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10월 26일 오후 6:30부터 서대문50플러스센터 야외 정원에서 열린 공동체 상영회에 함께 한 수강생이 이 날의 열기를 전합니다. <타샤 튜더> 상영회는 서대문50플러스센터가 진행하는 옥상 정원 조성을 위한 주민 교육 프로그램의 일환으로 열렸습니다(편집자 주).
영화 <타샤 튜더>는 100여 권의 동화를 쓰고 직접 삽화를 그려온 작가 타샤 튜더가 지난 2008년 92세의 나이로 타계하기 2년 전 겨울부터 촬영한 다큐멘터리다. 타샤 튜더가 가꾼 마법같은 정원의 사계절과 함께 한 동화같은 인생 이야기를 만나기 위해 서둘러 서대문50플러스센터로 향했다.
서대문50플러스센터에서는 예정된 공동체 영화 관람을 위한 준비가 한창이었다. 센터와 유진맨숀 사이 야외정원에 임시 영화관을 만들고, 쌀쌀한 날씨를 감안해 담요와 핫팩, 갓 만든 쿠키와 뜨거운 커피도 준비해 두었다. 그런데, 날씨가 심술을 부렸다! 아침부터 부슬부슬 가을비가 내리기 시작하더니 오전 내내 멈추지 않는 것이다. 전날 함께 준비한 야외 영화관 세트가 허사가 되려나. 그런데, 천만다행^^. 하늘도 주민들과 함께 즐거운 영화 감상을 위해 수고한 예쁜 마음에 감동했는지 오후부터 비가 개면서 맑은 하늘을 보여주기 시작했다.
센터 벽면에 준비한 스크린과 빔프로젝트, 음향기기 그리고 의자와 간이 테이블이 세팅되었고, 어느덧 6시를 넘어가면서 주민들이 한 분 한 분 오시기 시작했다. 날씨 때문에 관객이 오지 않으면 어쩌나 하는 기우는 잠시, 6시 반 오프닝을 알리기도 전부터 많은 분들이 자리를 채우기 시작했다.
영화 상영에 앞서 서대문50플러스센터 이수빈 센터장으로부터 지난번 2차 주민 설명회에 이어 진행된 옥상정원 설계 도면에 대한 안내가 있었다. 주민들의 요구가 반영된 센터와 맨션 출입구 사이 통행로 바닥 개선 등이 새롭게 반영된 설계 도면을 보면서, 낡고 오래된 건물이지만 아름다운 정원을 만들고 가꾸는 과정이 어려움을 극복하며 차근차근 진전되는 것 같아 뿌듯했다.
기다리던 영화 <타샤 튜더>는 잔잔한 음악과 더불어 시작되었다. 주위의 어둠이 깔리고 간간이 부는 매서운 바람에도 한 치의 동요도 없이 영화에 몰입하는 관객들, 그림 같은 정원과 함께 한 타샤의 인생에 공감하는 사람들 모습 역시 아름다운 밤이었다.
그런데 어느덧 영화의 클라이맥스가 다가올 무렵, 한두 방울 빗방울이 듣더니 이내 후두둑 쏟아져 내리기 시작했다. 계속 영화를 관람할 수 있을까 걱정하는 순간, 관객들은 너나할 것 없이 실내에서라도 계속 보기를 원했다. 갑자기 분주해진 센터 직원들을 보며 나이든 어르신들까지 비를 맞으며 직접 의자를 옮기기 시작했다. 관객들의 도움과 서대문50플러스센터 직원들의 신속한 대응으로 영상 장비를 모두 옮기고 영화는 실내 까페 공간에서 계속 이어졌다.
한바탕 소란이 일어난 뒤의 고요함이랄까? 후반부에 들어서면서 영화를 보는 이들의 몰입감은 압권이었다. 숨소리 하나 들리지 않을 정도로 영화에 집중한 이들은 동화작가이자 조경가이며 생활력 넘치는 어머니로서의 타샤 튜더 생애가 막을 내리자 뜨거운 박수를 보냈다.
정말 좋은 영화를 만나게 해 주어 고맙다는 진심어린 인사와 덕분에 이렇게 멋진 공간을 새롭게 만났다는 이야기까지. 관람을 마치고 돌아가시는 주민 한 분 한 분 얼굴에 피어나는 미소를 보면서 모두가 흐뭇했다. 더구나 그간 방치되다시피 했던 공간에 대한 새로운 가치를 함께 발견했다는 기쁨이 영화의 여운과 함께 배가된 느낌이었다.
‘서대문50플러스센터가 앞으로 주민들과 함께 할 수 있는 일이 참 많겠구나’ 생각하니 수강생의 한 사람으로 느끼는 뿌듯함은 더했다. 더불어 갑작스런 소나기로 인해 생긴 한바탕 소동 또한 잊지 못할 에피소드로 남을 것 같다.
글 최원준 2018년 상반기 서대문50플러스센터 <50+ 원예 활동가 양성_그린 코디네이터 되기 >수강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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