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10월 24일부터 11월 17일까지 서울시50플러스 북부캠퍼스에서 선배시민멘토단 직무교육이 있었다. 교육실2에서 정환희 선임의 진행으로 참여하신 시민멘토의 자기소개로 시작되었다. 

 

선배시민멘토단이 장보성 교사와 김윤현 팀장의 소중한 특강을 경청하고 있다.
▲ 선배시민멘토단이 장보성 교사와 김윤현 팀장의 소중한 특강을 경청하고 있다. ⓒ 50+시민기자단 민명식 기자

 

서울시50플러스 북부캠퍼스의 시민멘토의 강점이 숨겨온 화력장비처럼 드러나기 시작하였다. 각자 그동안 살아온 소중한 경험과 기술에 덧입힌 멘토로의 의지를 드러내는 시간이었다. 그동안 살아온 문양이니 얼마나 소중하겠는가. 이를 청소년들에게 나눈다는 뜻이니, 이 또한 얼마나 고귀한 일인가. 전장에 나서는 장수와 같은 각오와 의지가 불꽃을 튕기는 순간이었다.

 

이어서 청소년도서관 작공의 장보성 대표 교사의 아주 소중한 특강이 있었다. 장보성 교사가 나지막한 톤으로 들려준 ‘청소년도서관’의 이름을 달고 “홀로 세상에 왔다”라고 하는 보호 종료 청년들의 이야기가 교육실에 무겁게 내려앉았다.

 

기자가 청년 시절에 일산의 홀트 아동복지원을 다녀온 후로는 이 땅에 전쟁의 상처는 아물어가고, 전쟁고아는 더는 없는 줄로 생각하면서, 따스하게 살아온 시간에 대한 부끄러움이 솟구쳤다. 깊은 상처를 안고 부모를 모른 채, 시설의 아이들이 기억에서 멀어지면서, 전쟁 없는 시절이라고, 하늘 푸르고, 바람결 고운 세상에 휩쓸려 살아왔다. 지금 듣고 있는 보호 종료 청년들 이야기는 간간이 사회적 이슈의 하나로 인식하고 살아온 시간이, 참담하게 미안하고 부끄럽고 아팠던 시간으로 거칠게 달려온다. 다행히, 후회하고 반성하는 시간을 이쯤에나마 얻을 수 있었다는 사실에 다소 위안이 되고 있다.

 

장보성 교사는 멘토들에게 강연중 이다
▲ 장보성 교사는 멘토들에게 “만나서 즐겁게, 나라도 괜찮으면, 나도 있어. 나도 손을 잡고 갈게, 이 손을 잡아 주고 싶구나. 나도 있어.” 이렇게 가볍게 시작하면 좋겠다고 말한다. ⓒ 50+시민기자단 민명식 기자

 

이 보호 종료 청년들 눈으로 보는 세상은 여전히 회색빛 배경, 그렇고 그런 모습으로 살아왔고, 또 앞으로도 아무렇지 않은 듯 지나고 있을 것이라는 생각에, 특강을 듣는 시간 내내 마음이 아팠다. 혹여, 손안에 꽃이라도 하나 들여지는 순간에, 이를 쥐고 찾을 수 있는 부모님의 묘소가 있다는 사실이 얼마나 큰 축복인가라는 생각조차, 이 친구들에게 사치란 이것이구나 싶었다.

 

그러나 여기에 머물 수만 없는 것이 세상살이다. 여기까지 오는 아픔보다, 몇 곱절 더 많은 시간 동안, 너희들은 반드시 행복하여야만 하겠기에, 멘토들의 작은 관심이 선배시민멘토단으로 이름을 지어질 수 있다는 사실은 다행스러운 ‘인간 존중’의 가치일지 싶었다.

특강을 듣는 한 사람 한 사람 멘토들의 굳어지는 마음만큼, 의지도 굳어지고, 교육실은 침묵으로 무거워진다. 이 침묵과 고요 속에 멘토들은 함께해야겠다는 뜻이 모이고, 그 한 점 시선의 초점은 별처럼 반짝였다.

