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2년 50+자원봉사단 ‘행복한 학교 밖 선생님(정서지원)’ 사업
여기는 서울시50플러스 북부캠퍼스 2층 미디어실1입니다. 출입구 정면에 하늘이 보이는 창문이 있고, 왼쪽과 오른쪽에 벽이 있는 방입니다. 방 한쪽에 책상이 있고, 그 위에는 몇 권의 책과 컴퓨터가 올려져 있습니다. 책상 앞 왼쪽에는 어른 엄지손가락 길이의 카메라와 초등학교 4학년 어린이의 키 높이쯤에 고정된 모니터가 있습니다.
진작에 컴퓨터며 줌이며 카메라며 모니터를 다 살펴놨으니 이제 모든 준비가 끝났습니다. 모니터 속에는 아까부터 일고여덟 명쯤의 아이들이 옹기종기 모여 있었는데, 뭔가 신나는 일이 있는 듯 떠드는 소리와 웃음소리가 마구 뒤섞여 시끌벅적합니다. 이윽고 아이들과 더불어 신나게 놀고 웃고 떠들기로 작정한 ‘책과 함께하는 연극놀이’가 막을 열었습니다.
On Air, 2022년 8월 8일, 1:00 p.m.
▲ 김나혜(왼쪽), 박소연 선생님이 아이들과 반짝반짝 손 인사를 나누고 있습니다. © 50+시민기자단 이경걸 기자
“안녕하세요? 여러분! 지금부터 선생님과 재밌게 놀아요.”
컴퓨터 앞에 다소곳하게 앉아 있다가 첫인사와 동시에 발동(發動)이 걸린 선생님들이 손가락을 쫙 펴서 반짝반짝 손 인사를 건네자 모니터 속 아이들 역시 손을 흔들며 화답합니다.
“네에에에에에에~”
그로부터 1시간 남짓, 북부캠퍼스 2층 미디어실1에서는 가수 ■■의 ‘▲▲▲’에 비해 무대 크기와 출연자와 관객 수가 조금 모자랄 뿐이지, 선생님들이 보여준 에너지와 다재다능과 생기발랄 그리고 어린이들이 보여준 뜨거운 호응과 환호성은 ■■의 그것보다 오히려 웃도는, 그야말로 크게 환장(換腸)할 만한 퍼포먼스가 펼쳐졌습니다.
Notice! ‘환장’의 본뜻은 ‘마음이나 행동이 비정상적인 상태로 달라짐’인데, 여기서는 ‘비정상적인’을 대신하여 ‘신나는’으로, ‘재미있는’으로, ‘유익한’으로, 아예 한데 모아서 ‘신나고 재미있고 유익한’의 의미로 썼다는 것으로 알아주기를 바랍니다. 이런 설명을 덧대지 않더라도 무슨 말인지, 왜 그러는지 찰떡같이 알아차릴 텐데 굳이 ‘꼭!’ 그래야 마음이 편한 걸 보니 노파심이 익숙해지는 ‘꼰대’의 전조증상이 아닐까 걱정스럽습니다.
‘2022년 50+자원봉사단 행복한 학교 밖 선생님(정서지원)’이 뭔가요?
여기서 잠깐, 이날 펼쳐진 ‘대환장 퍼포먼스’의 개요를 브리핑해드리겠습니다. 우선, 공식적인 이름은 ‘2022년 50+자원봉사단 행복한 학교 밖 선생님(정서지원)’입니다. 이 사업은 결식 우려 아동에게 도시락을 지원하는 ‘행복두끼프로젝트’ 대상 어린이에게 정서적 멘토링을 지원하는 교육 복지 사업으로, 서울시50플러스재단이 ‘행복얼라이언스’와 협력하여 진행하고 있습니다.
행복두끼프로젝트 : 결식 우려 아동 중 추가적으로 식사가 필요하거나 복지 사각지대에 있어 도움을 제대로 받지 못하는 아이들에게 기업, 시민, 지자체와 협력하여 지속적으로 도시락을 지원하는 프로젝트.
이 사업에는 서울시50플러스 캠퍼스에서 활동하고 있는 21개 50+커뮤니티가 멘토로 참여하여 충남 당진의 송악지역아동센터, 전북 임실의 로고스지역아동센터, 경북 울진의 울진지역아동센터, 경북 경주의 동방지역아동센터, 충북 충주의 주덕지역아동센터의 아이들과 비대면으로 총 40회에 걸쳐 소통하면서 정서적 교감을 나눕니다. 활동 기간은 오는 9월까지입니다.
