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와인 한 잔과 수다가 있는 놀이하는 저녁 

 

<놀이하는 저녁>은 서부캠퍼스가 추진하고 있는 '은평 하루여행', '문화로 쉼표찍기', '나를 만나러 갑니다'에 이어 <불광50+문화조성프로젝트> 중 하나.

불광50+문화조성프로젝트①_'은평 하루여행' 보러가기

불광50+문화조성프로젝트②_'문화로 쉼표 찍기' 보러가기

 

 

'놀이하는 저녁' 프로그램을 기획하고 진행한 루덴스협동조합 유상모 이사장에게 소개를 부탁했다.

 

"건강하고 유쾌한 인생 후반을 살아가기 위해서는 잘 놀아야 합니다. 어떻게 놀 것인지 함께 고민하는 시간을 갖고자 이 프로그램을 기획하였습니다.

이를 통해 삶의 활력과 창조적 에너지를 가져다주는 호모루덴스가 되어 보기를 권합니다. 서부캠퍼스 안의 프로그램은 대체로 이론적인 것이 많습니다.

캠퍼스 밖에서는 놀이로 할 수 있는 게 가능하죠. 루덴스협동조합이 만든 루덴스 키친은 놀기에도 좋은 공간입니다."

 

캠퍼스 밖, 특히 서부캠퍼스의 50+인생학교 동문들이 모여 만든 문화공간 <루덴스키친>에서 '놀이'가 이루어진다는 것도 굉장히 의미가 있다. 

수강 신청한 25명 중 여자는 16명. 반면에 끝까지 출석한 사람은 남자가 더 많단다. 남자들이 놀이에 관심이 더 많은 것인지, 놀이에 어려움을 더 많이 느끼는 탓인지

문득 궁금해진다.

 

1회 차의 주제는 '50플러스, 놀이가 일이다'로 영화평론가이며 동국대 교수인 유지나 씨가 강의를 맡았다. 인생 전반기를 직장과 일 중심으로 살아왔다면,

후반기는 자신이 진정 좋아하는 것을 하며 즐기는 '호모 루덴스'가 되기를 당부하였다. 50+는 '놀이하는 인간'의 본성을 회복해야 할 시간, 행복한 삶을 위한 '놀기'에

대해 이야기하였다. 

 


▲ 강의 중인 유지나 동국대 교수 

 

2번째 시간은 '그렇게 춤만 추면 불안하지 않아요?'로 제목이 재미있다. 지하철 광고에도, 서울시50플러스 캠퍼스 곳곳에서 춤추는 그의 사진을 만날 수 있는 유상모 이사장이 직접 강의를 맡았다. 사업이 잘 되어도 즐겁지 않고 불안했던 어느 날 '퇴근 후 렛츠' 프로그램을 계기로 호모루덴스에 눈을 떴단다.

좋아하는 춤을 췄을 뿐인데 그것이 일이 되고 사람들에게 즐거움을 주는 멋진 인생을 살고 있다. 그는 놀이는 마르지 않는 창조의 샘이라고 강조한다.

 


▲ 강의 때 직접 탱고를 추는 유상모 이사장(사진 제공 : 유상모 이사장)

 

마지막 3번째 시간은 김미경 서촌 옥상화가. 제목은 '좋아서, 이러고 삽니다'이다. 오십 이후 좋아하는 그림을 찾아 화가로의 꿈을 이룬 자신의 삶과 딱 어울린다. 그는 한겨레 신문기자 등 27년간 직장생활을 접고 전업화가가 되었다. 풍요롭진 않아도 좋아하는 일을 하며 사는 삶에 대해 이야기를 나누는 저녁이었다.

 

"놀이로의 초대"

 

프로그램 마지막은 '놀이로의 초대'라는 주제로 참가자들 모두와 서로 이야기를 나누는 와인 파티였다. 깊어가는 가을날 금요일 저녁에 딱 어울려 두근거리는

마음으로 루덴스 키친을 찾았다. 

 

"놀이는 행복입니다. 잘 놀아야 살아가는 힘을 얻을 수 있습니다. 우리 50+에게 아쉬운 것은 행동으로 옮기는 것입니다.

각자 참여한 동기와 어떤 놀이에 관심이 많은지 이야기해볼까요?"

 

유상모 이사장의 질문에 각자 이야기보따리를 풀어놓았다. 샌드위치, 과일, 와인과 치즈 덕분에 분위기는 한결 부드러웠다.



▲ 참가자들과 이야기를 나누는 유상모 이사장(왼쪽)과  유지나 교수(오른쪽)
 

친구와 함께, 부부가 함께 참여한 사람도 있었다. 그 중 현재 대학에서 청소를 한다는 분의 말이 인상적이다.

 

"나이든 분들이 술 마시고 지하철에서 떠드는 모습을 보고 '나는 저렇게 나이 들지 말아야지' 다짐했었습니다. 어느 날 보니 제가 그러고 있더라구요.

화들짝 놀라 술을 끊었습니다. 온통 술친구들뿐이라 외톨이가 되었습니다. 다른 사람들은 어떻게 노는지 궁금하고 새로운 사람들을 사귀고 싶습니다.

저는 걷는 것을 좋아하여 국토종단도 했어요."

 

'타투 스티커'를 가져와 모두에게 붙여준 적극적인 참가자도 있었다. 분위기가 한결 젊어지고 화기애애해졌다.

 

"호모 루덴스가 내 삶의 모토입니다. 저와 딱 맞는 강좌라 반갑게 왔지요."

 

"베이비부머 세대는 '놀이'에 대해 부정적으로 교육을 받았습니다. 놀이문화에 대한 유연성을 가지고 싶은데 이 강좌가 도움이 되었습니다."

 

"50 이후의 삶을 어떻게 살아야 하나? 고민하던 중 다른 분들은 어떻게 나이 들어가는지 들여다보고 싶었습니다."

 

"어느 날 '나는 재미있게 살고 있나?'라는 질문을 스스로에게 하였죠. 놀이하는 저녁이라는 제목에 끌렸어요." 다양한 춤을 섭렵한 분의 말씀이다. 놀이로 시작하여 지금은 안무를 직업으로 삼고 있다고 한다.

 

"목각도 하며 혼자 잘 놉니다. 아내 덕에 춤을 만나 함께 그룹댄스를 열심히 하고 있는데, 혼자 노는 것도 좋지만

함께 노는 것도 즐겁더군요."

 

한 사람 한 사람에게 피드백을 주던 유지나 교수가 라틴어 Praxis (知行合一, 지행합일, 아는 것은 실천하라)를 직접 써 가며 강조하던 말이 마음에 남는다. 

 

“생각만 잔뜩 하지 말고 행동하세요. 자신이 뭘 좋아하는지 알아가고 표현하세요. 고정관념을 버리고 자유로워지세요.

변하지 않으면 썩습니다!”
               
불광에 문화가 한 뼘 자란 저녁이었다. 

 


▲ ‘놀이하는 저녁’의 참가자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