 

그 어떤 감동의 영화가 따로 있을까? 이 가까운 곳에 우리의 보호 종료 청년들이 기댈 곳이 없어 허전하게 허공에 떠 숨을 쉬고 있는데, 이들이 쥐어진 정착금을 그동안 해보지 못했던, 먹을 것에, 입을 것에, 쓰고 싶었던 것에 쓰는, 그 한 번의 실행을 누가 잘못이라고 이야기를 할 수 있을까.

 

강연중인 사진
▲ 장보성 교사는 “멘토들이 성찰해야 할 것 중에 하나, 꼰대 주의보를 스스로에 내려야 한다. 내가 왕년에 뭐였고, 뭐였다. 나는 1도 관심 없는데… 결국 자기 자랑, 자기 인생 초라하지 않다는 걸 반증하는 그 희생물에, 내가 왜 대면해야 하느냐고….” ⓒ 50+시민기자단 민명식 기자

 

네가 평생에 한 번 그렇게 살아보고 싶었던 일을 하였다면, 나는 네게 손뼉을 치면 응원해야 하는 것이 옳지 않은가 싶었다. 오랜 시간 금융과 경제를 교실에서 이야기할 때 그 반대의 주장을 펼쳐왔던 나는, 지금 그 자리에서 180도 선회한 결론을 이 청년들에게 건네야만 하는 현실은 슬프지만, 마음 깊이 공감되는 순간이다.

 

그러나 더 오래 멀리 가야 하겠기에 이 청년들에게 그 지혜를 건네줄 한마디 남겨놨다는 사실에 안도감도 들었다. 그래 가보자, 함께 가보자. 그렇게 가다 보면 너와 나는 우리가 진정 가야 할 곳에 가 있지 않겠는가. 삶이 어렵고 힘겹다고 하지만, 갈 수 없는 곳이 어디 있겠는가. 살아와 보니 그렇다더라 하고 이야기해도 이들이 이 말의 진정성을 알아차릴 수 있는 그 시간도 함께 오겠지, 희망하면서….

 

우리가 이 땅에 살아간다는 것은 단순하지 않지만, 풀지 못할 실타래는 아닌가 싶어서 다행이라는 생각이 들었다. 

 

장보성 교사 사진
▲ “아이들을 만나서 멘토가 된다는 건 진짜 어른이 되어가는 과정인 것 같다”라는 장보성 교사 ⓒ 50+시민기자단 민명식 기자

 

장보성 교사는 “아이들은 만나고 헤어지는 게 굉장히 익숙하다. 멘토로 봉사자로 자처했으나 그 지속의 시간이 짧아서. 똑같은 봉사자들의 반복된 행동의 학습과 경험으로 고착되고 있다”라고 한다. “아이들을 만나서 멘토가 된다는 건 진짜 어른이 되어가는 과정인 것 같다. 함부로 위로하지 않는다. 함부로 조언하지 않는다. 행복한 척하지 않는다. 불행한 척하지 않는다. 정직하겠다.”

 

왜 한 개인 장보성 교사가 청소년들의 직장을 걱정해야 하는가. 이제 우리의 사회와 국가도 충분히 이들에게 원하는 일자리에서 함께 대한민국을 짊어지고 갈 수 있는 그 자리를 마련해주어야 할 것이다. 그렇게 하도록 우리는 국가에 명령을 해야 할 것이다.

 

이것이 시민멘토단의 또 다른 할 일이 아닐지 싶었다. 개인과 이웃이 사회와 국가가 함께 이 친구들이 외로움에 떨지 않도록, 많지 않은 호흡에 쓰는 허공의 공기가 부족하다고 느끼지 않도록 해야겠다. 우리는 오늘 이 자리에서 성찰과 다시 시작이라는 실천의 바퀴를 굴려야 할 것이다. 멘토들과 함께라면 가볍게 이 언덕을 넘어설 수 있으리라 믿으면서 첫 번째 강좌를 마쳤다.

