발달장애인 근로지원인 교육 현장 취재
인기 드라마 속 ‘동그라미’
“우 to the 영 to the 우”
“동 to the 그 to the 라미”
최근 인기리에 방영된 드라마 ‘이상한 변호사 우영우’의 주인공 우영우와 친구 동그라미의 유쾌하고 독특한 인사말이다. 으레 두 친구가 만나면 재미있는 동작과 함께 나누는 인사가 마치 서로에게 보이지 않는 기운을 불어넣어 주는 주문인 듯도 하다. 간간이 등장하는 둘 사이의 재밌는 인사 장면을 보고 있자면 남다른 우정이 느껴져 미소 짓게 된다.
주인공 우영우는 자폐 스펙트럼 장애를 가진 변호사이다. 그녀에게는 학창 시절부터 곁에서 든든한 친구가 되어준 ‘동그라미’라는 이름의 친구가 있다. 씩씩하고 명랑한 수호천사로서 자폐장애가 있는 주인공을 괴롭히는 고약한 친구들로부터 지켜 준다.
우영우에게는 동그라미와 같은 친구가 일터에도 있다. 로스쿨 다닐 때부터 함께 공부한 동료 변호사 최수연. 우영우는 재미있는 별명을 지어 달라는 친구에게 이렇게 말한다.
“너는 ‘봄날의 햇살’이야. 너는 나에게 강의실 위치와 휴강 정보와 바뀐 시간표를 알려주고, 동기들이 나를 놀리거나 속이거나 따돌리지 못하도록 노력했어. 지금도 너는 나를 위해 물병을 열어주고, 구내식당에 김밥이 나오면 나에게 알려준다고 해(주인공 우영우는 김밥을 무척 좋아한다). 너는 밝고 따뜻하고 착하고 다정한 사람이야. ‘봄날의 햇살’ 최수연이야.”
별달리 장애인 친구에게 잘해준 것이 없다고 생각한 동료는 자신을 고마운 존재로 인정해주는 우영우에게 오히려 감동을 받는 듯했다.
드라마 ‘이상한 변호사 우영우’는 비록 자폐장애를 가지고 있지만, 자신을 믿어주고 인정해주는 친구와 동료들과 함께 세상 속에서 씩씩하게 부딪치며 성장해 가는 주인공의 모습을 통해 따뜻한 감동과 잔잔한 웃음을 선사하는 힐링 드라마로 시청자들의 마음을 사로잡았다.
발달장애인 근로지원단 교육 현장
서울시50플러스 남부캠퍼스는 장애를 가진 친구에게 학창 시절부터 항상 곁에서 힘이 되어준 드라마 속 친구 동그라미와 같이 현실에서 ‘동그라미’가 되어줄 ‘발달장애인 근로지원인’을 모집·선발하였다. 이번 사업은 남부캠퍼스와 발달장애인 직업훈련 전문기관인 서울시립 커리어플러스센터가 협력하여 50+적합일자리 사업으로 추진하는 프로그램이다.
▲ 서울시50플러스 남부캠퍼스 4층 꿈꾸는 강당 교육 현장. ⓒ 50+시민기자단 강명주 기자
서류심사와 면접을 거쳐 높은 경쟁률을 뚫고 선발된 31명의 교육생은 소정의 교육을 이수한 후, 사회인으로서 당당히 자신의 역할을 하고 싶어 하는 장애인들에게 ‘동그라미’ 같은 친구가 되어 장애인들의 현장 근로를 지원하게 되는데, 고용업체와의 의사소통과 장애 특성별 정서 지원을 통하여 장애인들이 근로 현장에서 원활하게 일할 수 있도록 돕게 된다.
활동에 앞서 교육이 진행되고 있는 강의실을 찾은 기자는 교육생들의 진지한 자세에서 사회적 연대 의식과 관련 지식을 하나라도 더 담으려는 열정을 느낄 수 있었다.
3일간 총 20시간에 걸쳐 서울시 50+정책, 발달장애의 이해, 고용지원제도, 근로지원인 역할과 업무, 근로기준법 등 근로지원인으로서 필요한 지식과 경험을 배우고 익혔다.
교육은 커리어플러스센터가 주관하여, 장애인 직업훈련 등을 담당하고 있는 성희선 센터장을 비롯한 관계자들이 직무수행을 위한 지식과 현장의 여러 사례를 통해 실질적인 내용의 교육이 이루어졌다.
‘발달장애 이해’를 강의한 조병인 팀장은 대학에서 특수체육학을 전공하고 오랜 기간 사회복지 분야에서 활동해오고 있으며, 또한 발달장애가 있는 아들을 둔 부모이기도 하여 경험에서 우러난 소중한 말씀을 해 주셨다.
발달장애인을 대할 때 ‘이해’보다는 ‘인정’을, ‘존중’보다는 ‘인격’을, ‘지원’보다는 ‘짝’의 자세가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발달장애인 근로자를 하나의 독립된 인격체로 인정하고, 지원한다는 자세보다는 함께 일하는 파트너로서 대하는 마음을 가져 달라는 것이다.
