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생, 절벽에도 길은 있다
▲ (좌)미리 대본을 읽어보며 준비하고 있는 윤이다 아나운서 / (우)윤이다 아나운서와 고도원 작가 ⓒ 시민기자단 신동춘 기자
제75주년 제헌절인 7월 17일 오후 두 시, 서대문50플러스센터 개관 5주년 기념 사이 특강 [다시 도전] 첫 번째 시간. ‘책과 사람 사이를 잇다’라는 의미의 ‘사이 특강’은 서대문50플러스센터의 대표적인 명사 특강으로, 7월은 <고도원 정신>의 저자이자 아침편지문화재단 대표인 고도원의 “인생, 절벽에도 길은 있다”를 주제로 열렸다. 시나 좋은 글귀를 인용해 의견을 덧붙인 고도원의 아침편지는 숱한 사람들에게 희망을 배달한, 우리나라 뉴스레터 서비스의 원조격이다. 기자도 여러 번 받아보고 일상의 비타민 같은 메시지라고 느꼈다.
특강 당일 엄청난 폭우로 상상을 초월하는 사고 소식도 있었던 터라 마음을 위로하는 시간으로 기대가 되었다.
이번 특강은 서대문50플러스센터에서 2022년 고용노동부 신중년 경력형 일자리 사업으로 진행한 ‘내일이 보이는 라디오’ 의 윤이다 아나운서가 사회자로 함께했다.
강사는 유튜브 라이브 강의라는 낯선 환경임에도 실시간 댓글을 일일이 확인하며 시청자들과 반갑게 인사를 나눈다. 역시 소통의 달인이다. 안부 인사와 함께 바로 엄청난 비 피해 소식에 가슴 아파했다. 강의 제목이 “인생, 절벽에도 길은 있다”인 것이 사회적 재난에 처한 지금의 상황과도 맞는 것 같은 묘한 생각이 들었다. 이내 강의 주제로 들어가 건강과 행복, 치유의 길이란 키워드로 이야기를 풀어 나갔다.
# 건강과 행복, 치유의 길
개인의 건강에 더하여 ‘사회적 건강’의 중요성을 깨닫는 시점이다. 사회적 재난 등 예기치 못한 사고를 방지하고 줄이는 시스템을 만들고 유지할 수 있는 것이 바로 사회적 건강이다. 시스템의 중심에는 사람이 있다. 개개인의 마음과 자세가 중요하다. 다시 사람으로 돌아와 개인의 육체적, 정신적 건강이 중요하다.
그럼 건강이란 무엇일까? 마음의 균형을 잡는 것으로 한쪽에 쏠리지 않는 것이다. 마음이 무너지면 몸이 무너지기 때문에 몸의 면역력을 높이는 훈련이 필요하다.
태국의 달라이라마라고 불리는 ‘아잔 차’ 스님이 뇌졸중으로 오랫동안 고생하다가 돌아가신 사연, 목회자로 열심히 사신 고도원 작가의 부친과 평소 존경하는 종교인들의 말년에 질병이나 치매로 고생한 원인을 분석하니 이타적인 삶을 사는 사람들이 자율신경의 움직임이 일반사람과는 달리 반대로 움직이기 쉬워서 밸런스가 무너진 결과로 이해되었다. 정신과 의사인 정혜신 박사의 분석에 따르면 이런 성향을 지닌 사람은 평소에는 ‘도도히 흐르는 강물’처럼 보이지만 여기에 물 한 바가지를 더하면 범람할 수 있기 때문에 주의해야 한다고 한다.
# 잠깐 멈춤과 명상의 단계
삶의 독소 요인으로 환경적 요인, 유전적 요인, 음식, 과로, 스트레스를 들면서 독소를 빼는 해독과정과 ‘잠깐멈춤’의 필요성을 얘기했다. KBS <생로병사의 비밀> 프로그램에 출연하여, ‘스트레스 어벤저스’라고 대한민국에서 스트레스에 가장 강한 사람 중 하나로 선정된 일화를 소개하며, 스트레스를 긍정의 에너지로 바꾸는 방법을 알려주었다. 바로 명상이다. 명상이란 중도(中道, 가운데 길)로 감정에 흔들리지 않는 가운데 길을 넓히는 것이라고 설명한다. 명상은 중심을 잡는 것이다. 파도타기를 할 때 중심이 잘 잡혀 있으면 파도가 셀수록 멋진 묘기를 부릴 수 있다. 명상은 타이밍과 장소가 중요하다. 멈춤의 장소에서 적절한 타이밍에 명상을 해야 한다는 뜻이다.
