KBS 2TV에서 방송된 드라마 ‘황금가면’을 시청하다 보면 아동미술 심리상담 장면이 나온다. 상담하던 주인공은 아들이 그린 그림을 보면서 큰 충격을 받는다.
“학대라고요?”
(상담사) “네, 육체적인 것보다 정신적으로 많이 힘들었던 것 같아요.”
“설마요. 그럴 리가 없어요.”
(상담사) “그림을 보시면 심리적으로 불안감이 많이 표출돼 있어요. 여기 이 아이가 서준(주인공의 아들)이에요. 울고 있는데 입을 그리지 않았어요. 집 주위도 검은색으로 마구 그려져 있고요. (집이) 따뜻하게 품어줄 둥지가 돼야 할 곳인데 그게 아닌 것 같아요. 여기 옷장 보이시죠. 옷장에 대한 충격, 트라우마가 있는 것 같습니다.”
드라마 속의 아동은 그림을 통해 심리를 표출했다. 이른바 KFD(동적 가족화) 검사를 통해 아동심리 상태가 드러난다. 그림 속에는 집과 옷장, 새엄마의 모습이 크게 그려져 있다. 아이는 겁에 질린 듯 동그랗게 눈을 뜨고 옷장 뒤 구석에 서 있다. 아이의 불안 심리가 그대로 투영된 것이다.
이처럼 그림을 통한 미술 심리상담은 평소 말 없는 아동들이 심정을 잘 표현하지 않지만 그림으로 속마음을 드러내며 의사를 표시한다. 의사소통의 한 방법으로 감춰진 속마음을 전달하거나 읽어낼 수 있는 것이다.
▲ 강동50플러스센터 전경. ⓒ 50+시민기자단 김석호 기자
이런 점에 착안해 강동50플러스센터가 강동구정신건강복지센터와 연계한 특강을 마련했다. 강의는 미술심리지도 전문가인 정신건강의학과 미술치료사가 맡았다. 강좌는 월요일반과 목요일반으로 나눠 매주 1회씩 한 달간 4회에 걸쳐 진행됐다.
평소 관심이 있는 분야여서 수강 신청을 하고 직접 프로그램에 참여해 봤다. 내가 참여한 월요일반에는 신청 대기자까지 몰렸으나 최종적으로 정원 20명 모집에 18명이 출석했다. 수강 신청을 하게 된 동기는 다양했다. 부부간이나 가족 간에 더 친밀하게 의사소통을 하려는 생각 외에 상대방과 원활한 소통, 심지어 손자 손녀가 자주 그려 주는 그림의 뜻을 제대로 헤아리기 위해 이 프로그램에 참여한 수강생도 있었다.
[강의 첫날] 소통의 중요성(1) - 우리 가정은 안녕한가요?
▲ 미술로 풀어 보는 ‘가족 간 의사소통’ 첫 강의가 강동50플러스센터에서 진행됐다. ⓒ 50+시민기자단 김석호 기자
강의 첫날은 ‘우리 가정은 안녕한가요?’라는 제목으로 KFD(동적 가족화) 검사를 통한 우리 가족 진단 과정이 진행됐다. KFD(Kinetic Family Drawing)는 가족이 무엇인지 표현하고 뭔가를 하는 것을 그리는 것이다. 이 KFD 검사를 위해 A4 용지와 연필, 지우개가 모든 수강생에게 배부됐다. 수강생들은 이 문방 도구를 사용해 가족 구성원에 대한 그림을 그리고, 이를 통해 가족 간 특성이나 관계, 현재 처한 상황 등을 파악했다.
무의식적으로 많은 부분이 표출됐다. 솔직한 속마음을 들여다볼 수 있었다. 내가 가정에서 가족 간 느끼고 있던 생각이나 감정을 진솔하게 인식할 수 있었다. 특히 자신이 평소 주관적으로 느끼고 있는 가족의 모습을 표현하고 현재의 가정생활과 자신이 바라는 가족의 모습을 그림을 통해 심리적으로 표출했다는 생각이 들었다.
[두 번째 강의] 소통의 중요성(2) - 우리 가정은 안녕한가요?
▲ 미술로 풀어 보는 ‘가족 간 의사소통’ 두 번째 강의는 그림을 통한 나의 대화방식을 확인하는 과정이다. ⓒ 50+시민기자단 김석호 기자
1주일 후 두 번째 강의는 ‘나는 안녕한가요?/그림을 통한 나의 대화방식 체크’에 대한 이론과 실습이 진행됐다. 대화할 때 경청의 중요성이 강조됐다. 경청(傾聽)은 귀를 기울여 듣는 것으로 내 얘기보다 남의 얘기를 잘 들어 주는 경청의 기술을 잘 활용해야 한다는 것이다.
대화 중 상대의 얘기에 주의를 기울이고 침묵, 인정하는 건 소극적 경청이다. 이보다 더 신경을 써서 반영적 경험으로 상대 얘기를 앵무새처럼 다시 언급하는 적극적 경청이 있는데, 이 두 개를 잘 활용해야 경청의 효과를 거둘 수 있다고 한다.
