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굽은 동네 집수리, 재봉질! 몽실3.5는 긴 과거를 갖고 있다!”

50플러스에서 충전! 몽실몽실 송정 사회적협동조합으로 출범 

이 기업의 이름은 <몽실몽실 송정사회적협동조합>이다. 간략하게 몽실3.5다. 몽실몽실은 의태어다. 구름이나 거품이 가볍게 뜨며 자라나는 모습이다. 송정은 동네 이름이다. 서울 성동구, 중랑천이 한강을 만나기 전에 한번 크게 굽는 동남쪽 천변에 위치해 있다. 3.5는 뭘까?

몽실몽실 송정3.5는 사회적 기업이다. 지난 6월 10일 출범식을 한 신생 회사다. 조합원 수는 여덟 명. 모두 송정동에 터를 잡고 사는 여성들이다. 집에서 잠을 깨면 뒷모습을 보이며 아침을 준비했던 엄마들이다. 밖에서 만나면 파마머리, 꽃무늬 옷을 입고 시장에 가거나, 어느 가게나 공장의 한 공간에 앉았거나, 챙 넓은 모자 쓰고 운동하던 아줌마들이다. 이들은 이날 출범식날, 화장을 곱게 했다. 학부모총회 날처럼 잘 차려입었다. 오늘부터는 이전의 날들과는 조금 많이 달라질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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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몽실몽실 송정 사회적협동조합이 지난 6월 10일 출범했다. 7년여 긴 기간 동안 꿈꿔온 사람들의 결과물이다. ⓒ 시민기자단 원동업 기자

 

7년여 기간, 집수리 재봉질… 수많은 시도를 하다 

이들이 처음 만난 곳은 송정동 도시재생사업 주민모임 송아G에서였다. 이들 네이버 밴드의 개설일이 그해 12월이니, 6년하고도 7개월 전이다.

송정동은 ‘굽은 동네’다. 중랑천변을 따라 호미처럼 굽었다. 넓디넓은 중랑천 하류의 강폭을 좁혀서 송정동은 땅을 얻었다. 60~70년대엔 ‘개미굴’ 같은 이촌향도의 주민들이 천변에 기거하던 곳이기도 하다. 이곳은 자주 수해에 시달렸다. 연중행사로 집에 물이 차올랐다. 그때 강둑은 피신처가 됐다. (지금은 강둑을 단단히 정비하고, 송정과 새말과 장안빗물펌프장을 운영한다. 더 이상 수해는 없다.)

송정동엔 아파트나 연립주택 수는 적고, 넓게 단독 주택지가 형성돼 있다. 생활쓰레기나 재활용품에 대한 관리를 제각기 집들마다 처리한다. 골목은 공동의 공간이지만, 신경을 쓸 주체는 없는 사정이 여기 있다. 미세혈관들처럼 뻗어있는 작을 골목들마다 투기된 쓰레기로 몸살을 앓는 건 당연한 결과였다. 도심에서 ‘공동체’는 쉽게 형성되지 못할 상황이었다. 

송정동 앞 동네가 성수동이다. 거기엔 뚝섬역, 성수역이 있었다. 2005년 서울숲이 생긴 뒤에 곧 서울숲역도 생겼다. 우후죽순 지식산업센터들과 고층의 고급주거단지들이 솟아났다. 송정동엔 ‘이슈’가 없었다. 수해지였던 중랑천변 작은 마을 송정이 선택한 것은 도시재생. 낙후한 마을환경을 민관이 함께 개선해가자는 정책방향이 섰다. '송아G'는 송정동 주민들의 아지트 그룹(Group)의 약자. 지금의 송정3.5는 그 1기 시대 이후의 업그레이드 버전이기도 하다.   초창기부터 함께 했던 송정3.5 노은경 이사의 말,

“도시재생센터에서 관심을 가졌던 것은 집수리였어요. 동네 특성상 집수리는 집마다 긴요한 일들어었죠. 해서 센터에서도 교육을 하고, 함께 해보자고 모였죠. 우리 아지트가 될 공간부터 스스로 꾸며보자. 실습겸 일겸 센터가 될 곳 수리에 들어갔어요. 오래 폐가처럼 있던 곳을 우리가 공사하고, 거기 들어간다. 그게 재생의 의미와도 맞잖아요. 그런데 아이고…….”