서울시50플러스 북부캠퍼스에서는 이 사업에 4개의 50+커뮤니티가 참여해 3개 지역아동센터에서 7회의 프로그램을 진행했거나 진행할 예정이며, 이 가운데 충북 충주에 있는 주덕지역아동센터 어린이들을 대상으로 진행한 ‘책과 함께하는 연극놀이’ 프로그램은 ‘문화예술놀이터 통’이 담당했습니다.
활동처 |
커뮤니티 |
프로그램 |
일시 |
충북 충주 주덕지역아동센터 |
문화예술놀이터 통 |
책과 함께하는 연극놀이 |
8월 8일 |
핸드메이드 공예클럽 |
나도 행복한 디자이너 |
8월 24일 |
|
경북 경주 동방지역아동센터 |
시크릿가든 |
원예테라피 |
7월 29일 |
아트로드 |
음악으로 힐링하며 나를 표현하기 |
8월 26일 |
|
핸드메이드 공예클럽 |
나도 행복한 디자이너 |
9월 16일 |
|
충남 당진 송악지역아동센터 |
아트로드 |
음악으로 힐링하며 나를 표현하기 |
8월 5일 |
핸드메이드 공예클럽 |
돌아라 팽이야 |
8월 11일 |
상상(想像)을 더하고, 빼고, 나누고, 곱하고…
이제 다시 뜨거운 열기를 더해가는 북부캠퍼스 2층 미디어실1로 연결하겠습니다.
선생님들과 아이들이 시끌벅적하게 손 인사를 나누자마자 선생님들은 아이들에게, 아이들은 선생님에게 스며들었습니다.
먼저 김나혜 선생님이 나섰습니다. 김 선생님은 연극 전문가입니다. 전직이 극단 ‘도봉’의 대표입니다. 김 선생님은 ‘상상력을 더한 신체 움직임 표현’이란 주제로 아이들과 놀았습니다.
마치 아이들의 대장이라도 된 듯 아이들의 이름을 일일이 부르면서, 무거운 짐을 들고 가는 사람과 불 위를 걷는 사람, 한 살짜리 아기가 기어가는 모습 등을 온몸으로 표현했습니다. 선생님을 따라서 아이들도 온몸으로 무거운 짐을 들고, 불 위를 걸었습니다. 짐을 들고, 불 위를 걷는 데 아이들의 상상력이 보태지니 언제 어디서 이렇게 웃기는 몸개그(?)를 볼 수 있을까 싶습니다.
▲ 선생님들이 ‘상상력을 더한 신체 움직임 표현’을 어떻게 하는지 보여주고 있습니다. © 50+시민기자단 이경걸 기자
그렇게 깔깔대며 떠드는 사이, 김 선생님이 카드를 보여주었습니다. 이 카드에는 ‘나비’라는 두 글자가 적혀있습니다. 아이들은 선생님이 말하지 않아도 스스로 알아서 나비로 변신했습니다. 어떤 아이는 여기저기를 촐랑촐랑 누비고 다니는 ‘촐랑나비’가 되었습니다. 어떤 아이는 날개를 너무 천천히 움직이는 바람에 저러다 땅으로 떨어지지 않을까 조마조마했습니다.
김 선생님 옆에 있던 박소연 선생님도 두 팔을 위로 아래로 마구 흔들더니 깜찍한(?) 나비가 되어 아이들 가운데를 휘젓고 날아다녔습니다. 그래서 선생님과 아이들 모두가 나비가 되었는데 똑같은 나비는 한 마리도 없었습니다. 선생님은 선생님대로, 아이들은 아이들대로 저마다 상상하는 온갖 나비가 되어 서울에서 충주로, 충주에서 서울로 신나게~ 신나게~ 훨훨 날아다녔습니다.
- 혹시 몰라 부탁드립니다. 길을 잃고 헤매면서도 마냥 즐거워하는 나비를 발견하면 서울시50플러스 북부캠퍼스나 충주 주덕지역아동센터로 천천히 연락해주시기 바랍니다.
이번에는 박소연 선생님이 등장했습니다. 박 선생님은 ‘문화예술놀이터 통’의 대표이면서 무대의상을 만드는 데 남다른 솜씨를 뽐내는 멋쟁이입니다. 박 선생님은 ‘동화책을 이용한 상상력 표현’이란 주제로 아이들과 조곤조곤하게 질문과 대답을 주고받으며 프로그램을 이끌었습니다.