 

11월 17일, 두 번째 특강이 있었다. 성모자애드림힐 김윤현 팀장은 처음 입사했을 때 가난하게 자라온 자신보다 더 풍족한 생활을 하는 아이들에 놀랐고, 그에 반해 공부를 못하는 아이가 많아 놀랐다고 한다. 그리고 생각보다 대학 진학률이 높지 않아 놀랐다. 하지만, 하루하루 일상을 보고 함께하는 시간이 길어질수록, 그럴 수밖에 없겠다는 생각을 했다. 아이들의 생활은 시설 안에서만 이루어진다. 학교생활을 제외하곤 모든 것이 시설 안에서 해결된다. 사회와 또래 안에서 사회화가 아닌 시설 안에서 시설화된다고 한다. 머리도 미용실이 아닌 원내 강당에서 미용 봉사자에게, 친구와 자전거를 타고 동네 탐방이 아닌 여가 생활 프로그램을 통해 생활지도원 선생님과 원내 아이와 함께 자전거를 탄다. 사진을 찍고 소감문을 쓰고 영화를 봐도 자기가 보고 싶은 것이 아닌 후원해 주는 영화를 보고 감사 편지를 쓰는 수동적 생활을 한다. 옷을 사면 무엇을 샀는지 사진을 찍고, 피복비를 지원받았다면 인증사진과 감사의 편지를 써야만 하는….

 

강연중인 모습 사진
▲ 김 팀장은 “길면 20년, 짧으면 2~3년을 시설에서 성장하고, 20살이 되어 자립하는 아이들은 실상 이 세상에 갓 태어난 아기와 같다”라고 한다. ⓒ 50+시민기자단 민명식 기자

 

자립생활에 가장 어려운 점은 금전적인 문제에서 오는 어려움이 아니라 ‘외로움’이라는 말에, 이것이라면 우리 멘토들이 할 수 있는 일이 아닌가 싶었다. 조심스러움과 부끄러움과 또 보이지 않았던 나 자신을 포장하기 위해서라는 마음에서 벗어나, 이것만큼은 우리도, 나도 충분히 해낼 수 있을 것이란 확신이 들었다.

 

김 팀장은 “아이들은 내가 지금 잘해나가는지, 이것과 저것 중 어느 것을 선택해야 할지 물어보고 대화를 나눌 존재가 세상에는 없다는 것, 모든 일상을 마치고 현관문 안으로 들어서는 순간 세상에 오직 혼자라는 사실을 이겨내야 하는 것이 가장 힘들었다”라고 하는 말에 이 자리에 함께한 선배시민멘토들은 충분히 정직하게 잘 수행해나갈 수 있을 것이라는 다짐도 해본다.

 

아이들에게 다양한 매뉴얼이 있다고 한다. 특별한 서비스로 제공되는 8대 영역 자립지도 매뉴얼이다. 그러나 생활하는 아이들의 자립 수준이 높지만은 않다고 한다. 이렇게 매뉴얼화 된 매뉴얼은 매뉴얼일 뿐이다. 우리 일반가정의 생활과 동떨어진 현실의 결과로 이해된다. 김 팀장은 “매뉴얼이 필요한 것이 아니라, 실패하더라도 지지하고, 삶에는 여러 길이 있다고 경험을 토대로 조언하며, 성공했을 때 함께 기뻐하고, 외롭고 힘겨울 때 언제든지 전화해서 투정 부릴 수 있는 ‘사람’이 필요한 ‘사람’이다”라고 강조한다.

 

50+자원봉사단 선배시민멘토단은 두 번의 특강을 통하여 사회에서 부모가 아닌 타인과 가족을 이루어 시설아동이라는 낙인에도 꿋꿋하게 성장하여 20살의 나이에 홀로 생활을 꾸려나가는 청년들의 진정한 자립에 박수와 응원을 보내며, 이들이 기대앉을 수 있는 작은 의자가 될 수 있으면 하는 바람과 더불어 굳건한 다짐의 시간이었다.

 

50+자원봉사단 선배시민멘토단 명찰사진
▲ 어려운 환경에서도 웃음을 잃지 않고 시민멘토단을 이끌어 온 정환희 선임은 보호 종료 청년을 보살피듯 시민멘토단을 챙겨주었다. 이렇게 하라는 듯이, 이 활동에 참여한 50+자원봉사단 선배시민멘토단. ⓒ 50+시민기자단 민명식 기자

 

 

50+시민기자단 민명식 기자 (saeunmin@naver.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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