구찌, 페라가모 등 명품이 태어난 이태리의 피렌체는 가죽공예가 유명하다. 구찌는 여기서 가죽공예를 배워 자신의 이름을 딴 조그만 매장을 연다. 이것이 명품 구찌의 시작이다. 서울에서도 피렌체 장인 정신으로 가죽공예를 하는 곳이 있다.
뚝딱뚝딱 들려오는 망치 소리를 따라 강서50플러스센터 지하로 들어선다. 10명의 수강생이 이태리 장인처럼 가죽을 붙들고 바느질에 여념이 없다. 지퍼가 달린 필통 만들기가 한창이다. 우리가 잘 알고 있는 루이뷔통, 샤넬, 구찌 등 명품 가방은 이태리 천연가죽으로 만들어진다. 명품 가방은 왜 다를까? 지퍼를 여닫을 때 가죽에 많은 스트레스를 주는데, 여기서 차이가 나타난다. 일반 가방은 봉제 부문이 울거나 떨어져 나올 수 있다.
“바느질이 너무 힘들어.” 수강생인 최경은 씨와 전성자 씨가 마주 보며 이구동성으로 말한다. “두꺼운 옷도 바느질하기 힘든데, 가죽을 바느질하려면 가죽을 뚫어야 해요. 바늘을 넣기도 힘들고, 빼내기도 힘들어요.” 가만히 보니 가죽을 바느질할 때는 두 바늘을 한 구멍에 교차시켜야 한다.
▲ 압박붕대를 하고 투혼을 불사르는 최경은 씨.
최경은 씨는 망치질과 바느질로 손목이 시큰거려 압박붕대를 하고 투혼을 불사르고 있다. “가죽 제품을 직접 만드는 데 흥미가 있어서 왔는데, 너무 힘들어요.” 그러면서도 바느질을 멈추지 않는다.
▲ 바느질에 집중하는 모습이 도를 닦는 것 같다.
가죽공예는 혼자 꼼지락거리며 장시간 앉아서 하는 작업이다. 가죽공예 강의장을 들어가 보니 정말 조용하다. 각자 앉아서 바느질을 한땀 한땀 하느라 서로 이야기가 없고, 쳐다보지도 않는다. 도를 닦는 모습처럼 온통 바느질에 집중이다. 조금만 딴 신경을 쓰면 아뿔싸 바늘에 찔려 피를 본다. 휴지에 피를 닦으면서 바느질하는 모습을 보니 처연한(?) 작업 광경이다. 바느질 때문에 하다가 그만둔 사람이 있다고 한다.
윤석우 씨는 목공에 취미가 있어, 남부기술교육원에서 목공을 배워 의자도 만들어 봤다. 그러나 아파트인 집에서 목공을 하기에는 먼지가 많이 나고, 소음이 시끄러워서 할 수가 없어 접었다고 한다.
▲ 지퍼 달린 필통을 만드는 작업에 집중하는 윤석우 씨.
마침 강서50플러스센터에 ‘뚝딱뚝딱 가죽공예’ 수업이 있어, 강남에서 여기까지 배우러 왔다. 이것은 집에서도 할 수 있지 않을까 하여 왔단다. 손재간이 좋은가 보다. 교육생 중에서 제일 먼저 완성해 가고 있다. 윤석우 씨는 교육받은 사람들끼리 커뮤니티를 만들어 이런 활동을 지속했으면 하는 바람이다.
가죽공예는 비용이 상당히 들어가는 취미생활이다. 가죽 구매비용이 만만하지 않다. 가죽공예를 하는 장비가 하나둘이 아니다. 장비 상자를 살짝 들여다보니 망치부터 갖가지 도구가 들어있다. 이번 교육 과정에는 재료비만 따로 내고, 장비는 빌려서 하고 있다. 먼저 지퍼 달린 필통을 만들어 보고, 최종 제품으로는 메고 다닐 수 있는 미니보조 가방을 만들 예정이다.
명품을 만드는 피렌체 장인처럼 한 땀 한 땀 바느질하여 만든 가방을 메고 다닐 생각을 하니 벌써 기대가 충만한 모양이다. 미니 가방 이야기를 할 때면 얼굴이 살짝 상기된다.
왜 저렇게 손에 피를 묻히고, 붕대를 감고 바느질을 열심히 할까? 수익 창출이나 인생 제2막을 준비하려고 하는 것도 아닌 거 같다. 그냥 단순히 만드는 데 집중하고, 완성된 작품을 보면 느끼는 희열. 그게 행복이 아닐까.
50+시민기자단 남영준 기자 (bransontiki@naver.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