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907년은 조선의 마지막 황제 순종이 통치하던 시대다. 그로부터 115년 후 2022년 8월, 4차 산업혁명의 변화가 한창인 서울에 역대급 폭우가 쏟아졌다. 기상청에서는 지구의 온난화로 바다에서 증발한 수증기가 대기에 너무 많아져서 한꺼번에 엄청난 양의 폭우가 내렸다고 뉴스에서 나이브하게 설명한다.
기후변화가 바이러스의 확산을 부른다는 과학자들의 엄중한 경고도 있다. 지구촌을 강타한 코로나19 팬데믹도 벌써 3년을 넘기고 있다. 코로나19 바이러스의 기원은 중국 우한 수산시장의 야생동물로부터 사람으로 전염됐다는 학설이 힘을 얻고 있다. 바로, 인간의 탐욕이 야생동물들의 삶을 망가뜨리고, 전염병은 동물에서 사람으로 확산하게 된 것이다.
50플러스 세대를 교육하여 환경 활동가로 키운다!
자연, 환경, 생태가 중요시되는 ‘시대적 소명’에 발맞추어서 성동50플러스센터에서는 사회적 협동조합 ‘한강’과 함께 2022년 가을학기에 ‘환경디자이너 1기’ 양성 과정(9/7~10/5 매주 수요일 총 5회)을 개설하고 수강 신청을 받고 있다. 사회적 협동조합 ‘한강’은 한강의 생태를 복원하고 새로운 강 문화를 되살려 시민들의 행복한 삶을 도모하고자 2018년 창립되었다고 한다. 국내에서 환경과 생태를 리드하는 사회적 협동조합이다.
성동50플러스센터 가을학기에 개강하는 ‘환경디자이너 양성 과정’의 교육목표는 일회성 보여주기식 교육이 아니라 참여자들의 의식과 취향을 바꾸는 방향으로 50플러스 세대를 재교육하여 우리 마을을 생태 전환 마을로 디자인하고 가꾸어 나갈 활동가들을 키워 내는 것이다.
▲ ‘환경디자이너 양성 과정’ 강의 소개 ⓒ 성동50플러스센터
이제는 환경 운동을 ‘전투적’으로 할 때
8월 18일 오전, 사회적 협동조합 ‘한강’이 활동하고 있는 여의샛강생태공원을 방문했다. 성동50플러스센터의 오병창 PM도 동행했다. 오 PM과 사회적 협동조합 ‘한강’의 함정희 과장을 뵙고 ‘무해한 하루’ 실습을 함께 하면서 환경과 생태에 관해서 유익한 대화를 나눴다. 강의실 문을 열고 들어가니, 헌 옷을 재활용하여 손바느질로 ‘지퍼 있는 파우치 만들기’ 수업이 진행되고 있었다.
“이 교육은 ‘무해한 하루’라는 타이틀로 이루어지고 있는데요. 일상에서 지구와 이웃들에게 무해한 ‘제로 웨이스트(Zero Waste)’를 실천하는 대안 생활교육으로 보시면 됩니다. 생활 속에서 버려진 물건들을 재활용해서 중장년들의 창작의 즐거움을 실현할 수도 있고요. 무엇보다 이런 재활용을 통해서 자기만의 취향을 만들어 갈 수 있어요. 가죽의 소재를 이용한 명품을 좋아하는 취향도 있지만, 리넨 소재에 아름다운 수를 놓은 파우치를 좋아하는 취향도 있으니까요. 2021년에는 버려지는 니트 소재의 옷들을 재활용해서 워머와 장갑을 만드는 ‘쓰레기 없는 크리스마스’도 진행했습니다.”
함정희 과장이 말하는 환경교육 실습의 이유다.
▲ 버려지는 천을 이용하여 파우치를 만들어서 제로 웨이스트를 실천해가는 ‘무해한 하루’ 회원들 / 손바느질로 ‘지퍼 있는 파우치’를 만드는 모습 ⓒ 50+시민기자단 이필열 기자
“이제는 환경운동을 전투적으로 해야 할 때다.” 함 과장은 단호하게 말했다.
