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전엔 글밭, 오후엔 텃밭
제철 채소, 제철 과일처럼 제철 마음을 먹을 것
소설가 김탁환의 <섬진강 곁에서 제철 마음을 쓰다> 온라인 특강 7월 4일 유튜브 라이브로 열려
▲ 특강을 소개하는 홍보물 앞에서 환하게 웃어주는 소설가 김탁환(좌). 센터에서 유튜브 라이브로 강의를 진행하는 모습 ⓒ 서대문50플러스센터
‘오전에는 글밭, 오후에는 텃밭’이란 글귀가 나의 맘에 확 들어온 이유가 뭘까? 나 자신이 50대 이후부터는 자연과 더불어 느린 삶을 꿈꾸는 중이었기에 제철 마음을 함께 먹고 싶었나 보다.
역사소설 ‘불멸의 이순신’ 등 시리즈물을 비롯한 많은 작품 활동을 해온 작가는 최근 곡성으로 집필실을 옮겼다. 2018년 3월 1일, 논을 보면서 밥을 먹는 곳인 ‘밥에 반(飯)하다’라는 밥집에서 만난 주인 이동현 농부과학자를 만난 것을 계기로 곡성과의 인연은 시작되었다.
안전하고 아름다운 ‘곡성’
섬진강을 가로지르는 고장으로 지리산 주변의 구례, 하동, 남원에 비해 관광지가 적고 인구는 2만 7,000여 명에 불과해 ‘인구소멸 위험지역’이기도 한 곳이 곡성이라고 한다. 전체 인구가 서울의 웬만한 동 주민 수에도 못 미치는 곡성은 동명의 영화 ‘곡성’과는 달리 바이러스도 퍼지기 어려운 안전한 지역이고, 1년 반 동안 문을 잠그지 않고 열어놓은 채 살아도 범죄가 없는 곳이라고 한다. 작가의 곡성 생활기를 통해 평화롭고 자연스러우면서 아름다운 ‘곡성’ 이미지가 생겼다.
▲ 26회를 맞이한 ‘작은 들판 음악회’는 술, 평가, 격식이 없는 ‘3무(無) 음악회’이다. ⓒ 서대문50플러스센터
아름다운 사람들이 희망의 열매를 꽃피우는 곳 ‘미실란(美實蘭)’
친환경농법으로 현미를 재배하고 발아현미를 연구하는 농부과학자 이동현 씨는 곡성군수의 제안으로 초등학교 폐교에 친환경 벼농사와 품종을 개발하는 농업법인 ‘미실란(美實蘭)’을 설립하고 생태 체험 프로그램, 작은 들판 음악회 등을 열고 있다.
지난 4월 30일 26회를 맞이한 ‘작은 들판 음악회’는 ‘3무(無) 음악회’라고 한다. 술이 없고, 평가, 격식이 없어서 노래, 연주 등을 잘하지 못해도 원하는 사람은 누구나 무대를 오를 수 있다. 그냥 그 시간을 즐기기만 하면 된다는 것이다. 이상적인 음악회의 표상이라고 생각된다.
‘도시 소설가’ 김탁환과 ‘농사짓는 과학자’ 이동현 미실란 대표는 주기적인 만남을 통해 논, 밭, 들을 거닐고 농사지으며 서로의 고민과 꿈을 나누었다고 한다. 폐교의 복도 나무 바닥을 보며, 흐르는 강 위 뽕뽕 철판 다리 등을 보면서 50대 남자 둘이 가장 많이 주고받은 말이 “아름답지요?”라는 것이라고. 생활 속 아름다움을 지키며 곡성의 아름다움을 지키는 그들의 실천에 절로 미소가 지어진다.
▲ 강연 중 작가가 던지는 화두는 오십 이후의 삶을 생각하는 우리가 고민하고 답을 찾아야 할 물음인 것 같다. ⓒ 50+시민기자단 이은영 기자
첫 마음이 중요해 일기로 기록하게 되었다
작가는 서울 콘크리트 원룸에서 글을 쓰다가 문득 자신의 미래를 생각해 봤을 때 원룸에서 글 쓰다 죽을 것 같았다고 한다. 2021년 1월 1일 ‘미실란’이 있는 폐교의 창고 자리로 집필실을 옮겼다. 2층 방에서 운동장이 보이고 남매 독서상이 보이고 산도 하늘도 훤히 내다보이는 사계절 풍경을 감상할 수 있는 곳이란다.
그러다 왜 소설가가 되었는지, 1995년 소설가가 되기 위한 작업 중의 첫 마음이 기억나지 않아 작업실을 옮긴 후에는 소중한 첫 마음을 기록하기 위해 첫해 벌어지는 우여곡절 상황들을 <김탁환의 섬진강 일기>로 출간했다.
섬진강가로 내려온 후 작가는 서로 이해관계 없는, 기꺼이 의지하는 친구를 만나 생명과 환경을 지키는 공동체를 만들어가는 중이다. 하루에 네 시간은 소설가로 정신적인 노동을, 네 시간은 농부로 육체노동을, 네 시간은 마을 소설가로 친교 활동을 해오고 있다.
책방도 지키고, 글쓰기 교실도 열고, 강연도 하는 작가는 대단한 큰 그림을 그리는 것은 아니지만 무엇을 하면 재미있을까를 생각하는 것뿐이란다. 출근길의 메타세쿼이아 길의 아름다움을 자랑하며, 섬진강 장성 습지를 여행지로 추천하며 곡성 자랑에 끝이 없다.
‘제철’이란 가장 알맞은 때를 말하듯이, 작가는 오십 이후 가장 ‘알맞은’ 것을 추구하는 중이다. 나의 오십 이후의 삶은 어디에서 누구와 더불어 먹고 입으며 살고 있을지, 지금 이 시간 제철 마음을 먹어야겠다.
글 50+시민기자단 이은영 기자 (eyoung2@hanmail.ne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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