금천50플러스센터 커뮤니티 ‘아빠가 가꾸는 생명의 텃밭’
금천50플러스센터는 올 3월, 금천구에 거주하는 50+세대 남성을 대상으로 특이한 커뮤니티 회원을 모집했다. 이름하여 ‘아빠가 가꾸는 생명의 텃밭’(50세 이상 남성들의 커뮤니티인 관계로 ‘아빠’보다는 ‘아부지’가 더 잘 어울릴 듯. 이하 커뮤니티)이다.
회원들은 1년 동안 센터를 자유롭게 출입하며 가로 70cm, 세로 150cm, 높이 45cm의 직육면체 나무 컨테이너 3개에 각종 씨앗과 모종을 심고, 가꾸고, 수확하는 등 노동의 즐거움과 회원 간의 유대, 소통을 추구하게 된다.
격주 토요일 오전 10시부터 12시까지는 정기 모임을 갖고 집합적인 커뮤니티 활동을 도모하는데, 강의를 듣거나 관련 정보를 교환하며 농작물과의 대화를 통해 꿈꾸었던 농사 활동을 경험함으로써 인생 이모작에 대비한다.
▲ 금천50플러스센터 옥상 텃밭. ⓒ 50+시민기자단 정종호 기자
장마가 소강상태를 보이던 지난 6월 25일 오전, 시민기자는 센터 건물 옥상을 찾았다. 독산역 인근 대로변 안쪽, 한적한 주택가에 자리한 8층 건물 옥상에는 21개의 컨테이너가 질서 있게 놓여있고 그 안에는 텃밭의 기본 메뉴인 상추, 파슬리, 토마토 외에도 부추, 감자, 오이, 가지, 고구마 등 다양한 채소들이 자라고 있었다.
입구에서 학습지원단 김수정 선생님이 반갑게 마중 나와 옥상 텃밭으로 안내하며 기자의 궁금증을 말끔하게 해소해 주었다. “왜”라는 물음에 텃밭 활동은 정서적으로 안정감이 들게 하고, 자연에서 만나는 생명의 소중함을 인식하고 존중하는 태도를 갖게 해 준다고 친절하게 설명했다.
옥상과 맞닿은 ‘나눔뜨락’으로 이름한 8층의 실내 공간은 소규모 강의, 회의, 대화가 가능하도록 꾸며져 있었는데 원 출입문을 열고 옥상 텃밭으로 드나들 수 있고, 나눔뜨락을 경유해서도 옥상 텃밭을 드나들 수도 있도록 이동 편의성을 배려한 건축 구성이 이채로웠다.
▲ (좌) 농기구와 비료 등이 들어있는 보관함, (우) 먹음직스러운 장이 담긴 장독대. ⓒ 50+시민기자단 정종호 기자
옥상 가운데 통로에는 대화와 휴식을 위한 탁자와 의자가 배치되어 있고 한쪽 벽에는 각종 비료와 농기구들이 들어있는 벽장이, 그리고 그 옆으로 된장, 간장이 담긴 장독대 10개가 어깨동무하고 있었다.
텃밭에서 생각하는 노동과 생명의 의미
회원들이 하나둘 모이면서 활기를 띠기 시작한 옥상 텃밭은 서로 간의 인사와 함께 작물들이 잘 자라도록 나무 막대를 꽂거나 줄을 치고, 잡초를 뽑고, 웃자란 작물들을 자르는 등 분주해졌다.
커뮤니티 회원 김기만 씨는 “처음 해보는 텃밭 활동을 통해 식물들이 나날이 성장해 나가는 신비한 경험은 기본이고, 생명의 소중함과 땀 흘려 일하는 농부의 정성을 되새기게 된다”고 하면서 “기회가 된다면 주말농장 같은 외부 텃밭을 분양받아 도시농부 활동을 늘려 수확의 기쁨과 힐링의 시간을 가지고 싶다”라고 말했다.
커뮤니티 막내 회원인 50대 김기창 씨는 “시간이 날 때마다 텃밭을 찾는데 날마다 자라는 작물들을 돌보는 즐거움은 그 어떤 것과도 비교할 수 없다”라면서 직장에 다니는 관계로 늦은 오후나 주말에만 텃밭을 찾을 수 있는 점을 아쉬워했다.
