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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니어들의 삶의 질, 문화예술의 작업이 필요한 시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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몰입도가 가히 최고였다. 뒷모습이 희끗희끗한 흰머리 관객들의 시선은 오직 무대 중심으로 향해 있다. 무대의 배우들이 열연을 펼칠 때마다 나지막이 반응이 나온다. 

“어이구 저런. 쯧쯧”, “그래, 그럼 그렇지…”

연기를 하는 이들과 무대를 바라보는 이들의 모습이 가장 진솔한 대본이라고 했던가. 이날의 연극 무대는  배우와 관객들의 소통이 완벽한 무대였다.

 

서울시50플러스 남부캠퍼스에는 연극 봉사를 통해 이웃사랑을 실천하고 있는, 연극으로 아름다운 세상 만들기 ‘연아세’ 커뮤니티가 있다. 딱 1년 전 지난해 이맘때 남부캠퍼스 강의실에서 만난 이들이다. 8주간의 연극 교실을 시작으로 1년의 시간을 도모해온 팀이다. 초반부터 함께 했던 20명 정도의 회원들이 모두 모여 커뮤니티를 구성했는데 차츰 줄어서 지금은 7~8명이 정예 멤버로 열심히 활동 중이다.

 

이들이 함께해 온 지난 1년은 연극이라는 활동 매개체로 결속되어 온 날들이었다. 1년 동안 강의를 듣고 연기 지도를 받으며 거의 날마다 모여서 연습을 하면서 나날이 성장해왔다. 그리고 이렇게 작품을 무대에 올리기에 이르렀다. 지난 8월엔 남부캠퍼스 ‘스튜디오 흥얼’에서 그동안 갈고닦은 실력을 선보이는 첫 공연을 했다. 그리고 두 번째 공연으로 이번에는 사회활동이 불편한 어르신들을 찾아 무대를 올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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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날의 공연 작품은 연극 ‘마론인형’. 치매에 걸린 엄마와 사이가 서먹한 딸, 그리고 주변인들이 등장한다. 다섯 분의 배우들이 이미 준비를 마치고 대기 중이었다. 배우 네 분이 연기하고 유종남 대표님은 이들을 소개하고 영상을 담고 이날의 모든 뒷바라지 하느라 바쁜 모습이다. 

 

먼저 인사송을 부르며 몸짓과 목소리로 마음을 연다. 할머니, 할아버지의 노래와 율동, 그리고 다정하게 다가가는 배우들의 조용한 노력이 느껴진다. 분위기를 살짝 띄워놓으니 어르신들의 표정도 한결 밝아졌고 덩달아 모든 이들의 기분도 즐거워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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치매에 걸린 엄마는 혼자서 전화를 받고 혼잣말을 한다. 가끔 보험사 직원이 찾아와 보험 권유를 하기도 하지만 이 또한 일상의 하나다. 어느 날 딸이 찾아온다. 팍팍한 삶을 이야기하며 나누는 모녀의 대화, 오랜만에 본 딸에게 엄마는 시종일관 “밥은 먹었니?” 하다가 “라면 끓여 줄까?”라는 대사가 있었다. 조용히 연극을 보던 객석의 할머니가 “라면? 뭔 라면을 줘. 밥 줘야지” 하면서 언짢아하신다. 따뜻한 밥 한 그릇 차려주고픈 어미의 마음으로 반응을 하신다. 모녀의 징글징글한 애증과 삶의 애환이 전해지는지 “슬퍼요, 비극이야” 안타까워하신다. 결국 사랑으로 감싸는 해피엔딩에 주름진 손으로 박수를 보내며 환하게 웃으시는 모습에 바라보는 마음까지 스르르 흐뭇해진다.