“인식의 전환을 통해서 친환경적인 취향을 만들어가야 합니다. 친환경 제품을 만들었으면 그것이 단지 흘러가는 트렌드가 아니라 반드시 지구환경을 위해서 일상에서 사용하는 단계까지 이어져야 합니다. 결국에는 자연을 생각하는 방식에 익숙해지는 계기가 됩니다. 사실 생태 전환적인 사고로 마을을 바라보고 사람을 바라보면 일상이 더 불편해질 수가 있습니다. 그런 일상의 불편함을 감내할 수 있는 힘이 지구를 살릴 수 있습니다.”
생태계 회복은 샛강이 교과서… 멸종위기 수달과 맹꽁이가 돌아왔다
이어서 함 과장의 안내로 샛강생태공원의 투어를 했다. 샛강생태공원도 지난 8월 8일의 기록적인 폭우를 비껴가지는 못했나 보다. 여기저기 폭우가 남긴 흔적들이 널려 있다. 침수됐던 나뭇잎들은 아직 흙탕물이 씻기지 않은 상태 그대로다. 그러나 그 환경에서도 새로운 나뭇잎들이 연두 초록으로 올라온 것을 보고서 생태의 경이로움을 느꼈다.
▲ 폭우로 침수된 흙탕물이 묻은 나뭇잎에서도 새순이 다시 솟아오르는 모습 / 폭우에 침수됐던 샛강공원의 낮은 키의 수종들은 아직 흙탕물을 벗지 못했다.
/ 폭우로 나무의자가 떠내려가지 않도록 묶어 놓은 모습 ⓒ 50+시민기자단 이필열 기자
여의샛강생태공원은 국내 최초의 생태공원이라 한다. 오랜만에 흙으로 된 오솔길을 걸었다. 걸으면서 느끼는 몸의 촉감이 너무 좋았다. 샛강공원을 대표하는 나무로는 느티나무, 참느릅나무, 뽕나무 그리고 팽나무가 있다고 한다. 흙으로 덮인 오솔길을 걷는데 매미 소리, 개구리 소리, 맹꽁이 소리가 들린다. 먹이사슬의 중간 단계인 양서류 서식을 위해서 인위적으로 못과 여울을 조성한 얘기도 들려주었다. 생태계의 복원을 위하여 이런 손길이 필요한 것도 알게 되었다. 공원의 오솔길을 걸으면서 도심에서 사람들이 던져주는 먹이에 익숙해진 비둘기들도 숲으로 날아온 것도 보았고, 한가롭게 노니는 나비도 보았다. 샛강공원은 도심 속에 있는 ‘시크릿 가든’이었다.
나무가 우거진 숲길을 걷는데 ‘수달의자’의 입간판이 보였다. 2020년 여의샛강생태공원에 멸종위기 야생동물 1급인 수달이 서식하고 있는 것으로 확인됐다고 한다. 수달의 출현은 샛강의 생태가 되살아나는 지표가 된다고 하니, 샛강의 생태복원 수준이 얼마나 최상인가를 짐작할 수 있다. 생태계의 건강도 인간이 노력하면 얼마든지 회복이 가능하다는 희망을 샛강공원에서 볼 수 있었다. 또, 여의샛강공원에서 수달 서식 환경을 직접 모니터링하는 ‘수달언니’ 4기도 교육 중이라고 한다.
▲ 멸종위기 야생동물 1급인 수달과 멸종위기 야생동물 2급인 맹꽁이도 샛강에 서식하고 있다. / 도심 속에 있는 너와 나의 비밀정원 샛강공원, 멀리 아파트의 모습이 보인다.
ⓒ 50+시민기자단 이필열 기자
신음하는 지구, 이제는 ‘전지적 지구시점’
샛강생태공원의 오솔길을 걸으며 생각해 본다. 비가 내리면 비를 맞고, 눈이 내리면 하얀 눈을 날 것으로 맞고 싶은 감성이 있다. 아침에 일어나면 맑은 공기를 마시며 사색도 하고 싶어진다. 그러나, 산성비는 탈모를 가져온다고도 하고, 산성 눈은 비염이나 피부질환을 악화시킨다고 한다. 미세먼지를 많이 마시면 폐가 안 좋다고 한다. 이런저런 이유로 낭만적인 감성을 제약한다. 이 모두 인간이 지구를 생각하지 않고 과도하게 화석연료를 사용한 결과로 빚어진 현상이다. 무슨 수를 내서라도 펄펄 끓는 지구를 살려내야 한다. 이제는 제로 웨이스트(Zero Waste)를 실천해서 쓰레기를 줄이고 불편하지만 전지구적 사고와 행동이 필요한 때다.