수강생들은 경청하지 않고 소통만 하려다 파국을 맞는 부부 캠프 관련 프로그램을 보면서 한바탕 웃음을 터뜨렸지만, 타산지석으로 삼아야 할 내용이었다. 평소 친구나 동료의 얘기는 잘 들어 주면서 가족의 얘기는 잘 안 듣고 가족을 누구보다 잘 안다고 착각하며 함부로 충고나 조언을 했던 우리들의 행태를 반성하게 했다.
[세 번째 강의] 슬기로운 의사소통 방법(1) - 어떻게 말해야 할까요? / 나 전달법
▲ 미술로 풀어 보는 ‘가족 간 의사소통’ 세 번째 강의는 ‘나 전달법’을 집중적으로 다뤘다. ⓒ 50+시민기자단 김석호 기자
세 번째 강의는 ‘어떻게 말해야 할까요?/나 전달법’이다. 강의는 사티어(Virginia Satir)의 의사소통 5개 유형에 대한 학습으로 시작됐다. 자신과 타인, 상황의 상호 작용의 비중에 따라 회유형과 비난형, 초이성형, 산만형, 일치형으로 분류되고 각 유형마다 장단점이 있다고 설명했다. 자신과 타인, 상황의 상호작용이라는 세 요소를 모두 중시하고 관계성과 높은 자존감을 갖게 하는 일치형은 전체 인구의 4.5%에 불과하다며 자아 존중감을 높이는 방향으로 의사소통을 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이어 학습한 ‘나 전달법’(I-message)은 나 자신을 주어로 하여 내 생각과 내 감정을 솔직하게 표현하는 방식이다. ‘항상, 매일, 꼭 그래’ 등의 단어를 사용하지 않아야 하며 구체적으로 사진 찍듯이 얘기할 것을 주문한다. 구체적으로 나의 바람을 말하되 긍정의 표현을 써야 한다는 점을 유의해야 한다는 강의는 평소 우리들의 대화법에 문제가 있음을 상기시켰다.
[네 번째 강의] 슬기로운 의사소통 방법(2) - 말,말,말 / ‘하고 싶은 말’과 ‘듣고 싶은 말’
▲ 미술로 풀어 보는 ‘가족 간 의사소통’ 네 번째 강의는 슬기로운 의사소통 방법을 학습하고 마무리했다. ⓒ 50+시민기자단 김석호 기자
마지막 네 번째 강의는 다니엘 샤피로의 5:1 법칙이 소개됐다. 대화할 때 가장 중요한 것이 상대를 인정하고 배려하는 것이다. 신혼부부 대화방식을 분석해 보니 이해와 비난의 표현이 5 대 1로 나왔다고 한다. 부부 갈등이 없을 것으로 예상되지만 긍정의 표현이 부족하면 문제가 된다. 부정의 말 자체가 문제 되는 것은 아니지만, 긍정적인 표현이 부족한 게 문제라는 것이다. 진심으로 상대를 인정하고 평소 긍정의 마일리지를 축적해야 하는 이유가 여기에 있다. 이는 부부가 대화할 때 긍정적인 상호작용과 부정적인 상호작용을 5대1의 비율로 유지했을 때 행복한 관계를 만들어 갈 수 있다는 존 가트맨의 ‘5:1 대화 법칙’과 같은 맥락이다.
이어 소개된 메라비언의 법칙은 우리들의 고정관념을 깨뜨렸다. 대화할 때 상대로부터 받는 인상은 언어보다 시청각 비율이 93%로 대다수를 차지한다는 것이다. 시각 55%, 청각 38%, 말(언어)의 내용은 7%다. 효과적인 소통을 위해서는 말보다 비언어적 요소, 즉 자세와 제스처 등 외적으로 보이는 부분과 목소리의 톤, 음색, 억양 등에 신경 써야 하는 것을 강조했다.
강의가 끝나기 전에 가족에게 표현하는 말로 인정해 주는 말, 해 주고 싶은 말, 고마운 말을 손 편지에 쓰는 시간과 나눔의 시간을 가졌다. 일종의 강의 소감을 밝히는 시간이어서 수강생들은 강의 시간이 짧아 아쉽다고 호소했다. 이런 학습 기회와 강의 횟수를 늘리고 수강 인원은 적정하게 조정해서 서로 소통할 수 있는 기회가 있었으면 좋겠다고 말했다. 이번 강의가 의사소통 과정에 자신의 문제점을 인식하는 계기가 됐다며 앞으로 가정에서 대화법을 개선해 나가겠다는 의견을 제시한 수강생도 있다.
수강생도 강사도 짧은 시간이 아쉽지만 만족도는 최고
▲ 마지막 강의를 위해 강사와 학습지원단이 학습 준비 자료를 챙기고 있다. ⓒ 50+시민기자단 김석호 기자
수강생의 만족도는 높았다. 그렇다면 강사의 만족도는 어떨까? 특강을 맡은 김지영 강사는 수강생들이 적극적으로 열심히 프로그램에 참여해 준 데 대해 감사드린다고 소감을 밝혔다. 더 배우려고 하는 50+세대들의 마음과 열정에 감동했다는 것이다. 이번 강의를 통해 많은 것을 나누고 배웠다는 강사는 앞으로 좋은 프로그램 운영과 50+센터 공간 활용이 확대될 것을 기대하며 긍정과 희망의 민들레 씨앗을 날렸다.
50+시민기자단 김석호 기자 (ks0827@naver.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