강서50플러스센터의 ‘인디자인(Indesign)으로 내가 만드는 나만의 책’ 강좌
세상이 바뀌어도 책은 소중하지만, 책 내는 방법은 달라졌다는…
단번에 눈길을 사로잡는 동영상을 소셜미디어(SNS)에 올리는 것이 유행인 시대다. 좀 더 긴 볼거리로도 유튜브나 TV에 나오는 다양한 동영상들이 정보를 전달하거나 감성을 자극하는 수단으로서 자리를 더욱 넓혀가고 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많은 사람들이 책 읽기를 즐겨하고 또 중요하게 생각하고 있다. 빌 게이츠도 “나에게 소중한 것은 하버드대학의 졸업장보다 어머니가 길러 준 독서 습관이었다”라고 했다는 얘기가 있다. 어쨌든 시간과 공간을 달리하는 사람의 생각과 경험과 지식을 손안에 펼쳐 볼 수 있다는 것은 다시 생각해도 놀라운 일이다.
보통 우리가 ‘책’과 갖는 관계는 다른 사람이 쓴 것을 읽는 ‘소비자’인 경우가 대부분이다. 그런데 반대로 내가 ‘책’을 만들어서 다른 사람들에게 읽게 하는 ‘생산자’가 될 수 있다면? 학창 시절에 문학소년·소녀를 꿈꾼 적이 없는 사람이라 하여도, 뭔가 새로운 욕구가 고개를 드는 느낌이지 않을까? 그러나 과거에는 일반인이 책을 낸다는 것은 언감생심, 과정이 보통 번거로운 게 아니었다. 아무리 좋은 아이디어를 가지고 있어도 출판사를 정해서 상담을 해야만 했다. 출판사가 수지타산을 생각해서 출판에 합의한다 하여도 원고완성→편집→인쇄의 과정은 또 다른 고역이었다.
그런데 이 과정 중 실제 책의 디자인을 결정하는 편집과정에 특화된 컴퓨터 프로그램이 생겨서 출판을 편리하게 해주고 있다. 어도비(Adobe)사에서 개발한 인디자인(InDesign)이라는 소프트웨어가 바로 그것이다. 전자문서(pdf)를 볼 때 흔히 쓰이는 아크로배트(Acrobat)나 사진편집에 애용되는 포토샵(Photoshop), 그래픽디자인에 널리 사용되는 일러스트레이터(Illustrator) 등을 개발한 그 어도비라는 회사의 제품이다. 혼자서도 컴퓨터 한 대만 있으면 얼마든지 수백 페이지의 책이라도 편집디자인을 할 수 있는 세상이 된 것이다.
50플러스센터에서 배울 수 있는 내 책 만들기
이 같은 의미에서 강서50플러스센터는 인디자인을 통해서 나만의 책을 만드는 방법을 가르쳐 주는 강좌를 열고 있다. 11월 2일부터 매주 화, 목요일에 두 시간씩 강좌가 열리는데, 가장 고액(무려(?) 3만 원)의 수강료에도 불구하고 15명의 정원이 일찌감치 마감되었다고 한다. 그만큼 이 강좌는 심심풀이로 듣는 것이 아니라 어느 정도 필력과 기획력을 갖춘 수준 높은 수강생들이 지원하는 프로그램이란 뜻이겠다. 강사인 장정옥 선생은 정부가 설립한 종합기술전문대학인 한국폴리텍대학 강서캠퍼스 출판편집디자인과에도 출강하고 있는 전문가이다. 이번 강좌도 수강생들의 요구수준을 반영하여 시간 낭비 없이 알차면서도 타이트하게 진행하여 오고 있다.
▲ ‘인디자인(Indesign)으로 내가 만드는 나만의 책’ 강의실 전경
▲ 교재를 설명하는 장정옥 강사. 매시간 강의내용을 추가로 웹하드에 올려준다고.
▲ 어도비 인디자인 프로그램의 로그인 초기 화면
▲ 미리 작성해 둔 원고를 인디자인 포맷에 맞추어 올리기 실습
기자가 찾아간 11월 11일은 벌써 네 번째 강좌여서인지 수강생들이 인디자인 프로그램의 기본적인 조작 방법은 익혀 놓은 상태로 보였다. 전체적인 내용은 장 강사가 웹하드에 올려놓은 원고(‘꽃말’ 주제의 이야기)에 여러 가지 형태의 이미지를 추가하여 원고 내용이 돋보이게 편집해 보는 것이다. 우선 각자의 컴퓨터에 깔아놓은 인디자인 프로그램에 로그인하고 책 본문의 기본형태를 만든다. 장정옥 강사는 각 면마다 크게 세로로 3개로 구분되는 형태를 권한다. 그 위에 꽃말 원고를 복사한 다음 상하좌우의 여백을 적절하게 조정한다. 인디자인 기본포맷의 특징 중의 하나는 나중에 실제 인쇄되는 과정을 감안하여 화면에서 윤곽을 다양하게 조절할 수 있다는 점이다. 책 편집디자인에 특화된 유용한 기능이라고 볼 수 있다.
