행복한 학교밖 선생님 활동 취재기 _“일어꿈꾸다”
아이들의 미래는 우리의 희망
아프리카 속담에 ‘한 아이를 키우는 데는 온 마을이 필요하다’는 말이 있다. 한 아이의 올바른 성장은 부모와 학교뿐만 아니라 그 아이가 속한 공동체의 정성과 지혜를 모아져야만 비로소 가능한 것이며, 나아가 아이의 행복한 성장은 곧 공동체의 건강한 미래를 담보한다는 의미일 것이다.
급격한 저출산 고령화에 따른 최근의 여러 사회문제는 공동체 전체 차원에서 들여다보면 현명한 해법을 도출해볼 수 있다. 저출산의 원인인 자녀 양육과 돌봄의 어려움을 50플러스 중장년 세대가 그들의 경험과 지혜로써 뒷받침하여 덜어줄 수 있다면 의외로 쉽게 그 해법에 다가갈 수 있을 것이다.
행복한 학교 밖 선생님 자원봉사단
서울시50플러스재단에서는 ‘행복한학교밖선생님’ 자원봉사단을 운영하고 있다. 캠퍼스 커뮤니티 및 교육과정을 통해 키워온 중장년 세대의 역량을 지역 아동복지센터에서 운영하는 소외계층 아동을 위한 정서지원 온오프라인 프로그램에 활용하는 것이다.
지난해에는 캠퍼스별 커뮤니티를 대상으로 자원봉사단을 꾸려 ‘SK행복나래’라는 사회적 기업의 협력을 받아 지방의 지역아동센터를 대상으로 비대면으로만 진행하였다. 코로나 상황에서 벗어난 올해에는, 서울 지역아동센터는 대면 활동으로, 지방 지역아동센터는 비대면 활동으로 주로 여름방학 동안 정서 지원교육을 실시한다.
‘일어꿈꾸다’ 커뮤니티팀의 자원봉사 선생님들
7월의 마지막 날 관악구에 위치한 상록지역아동복지센터에서는 ‘행복한학교밖선생님’ 프로그램이 진행되었다. 자원봉사활동에 참여하는 팀은 ‘일어꿈꾸다’ 커뮤니티로 작년에 이어 참가하고 있다. 아이들의 반응이 좋았고 팀원 간 역할 배분, 교육재료 등의 구성이 좋아 50플러스 캠퍼스에서도 ‘믿고 맡기는’ 팀이라고 한다. 강의 제목은 ‘놀이로 배워보는 일본어’로 일본말과 일본문화를 소개하는 교육 프로그램이다.
‘취재를 위해 너무 일찍 도착한 것은 아닐까’하여 조심스레 방문 이유를 말씀드리며 들어섰는데, 이미 수업 준비에 한창인 커뮤니티 선생님들을 만날 수 있었다. 수업에 앞서 화면에 띄울 교육자료들을 조정하고 있고, 만들기 활동 재료들이 책상 위에 이미 준비되어 있었다.
하나둘씩 교육에 참여할 초등학생들이 모여들기 시작하고, 아이들은 각자 자리를 잡고 앉아 호기심 어린 눈빛과 기대에 찬 표정으로 자료 화면과 책상 위 준비물들을 살폈다.
오늘 수업 진행을 맡은 서선희 선생님이 ‘곤니찌와’라는 인사말로 수업을 시작했다. 인사말 배우기, 빨강, 파랑, 초록 등 색깔을 일본어로 말하기 등 짧은 수업 시간이었지만 동영상 자료를 활용하여 일본어를 친근하게 접할 수 있도록 친절하고 상냥한 목소리로 교육을 진행하였다.
놀이로 배우는 일본어 수업 시간
‘놀이로 배우는 일본어’라는 제목에서 알 수 있듯이 초등학생들이 즐겁게 참여할 수 있는 아이클레이로 초밥 만들기 등의 흥미로운 프로그램으로 구성되었다. 활동 체험을 통해 일본문화를 접해볼 수 있는 교육기획이 신선하게 느껴졌다. 아이들도 나눠준 재료들을 꺼내 선생님의 지도에 따라 각자의 솜씨를 발휘하며 만들며, 친구들과도 서로 모양을 맞춰보며 자유로운 분위기에서 수업이 진행되었다. 같은 모양을 같은 틀에서 만들어도 모양은 제각각의 특징을 담고 있다. 오밀조밀 만들어낸 작품들을 작은 접시에 하나하나 담아가며 수업은 마무리되었다.
