익숙한 길을 걸어갑니다. 지하철 공덕역 2번 출구로 나와서 도보로 약 10여 분, 서울시50플러스 중부캠퍼스(서울창업허브 뒷 건물)로 향하는 오르막길은 특히 한여름에 땀 좀 빼게 하는 그런 길이죠. 누군가는 ‘다이어트 길’이라 부르기도 하더군요.
지난 8월 19일, 기자가 찾아간 곳은 중부캠퍼스 지하 1층에 위치한 ‘몸짓교실’이었습니다. 결식우려가정 어린이들에게 50+자원봉사단 ‘행복한 학교밖 선생님’이 정서지원을 제공하는 활동 현장입니다.
2022년 50+자원봉사단 ‘행복한 학교밖 선생님’
서울시50플러스재단은 경험과 지혜, 의지를 갖춘 50+세대가 지역사회에 기여할 수 있도록 지속적인 사회참여의 기회를 제공하는 ‘50+자원봉사단’ 사업을 운영하고 있는데요. 50+자원봉사단인 ‘행복한 학교 밖 선생님’ 사업은 서울시50플러스재단과 사회공헌 네트워크인 SK행복얼라이언스가 협력하여 행복얼라이언스의 ‘행복두끼 프로젝트’ 대상 아동들에게 학습지원과 정서지원을 제공하는 자원봉사 활동입니다.
*행복두끼 프로젝트
복지 사각지대에 놓여 끼니 공백을 갖고 있는 아동들이 하루 최소 두 끼는 보장받을 수 있도록 행복얼라이언스 멤버 기업과 지자체, 지역사회가 함께 결식제로(zero)를 위해 민관협력에 기반하여 지역 단위 협력 시스템을 구축하는 프로젝트입니다.
‘행복한 학교밖 선생님’은 정서지원 사업의 경우, 서울시50플러스 캠퍼스에서 활발하게 활동 중인 50+커뮤니티 중에서 선발했고, 학습지원 사업의 경우는 초·중·고등학교, 대학교, 특수학교 등 교직에서 만 10년 이상 재직 경험이 있는 50+중장년층(만 50~64세)을 대상으로 선발했습니다.
50+중부캠퍼스 ‘행복한 학교밖 선생님(정서지원)’
‘행복한 학교 밖 선생님(정서지원)’은 7월 25일 시작하여 9월 30일까지 진행합니다. 50플러스 중부, 남부, 서부, 북부 4개 캠퍼스의 50+자원봉사단이 진행하며, 중부캠퍼스에서는 4개 팀이 참여했어요.
‘몸짓교실’에 도착하니 유지영 선임이 반갑게 맞아주었습니다. 비대면 줌(Zoom)으로 진행하는 수업이기 때문에 줌을 연결하고, 양쪽의 화면 상태, 음향 상태를 확인하는 등 장비들의 세팅 작업에 분주했습니다. 대형 화면 앞에는 다양한 각도의 화면을 잡아내기 위해 노트북 2대, 웹 카메라 1대 등 3개의 웹캠을 배치하였습니다.
▲ 대형 화면과 웹캠을 통해 소통하고, 수업을 진행한다
줌(Zoom)으로 하는 수업은 선생님도 화면을 통해 정확한 전달을 하려면 대면 수업보다 훨씬 더 집중해야 한다고 합니다. 중간중간 동영상이 들어갈 때는 수업의 흐름이 깨지지 않도록 특히 신경을 써서 진행해야 한다고 하니, 50+세대 학교밖 선생님의 역량이 정말로 대단하다는 생각을 하게 됩니다.
예정된 수업 시간이 가까워지면서 화면 속의 움직임이 빨라집니다. 화면에서는 오늘 수업을 받게 될 아이들이 차분하게 앉아서 수업을 기다리는 모습이 보이네요. 아이들의 호기심 많은 초롱초롱한 눈망울이 화면 속에서 반짝이고 있어요.
재미있는 인도 요가 여행을 떠나요
오후 1시 정각이 되자, 이유경 선생님이 화면 속의 어린이들(경북 경주, 동방지역아동센터)을 향해 반갑게 손을 흔들고, 경쾌한 목소리로 “반가워요 / 아~ 네, 반갑습니다. / 우리 남자 친구, 얘기해 주세요. / 네, 반갑습니다.”라고 인사를 나누며 ‘재미있는 인도 요가 여행’의 시작을 알립니다.
요가의 본고장 인도에 가려고 해요. 모두 자리에서 일어나 양팔로 비행기 날개를 만들어 요가의 본고장 인도로 날아가는 동작을 몸으로 표현해 봅니다. 양팔을 팔랑팔랑 흔들며, 저쪽 끝까지 날아가 보고, 반대편 쪽으로 날아가 봅니다.
