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달동네, 밋밋한 동네공원서 서울 대표정원 될 꿈처럼…!”
장미꽃 닮은 성동50플러스센터 커뮤니티 사람들, 대현산 장미원 나들이
한 여행전문 인플루언서 블로그(힌클랑)이 남긴 2023년 5월 대현산 장미원(성동구 독서당로 63길 60)의 후기는 이랬다. “놀라운 예쁨 그리고 놀랍게 한적한 고요함.” 아직 대현산 장미원은 ‘널리’ 알려진 곳‘이 아니다. 하지만 한번 가본 이들에게선 경탄이 쏟아진다. 기자의 느낌 또한 그러했다. “이거 만든 공무원분들, 상 받아야 해. 아니 무슨 동네공원을 에버랜드로 바꿔 놨어?”
순천만 국가정원, 성수동 서울숲처럼 다시 태어난 대현산 장미원
올해 2023년은 순천만 국제정원박람회(4.1~10.31)가 열리는 해다. 10년 전인 2013년 열린 이래 순천의 국가정원은 도심권으로도 확장했다. 10년 전 기존의 아스팔트 도로를 걷어내고, 전봇대를 뽑아내며 만든 이 정원은 지역 선순환 발전에 방아쇠가 됐다. 관광객이 증가하고, 일자리가 창출되며, 정주 여건을 크게 개선한 것이다. 소멸을 맞는 지방 소도시 중 순천은 도리어 꾸준히 인구가 늘고 있다.
2023년 현재 서울의 가장 핫한 장소 중 하나로 꼽히는 성수동의 변화가 시작된 장소는 2005년 개장한 서울숲이었다. 대현산 장미원을 찾는 이들의 예감도 그러한 종류다. 대현산 장미정원은 2018년부터 본격적으로 조성돼 2년여간 35종 2만여 장미를 심었고, 그로부터 3년이 지난 현재 장미원엔 48종 4만 8천여 그루 ‘장미’들이 있다. 얼마 전까지 이곳은 아파트 공사 후 조성됐던 특성 없는 공원이었고, 그 이전엔 판자촌 즐비한 달동네였다. 이곳을 ‘무에서 유가 창조된 곳’이라고 부르는 이유다.
지난 5월 19일 금요일, 성동50플러스센터(이하 성동센터, 센터장 이정아)의 16개 커뮤니티와 그 친구들, 동네 이웃들이 나들이 갔던 ‘대현산 장미원’을 이렇게 길게 설명한 이유가 있다. 이곳 성동센터의 ‘선배 시민들의 일상과 꿈’ 또한 이와 같기 때문이다. 생존의 자리를 거쳐, 거친 개발의 시대를 지난 이들은 50플러스센터 안에서 삶의 재생과 나눔의 문화를 꿈꾼다. 그 현장을 함께 했다.
성동센터는 지난해인 2022년 4월 29일 서울숲 더샵 3층에 개관했다. 그로부터 1년여. 성동센터는 많은 일을 해왔다. 인생의 전환을 맞는 중장년의 인생설계 상담, 경력개발과 창업과 창작과 특화사업 같은 일 활동 지원사업, 커뮤니티와 성동실학 그리고 50플러스활동박람회 같은 당사자 지원사업 등이다. 이 같은 활동은 서울50플러스재단과 4개의 캠퍼스 그리고 서울 각 12개 센터의 일과 맥을 같이 한다. 그 활동이 향하는 목적지는 결국 중장년 당사자들. 이번 나들이는 이곳 ‘커뮤니티 회원’들이 서로 만나는 소풍날이다.
씨생, 네모의꿈, 꿈희노밴드…, 씨앗 같은 줄임말 속 성장의 꿈과 기쁨
성동센터의 직원들이 준비한 속 꽉 찬 김밥과 과일과 견과류 등이 담긴 도시락을 받고서 사람들은 그늘 공터에 앉았다. 햇살은 그늘 밖에서 화사하다. 장미는 다랑이논 같은 계단에 가득해서 어느 곳에 있더라도 눈에 담긴다. 수만 그루 장미 그리고 장미과 꽃들이 전하는 색이며 향기는 취할 듯하다. 민권식 씨생(씨앗에게 생명을) 커뮤니티 선배 시민이 ‘장미 소개’를 하겠다며 일어섰다. 그는 전직 조경 전문가다.