명상의 과정으로 이완, 몰입, 변화의 3단계가 있다.
먼저 마음을 이완시켜 고요하고 편안하게 만들어야 한다. 이때 호흡이 중요한 데, 호흡의 핵심은 내쉬는 것에 있다. 내가 미소를 지으면 산천초목이 미소를 짓는다. 얼굴에 짓는 미소에 그치는 것이 아니라 미소를 삼켜 몸 안에 저장한다. 호흡에 몰입하면 호흡명상이고, 미소에 몰입하면 미소명상이다. 우리 삶은 모두 명상이 될 수 있다. 이완과 몰입 과정을 통해 몸과 마음이 치유되며 변화가 생긴다. 상처가 진정한 기쁨으로 변화될 수 있다. 생각이 바뀌기 때문에 가능하다. 이 모든 것이 결합 된 것이 명상이다.
#꿈 너머 꿈을 찾아
고도원 작가는 쓰러진 경험이 당신의 터닝포인트가 되었다고 하며 소망을 말한다. 고도원의 아침편지가 매일 395만 명에게 발송되지만 딱 한 명에게 쓴 편지라고 말하며 단 한 명이라도 터닝포인트가 되었으면 좋겠다는 희망을 말했다.
꿈을 이루기 위해 노력하는 것은 당연하다고 하겠다. 그런데 꿈을 이룬 다음에는 또 어떤 꿈을 꾸어야 할까? 백만장자가 된 꿈을 이루고 나서 혼자 잘 먹고 잘살면 되는 것인가? 이타성을 갖는 꿈이어야 한다고 역설했다. 누구나 다 꿈을 꾸지만, 꿈을 꾼 이후는 함께 가꿔가는 꿈이어야 한다는 의미로 다가왔다.
고도원 작가에게 꿈 너머 꿈을 꾸게 한 인생의 멘토 이야기로 넘어갔다. 절벽의 나락에서 만난 기적 같은 인연들이다. “자기가 꿈꿔 온, 의미 있는 일이라면 돈을 낙엽처럼 태울 줄 알아야 한다”고 한 뿌리 깊은 나무의 고(故)한창기 사장의 이 말은 고 작가의 인생 행로에 가장 강력한 영향을 미친 인생지침이 되었다.
# 절벽에도 길은 있다
2001년 8월 1일 고도원의 아침편지가 처음 배달된 날이다. 고도원 작가가 감회어린 목소리로 편지를 읽었다. 루쉰의 <고향>에서 인용했다.
“희망이란
본래 있다고도 할 수 없고 없다고도 할 수 없다.
그것은 마치 땅 위의 길과 같은 것이다.
본래 땅 위에는 길이 없었다.
한 사람이 먼저 가고
걸어가는 사람이 많아지면
그것은 곧 길이 되는 것이다.
루쉰의 <고향>중에서,
그렇습니다.
희망은 처음부터 있었던 것이 아닙니다.
아무것도 없는 곳에서도 생겨나는 것이 희망입니다.
희망은 희망을 갖는 사람에게만 존재합니다.
희망이 있다고 믿는 사람에게는 희망이 있고,
희망같은 것은 없다고 생각하는 사람에게는
실제로도 희망은 없습니다.”
절망 상태의 그가, 아버님이 밑줄을 그어가며 읽었던 루쉰의 책에서 발견한 글귀가 바로 이 희망의 메시지였다.
‘절벽에도 길[이] 있다.’와 ‘절벽에도 길[은] 있다.’의 차이
앞의 말은 ‘길이 현재 나 있다’라는 의미이고 뒤의 것은 ‘길은 내가 만들어 낸다’라는 뜻이다.
오늘 강의 제목 “인생, 절벽에도 길은 있다”에 담긴 메시지다.
