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2년 서울50+[뉴딜]인턴십 참여자 인터뷰③  

50+그린뉴딜 전문인력 ┃ 코발트사회적협동조합 최건희

배우는 자세로 단절된 경력을 극복하다. 

 코발트사회적협동조합은 서울시 광진구에 위치한 마을기업이다. 마을형 평생교육원, 공유 주방 플랫폼, 아트테리어 등의 다양한 지역 활성화 사업을 통해 지역 일자리 창출 및 사회공헌을 인정받아 2020년 창의·혁신 사회적기업으로 인증되었다. 올해 7월에는 인천공항공사의 지원을 받아 신중년 일자리 창출 및 지역 주민 교류 활성화를 위한 ‘라운G’를 개소하여 지역민을 위한 커뮤니티 공간을 운영 중이다. 이제 막 문을 연 생기 넘치는 공간에서 생애 두 번째 커리어를 시작한 최건희(만 53세) 인턴을 만나보자.  

▲ 코발트사회적협동조합 최건희 

반갑습니다. 본인 소개 부탁드려요.

 

현재 50+인턴으로 어떤 업무를 담당하고 계신가요? 코발트사회적협동조합에서 선생님의 역할을 소개해주세요.



 음. 저는 모든 걸 배워가는 입장이라 제가 특정 역할을 수행 중이라고 말하기가 조금 쑥스럽네요. 제가 책임지고 담당하는 업무가 있다기보단 다양한 업무를 경험하고 있어요. 라운G 공간 활성화를 위한 프로그램을 제안하고, 홍보 콘텐츠를 제작하는 등 직원들을 지원하며 여러 업무를 경험하는 중입니다.

‘배워가는 입장‘이라는 표현이 궁금한데요. 50+인턴십을 통해 새로운 분야에 도전 중이신가요?

 50+인턴십으로 다시 사회생활에 도전 중이죠. 저는 소위 말하는 경단녀에요. 결혼 후 남편 직업으로 10여 년간 해외에 거주하다 40대에 한국으로 귀국했어요. 해외 이주, 육아 등 여러 사정으로 일과 멀어졌다가 50+인턴십으로 20여 년 만에 다시 사회생활에 도전하고 있는데요. 스스로 사회초년생이라 생각하며 배우는 자세로 인턴십에 임하고 있습니다.

50+인턴십으로 인생 2막에 도전하신 셈이네요. 경력단절여성으로서 사회 활동 복귀가  쉽지는 않으셨을 것 같아요. 어떤 노력들을 하셨으며, 특별히 50+인턴십에 지원하신 계기가 있으신가요?

 육아와 살림을 하며 간간히 자기계발을 했어요. 막연한 마음으로 혹시 나중에 도움이 될까 이것저것 배우고, 미술심리상담사 자격증 취득 및 장애인 활동 보조인 교육을 이수하였는데 취업과 연결되진 않았어요. 경단녀로서 취업의 벽을 허무는 게 어렵기도 했지만, ‘나는 안 될 것 같다’라는 생각에 도전 자체를 꺼렸던 것도 사실이에요. 지원 계기는 코발트사회적협동조합의 철학과 활동들에 마음이 끌려서인데요. 이곳이 원래 경력단절여성의 배움터 사업으로 시작했고 캡틴(대표님)도 경력 단절을 극복하고 창업한 여성 디자이너라는 기사를 접하고선 잠재된 열정이 순간 타올랐던 것 같아요. 사실 모집 기간 마지막 날에 공고를 접했거든요. 원래의 저라면 포기했을 법도 한데 왜인지 열심히 이력서와 자기소개서를 썼던 기억이 나네요.  

지원 과정에서의 어려움은 없으셨나요? 지원 서류나 면접은 어떻게 준비하시고 임하셨는지 궁금해요.

 서류 준비하면서 친구들에게 ‘우리 자소서 없을 때 회사 들어간 게 천만다행이다.’라고 얘기했던 기억이 나네요(웃음). 자기소개서 작성이 가장 어려웠어요. 회사의 입장에서 저의 경험과 열정을 잘 판단할 수 있도록 정리된 언어로 스스로를 표현하는 것이 보통 일이 아니더라고요. 취준생의 마음을 조금이나마 이해하는 시간이었답니다(웃음). 면접은 최대한 솔직하게 임했어요. 특히 업무 능력에 관련한 질문, 예컨대 컴퓨터 활용능력과 같은 질문에는 부풀림 없이 제가 할 수 있는 것과 없는 것들 객관적으로 얘기했죠. 또 제가 할 수 있는 일 중 업무와 연결 가능한 부분들을 어필했던 것 같아요. 해외 경험을 통한 언어 능력, 자료조사나 정보 탐색 범위도 글로벌할 수 있다는 점 등을 저의 장점으로 얘기했고, 아이를 양육하며 경험한 지역 공동체의 필요성을 언급하며 협동조합에 지원한 동기를 전달했어요. 생각보다 면접 분위기가 딱딱하지 않아서 긴장을 풀고 차분하게 면접 볼 수 있었던 것 같아요.     