본격적인 편집디자인 – 이미지와 글자 디자인
그다음은 구글이미지 같은 사이트에서 원고 내용과 어울릴만한 사진(주로 꽃 종류)들을 찾아서 원고의 글귀 여기저기에 모양 좋게 넣는 작업이다. 장 강사의 시범에 따라 수강생들은 몇 개의 사진을 사각형, 원형, 육각형 등으로 바꾸거나 이리저리 옮겨 본다. 그리고 글귀 가운데에 사진을 삽입할 때 사진이 글과 너무 붙어서 모양이 답답한 경우에 사진 주위에 적당한 간격을 만드는 방법도 시도해 본다(사진6). 짧은 강의 시간이지만, 몇 가지 현란한(기자가 보기에는) 기법도 공개하는데, 예를 들면 꽃 사진에 나비 사진을 갖다 붙일 경우 나비 사진의 배경이 사라져서 자연스럽게 보이도록 하는 방법도 있다(사진7).
▲ 본문에 사진 이미지를 삽입하고 다양하게 디자인해 보기
▲ 글귀에 삽입한 사진이 적당한 간격을 보이도록 하는 기법
▲ 두 개의 사진을 합성할 경우(왼쪽 나비) 어색한 배경을 사라지게 하는 기법
▲ 실습에 참고할 튜토리얼 메뉴와 교재
이어서 글자 부분도 제목과 본문의 서체, 크기, 색깔 등을 다양하게 바꿔보는 방법도 배운다. 글의 내용이나 각자의 개성에 맞게 모양과 배치를 바꿔보는 것이 손쉬우니, 인디자인의 매력을 단번에 느끼게 된다. 수강생들은 오늘 배운 기능을 활용해서 각자 나름의 미니(mini) 편집작업에 몰두한다. 장 강사가 나눠준 꼼꼼한 교재와 컴퓨터 스크린을 번갈아 쳐다보면서 여러 가지 메뉴를 실습해 보느라 옆에서 말 붙일 새도 없어 보인다. 이런 종류의 컴퓨터 강좌가 그렇듯이 메뉴에 익숙지 않으면 엉뚱한 결과가 나오게 되는데, 장정옥 강사는 여기저기 강의실 안을 누비면서 수강생들을 직접 지도해 준다.
한 권쯤은 책을 통하여 이름을 남기는 것도
인디자인으로 편집디자인한 원고를 바로 인쇄판으로 만들어서(이 기술을 CTP; Computer To Plate라고 한다.) 인쇄기에 걸면 그대로 인쇄가 된다. 덕분에 이런 프로그램을 사용해서 1인 출판을 하는 사람들이 늘어나고 있다고 한다. ‘원고작성-편집-인쇄-마케팅’ 과정을 개인이 처리하는 ‘독립출판’, 나아가 낮은 비용으로 출판을 대행해주는 ‘1인 출판사업’까지 가능하게 되었기 때문이다. 이러한 새로운 출판 양태는 선진국에서는 하나의 흐름으로 자리를 잡고 있으며, 일반인들도 자신만의 의미를 담은 책을 낼 수 있게 해주는 방법이 되고 있는 것이다.
책이라는 형태의 미디어도 20여 년 전부터 전자화되기 시작하여, 요즘은 웬만한 책은 e-북(전자책)이 동시에 출간된다. 그 전자책을 만드는 데에도 더할 나위 없이 기여하고 있는 것이 인디자인 같은 편집 프로그램이다. 디지털 기기 스크린의 빤들빤들한 촉감이 종이의 소박한 질감과 다르기는 하지만, 두꺼운 책 여러 권을 들고 다니는 수고를 덜어준다는 점에서 큰 효용이 있다.
거창하지 않더라도 내 생각을 담은 책을 출판해서 누군가에게 선물할 수 있다면 사람으로서 ‘죽어서 이름을 남기는’ 방편이 되지 않을까 하는 상상의 비약도 너무 엉뚱하지는 않을 것이다.
50+시민기자단 박동원 기자 (parkdongwon92@gmail.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