▲ ‘재미있는 인도 요가 여행’ 오프닝 동영상 캡처
가볍게 몸을 풀고 자리에 앉으니, 화면에서는 비행기가 인도를 향해 날아갑니다. 우리가 이제 비행기를 탔어요. 비행기가 날아가고 있어요. 이제 우리가 인도로 날아갈 거예요. 인도는 9시간이나 걸린대요. 비행기에서 우리는 이렇게 구름도 보고, 바다도 보고, 산도 보고, 조종실이 나왔어요. 이렇게 조종도 신나게 해 볼게요. 이제 비행기가 서서히 인도에 도착할 거예요.
잠시 후 비행기가 인도에 도착합니다. “나마스떼, 어린이 여러분들 요가 클래스에 오신 것을 환영합니다”라는 인사말과 함께 제페토로 분장한 이야기 할머니의 신비스러운 인도 신화 이야기가 펼쳐집니다.
▲ (좌) 요가의 신 시바 (우) 코끼리 신 가네샤
요가의 신, 시바는 정말 무시무시하게 생겼네요. 어린이들의 상상력과 호기심을 자극하는 것 같아요. 그리고 인도의 어린이들은 요가 수업을 할 때 “안전하게 요가 수업을 잘 받아서 우리 몸을 튼튼하게 해 주세요”라고 가네샤 신에게 기도한다고도 알려줍니다. 가네샤 신은 요가의 신 시바와 파르바티 사이에서 태어난 지혜의 신으로, 몸은 인간이지만 코끼리 얼굴에 상아를 갖고 쥐를 타고 다닙니다. 모든 장애를 제거해주는 힘을 가지고 있다고 하네요.
이제 본격적인 인도 요가 체험을 해 봅니다. 먼저 인도식으로 두 손을 가슴 앞에 모으고, ‘나마스떼’라고 인사를 해요. 이어서 고양이가 허리를 둥그렇게 굽혔다 폈다 하는 고양이 동작, 발바닥을 마주 잡아 팔랑팔랑 꽃을 찾아 날아가는 모양의 나비 동작, 발레리나처럼 두 발, 두 팔을 쭉 뻗는 동작, 나무 자세로 서서 한 발로 몸의 균형을 유지하는 동작, 오른 다리 내밀고 왼 다리 뒤로 쭉 뻗는 동작 등 다양한 동작들을 따라서 해 봅니다. 종아리가 땅겨야 운동이 된 거예요. “너무 잘하고 있어요, 많이 당겨요?” “네~~에~~”
▲ 요가 체험 고양이 동작
▲ 이유경 선생님의 동작에 따라 요가 체험을 함께하는 어린이들 모습
요가는 명상과 호흡, 스트레칭 등이 결합된 복합적인 심신 수련 방법으로 알려져 있어요. 간단한 요가 동작으로 균형을 개선하고 유연성을 늘리며, 기분을 좋게 할 수도 있다고 합니다.
요가의 기본 동작들을 체험하고, 이제는 재미있는 힐링댄스로 넘어갑니다. 힐링댄스는 이유경 선생님이 요가 동작을 기반으로 운동과 방송 댄스를 융합해서 만든 신나는 댄스라고 해요. 아이콘의 ‘사랑을 했다’, 슈퍼주니어의 ‘쏘리쏘리’ 음악의 리듬에 맞추어 내 몸을 앞으로 옆으로 돌리고, 오른발 들어 툭, 왼발 들어 툭, 손 치는 동작들을 반복하며 신나게 춤을 추어봅니다. 어린이들의 스트레스가 화~악 날아가는 것 같네요.
현재 인터넷에서 유행하는 커버댄스, 핸드클랩의 스텝도 따라서 배워봅니다. 동작 하나하나, 좀 복잡해 보이지만 아이들은 잘 따라 하네요. 동영상에서 형들이 춤추고 노래하는 것을 따라 함께 신나게 춤을 추어봅니다. “너무 잘한다. 너무 예뻐~ 여러분 너무너무 잘해요.” 이유경 선생님의 칭찬과 감탄이 연신 이어집니다. “너무 잘했어요.” “힘들어요.” “너무 잘했어요.”
▲ 인터넷에서 유행하는 커버댄스, 핸드클랩의 춤추는 동작
요가 동작을 배우고, 힐링댄스로 춤을 춰 보고, 핸드클랩의 스텝을 밟다 보니 헐떡헐떡 숨이 차네요. 이제는 숨을 내쉬고 마시고 내쉬고 심호흡을 반복해서 하면서 호흡법을 배웁니다. “'나 너무 속상하고 가슴이 답답하고 화가 나' 그러면 이렇게 복식 호흡을 하시면 여러분 마음이 편안해져요.”