다시 업무 얘기를 해볼게요. 배우는 자세로 여러 업무를 경험하시는 중이라고 하셨는데요. 구체적으로 어떤 업무들을 경험하고 계시는지요.

 인턴십 참여 직후에는 개소식 준비로 바빴어요. 라운G는 지난 7월에 정식 개소했는데요. 개소식 행사를 위해 필요한 업무들이 굉장히 많더라고요. 제가 주도적으로 특정 업무를 담당한 것은 아니지만, 공간 정비, 참여자 리스트 정리, 프로그램 운영 지원 등 도움이 필요한 부분에 손을 보탰죠. 개소식 이후에는 이곳 라운G 홍보에 집중하고 있어요. 공간 소개 자료를 위한 텍스트를 재정리하고, 공간 활성화를 위한 블로그와 SNS 홍보 콘텐츠를 제작하여 매주 정기적으로 게시하고 있어요. 요즘은 지역민들을 대상으로 저희 공간에서 진행할 수 있는 커뮤니티 프로그램에 대한 아이디어도 고민 중입니다. 

업무는 어떤 방식으로 정하시나요? 모르는 업무나 일하시며 어려움을 느낄 때는 어떻게 해결하시는지도 궁금해요. 

 대부분 캡틴과 조율하여 업무를 정해요. 이곳은 모두 닉네임으로 소통하는데요. 초반엔 어색했지만 익숙해지니 오히려 오픈 마인드로 소통할 수 있는 시스템이에요. 캡틴이 현재 조직에 필요한 일들을 공유해주고 제가 할 수 있는 역할과 방향, 목표 등을 함께 논의해요. 사실 오랜만에 일하니 낯설고 어려움을 느끼는 부분이 꽤 많은데요. 막막할 땐 우선 관련 서류를 찾아보거나 인터넷으로 검색해요. 도움을 요청하기 전에 먼저 스스로 할 수 있는 방법을 찾아보는 센스가 필요한 것 같아요. 실제로 그 과정에서 문제가 해결되기도 하고요. 그래도 해결되지 않으면 직원분께 도움을 요청해요. 저희는 디지털 툴로 업무 소통을 하는데요. 시공간 제약 없이 이슈를 공유하고 궁금증을 해결할 수 있어서 저같이 초보 일꾼에게는 오히려 유용하더라고요. 

실제로 업무를 해보시니, 50+인턴십을 수행하기 위해선 어떤 능력이 필요하다고 생각하세요?

 생각지 못했는데 의외로 중요한 것이 디지털 능력인 것 같아요. 특히 모바일 기반의 채널이나 플랫폼에 대한 이해가 필요해요. 요즘 홍보 업무를 위해 인스타그램과 친해지는 중인데요. SNS의 즉각적인 반응을 경험해보니 ‘아 홍보하려면 SNS를 해야겠구나' 수긍이 되더라고요. 덧붙여서, 다양한 업무 툴이나 템플릿을 배우면 도움 되리라 생각해요. 최근에 캡틴과 파워포인트 대신 마인드맵 템플릿을 활용해서 아이디어 문서를 작성했는데, 일하는 사람이 쓰기도 편하고 타인이 보기에도 문서가 깔끔해서 이런 템플릿을 활용하면 일의 효율을 높일 수 있다는 걸 배웠죠. 무엇보다 ‘창의성’이 있으면 재밌게 일할 수 있으리라 생각해요. 경험하는 바로는 모든 업무에 좋은 아이디어가 필요한데, 저는 이 부분이 쉽지 않아 노력하고 있습니다(웃음).  

업무 외적으로 경험하시는 어려움도 있으신지요?

 다시 사회생활을 한다는 것은 일을 배우는 것 뿐 아니라 새로운 상황과 인간관계에 놓이는 거잖아요. 그러다보니 낯선 게 많았어요. 초반에는 동료들과 스몰토크 하는 것도 어렵게 느껴지더라고요. 대화 하면서도 ‘이런 얘기를 하는 게 맞나...?’ 속으로 걱정하고(웃음). 사람마다 다르겠지만, 이런 부분은 그저 시간의 문제라고 생각해요. 오랜 시간 엄마와 아내로 살다 다시 사회로 나왔으니 적응의 시간이 필요한거죠. 처음에 어색했던 인간관계나 사소한 직장 규칙들이 이제는 많이 익숙해졌어요.

50+인턴십을 통해 느끼는 보람이나 성취감은 무엇일까요? 50+인턴십으로 선생님께 생긴 변화가 있다면 알려주세요.