맞닥뜨리고 나면 현실은 생각만 하던 것과는 늘 다른 법이다. 정육점으로 쓰던 1층 청소를 주민들이 맡았다. 일당 5만원, 대신 여덟에서 열 명까지가 달라붙어 일했다. 구석구석 곰팡이가 슨 벽지는 단단하게 두껍게 붙어있었다. 그걸 맨손으로 뜯어내고, 헤라와 수세미로 박박 긁어가며 천장, 벽과 바닥까지 홀랑 까뒤집었다. 힘들었다. 화장실 같은 것은 아예 엄두조차 못냈다. 주로 중년 여성이 다수인 이들 주민협의체의 지속사업으로 삼기에, 수리는 무리같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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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2021년 1월. 송정동 주민협의체 사람들의 수리수리 집수리. 교육을 받고 직접 집수리에도 투입됐다. 협동조합을 위한 긴 여정의 일부였다.

출처 : 네이버 밴드 <송아G> - 시민기자단 원동업 기자

 

이들은 한양여대에서 봉제 일을 배우기도 했다. 회원 중 미싱에 관심이 있는 이들이 꼼꼼히 배워갔다. 1년여의 시간을 들여 기술을 전수받았다. ‘바느질’이야 여인들의 기본업무였으나, 요즘이야 어디 그런가? 모두 생소한 데 발을 디디는 중이었다. 처음 수주 받았던 중요 아이템은 폐현수막을 활용한 가방이었다. 늘 들고 다닐 수 있는 장바구니부터 재활용품을 담는 마대까지 제품 유형도 다양했다. 신이 났다. 힘이 들긴 하지만, 만들면 팔 곳은 있었으니까. 기존의 마대 안에서는 유리가 깨지면 조각이 튀어나왔다. 현수막 마대는 그런 위험도 현저히 줄어든 것이었다. 하지만, 임의단체 혹은 비영리단체 송정 몽실몽실에는 기업도 공기관도 고객이 될 수는 없었다. ‘마을에서 기업으로’ 가아겠는데, 길찾기는 어둠속에서 덤불을 헤쳐가는 일과 비슷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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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2021년 6월. 송정도시재생센터의 주민공모사업 꼼지락 바느질 교실. 재봉틀을 배운 주민협의체 사람들은 폐현수막을 이용한 재활용품 마대 만들기 작업으로 ‘사업화’의 단초를 배웠다. 

 ⓒ 시민기자단 원동업 기자

 

발동동 구르던 젊은 주부에게서 아이디어를 얻다

송정동은 중랑천변 하류 마을이다. 중랑천은 멀리 양주서 발원해 뚝섬과 금호동의 경계가 되는 곳에서 한강과 만난다. 거칠고 너른 물길을 막는 제방은 오래 전부터 송정동 역사의 일부였다. 이곳 제방엔 봄에 벚꽃, 여름에 장미꽃, 가을에 은행나무 잎이 지천이다. 이전 흙제방이 그저 풀로 덮였던 때와는 다른 시대다. 그 제방길은 송정동 주민들의 귀한 휴식처이기도 하다. 그곳을 거닐 때, 한 젊은 주부가 어쩔 줄 몰라 발을 동동거리고 있었다. 

“치킨 튀긴 기름은 어디다 버려야 하나요?”

버려지는 기름을 재활용해 비누를 만든다면? 기름은 집집마다 버려졌다. 많은 가게와 식당들 역시 폐기름 처리는 고민이었다. 송정 주민협의체 사람들은 이 아이디어를 붙들고 머리를 맞댔다. 벚쫓과 장미꽃, 은행나뭇잎, 제방을 뒤덮고 있는 환상덩굴까지. 이 둘을 결합할 수도 있지 않을까? 연구가 시작됐다. 작은 시도가 지속됐다. 이미 이들이 배웠던 수업이거나 활동 안에 이 사업 아이템은 자라고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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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현 몽실몽실 송정3.5의 모태가 된 환경수업. 이들 송정동 사람들은 도시재생 공모사업으로 <몽실몽실 송정 폐자원愛 빠지다>를 공모, 선정됐다.
다양한 이때의 실험은 이후 계속해 이어져 현재에 이르렀다.
출처 : 네이버 밴드 <송아G> - 시민기자단 원동업 기자

 

“처음엔 비누를 만들고 자르는 법도 몰랐어요. 하루 굳으면 전용 철사를 이용해 자르기가 쉬워요. 이틀 굳으면 단단해져 자르기가 너무 어렵죠. 우리가 그걸 알았나요? 오죽 했으면 우리가 전기톱으로 자를 생각을 다 했을까요?”