▲ 아이클레이로 초밥 모형 만들며 일본어 배우기 © 시민기자단 강명주 기자
놀이로 배워보는 일본어 시간이 우리 어린 친구들에게는 어떤 기억으로 남게 될까, 또 이 시간을 통해 배우고 느낀 점은 무엇일까. 어린 시절 새로운 동기와 희망의 작은 씨앗이 싹 틔우는 소중한 시간이 되었기를 바라본다.
▲ 즐겁게 수업에 참여하고 있는 아동복지센터 친구들 © 시민기자단 강명주 기자
수업을 마치고 책상 위를 정리하던 한 아이에게 소감을 물어보니, ‘일본말을 배워볼 수 있어 좋았고 일본 만화를 좋아해서 일본어를 앞으로 더 배워보고 싶다’라며 수업 시간에 아이클레이로 만든 초밥 모형을 조심스레 옮겼다. 대답하는 아이의 표정 가운데 순수한 동심이 묻어나와 기자를 미소 짓게 한다.
엄마의 마음으로 보듬고 가르치는 자원봉사 선생님들 인터뷰
수업을 마무리하고 있는 ‘일어꿈꾸다’ 팀의 서은주, 서선희, 김진향 선생님에게 50플러스 자원봉사단으로 활동하게 된 계기 등을 들어보았다.
▲ 엄마의 마음으로 수업을 진행해 주신 ‘일어꿈꾸다’의 자원봉사 선생님들 © 시민기자단 강명주 기자
Q: 안녕하세요? 오늘 아이들 수업참여 분위기가 참 좋은 것 같아요. 어떤 계기로 50플러스 자원봉사단에 참여하게 되셨나요?
A: 50플러스 남부캠퍼스에서 커뮤니티를 등록하고 5년여 활동하였고, 캠퍼스의 자원봉사단 모집공고를 보고 커뮤니티 회원들의 뜻을 모아 함께 참여하게 되었습니다.
Q: 커뮤니티 멤버들은 어떻게 구성되었나요?
A: 자녀가 다니던 학교에서 만난 학부모들로 처음에는 독서동아리로 모임을 만들어 활동하게 되었는데, 그 가운데 일본어를 공부하고 싶다는 멤버들이 있어 일본어 공부 모임을 만들게 되었어요. 서로 마음이 잘 맞아 꾸준히 공부하다 보니 오늘까지 모임이 잘 유지되고 있습니다.
Q: 50플러스 남부캠퍼스 커뮤니티 활동이 공부 모임에 어떤 도움이 되었다고 생각하시나요?
A: 우선 모일 수 있는 공간, 모임 방을 제공받을 수 있는 점이 가장 좋았어요. 꾸준히 공부모임을 이어갈 수 있는 중요한 조건이 되어주었습니다. 초기에는 활동비도 지원이 되기 때문에 요긴하게 활용할 수 있었죠.
Q: 자원봉사활동 이외에도 다른 캠퍼스 활동에 참여해 보신 경험이 있으신가요?
A: 남부캠퍼스 커뮤니티 교육 활동으로 ‘미미존’ 행사에 참여해 본 경험도 있어요. 성인을 대상으로 기모노(일본옷) 종이접기 행사를 통해 일본문화를 알리고 체험하는 행사를 진행한 적도 있습니다.
Q: 작년에도 50플러스 자원봉사활동에 참여했다고 들었는데, 코로나 상황이라 수업 준비와 진행에 어려운 점은 없으셨나요?
A: 어려운 점이 많았죠. 온라인을 통해 수업을 진행하기 위해 화상회의 도구를 활용하는 법을 익혀야 했고, 아무래도 비대면으로 진행되다 보니 아이들의 반응도 직접적으로 느껴지지 않아 아쉬운 점도 있었습니다. 오늘 수업을 해보니, 역시 같은 공간에서 상호 교감하며 수업을 진행하는 것이 그 효과를 더 키울 수 있는 것 같습니다.