#깊은산속 옹달샘과 명상
투우사와 싸우다가 지친 소는 자신이 정한 그 장소에 가서 숨을 고르며 힘을 모은다. 그 자리를 스페인어로 퀘렌시아라고 부른다. 안식처라는 뜻이다. 투우뿐만 아니라 사람에게도 평화와 회복의 장소가 필요하지 않겠는가 해서 만든 공간이 바로 <깊은산속 옹달샘>이다. 산의 지형, 물길을 그대로 살리며 조성한 건축물로 집중 호우에도 끄떡없다고 한다. 명상의 장소로 최적화된 옹달샘이 그려졌다.
고도원 작가는 명상에 대해 다시 정의하는 것으로 강의를 마무리했다. 명상이란, 몸도 마음도 쉬는 것으로 다시 말하면 ‘내려놓는 것’, ‘잠깐 멈추는 것’이다. 달라이라마의 어록 중 “명상이란 부정적인 감정을 긍정적인 감정으로 다스리는 훈련이다”를 인용하고 마지막으로 2022년 2월 16일 자 보낸 고도원의 아침편지를 소개했다.
낙관주의자, 비관주의자란 제목의 김관영, 김준수의 <비상경제 파격경제>중에서 뽑은 대목이다. “영국의 윈스턴 처칠은 “낙관주의자는 위기 속에서 기회를 보고, 비관주의자는 기회 속에서 위기를 본다.”고 말했다. 그렇다면 위기에서 기회를 보고 그 위기를 기회로 바꾸려면 어떻게 해야 할까? 먼저 위기를 기회로 바꿀 수 있는 전환점을 마련해야 한다. 그것은 개인의 노력으로도 할 수 있지만 국가와 사회의 지원이 있으면 더 쉽게, 더 좋게 마련할 수 있을 것이다.” “삶은 늘 위기와 기회가 공존하고 있습니다. 낙관과 비관도 늘 겹쳐 있습니다.”
한 시간 동안 명상을 한 것 같은 강의 시간이 끝나고 질의 응답시간이 이어졌다. 강의의 핵심을 다시 짚어보고 여운을 남기는 시간이었다. 댓글을 통해 소통한 시청자들에게 선물할 그의 저서 <고도원 정신>에 정성들여 사인을 한다.
시간 내내 정이 듬뿍 담긴 목소리로 부드러우면서도 핵심을 짚어가며 강의하는 모습이 인상적이었다. 너무 빠르게 변화하는 세태 속에 퍽퍽하게 살수 밖에 없는 현실을 잠시 벗어나 낭만을 느낄 수 있었다. 잊고 있었던 꿈을 끄집어 내고 다시 꿈 너머 꿈을 생각하였다. 누군가에게는 오늘이 인생의 터닝포인트가 되는 계기가 되었으면 좋겠다.
책 <고도원 정신>에 있는 작가 소개를 덧붙인다.
“오직 꿈만으로 높은 산봉우리에 오른 사람.
산봉우리에 오르다 산 아래 깊게 패인 계곡도 수없이 지나왔다.
계곡에 빠졌을 때마다 그를 지켜준 건 견디고 지지 않는 ‘정신’이었다. 긴급조치 9호로 대학에서 제적되어 방황하던 이십 대 땐 대통령 연설문을 쓰고 싶다는 희망으로 버텼고, 번아웃으로 쓰러져 건강을 잃었던 사십 대 땐 세계적인 명상센터를 만들겠다는 의지로 다시 일어섰다.(중략)
인고의 세월을 이겨낸 저력으로 마침내 《뿌리깊은 나무》에서 기자 생활을 시작했고, 《중앙일보》 기자, KBS·SBS·CBS 시사평론가 활동을 거쳐 김대중 전 대통령의 연설 담당 비서관으로 5년간 일했다. 현재 ‘고도원의 아침편지’ 주인장이자 ‘아침편지 문화재단’ 이사장으로서 398만 회원들에게 희망을 전하고 있으며, 최근 ‘K-디아스포라 세계연대’를 만들어 동분서주하고 있다.”
시민기자단 신동춘 기자(sdchoon77@naver.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