▲ 작업 중인 회원들의 모습. ⓒ 50+시민기자단 정종호 기자
김성국 회원은 “주말 바쁜 시간을 쪼개 텃밭 활동을 하면 가정사에 소홀하지 않을까 우려할 수도 있지만, 회원들의 아내 중 한 분은 그런 남편의 모습을 대견해하고, 또 다른 아내는 텃밭에 직접 찾아와 수고한다며 응원하기도 한다”면서 “반면, 노동의 강도가 만만치 않았던 농촌 출신 아내들은 마치 아이들 소꿉장난 같다며 웃기도 한다”라고 전했다.
잠시 뒤 나눔뜨락에서 커뮤니티의 멘토 역할을 하는 홍전기 강사의 병충해 예방을 위한 천연 비료 소개와 제조 및 활용에 대한 강의와 토론이 이어졌다. 홍 강사는 파주에서 직접 농장을 운영하면서도 회원들을 위해 먼 길도 마다하지 않고 찾아와 많은 도움을 준다고 한다. 이곳 텃밭은 건강한 농작물 재배를 위해 화학 비료를 쓰지 않고 환경친화적 천연 비료를 쓰고 있다.
▲ 나눔뜨락에서 홍전기 강사의 설명에 경청하는 회원들. ⓒ 50+시민기자단 정종호 기자
금천50플러스센터는 1인당 텃밭 상자 3개를 무상으로 분양하고, 연 2회 거름 2포대를 지원하며 큰 삽, 모종삽 등을 비치해 누구나 편리하고 쉽게 텃밭을 가꿀 수 있도록 돕고 있다. 회원은 필요한 모종이나 씨앗만 개별적으로 구매하면 된다.
아빠들만의 텃밭에서 우리들의 텃밭으로
보통 남성들은 귀소 본능에 따라 은퇴 후 산촌, 농촌으로 이사하여 한가롭고 목가적인 삶을 꿈꾸는 데 반해, 여성들은 현실적이어서 도시의 편리한 문화생활과 네트워크로 연결된 지인들과의 지속적 관계를 선호한다. 그런 까닭에 생래적 남녀 사이 취향의 간극을 메우기란 쉽지 않다. 압축 성장과 산업화 시대를 살아 온 선대 세대를 공경하는 대한민국의 50+세대 대부분의 남성은 결국 현실과 타협하거나 굴복하여 버킷리스트로만 고이 간직한 채 진부하지만 주말농장이나 텃밭 등 취미 생활 형태로 적당히 욕망의 방향을 바꾼다.
‘옥상 텃밭’이 올해의 성과를 바탕으로 내년부터는 회원들의 재능 기부라던가 수확물의 공유 등 규모 있고 내실 있는 신선한 커뮤니티로 업그레이드될 것임을 확신한다. 아울러 텃밭도 ‘아빠’의 전유물에서 벗어나 ‘엄마’도 참여할 수 있는 활발한 ‘우리들’의 텃밭으로 진화하여 센터의 대표 커뮤니티로 자리매김하기를 기대해 본다.
센터의 옥상 텃밭은 놓치기 쉬운 유휴 공간인 옥상을 적극적으로 활용하여 50+세대에게는 삶의 활력을 북돋우고 빠르게 확산되는 녹색 열풍에 동참시키며, 센터에서는 방문객을 포함, 관계자 모두에게 쉼터의 역할을 함으로써 힐링을 자극하는 각별한 의미가 있다. 코로나19 팬데믹과 글로벌 경제 복합위기의 와중에도 도심 속 자연을 느낄 수 있는 에코라이프로의 전략적 모색은 실현 가능한 다른 센터에서도 벤치마킹의 대상이 되기를 바라마지 않는다.
마지막으로 50+세대가 공유할 워런 버핏의 명언 한마디를 상기해 본다.
“기다리지 마라. 무언가 하기 적당한 시기 같은 건 결코 존재하지 않는다. 당장 시작하라.”
50+시민기자단 정종호 기자 (powerarcdong@hanmail.net)