“여러분, 우리가 재미있게 춤추고 놀다 보니까 아쉽게도 이제 헤어질 시간이 됐어요. 그래서 마지막 곡으로 선생님이 하나 정해왔는데 여러분들은 들어서 모를 거예요. 2002년도에 대한민국이 들썩들썩했어요. 월드컵 축구로. 그때 우리가 너무너무 사랑하던 응원곡이에요. 여러분 다 일어나서 마지막으로 선생님하고 춤을 춰 볼게요. 그리고 끝낼 거예요.”
마지막을 2002년 월드컵 응원곡으로 장식하며 지금까지 신났던 마음을 차분히 가라앉히고, 심호흡하는 동작을 끝으로 수업을 마칩니다.
“여러분 오늘 시간 어땠어요? 재미있었나요? 선생님도 너무 재밌었어요.”
▲ ‘행복한 학교밖 선생님’ 이유경 선생님
약 1시간여 수업에 열중한 이유경 선생님을 만나 얘기를 나눠보았습니다.
Q. 이유경 선생님, 자기소개 좀 부탁드려요.
저는 2011년 요가에 입문한 10년차 요가 지도자입니다. 수리야 요가원 원장(2014~2021년)을 역임했고, 푸르메재단 스포츠센터에서도 근무했어요. 현재는 중부캠퍼스 커뮤니티 ‘느린 움직임 클리닉’ 대표를 맡고 있어요.
요가원 운영 중 홍익초등학교, 자곡초등학교 등 여러 학교의 어린이 요가 특강 수업을 해 봐서 아이들의 심리를 잘 알고 있어요. 이를 바탕으로 ‘재미있는 인도 요가 여행’을 구성해 보았고요.
성동50플러스센터 ‘5060 통증클리닉’, 서부캠퍼스 시민강사 ‘중년남성을 위한 하타요가 & 필라테스’, 서초구립 한우리 정보문화센터(장애인 복지관) ‘힐링요가’ 등이 최근 강의했던 과정입니다.
Q. ‘느린 움직임 클리닉’ 커뮤니티 활동이 궁금해요.
‘느린 움직임 클리닉’은 작년 9월에 만들어졌어요. 현재 구성원은 9명으로, 중부캠퍼스에서 커뮤니티 활동을 하고 있고요. ‘느린 움직임 클리닉’의 미래 목표는 장애인과 비장애인이 함께하는 힐링댄스(요가 동작을 기반으로 한 방송댄스) 공연 팀을 만들어 공연을 다닐 수 있도록 행정적 임의단체도 만들 계획입니다.
Q. 오늘 수업한 ‘재미있는 인도 요가 여행’의 특징을 말씀해 주세요.
4개의 동영상과 요가에 대한 설명을 통해 어린이들은 인도에 대한 상상력과 몸의 움직임을 체험해 볼 수 있었는데요.
첫째, 자신의 몸으로 사물을 표현하도록 해 봄으로써, 아이들이 자신의 생각과 감정을 자유롭게 표현해 보도록 했어요.
둘째, 아이들이 좋아하는 제페토로 분장한 이야기 할머니가 인도 신화를 들려줌으로써, 이야기에 흥미를 더해 주었고요.
셋째, 자칫 지루할 수 있는 화상수업에 흥미와 집중도를 높일 수 있도록 4개의 동영상을 편집하여 삽입했어요.
넷째, 수업의 중간부터는 힐링댄스로 어린이들이 스트레스를 날려버리도록 구성했어요.
자랑을 좀 보태면, 저의 동영상 편집 실력은 2021년 중부캠퍼스 커뮤니티데이 ‘50초 영상 공모전’에서 3등을 한 실력이에요. 그래서 오늘 수업에서 사용한 동영상 4편은 제가 모두 편집하여 만들었지요. (웃음)
Q. 50+세대에게 한 말씀 해 주세요.
봉사활동은 저에게 에너지원과 같아요. 제가 가지고 있는 작은 재능을 누군가와 나눌 수 있다는 것에 자부심이 생기고 뿌듯합니다. 봉사는 하면 할수록 힘이 생깁니다. 나눔의 기쁨도, 함께 가는 기쁨도 마음껏 누릴 수 있도록 함께 나눔을 실천해 보시는 건 어떨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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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50 이후가 든든하고 행복한 곳’, 서울시50플러스재단이 있어 가능한 것 같습니다. 그래서 오늘도 지하철 공덕역 2번 출구로 나와 익숙한 길, 서울시50플러스 중부캠퍼스로 향하는 오르막길을 오릅니다. 제2, 제3의 행복한 학교밖 이유경 선생님을 찾아, 그곳에 있어, 만나러 갑니다.
50+시민기자단 구세완 기자 (swkoo0212@naver.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