심이다. ‘씨앗에게 생명을’, ‘자연치유 아카데미’, ‘몽실몽실 송정’ 그리고 ‘스마트 수경사랑’은 모두 ‘자연사랑’에 진심인 사람들이다. 먹고 버리는 과일과 채소의 씨앗(예를 들면 아보카도의 굵은 열매나 토마토나 노각의 작은 씨앗들)을 모아, 버려지는 플라스틱 컵에 키우는 이들은 씨생(씨앗에게 생명을)술사들이다. 몽실몽실 송정은 폐식용유를 모으고 성동구 중랑천 송정 제방의 벚꽃, 장미꽃, 은행잎을 숙성하여 비누를 만든다.
두 번째는 디지털에 적응하고 활용하는 그룹이다. ‘성동날자’는 드론을 날리는 그룹이다. ‘성동디지털서포터즈’는 주로 스마트폰을 스마트하게 활용하도록 돕는다. 스마트폰과 디지털세상의 도구들을 배운 뒤, 이를 동료들에게 전파한다. 소프트웨어 콘텐츠 활용을 도모하는 ‘메타 에듀’도 있고, ‘영상’을 중심으로 디지털 세계로 접근하는 ‘MVP공동체미디어’와 ‘누빔누림미디어’, ‘영영스튜디오’도 있다.
‘버섯나라 송송’은 버섯종균기능사자격증 교육을 받은 이들로 구성된다. ‘땀땀봉사단’은 옷수선을 배운 뒤 결성됐다. 협동조합 물레마실에서 더 재봉틀을 사용한 옷 수선 방법을 배우고 있다. 아날로그의 기운이 물씬 느껴지는 ‘네가 커피 맛을 알아?’와 ‘아미티에’는 커피를 중심으로 모인 이들이다. 바리스타로 카페 창업으로 일의 전환을 도모하는 것은 ‘송송’이나 ‘땀땀’과 비슷하다. 풍선아트로 봉사와 지역 내 아동들을 위한 교육활동에도 참여하는 ‘풍선아트 아띠벌룬’ 등 내 일을 가지면, 건강과 돈과 외로움이라는 3중고를 해결할 수 있다는 것을 이들은 안다.
문화예술 영역은 풍요로운 삶을 위한 필수코스다. 합창, 기악 등 다양한 음악공연으로 활동하는 ‘음악나눔’ 커뮤니티를 비롯해, ‘성동어반스케쳐스’는 연필, 색연필, 수채화 등 도구를 가리지 않고, 가까운 도시와 골목을 화폭에 담는다. ‘종이공작소 네모의 꿈’은 세상을 종이로 접어내는 것이다. ‘보자기 러버’는 보자기 한 장으로 꿈과 선물을 감싼다. ‘말꽃’은 말을 꽃으로 만들어내는 낭송팀이다. ‘힐링플릇’은 입으로 불어 창조하는 소리로 마음치유에 나선다.
▲ 커뮤니티 활동공유회가 열릴 것이다. 배우고 만들고 나누고 베푸는 시간과 공간이다. Ⓒ 성동50플러스센터
이 커뮤니티 팀들은 이미 다양하게 만나고 있다. 반상회는 이들이 정기적으로 만나 대화하고 논의도 조금씩 진전시키는 통로다. 지난봄은 야유회로 대현산 장미원에서, 장미꽃보다 더 아름답고 건강한 향을 뿜었다.
오는 9월 7일, 모든 커뮤니티가 모여서 활동공유회도 열린다. ‘오늘이 내 전성기’라는 주제로 문화를 만들고, 배움을 공유하고, 재능을 나누며 환경을 돌보는 성동50플러스센터의 50플러스세대가 만드는 다양한 활동들을 선보일 예정이다.
그리고 지난 8월 3일과 10일. 목요일 저녁에는 ‘오뿔 시네마-오십플러스와 함께 하는 영화상영회’도 열었다. 지난해에는 50플러스세대 ‘친구들’과 즐길 수 있는 [<로마의 휴일>, <고래사냥>, < 흐르는 강물처럼>]을 상영했었다.
올해는 ‘가족들’이 함께 즐길 만한 영화로 8월 3일엔 <보헤미안 랩소디>가 8월 10일엔 <코코>가 상영되었다.
▲ 팝콘을 들고 입장하는 가족들 Ⓒ 성동50플러스센터
6호 태풍 카눈이 느리게 느리게 서울로 북상하며 온종일 비가 내리던 날. 서울 상륙 예정 시간은 밤 9시. 저녁 7시부터 시작하는 영화를 보러 오실까? 온종일 영화 상영을 준비한 센터 식구들은 마음을 졸였다. ‘흥행’에 실패하는가? 하는 그 순간 손에 손을 잡은 가족들이, 어린 친구와 엄마 아빠가 현장에 나타났다. 그들은 정성껏 센터가 준비한 음료와 팝콘을 들고, 준비한 좌석으로 가 앉았다.
▲ 영화 보헤미안 랩소디를 보고 있는 이들. ⓒ 시민기자단 원동업 기자
불이 드디어 꺼졌다. 커뮤니티를 이루는 이 가장 기초적인 단위들, 50플러스 세대는, 가족들과 함께 새로운 세계를 보고 새로운 꿈에 빠져들었다. 이 편안한 환대의 공간에서 연대는 점차 꿈으로도 영글어갈 것이다.
▲ 오뿔시네마에 함께 한 박○학 씨의 가족들. 가족은 커뮤니티의 핵심이 된다. ⓒ 시민기자단 원동업 기자
시민기자단 원동업 기자(iskarma@daum.net)