“장미엔 가시가 있죠. 그런데 그 가시가 일반의 다른 식물들에 있는 가시와는 달라요. 보통은 나를 먹으려는 동물들을 찌르는 방향이죠.. 장미 가시는 아래로 나 있어요. 생김새가 산악인들이 바위틈이나 얼음을 찍고서 위로 올라가는 장비[피켈, 곡괭이라는 뜻]하고 비슷해요. 장미는 공격하자는 뜻이 아니라 생태적 특성상 손의 역할을 합니다. 성장해 올라가는 거죠.”
이제 겨우 5년, 짧게 잡으면 1~3년여밖에는 지나지 않은 이곳 장미원이 이렇게나 풍성해진 이유를 알겠다. “미워하는 미워하는 미워하는 마음 없이, 아낌없이 아낌없이 사랑을 주기만 할 때, 수백만 송이 백만 송이 백만 송이 꽃은 피어, 그립고 아름다운 내 별나라로 갈 수 있다네.”라고 한 대중가요의 가사는 진짜였다. 장미는 미움 없이, 성장에 집중하는 꽃이다. 꽃들은 무럭무럭 서로 어깨를 겯고 자란다. 아치를 타고, 파고라(원형 돔)를 타고, 로마의 수로를 닮은 아치 다리를 만들며 꽃들은 번성하는 중이다.
뒤편 돗자리에는 예닐곱 명의 멋쟁이들이 모여 있다. ‘종이공작소 네모의 꿈’ 사람들이다. 가로세로 크기가 같은 색종이를 접는(오리가미) 커뮤니티. 이미 하트가 달린 가방을 접었고, 지금은 장미꽃에 도전하는 중이다. 몇 번이나 종이를 접고 펴고 끼우는 손길들이 야무지다. ‘치매 예방’에는 머리와 손을 함께 쓰는 일이 최고라는데, 이들 활동이 딱 부합한다. 외과의들이 작은 바늘에 실을 꿰 몸을 치료한다면, 이네들은 (그들의 손가락으로) 자신들의 즐거움과 창조의 기쁨을 빚는 중이다.
16개 커뮤니티 활동 중, 장미꽃처럼 성장하고 사랑해 나갈 터
성동센터에서 홍보 및 커뮤니티를 맡은 김은주 PM(프로젝트 매니저)이 전하는 성동센터 커뮤니티의 수는 16개. 개관 이후 평균 한 달에 1개 이상으로 만들어진 셈이다. 일상에서 과일을 먹고 그 씨앗을 심어 키워내는 씨생(씨앗에서 생명을, 씨생명술사), 종이를 접는 네꿈(공작소 네모의 꿈)이 그들이다, 더해 보자기 공예의 보자기러버, 드론, 커피, 풍선공예, 플롯, 성악 등 다양한 분야의 커뮤니티가 활동 중이다. 송정동의 협동조합 송정몽실몽실, 미디어 볼런티어(자원봉사자) 모임인 성동MVP. 고래정원 등 예비 및 초기 창업자들을 위한 활동과 공간 지원도 성동센터엔 있다.
행사가 끝나고 마을버스를 타러 가는 짧은 길. 가수 정혜련 님과 동행했다. 이전엔 50플러스 도심권센터서 줄곧 활동해왔고, 성동센터가 생기면서 가까운 이곳으로 옮겼다. 우쿨렐레를 오랫동안 연주해 온 그는 이곳 성동센터서 도시농부 스마트 수경재배를 배웠다. 영양제를 뿌려주고 LED 불빛으로 자라는 상추인데도 맛이나 육질이 훌륭한 데 놀랐다. 수강생들과 꽃차 만들기 공모사업까지 확장한 이유다.
아울러 그녀는 여기 성동센터서도 우쿨렐레 커뮤니티가 뿌리내리는 데 열심이었다. 그리고 오늘은 ‘어쿠스틱 기타 동아리’ 결성을 위한 발표를 오후에 진행할 예정이다. 일곱 명쯤이 함께 하는 일이다.
“음악에 치유의 힘이 있거든요. 꿈과 희망을 널리 퍼뜨리는 밴드가 되고 싶어요. 그래서 우리 밴드 이름이 꿈희노밴드예요.”
장미가 가시 손을 내어 한뼘 한뼘 하늘을 향해 나아갈 때, 속마음이 저러할 것인가? 미움없이 미움없이 아낌없이 사랑을 주기만 할 때의 그 노래. 사랑의 다른 이름은 기쁨 가득한 성장과 나눔일 것이다, 성동50플러스 사람들의 마음이 장미 향기처럼 퍼졌다.
시민기자단 원동업 기자 (iskarma@daum.net)