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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동의보감 약술 모음. ⓒ 50+시민기자단 남영준 기자

 

지난 15일 강서50플러스센터를 방문했다. 어디선가 구수한 막걸리 냄새가 난다. 냄새를 따라 지하층으로 내려가 보니 ‘동의보감 약술 빚기’ 회원들이 한창 막걸리를 빚는 중이다. 오늘은 5월에 담근 솔송주를 거르면서, 6월의 대표 술 창포주를 담근다고 한다. 수제 막걸리를 가르치는 센터들이 있긴 하지만, 강서50플러스센터에서 동의보감 약술을 담근다니 흥미가 생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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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허준박물관에 전시된 허준의 동의보감 집필 장면. ⓒ 50+시민기자단 남영준 기자

 

“강서는 동의보감의 저자 허준이 태어난 곳으로, 지역적 특성을 살려 동의보감 약술 빚기 교육 과정을 만들었다”라고 최상태 강서50플러스센터장이 설명한다. 

 

실제로 허준은 1537년 경기도 양천현(陽川縣, 현 서울 강서구)에서 태어났다. 그 인연으로 강서에 허준박물관이 있기도 하다. 허준은 선조의 어명을 받아 광해군 때 동의보감 25권을 완성했다. 중세 동양의 최고 의서 중 하나이다. 

 

동의보감을 바탕으로 술을 만든다고 하니 약효가 궁금해진다.

“동의보감에 나온 방식대로 담근 막걸리는 시중 막걸리와는 차이가 많이 나요. 처음 마시면 시큼하고 맛이 없지만, 먹다 보면 시중 막걸리를 마시지 못해요. 원래 몸에 좋은 약이 좀 쓰잖아요. 그런데 조금씩 마시다 보면 몸에서 느껴져요.” 회원인 조진현 씨가 동의보감 약술을 자랑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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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전통주를 살펴보며 이야기를 나누는 회원들. 동그라미 안은 집에서 담근 솔송주를 가져온 민경준 씨. ⓒ 50+시민기자단 남영준 기자

 

‘동의보감 약술 빚기’ 회원들은 술을 좋아할까? 아니면 수제주를 담그는 걸 배워서 무엇을 하려고 할까? 지난달 배운 솔송주를 집에서 나름대로 만들어 가져온 민경준 씨가 회원들에게 맛을 보라고 조금씩 권한다. 솔 향기가 코끝을 시원하게 한다. 다들 감탄이다. 이 정도면 양조장을 차리라고 권한다. 민경준 씨는 여기서 같이 담그기도 하지만, 집에서 별도로 해본다고 한다. 

“만드는 자체가 재미인걸요.” 그는 회원들의 반응에 만족한 표정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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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늘 푸른 잎의 소나무. ⓒ 50+시민기자단 남영준 기자

 

솔송주는 늘 푸른 소나무의 향이 가득한 솔잎으로 담그는 술이다. 선비의 기개와 절개를 닮은 사대부 집안의 전통주이다. 성리학의 대가 정여창(1450~1504) 선생의 집안 대대로 내려오는 함양(咸陽) 솔송주가 유명하다. 그래서인지 민경준 씨에게 선비의 모습이 보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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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회원들이 술을 거르는 모습. ⓒ 50+시민기자단 남영준 기자

 

지난달에 담근 솔송주를 가져와 거를 준비를 한다. 원래 막걸리는 ‘마구 거른 술’이라는 뜻이다. 탁주, 모주라고도 한다. 회원들이 조를 나누어 양동이에 담긴 막걸리를 퍼서 베로 거르기 시작한다. 서로 잡고, 짜는 모습이 한두 번 해본 솜씨가 아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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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회원들은 약술에 관한 공부도 소홀히 하지 않는다. ⓒ 50+시민기자단 남영준 기자

 

회장인 김정숙 씨에게 물어본다. 

“언제부터 이 모임을 하셨나요. 회원은 몇 명인가요?”

“2년 전부터 시작했는데, 코로나19로 그동안 온라인으로 하다가, 올해부터 현장 모임을 시작했어요. 회원은 19명인데, 16명 정도 꾸준히 나오세요. 모임은 한 달에 1번이나 술에 따라서 2번 해요. 강사님으로부터 교육도 받고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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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걸러진 술은 가져온 페트병에 똑같이 나눈다. ⓒ 50+시민기자단 남영준 기자

 

거른 술은 회원들이 가져온 페트병에 똑같이 나눈다. 

“이렇게 술을 가져가면 남편분이 좋아하시겠어요.” 여성 회원에게 슬쩍 물어본다.

“아니요. 친구들이 더 좋아해요. 매번 기다리고 있어요.”

 

오늘은 창포주를 담그는 날이다. 먼저 찹쌀로 고두밥을 만든다. 술을 거르는 동안 익은 고두밥을 가져와 잘 식도록 펼쳐 놓는다. 고두밥을 보니 어린 시절 훔쳐먹던 기억이 새롭다. 쌀밥이 귀한 시절 농번기에 쓸 막걸리를 만들려고 하얀 쌀로 고두밥을 지었다. 그게 너무 먹고 싶어 훔쳐 먹다 할머니에게 혼난 기억이 떠오른다. 눈치 빠른 회원 한 분이 고두밥 한 숟가락을 퍼 준다. 입에 넣고 아련한 추억을 씹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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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정성껏 창포를 씻는 회원들. ⓒ 50+시민기자단 남영준 기자

 

창포를 회원들이 정성껏 씻는다. 뿌리에 붙은 흙을 칼로 하나하나 떼어내며 정겨운 이야기를 주고받는다. 옛 문헌에 보면 단오가 되면 창포주를 맛보았다는 기록이 많다. 창포는 물가에 자라는 여러해살이풀로 단오에 잎을 달여 머리를 감는 풍습으로 잘 알려져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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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창포는 물가에 자라는 여러해살이풀이다. ⓒ 50+시민기자단 남영준 기자

 

동의보감에 따르면 창포의 뿌리는 몸을 가볍게 하고, 장수하게 한다고 한다. 동의보감에 나오는 창포주 담그는 방법은 석창포 뿌리즙 5말에 찹쌀 5말을 넣고 삶은 후, 고운 누룩 5근과 고루 섞어 만든다고 되어 있다.

 

벌써 다음 달이 기다려진다. 창포주는 어떤 맛일까? 창포의 향기는 어떨까? 창포주를 마시면 장수한다고 하니 많이 마셔야 할까? 엉뚱한 생각이 앞지른다.

 

 

50+시민기자단 남영준 기자 (bransontiki@naver.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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