Q: 50플러스 자원봉사 단체 중에서도 작년에 이어 올해도 기사화될 정도로 인기가 높은데 그 비결이 무엇이라고 생각하세요?
A: 아이들의 눈높이에 맞게 수업 내용을 구성하기 위해 아이디어를 많이 고민했어요. 일본어와 일본문화에 관심을 갖는 계기를 만들면서 또 수업의 재미를 이끌어내기 위해 어떻게 진행하면 좋을까, 회원들과 의논한 끝에 아이 클레어로 만드는 초밥놀이를 고안하게 되었어요. 아이들은 체험하는 활동을 좋아해서 인기가 있나 봅니다. 또 재미있는 영상을 정성을 기울여 편집하고 수업을 구성하였답니다.
Q: 50플러스 커뮤니티 활동이나 50플러스 자원봉사활동을 통해 참여하고 있는 선생님들의 개인의 삶에 변화나 보람이 있었다고 느낀 점이 있으신가요? 활동소감이 궁금합니다.
A: 학부모 친구들로 내 아이를 키우는데 몰두하느라 사회참여 기회를 놓친 부분이 늘 아쉬웠어요. 단순히 ‘일본어를 공부하여 일본여행 가보자’라며 시작한 취미활동이 꾸준히 이어지고 또 50플러스 캠퍼스와 연결되고 보니, 나의 취미활동이 다른 아이들에 대한 교육봉사활동으로 이어지고 또 자연스레 사회에 기여하게 되었다는 점에서 삶의 보람이고 나에게 작은 기쁨을 준다는 점이 개인적으로 뿌듯합니다.
작년의 경우 비대면 수업을 위해 준비하면서 어렵고 힘들었지만, Zoom 활용법을 배우면서 새로운 것을 알아가고 개인적인 성장의 기회가 되었다고 느꼈어요. 50플러스 남부캠퍼스 커뮤니티 활동은 나를 성장시키면서 남을 위해 봉사하는 기회를 만들어주었다고 생각합니다. 전업주부로서 사회참여 기회가 부족했었는데 이런 좋은 기회들이 있어 보람있게 활동하고 있습니다.
소중한 우리 아이들 함께 키워요.
수업을 진행하는 동안 따뜻한 미소와 다정한 말투로 아이들에게 칭찬을 건네며 세심히 보살핀 서은주, 서선희, 김진향 세 분 선생님은 수업 내내 엄마의 미소를 잃지 않고 있었다. 내 아이를 키울 때의 마음가짐이 아이들에게 따사로운 기운으로 스며들었으리라 믿는다. 짧은 수업 시간이었지만 엄마와 같은 친밀감으로 다가갔을 선생님들의 수업은 어느 전문 강사들의 수업보다 마음이 전달되는 시간이었을 것이다.
“아이들은 누구나 다 똑같이 순수한 것 같아요.”라며 인터뷰를 마무리하는 선생님들과의 대화를 통해 아이들을 잘 키우며 열심히 살아온 모습, 나의 관심과 취미를 발견하고 함께 만들어가는 모습, 또 개인을 넘어서 타인을 위해 봉사하는 모습이 함께 어우러져 아름답고 보람찬 중년의 삶을 느낄 수 있었다.
뉴스에서 아동 돌봄에 관한 안타까운 사연들을 가끔 접하게 된다. 우리 아이들은 모두 소중한 존재로, 어느 노래의 가사처럼 ‘사랑받기 위해 태어난 사람’이다. 이 소중한 우리 아이들이 어른들의 따뜻한 관심과 손길 속에 밝고 바르게 자라날 수 있다면 우리 공동체의 미래는 건강하고 희망차게 나아갈 수 있을 것이다.
50플러스 캠퍼스에서 활동하는 중장년 세대의 역량이 지역 아동의 정서지원 프로그램으로 연결되는 것은 우리 사회의 미래를 위해 뜻깊은 일이다. 앞으로 50플러스 중장년 세대의 사회적 역할은 다양한 분야에서 계속 확장되어 갈 것으로 기대된다.
시민기자단 강명주 기자(silkang@naver.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