나는 여의샛강생태공원을 방문하기 전에 ‘전지적 지구시점’이라는 환경 책을 읽었다. 이 책을 쓴 저자는 ‘보통의 회사원’이라고 한다. 회사원이 일상을 살아가면서 겪게 되는 행위들이 친환경 행동들로 바뀌어 가는 모습들을 기록한 환경 에세이다. 책을 읽은 후부터 외출할 때는 손수건을 꼭 챙겨서 나간다. 한 장의 종이타월도 아름드리나무를 자르고 펄프를 만드는 공정을 거쳐야 화장실까지 올 수 있다. 손수건을 사용해서 손을 닦는 이런 행동이 친환경이라고 생각했기 때문이다. 친환경적인 작은 행동들이 지구촌 곳곳에서 모이고 모인다면 우리의 세상이 조금은 변해 가지 않겠는가!
▲ 샛강생태공원에서 본 나비 한 마리. 우리의 환경에 대한 작은 날갯짓이 모이고 모이면 태풍을 일으킬 수도 있다. ⓒ 50+시민기자단 이필열 기자
환경계의 1타 강사들이 성동50플러스센터로 모인다! 이번 기회 놓치면 손해!
성동50플러스센터 오 PM과 ‘한강’의 함 과장에게 ‘환경디자이너 양성 과정’의 교육내용에 대하여 물어보았다. 환경디자이너 양성 과정은 총 10회차로 구성되어 있는데, 그중 1기 교육은 ‘생태 마을로 전환을 위한 배움의 시작’을 모토로 5회로 구성되어 있다. 교육내용을 살펴보면 밥상문화, 가로수길 가꾸기, 지속가능한 변화 만들기 등 알차게 짜여 있는데 보다 상세한 내용은 홈페이지에 공지되어 있다. (모집 기간: 8.16~9.6)
1기 교육에 이어서 2기 교육도 5회로, 생태 전환 마을의 사례 중심과 탐방으로 구성될 예정이다. 두 강의는 연속해서 수강하면 가장 좋지만, 양성 과정 1차만 혹은 2차만 수강해도 좋은 독립된 강의로서 의미가 있다고 한다. 특히 박미현, 최진우, 김선희 선생 등 1, 2차 모두 환경 관련 스타강사들이 최고의 강의 내용으로 출강을 준비 중이라고 하니 이 점도 기대가 된다.
1회차: 자연의 방식으로 마을을 가꾸는 사람들
2회차: 자연과 연대하는 밥상 문화–기후 위기 시대 집밥이 갖는 의미
3회차: 아파트와 바꾼 도시 숲, 다시 숲으로–마을 에너지와 자연순환의 관계 마을에서 찾기, 가로수길 가꾸기
4회차: 사회를 변화시키는 힘–자원봉사와 아마추어의 활동이 환경으로 확장되다
5회차: 소비로 바꾸는 생태 전환 마을–지속가능한 소비트렌드 만들기
이번 환경디자이너 양성 과정은 단순히 교육만 하고 끝나는 것이 아니라, 교육이 끝난 후에 커뮤니티를 구성하고 활동처를 개발해 성동구를 생태 전환 마을로 탈바꿈시키는, 적극적으로 활동하는 환경디자이너 양성의 시발점이 될 것이라고 했다.
마지막으로 정원의 ‘전지적 지구시점’ 에세이에 나오는 글을 인용하면서 이글을 맺고자 한다.
‘기후 위기로 인한 피해는 우리 세대가 죽고 세상에 없을 때 생길 일이 아니라 다음 세대와 함께 겪을 수 있는 일이다.
우리 세대나 다음 세대나 모두 열심히 살아왔고 앞으로도 그럴 텐데, 기후 위기 때문에 삶에 대한 노력이 물거품이 되는 일은 없어야 한다.’
50+시민기자단 이필열 기자 (pilyul1147@naver.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