▲ 발달장애인 근로지원인 활동에 필요한 분야별 전문가들의 강의가 진행되었다. ⓒ 50+시민기자단 강명주 기자
모두의 삶은 각자 가치 있고 아름답다
우리 모두는 다름과 차이를 가지고 있다. 비장애인이든 장애인이든 각자에게 주어진 자질과 특성에 따라 자신만의 모습을 담아 각자의 소중한 삶을 꾸려나간다. 장애를 가졌다는 것은 각자의 생김새와 성격이 모두 다르듯이, 자신만의 특성의 하나일 뿐이다.
다름과 차이를 제대로 이해하는 것은 비록 말이 어눌하고 행동이 어색해도 자신에게 주어진 역할을 잘 해내려고 열심히 노력하고 있는 발달장애인이 당당한 직장인으로서 자부심을 가지고 살아갈 수 있도록 곁에서 함께 하는 든든한 친구가 되는 출발선이다.
발달장애인 근로지원인은 그들 곁에서 서로에게 든든한 동료가 되어줄 것이다. 우리 모두의 삶은 각자 가치 있고 아름다운 삶이니 말이다.
현실 속 ‘동그라미’가 되어줄 발달장애인 근로지원인
교육참여자 가운데에는 전반기에 선발되어 이미 활동하고 있는 분들도 다수 참여하고 있었다. 세련된 복장에 밝은 표정으로 교육에 집중하고 있는 교육생이 눈에 들어와 쉬는 시간을 이용해 몇 가지 질문을 드려 보았다. 질문에 친절히 답한 배복순 님은 삼성역 인근의 한 패스트푸드점에서 발달장애인 근로지원인으로 활동하고 계셨다.
청소, 식기류 수거, 컵 정리, 쓰레기 정리 등 역할을 발달장애인이 잘 해낼 수 있도록 지원하고 있다고 한다. 종교단체 선교활동으로 해외 봉사 등 다양한 봉사자의 삶을 살아온 선생님은 코로나 상황으로 인해 그간의 활동을 접고 답답하고 침울한 시간을 보냈으나 다시 힘을 내어 일을 통해 활기찬 삶을 되찾기 위해 이 일에 도전하여 활동하고 있다고 한다.
발달장애인에게는 업무 관련 교육뿐만 아니라 정서적 지원이 중요하다고 생각하여, 함께 활동하는 발달장애인 근로자에게 하루에 열 번씩 ‘나는 나를 사랑한다’ 또는 ‘나는 백마 탄 왕자다’라고 큰소리로 외치라고 하신단다.
활동하고 계신 사업장에서 발달장애인과 지원인을 보며 엄마와 아들 같다고 한다며 미소 짓는 선생님의 모습이 환하고 아름답게 빛나 보였다.
▲ 진지한 자세로 수강하는 교육생들의 모습. ⓒ 50+시민기자단 강명주 기자
함께 행복한 가치 있는 보람일자리
3일 내내 이어진 만만치 않은 교육과정이었지만, 발달장애인들이 당당한 직업인으로서 주체적으로 삶을 가꾸어가며 사회 구성원으로서의 역할을 실현하는 데 있어 곁에서 함께 하는 든든한 동료로서 역할을 담당할 근로지원인들의 표정은 밝고 희망차 보였다.
교육수료증을 받아들고 강의실을 나서는 50+세대들의 당당한 발걸음을 보며 발달장애인 근로지원인이 50+세대의 보람 있는 일자리로 자리매김할 것이라는 생각이 들었다.
남부캠퍼스 4층 꿈꾸는 강당 무대에서 단체 사진을 찍으며 파이팅을 외치는 발달장애인 근로지원인들의 든든한 모습을 바라보며 ‘이상한 변호사 우영우’의 친구와 동료인 동그라미들이 떠올랐다. 물론 현실 속 동그라미들은 드라마에서와는 다른 여러 어려움을 경험하겠지만 이번 교육 시간을 통해 발달장애인을 대하는 따뜻한 마음과 현명한 해결법을 장착하고 현장에서 활약하게 될 것이다.
드라마 마지막 장면에서 우영우는 ‘정규변호사가 되어 느끼는 이 감정을 도대체 뭐라고 표현해야 할까?’ 고민한 끝에 이렇게 말한다.
“오늘 아침, 내가 느끼는 이 감정의 이름은 바로 ‘뿌듯함’입니다.”라고 외치며 환하게 웃는다. 그 표정은 사회 안에서 다른 이들과 함께 어울리며 행복하고 아름답게 살아가고자 노력하는 우리 모두의 모습일 것이다.
발달장애인의 삶이 매일 아침 뿌듯함으로 벅찰 수 있고, 그 뿌듯함이 발달장애인 근로지원인의 가치 있고 행복한 삶으로 이어질 수 있도록 모두에게 응원의 박수를 보낸다.
▲ 교육 수료 후 파이팅을 외치는 발달장애인 근로지원단의 모습. © 서울시50플러스 남부캠퍼스
50+시민기자단 강명주 기자 (silkang@naver.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