이렇게 보면 ‘알쏭’하고, 저렇게 보면 ‘달쏭’한 그림을 아이들에게 보여주고 “이게 뭘까요?” 물었는데, 그 목소리와 억양이 어떨 때는 백설공주 같기도 하고, 어떨 때는 뺑덕어멈 같기도 해서 아이들은 한순간도 한눈을 팔 수가 없었습니다. 그 바람에 아이들은 붕어요, 문어요, 다람쥐요, 대머리요, 강아지 꼬리요, 우산 손잡이요 등등 어처구니없는 ‘정답’일 수도 있고, 기발한 ‘오답’일 수도 있는 상상(想像) 놀이에 퐁당 빠져버렸고, 선생님에게 저마다 ‘잘난 척(?)’을 뽐내느라 웃고 떠들며 신바람이 났습니다.
선생님들이 아이들과 노는 모습을 곁에서 지켜보면서 문득 이런 생각이 들었습니다. 거참, 신기한 일이다. 어쩌면 저리도 선생님과 선생님의 손발이, 아이들과 선생님의 손발이 착착 들어맞을까? 모니터를 사이에 두고 여기는 서울이고 저기는 충주인데, 선생님들과 아이들 사이에 그런 경계가 있기는 했는가?
프로그램을 진행하는 내내 아이들의 이름을 부르면서 말을 붙이고, 크게 잘한 것도 아닌 듯싶은데 넘치도록 칭찬을 퍼부어주고, “이게 뭐예요?” 물으면 온갖 손짓과 발짓으로 설명해주면서 아이들을 한마음 한 덩어리로 뭉쳐내는 저 에너지는 어디에서 충전하는 걸까? 저런 생기발랄과 다재다능의 원천은 무엇인가? 그리고 저렇게 통통통~ 튀어 다니는 선생님들이 정녕 50+란 말인가?
‘연극놀이’에 더 많은 관심을 기울여주면 좋겠어요
선생님들은 이번 프로그램을 위해 적지 않은 시간과 정성을 갈아 넣었다고 합니다. 바로 옆에서 지켜본 터라 그럴 만했노라 여겨졌습니다. 아이들을 위해 뭔가 뜻깊은 봉사활동을 하겠노라고 가벼운 마음으로 시작했는데, 그렇게 호락호락한 일은 아니었답니다. 오리엔테이션을 받았고, 비대면으로 해야 하니 줌(Zoom)을 쓰는 방법을 배웠고, 온라인 콘텐츠를 만들었고, 리허설도 했답니다.
그리고 실제로 프로그램을 진행하면서는 아이들과 더불어 웃고 떠들며 신나게 노느라 힘과 정성을 한 점도 남기지 않고 다 써 버렸답니다. 잠시 쉬었다 다시 한다면 몰라도 잇따라서 하기에는 아무래도 버거운 프로그램이었나 봅니다.
그런데도 선생님들은 그 많은 시간과 공들임이 아깝지 않은 모양입니다. 오히려 그렇게 시간과 공을 들였기에 아이들과 함께 신나게 놀 수 있었으니 좋았답니다. 그리고 이에 덧붙여 아이들에게 연극을 쉽게 경험시키고, 연극을 놀이로 즐길 수 있다는 걸 알려줄 수 있어서 뿌듯하다고 합니다.
그리고 또 덧붙이기를 서울시50플러스재단 산하의 모든 캠퍼스와 센터가 ‘연극놀이’에 더 많은 관심을 기울여주면 좋겠다고 했습니다. 학교나 지자체의 여러 기관에서는 널리 명성이 자자한 ‘연극놀이’인데, 유독 서울시50플러스재단에서는 제대로 몰라줘서 그동안 살짝 섭섭했다면서요.
어찌 ‘통’이라 이름을 지었냐고 하시면 그냥 ‘통’이라서 ‘통’이라고…
지금부터는 아이들과 함께 열정적으로 프로그램을 진행한 ‘문화예술놀이터 통’에 대해 알아보겠습니다. 궁금한 점은 크게 네 가지입니다.
첫째, 이름을 왜 ‘문화예술놀이터 통’이라고 지었나요?
통(通)! 정말 간단하지요? 그렇지만 품고 있는 의미는 매우 심오하답니다. 사전에서 ‘통’을 찾아보면 ‘통하다, 꿰뚫다, 두루 미치다, 걷다, 보급되다, 탈 없이 통하다, 환히 비치다, 통하게 하다, 오가다, 왕래하다’로 뜻풀이가 되어 있어요. 우리가 하는 일이 바로 그런 거랍니다.