 ‘무엇이든 부딪혀보자’라는 마음가짐을 갖게 된 것이 가장 큰 변화에요. 모르는 일을 하게 된다거나 오랜만에 도전한 사회생활이 낯설다거나, 사실 걱정하던 일들은 실제로도 일어나지만 일단 시작하니 어떻게든 하게 됨을 느껴요. 주어진 미션들을 하나하나 해낼 때마다 자신감도 생기고 가족에게 저의 또 다른 모습을 보여주는 것도 색다른 즐거움이고요. 스스로 도전하여 인생의 새로운 시작점을 만든 것이 50+인턴십이 제게 준 가장 큰 의미라고 생각해요.  

이야기를 나누다보니, 50+인턴십은 새로운 삶을 위한 징검다리라는 생각이 듭니다. 선생님과 같이 50+인턴십을 통해 새로운 시니어 커리어에 도전하고자 하는 분들에게 어떤 조언을 해주고 싶으신지요. 

 너무 많이 고민하지 마세요. ‘나는 일해 본 경험도 없는데 지원할 수 있을까’, ‘주어진 일을 못하면 어떡하지’ 고민의 고민을 하다보면 결국 ‘에이, 난 안될거야’라는 결론이 나오잖아요. 어쩌면 우리 스스로 발목을 잡는 것일지도 몰라요. 그냥 저처럼 ‘지원이라도 한번 해보자’라는 가벼운 마음으로 일단 도전하시라는 말씀을 드리고 싶어요. 음. 그리고 이게 희망을 드리는 이야기인지는 모르겠지만(웃음), 어떤 면에서는 오히려 마음 편하게 일할 수 있어요. 경력이나 전문성을 갖추지 않았기에 오히려 일에 대한 편견이 없거든요. ‘이런 걸 왜 시키지?’가 아니라 ‘이런 일을 하는거구나’ 라는 마음으로 모르면 물어보고 배우면서 여러 경험을 할 수 있으니, 고민보단 Go해보세요. 

앞으로의 계획이 궁금합니다. 

 코발트사회적협동조합에서의 인턴 활동을 무사히 마치고 싶어요. 지금 하고 있는 홍보 업무, 또 곧 제가 호스트로 운영할 커뮤니티 프로그램 모두 잘 마무리된다면 좋겠네요. 인턴십이 끝난 후의 계획은 아직 없는데요. 다만 이번 기회로 알게 된 서울시50플러스재단에서 제가 계속 무언가에 도전하도록 길라잡이를 해주는 느낌이에요. 재단에서 여러 교육 프로그램을 알려주시고, 얼마 전에는 제가 상담에 관심 있다는 것을 기억하셔서 직업상담사 자격증에 대한 정보도 주시더라고요. 

 덕분에 곧 또 다른 도전과 또 다른 시작을 맞이하지 않을까 생각합니다(웃음).   

인터뷰 기획·진행  서울시50플러스재단 사업운영본부

인터뷰·글            윤혜성

사진                      정지훈

50+그린뉴딜 전문인력 사업 운영 / 서울시50플러스재단 사업운영본부 남부캠퍼스팀

*서울50+인턴십 현장의 이야기를 가감 없이 전달하기 위해 참여자 인터뷰를 바탕으로 작성한 글입니다. 글의 내용이 모든 사업 참여자의 입장을 대변하는 것은 아니며 서울시50플러스재단의 입장과도 다를 수 있습니다.

서울50+(뉴딜)인턴십  

 50+세대가 새로운 분야에서 일을 배우는 동시에 자신의 경험과 역량을 바탕으로 인생 2막 새로운 커리어를 개척할 기회를, 기업에는 50+세대 전문 인력과 함께 일하는 경험을 제공하는 인턴십 프로그램입니다. 파트타임형과 풀타임형으로 운영되며, 2022년에는 7개 세부 사업에 300여 명의 50+인턴이 선발되어 현장에서 활동을 진행하였습니다.

  *사업소개(클릭)

<연재순서>

① 스타트업 시니어 마케터로 일하며 디지털유목민 꿈꿔요. 

② 인생 첫 수출업무, 아마존 입점까지 성공했어요.

③ 지역 커뮤니티에서 20대에 멈췄던 직장 생활 다시 해요.

④ 교육 받고 실전 연습하며 꿈꿔왔던 기자에 도전해요.

⑤ 일당백 상담사로 서울 생활의 행복 도우미 될래요.

⑥ 1+1 인생, 취약계층 주거 복지 지원하며 나눔을 실천해요.

⑦ 사무실에선 원더풀 현장에선 파워풀. 열일하는 중장년으로 삽니다.

⑧ 코리빙. 코워킹, 트렌디한 스타트업에서 젊게 일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