 

비록 정신이 온전하진 않더라도 삶에 바탕을 둔 연기에 깊게 공감하는 모습들이시다. 지팡이를 옆에 세워놓고 모자를 벗어 집게로 걸어두고 공연 감상에 임하시는 움직임에 문득 숙연해진다. 엄마와 딸의 이야기에 잠시도 흐트러짐 없이 몰입 중인 어르신들의 눈빛에 절로 가슴이 뭉클하다. 

 

연극을 통해 다양한 감정을 전달하는 일을 제대로 해냈다. 그야말로 그들만의 불꽃 연기였다. 연극으로 삶에 활력을 불어넣고 서로 북돋우며 소외계층도 위로하여 아름다운 세상 만들기를 꿈꾸는 이들의 모임, ‘연아세’ 영원하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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공연을 마친 배우들의 상기된 얼굴에 행복감이 스며있다. 가슴속에 얹혀있던 것들을 연기로 또 다른 감정을 표현하고 누군가에겐 위로가 되어주니 행복할 수밖에. 이런 시간을 위해서 그동안 많은 시간 연습을 하고 의견을 나누고 함께 하기 위해서 배려하고 참고 견디는 시간들도 있었을 것이다. 그리하여 그들의 삶 자체를 연기로 녹여냈으니 제대로 된 소통이 되었을 터. 의상을 갈아입은 그들과 이야기를 나누어 보았다.

 

Q. 멋지십니다. 불꽃 연기였습니다. 특히나 서로 잘 연결되는 케미가 멋지더군요.  

(네 분 모두) “고맙습니다. 덕분에 잘 마친 것 같습니다.”  

현장감도 좋았고 어르신들의 기분 좋은 반응도 전해 받았다며 뿌듯해하는 모습들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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Q. 대표님(유종남)은 오늘 공연을 보신 느낌이 어떠셨나요?

배우들 연기가 아주 좋았습니다. 박영혜, 오문실 배우의 엄마와 딸의 관계도 자연스럽고, 김지균 배우의 치매 할머니 연기도 귀여웠습니다. 신영내 배우의 보험 아줌마 연기는 너무 자연스러워서 오늘부터 보험 팔아도 될 것 같았습니다. 하하…

 

Q. 이런 연기의 발전은 어떻게 시작되어온 건가요?

모든 분의 노력 덕분이죠. 그리고 우리 ’연아세’ 극단의 연기 감독이신 곽은태 선생님이 4번 정도 오셔서 해주었습니다. 곽 감독님이 대본도 주셨죠. 1년 동안 참 열심히들 했습니다. 

 

Q. 함께 모여 무대를 만들기까지 쉽지 않았을 텐데 이렇게 기꺼이 봉사활동도 할 수 있는 즐거운 마음들은 어디서 비롯되었을까요?

맞습니다. 모두들 기꺼운 마음들이죠. 다들 즐거운 마음으로 임할 수 있었던 것은 자신에게 그리고 상대에게 기쁨을 준다는 사실입니다. 특히 돈을 받고 하거나 직업적인 스트레스가 없으니까요. 우리가 직업을 갖는 것도 중요하지만 그런 일로 건강을 해치고 관계를 해치는 것보다는 치매에 걸리지 않고 건강하게 사는 것이 궁극적으론 더 잘 사는 일이란 생각입니다. 

그래서 우리들에겐 애초에 직업 교육보다 인문사회나 문화예술 쪽이 더 중요할 수가 있다고 봅니다. 오늘과 같은 시간이 삶의 질을 높여가는 순간이거든요. 시니어들에겐 이렇게 문화예술 쪽으로 삶의 질을 높여가는 것이 무엇보다 필요하다고 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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Q. 무대를 사랑하는 분들의 마음이 느껴집니다. 박영혜 님의 오늘의 명연기는 하루아침의 내공이 아닌 듯합니다.

얼마간의 연기 경력이 있다고는 할 수 있어요. 오늘은 어르신들이 관객이어서 또박또박 대사를 치면 교감이 적을 듯해서요. 이분들을 기쁘게 해 드리려고 약간의 억양과 어조를 변형했습니다.

