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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지적 장애인 친구들과 보람 일자리 참여자들이 함께 마스크를 만들고 있다. ⓒ 50+시민기자단 남영준 기자
 

 

○○ 친구는 오늘 오후반이지만, 출근 시간보다 1시간 빨리 나왔다. 일이 있어서가 아니라 윤○○ 선생님이 보고 싶어 일찍 나왔다. 여기는 장애인 직업 재활 시설인 ‘참행복한세상’이다. 지적 장애인 18명이 오전, 오후 2조로 나누어 마스크를 만드는 곳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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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윤○○ 선생님이 보고 싶어 1시간 일찍 나와 열 체크하고 온도를 적고 있는 성○○ 친구. ⓒ 50+시민기자단 남영준 기자

 

○○ 씨는 37년간 지자체에서 공직 생활을 마치고, 정년퇴직했다. 퇴직 후 집에서 무료하게 지내다가 지인의 권유로 강서50플러스센터에 나가기 시작했다. 주변에서 보람 일자리 참여를 추천해서 신청했다. 강서50플러스센터 보람 일자리 담당 PM이 ‘참행복한생활’에서 한번 활동해보시는 게 어떻겠냐고 하여 이곳으로 오게 됐다.

 

출근 첫날, 지적 장애인과 지내기 위해서 미리 교육을 받았지만, 살짝 염려하면서 ‘참행복한생활’ 작업장으로 들어섰다. 함께 일할 성○○ 친구를 소개받았는데 그가 팔을 활짝 펴면서 다가온다. 약간 당혹스러웠지만, 같이 팔을 벌려 포옹했다. 한참 껴안고 있는데, 무언가 느낌이 다르다. 어린 시절 나를 무척 사랑한 할머니를 안던 그런 느낌이다. 참 이상하다. 

 

“여기 있는 친구들은 잘 껴안아요. 처음에는 당혹스러웠지만, 이제는 서로 안지 않으면 섭섭해요.” 여기서 2년째 보람 일자리 사업에 참여 중인 김○○ 씨의 이야기다. “여기 친구들은 계산하거나 가식으로 하는 게 없어요. 정말 좋아서 껴안아요. 순수 그 자체에요.” 그 사랑을 못 잊어 올해 다시 이곳을 신청했다고 한다.

 

“성○○에게 제 손주 사진을 보여주었는데, 정말 좋아해요. 그리고 매일 물어봐요. 저보다 더 사랑하는 것 같아요.” 윤○○ 씨는 때 묻지 않은 본연의 사랑을 그 친구한테서 느낀다고 한다. “누가 이 나이의 저를 매일 기다리면서 반겨주겠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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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보람 일자리 참여자들이 지적 장애인 친구들과 일하면서 느낀 점을 이야기하고 있다. ⓒ 50+시민기자단 남영준 기자

 

지적 장애인들이 작업한다고 하는데, 품질에 문제가 없을까? 살짝 걱정돼서 물어보았다. “저 친구들과 같이 작업하면 요령을 못 부려요. 정해진 작업 요구대로 그대로 해야 해요.” 보람 일자리 참여자들이 이구동성으로 말한다. “한번은 힘들고 해서 하나를 대충했어요. 문제가 없을 것 같고. 그런데 ○○가 나를 보더니 혼내는 거예요. 선생님 그러면 안 된다고.” 조○○ 친구는 김○○ 씨와 같이 일하는 지적 장애인이다. 여기서는 품질 문제가 있을 수 없다고 한다. 같이 일하는 장애인 친구가 오히려 깐깐한 감독자 역할을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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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조○○ 친구가 작업한 마스크를 꼼꼼하게 체크하고 있다. ⓒ 50+시민기자단 남영준 기자

 

우리 지적 장애인 친구들은 거짓말을 하거나, 말을 돌려서 못한다. 그러다 보니 남에게 배려 있게 말을 못 한다. “너무 순수하다 보니 서로 가끔 싸울 때가 있어요.” “그럴 때는 불러서 한번 혼내주고, 여기서 같이 생활하면서 조심해야 할 것이 무엇인지 알려주어요.” 담당 복지사가 자상한 언니같이 이야기한다. “복지사님한테 한번 혼나잖아요. 그러면 쪼르르 달려와서 막 하소연해요. 다독거려주면서, 속으로 슬며시 웃음이 나오기도 해요.” 보람 일자리를 하는 분들이 웃으면서 이야기한다.

 

여기 친구들이 가장 좋아하는 날은 월급날이다. 세상 모든 직장인이 기다리는 날이 월급날이라고 하지만 여기 친구들은 더 기쁜 날이다. “월급날은 급여명세서를 들고 와서 막 자랑해요.” 지적 장애를 갖고 있지만, 내가 일해서 스스로 돈을 번다는 그 기쁨은 무엇보다 행복하리라 짐작된다. 

 

“지적 장애인은 좀 부족하지 않을까, 내가 어떻게 도와주어야 하나 이런 생각을 가지고 왔지만. 지금은 오히려 배워요.” 그들의 가식 없는 사랑, 순수한 마음은 수십 년을 살아오면서 겹겹이 쌓인 내 껍질을 하나씩 벗겨내는 것 같다고, 이구동성으로 이야기한다. 작은 일을 하면서도 요령을 부리고, 다른 일과 비교해서 불만을 가지는 우리가 오히려 그들의 눈에는 이상하게 보일지 모른다.

 

 

50+시민기자단 남영준 기자 (bransontiki@naver.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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