문화와 예술에 기반을 두고 ‘연극놀이’를 통해 사람과 사람이, 사람과 세상이 ‘통’하게 하니까 ‘통’인데 어찌 ‘통’이라 이름을 지었냐고 하시면 그냥 ‘통’이라서 ‘통’이라고….
- 엇! 어디선가 들어본 듯한…. 대장금? “고기를 씹을 때 홍시 맛이 났는데 어찌 홍시라 생각했느냐 하시면 그냥 홍시 맛이 나서 홍시라 생각한 것이온데….”
둘째, 몇 명이 어떤 활동을 하고 있나요?
▲ (왼쪽부터) 유명희, 김나혜, 박소연, 박나리. © 문화예술놀이터 통
딱 4명입니다. 김나혜(연극놀이, 극단 ‘도봉’ 대표 역임, 연극전공), 박나리(연극놀이, 연극치유, 미디어 교육, 유튜브 크리에이터 과정), 박소연(대표, 연극놀이, 무대의상 전공), 유명희(연극놀이, 영상 제작). 각급 학교와 도서관, 다문화센터, 평생학습관 등에서 연극놀이 수업을 진행합니다.
셋째, 그동안 어떤 활동을 어떻게 하셨나요?
▲ ‘문화예술놀이터 통’이 진행한 여러 가지 활동을 소개합니다. © 문화예술놀이터 통
지금까지의 해온 활동을 모두 알고 싶은 건가요? (아니요, 중요한 것만) 그럼 몇 개만 골라 소개합니다.
- 서울시교육청이 주관하는 ‘학교-마을교육공동체, 더불어교실’을 운영하면서 불암초 등 10여 개 초중학교에서 대면 또는 비대면으로 연극놀이 수업을 진행했습니다.
- 노원혁신교육지구 마을교사로 활동하면서 공릉중학교 등 20여 개 학교에서 대면 또는 비대면으로 연극놀이 수업을 진행했습니다.
- 서울특별시 평생교육진흥원의 민간연계 시민대학에서 ‘엄마들의 행복한 레시피’를 진행했습니다.
- 도봉문화재단이 주관한 ‘다 함께 공감하는 다문화 연극놀이’를 진행했습니다.
- 서울시 동북4구 도시재생협력지원센터 주민공모 사업으로 ‘세대가 함께하는 나의 엄마 이야기’ 가족프로그램 운영했습니다.
넷째, 질문에 대한 대답 말고 하고 싶은 말씀이 있으시면….
최근에 좋은 일이 있었어요. 노원구 혁신교육단이 추진하는 ‘온 가족 놀이 온앤온’ 운영팀으로 뽑혔거든요. 그리고 올가을에는 ‘부모와 자녀가 함께하는 연극놀이’를 5회 진행할 예정이고요. 연극놀이에 관심 있는 분들은 누구나 참여하실 수 있어요. 우리가 하는 연극놀이가 우리들의 삶을 조금이나마 좋게 변화시키는 데 도움이 되기를 바라며 열심히 하고 있으니, 많은 응원을 부탁드려요~.
▶ 에필로그-1
‘책과 함께하는 연극놀이’가 끝나고 이틀 후에 충주 주덕지역아동센터의 유미진 센터장과 전화 통화를 했습니다. 유 센터장은 그날을 되짚으면서 아이들이 무척이나 즐거워했다고, 정말 재미있고 유익한 시간이었다고 전했습니다. 그리고 나이 제한 등으로 이번 프로그램에 참여하지 못한 아이들의 원성(?)이 자자했다는 얘기도 들려주면서 이런 기회가 더 자주, 더 많이, 더 폭넓게 주어지기를 소망했습니다. 자상한데다 마음씨까지 엄청 고울 것 같은 유미진 센터장님이 아이들과 더불어 행복하기를 소원합니다.
▶ 에필로그-2
박소연 선생님이 ‘세대가 함께하는 나의 엄마 이야기’를 이야기하다가 갑자기 돌변했습니다. 아기가 부르는 “엄마~”, 어린아이가 부르는 “엄마~”, 다 큰 아이가 부르는 “엄마~”, 30대가 부르는 “엄마~”, 50대가 부르는 “엄마~”, 70대가 부르는 “엄마~”를 얼마나 찰지게 연기하는지 짜르르르~ 가슴이 저렸습니다.
아! 이제 확실히 알겠습니다. ‘문화예술놀이터 통’이 한다는 ‘연극놀이’가 바로 이런 거였군요!
50+시민기자단 이경걸 기자 (khwapple1@naver.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