 

Q. 역시 무대나 상황에 따른 애드리브로 관객 호응도를 이끌어내는 모습이 남달랐습니다.  

저는 영문학 전공으로 통역을 하다가 아는 감독님의 권유로 연극을 시작했어요. 하다 보니 오늘처럼 공연의 기쁨도 있고요. 우리들은 다른 바람은 없어요. 다만 남부캠퍼스에서 연극 모임은 처음이잖아요. 우리 욕심이라면 이 상황을 계속 유지해서 ’연아세’가 그저 남부캠퍼스의 시그니처 극단이 되었으면 해요. 많은 분들이 계속 함께 하도록 이 마음을 알아주시면 좋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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Q. 솔선수범하시며 바쁘신 모습이었습니다. 활약하신 연기 역시 멋지셨고요. 신영내 님이 총무님이라고 들었습니다.

이런 상황이 유지되기 위해서는 우리 모두의 힘을 합하려는 노력과 배려가 필수였습니다. 그리고 총무로서 서울시50플러스재단의 지원은 중요했습니다. 재단의 지원 덕분에 ’연아세’의 윤활유가 되었고 결속력이 유지되었다고 해도 무리가 아닙니다. 지원금과 공간의 제공은 꼭 필요한 일이 아닐 수 없어요. 

더구나 연기는 그동안 살아온 삶을 녹여내는 일이어서 표출하는 기쁨이 큽니다. 한 무대를 마치고 났을 때의 후련함에서 또 다른 힘을 얻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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Q. 김지균 님의 너무나 자연스러운 연기는 적역이었습니다. 수고하셨습니다.

조용히 웃으며 겸손히 손을 내저으신다. 일상의 모습 역시 연기 속의 모습처럼 다를 바 없는 자연스러움이다. 대학에서 강의를 하시는 모습처럼 꾸준한 학구파의 내공이 연기로 이어졌음이 절로 느껴진다. 마론인형에서는 치매 걸린 또 다른 엄마 역할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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Q. 시크한 연기가 너무 잘 어울리셨습니다. 오문실 님은 처음부터 끝까지 참여하느라 애쓰셨습니다. 무대에 오르는 기분은 어떠셨는지요.

저는 꿈을 이루었습니다.(웃음) 전혀 생각해보지 않았던 연기를 하게 되다니요. 그런데 이 작업이 너무나 좋은 기분을 얻더라고요. 첫 무대 전날은 잠을 못 잤어요. 그리고 공연하고 난 후에도 가슴이 설레어 잠을 못 잤고요. 정말 행복한 경험입니다. 이젠 시니어 모델에 도전하는 게 다음 계획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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Q. (모두) 이번 무대 이후의 계획이나 하고 싶은 말이 있다면요. 

다들 연습해둔 모놀로그를 하나씩 갖고 있거든요. 짤막한 단막극도 있고요. 비슷한 이미지의 배우와 ‘밤 깊은 마포종점♪~’과 같은 무대도 가능하고요.(웃음) 준비된 것이 제법 있습니다. 연말에 종합으로 해볼 수 있을지 모르겠습니다. 

이번에도 우리 모두 6개월 동안 한 번도 빠지는 사람 없이 정말 열심히 했습니다. 그러다 보니 주변의 끊임없는 지원이 불가피합니다. 연극은 단지 무대에 올린 것만이 다가 아니거든요. 연극을 무대에 올리기까지 똑똑한 발음과 바른 자세, 사람 응대하는 면접 자세 등과 함께 자신감 장착까지 모두 아우릅니다. 다만 현재 연극이라는 카테고리보다는 직업교육의 네이밍을 필요로 하는 것이 추세적으로 볼 때 바람직할까 생각해 봅니다. 오늘의 연극을 올리기까지 이런 생각들이 들었습니다.

 

 

50+시민기자단 이현숙 기자 (newtree1401@naver.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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