문미자 이사장이 웃으며 당시를 회상했다. 천장에 벽에 사방으로 튄 비누조각들을 청소하느라 한바탕 사람들이 분주했다. 그리고 서로들 배를 잡고 웃었다. 지금은 그들이 몽실몽실 송정3.5의 조합원들이다. 이들은 송정동서 재활용관리사로도 일한다. 송정동 골목서 나오는 재활용품을 모으고 분리와 청소법을 설명해주는 ‘주민 환경리더’들이다. 그렇게 일해서 ‘임금’을 받으니 살림에도 보탬이 된다. 실질적으로 깨끗해진 송정의 골목길에는 제비도 날아든다. 아이들을 교육시켜 같이 자원봉사 참여도 한다. 

환경교육에도 나선다. 열 몇 가지로 분류되는 독일에 비하면 간단하지만, 우리나라 재활용도 제법 공부가 필요하다. 주민과 학생들의 학습 선생님 역할들을 여기 송정 3.5의 이사들이 진행한다. 이렇게 강사비로 알뜰하게 모은 돈으로 협동조합의 출자금을 마련했다. “나가면 출자금은 두고 간다!” 이렇게 선언했다. 조직을 나가려면, 손가락 쯤은 두고 간다는 ‘결의’. 이렇게 진전돼온 이력도 3.5라는 버전업의 일부일 것이다. 

 

이들의 꿈은 몽실몽실 송정3.5라는 이름에 배어있다

“3.5는 변화를 일으킨다는 그 숫자예요. 사회학자 에리카 체노워스가 말했어요. 3.5%의 사람들이 행동하기 시작하면 사회적인 변화가 가능하다고요. 우리 몽실몽실 송정3.5는 환경에 관한 변화를 일으키는 사람들이고자 합니다.” 문미자 이사장은 서울시50플러스재단과 한국토지주택공사가 함께 진행하는 160여 시간의 창업과정 교육을 이수했다. 지난 2022년 5060 점프업 도시재생 창업가 과정이 그것이다. 창업가 정신과 창업과정의 모든 프로세스를 점검하고 진척하는 시간이었다. 그곳에서 2천여만원의 지원금을 받아 현재의 몽실몽실 송정3.5의 디자인과 패키지와 방향이 오롯하게 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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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서울시50플러스가 2022년 진행했던 5060 점프업 창업가 양성과정에서 문미자 이사장이 발표하고 있다.
몽실몽실 송정사회적협동조합은 이 과정을 통해 ‘기업’의 방향을 설정하고, 지원을 통해 호보와 디자인에 대한 자원을 확보했다. Ⓒ 시민기자단 원동업 기자

 

뿐인가? 현재는 성동50플러스센터 내에서 인큐베이팅 공간도 얻었다. 50플러스에 대한 구순태 이사의 말.

“더 큰 세상에 왔다는 걸 느끼죠. 여기서 벌어지는 다양한 활동들, 사람들을 보면서 긴장도 하고, 꿈도 더 크게 꿔요.” 

혼자서는 멀리 갈 수 없다. 그래서 몽실몽실 송정으로 사람들이 모였다. 몽실3.5만으로도 충분하지 않다. 그래서 서울시50플러스나 성동50플러스와도 함께 했다. 협업은 과정인 동시에 우리들의 목적이기도 하다. 사회적협동조합 몽실몽실 송정3.5의 길을 축하해 주러, 이후 함께 하려, 그날 6월 10일, 송정도시재생센터엔 많은 사람들이 모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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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사진 위)몽실몽실 송정3.5가 주민협의체 당시 만들었던 고체비누.
(중간) 송정동 제방에서 수집한 벚꽃, 장미, 환상덩쿨, 은행잎을 피마자기름에서 숙성하고 있다.
(아래) 몽실3.5는 성능과 향이 우수한 고체비누다. 환경 지킴이로서의 의지가 숫자 3.5에 담겨있다.
ⓒ 시민기자단 원동업 기자

 

 

 

시민기자단 원동업 기자(iskarma@daum.ne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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