9월 18일(화) 불광동 서부캠퍼스에서는 하반기 두 번째 명사특강으로 유시주 작가님의 ‘시니어 시티즌십’ 강의가 있었다. <시니어 시티즌십>이란 무엇일까?
다소 생소한 이 말은 ‘원로 시민 정신’으로 번역되는데 각자도생의 현시대에 공동체 경험을 사회적 자산으로 가지고 있는 우리 50+세대들이 어디서부터 어떻게 원로 시민으로
활동할 수 있을지 함께 고민하는 자리가 되었다.
먼저 ‘통계로 읽는 한국 사회’를 통해 우리 모습을 객관적으로 들여다보는 시간. 유시주 작가는 GDP 12위, 무역 규모 11위, 경제성장과 민주주의를 함께 이뤄낸 한국 사회를 세계의
학자들이 예의주시하며 높이 평가하고 있다는 사실을 짚었다. 하지만 유엔에서 조사한 세계행복보고서(2017)에서 157개국 중 57위를 한 사실 역시 함께 읽어야 할 모습으로 꼽았다. 또 하나 눈길을 끄는 지표는 <갈등관리지수>. OECD 34개국 중 27위다. (2015. 한국보건사회연구원) 한국 현대사에서 보듯이 좌우 이념갈등이 크기 때문이다.
우리는 300만명 이상이 전쟁으로 목숨을 잃은 지 70년이 채 되지 않은 나라다. 또 이념갈등 뿐 아니라 ‘노인을 공경하지 않는다’는 지표에서도 거의 꼴찌를 한 예를 들었다. ‘틀딱충’. ‘할매미’. ‘연금충’ 같이 젊은 세대 사이에서 불리는 온당치 못한 혐오 신조어를 통해 세대 간 서로 마음이 닫혀있음을 확인했다.
그동안 급격한 경제성장과 빠른 사회 변화로 우리 공동체를 성찰할 수 있는 여러 가지 조건이 제대로 작동하지 못함을 인정해야 했다. 사회 신뢰지수나 사회적 자본 역시 평균에
못 미치는 평가를 받았다.
"나와 다른 성별, 신분, 지역, 정치적 견해를 가진 사람에게 맘을 열 수 있는 사회를 만들려면 어떻게 해야 하는가? 그런 사회적 자본은 누가 키우는가?"
이 물음에 대한 답은 고대 ‘그리스 펠레폰네소스 전쟁 전사자 추모연설’에서 나온 글귀에서 해답을 찾는다.
“정치에 무관심한 시민은 조용함을 즐기는 자로 여겨지지 않고 시민으로서 무의미한 인간으로 간주된다.” 곧 “시민으로서의 나는 공인이다. 의무이자 책임이 있으며 공동체 발전을
위해 해야 할 일이 있다”고 말한다.
그렇다면 우리를 한 번 들여다보자. 55-63년 태어나 베이비부머로 불리는 세대. 712만 명. 총 인구의 14.6%가 가지고 있는 부동산은 58%다. 경제성장의 주역이었으며
노인 세대에 비해 교육 수준 높고 성공 욕구도 강한 세대. 앞으로 6-7년 뒤면 우리나라도 초고령화 사회로 진입하게 되어 생애주기 자체가 변화할 것이다. 뒷방 늙은이로 불리던
위 세대에 비해 새로운 역할을 부여받고 있는 것이다. 과연 그것은 어떤 역할일까?
젊은이들이 생각하는 바람직한 시니어상과 부정적인 시니어상을 살펴보면서 신뢰와 진실성, 연대와 개방성을 가진 사회 자본을 쌓는 선두주자가 되기 위해 우리가 유의할 점이
무엇인지 생각해 보자면 ‘나도 혹시 룰을 지키고 있지 않은지, 나도 혹시 고집불통이진 않은지’ 되돌아봐야 한다고 말한다. 따뜻하고 믿을 수 있는 사회가 되기 위해서는 자기 성찰이
먼저 필요하다는 얘기다.
유시주 작가는 헬렌.스콧 니어링의 <시간배분의 원칙>에서 나오는 ‘깨어있는 시간의 1/3은 먹고 살기 위한 노동. 1/3은 독서, 대화, 글쓰기 등 즐거움을 위해.
나머지 1/3은 이웃과 공적인 책임을 위해 일한다.’ 는 이야기와 ‘이웃을 친절하게 대하는 것이 신앙이고 선행이다’ 는 프란치스코 교황의 이야기를 소개하면서 자기 성찰의 결과로
각자 “나의 원칙 만들기”가 필요하다고 한다.
‘시민의 관점’에서 보자면 서로의 동등한 권리를 인정하지 않는 것이 ‘갑질’이다. 갑질은 공공의 사회에서 시민적 윤리가 제대로 작동되지 못함을 나타낸다.
시민적 윤리는 우리가 많이 경험하고 합의해가면서 만들어 가야 할 과제인데 우리 일상에서 쉽게 찾아볼 수 있다. 그것이 젊은이에게 다짜고짜 반말을 하지 않는 자기만의 작은 원칙일 수도 있고, 기부나 자원봉사, 아니면 아파트입주자대표협의회 같은 작은 단위의 민주주의 실험장에서의 소소한 경험과 원칙일 수도 있다.
우리 사회가 급하게 달려오느라 생긴 함정과 빈 구석들. 우리 스스로 성찰하면서 그것을 메꿔 나가는데 우리 50+세대가 앞장 서자.
‘사회적 우정을 회복하는 50+시간’이라는 주제에 꼭 맞는 강의라는 생각이 들었다. 시니어 시티즌십. 원로 시민정신. 우리 사회를 견인해 나갈 그 말의 무게만큼 묵직한 책임을 가슴에 안고 강의실을 나왔다.
글·사진=임영라(50+모더레이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