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평소 그림에 관심은 있지만 재주가 없어 망설였는데,
민화 전시회에 다녀온 뒤 매력을 느껴 참여하게 되었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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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 24일, 물감 뭍인 붓으로 부채에 채색을 하고 있는 양영심씨의 표정은 자못 진지하다. 모란꽃, 연꽃, 복숭아꽃 밑그림이 그려진 부채에 색을 입히고 있다.
‘민화교실’은 50+중부캠퍼스에서 진행되는 여름학기 7월 프로그램이다. 3주에 걸쳐 매주 월요일 2시간씩 하고 있는데 오늘은 두 번째 시간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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민화(民畵)는 민중들의 생각이 그대로 반영된 가장 한국적인 그림이다. 조선 시대 왕실이나 사대부들이 그린 문인화와 달리 자유분방하고 해학적이며 솔직한 것이 특징이다. 그동안 주류 미술계에서 소외되어 왔지만 요즈음 우리 전통 문화를 사랑하고 배우려는 사람들이 늘어나면서 민화 인구가 10만 명을 넘었다고 한다. 특히 이탈리아 밀라노에 있는 루치아노 마탈론 박물관에서 ‘2017 한국민화특별전’이 열리면서 민화는 ‘문화 한류’로서 자리매김을 하였다.
< 2017 한국민화특별전 작품들, 맨 우측이 김제민의 ‘행복’ / 문화일보 7월 3일 기사 >
민화교실의 강사는 밀라노 특별전에 참가한 김제민 작가이다. 50+세대들이 민화의 멋을 느끼고 직접 제작해보는 특강 형식으로 진행되는데, 소소한 일상용품인 부채와 벽걸이 액자 등을 매시간 완성한다.
오늘은 밑그림이 그려진 부채에 색을 입히는 작업을 한다. 준비물인 물감, 붓, 접시 등은 강사님이 준비해 주었다.
수강생의 대부분은 여성분들이었는데 남자분이 눈에 띈다.
“선물 받은 부채에 그림을 그려 넣고 싶었는데 잘 안되더군요. 마침 민화교실에서 부채에 그림을 그린다고 해서 동참하게 되었습니다.”
“부채에 색을 칠하다보니 잡념이 없어지는 것 같습니다. 학창 시절에는 국영수를 잘해야 하지만 나이를 먹으니 음미체를 즐길 줄 알아야 행복한 것 같아요.”
자신이 무엇을 좋아하는지 찾다가 알게 된 민화에 푹 빠진 분의 이야기이다.
“강사님이 친절하게 가르쳐 주시니 생각보다 쉽고 재미가 있습니다. 특별한 재능이 없어도 우리 같은 시니어들이 해 볼만 하네요.
2학기에 민화 강좌가 개설되면 꼭 수강하고 싶습니다.” 서경원씨는 붓 끝에 정성을 모아 모란 잎에 초록색을 입히면서 말하였다.
“서양화의 혼합된 색보다 민화의 5방색(적색, 청색, 황색, 흑색, 백색)은 열대 지방에서 사용하는 색처럼 밝고 색감이 예뻐서 우울증 치료에 효과가 있어요. 또 머리로만 생각하는 것이 아니고 손을 사용하니까 치매 예방, 여가 활용에도 도움이 됩니다.”
김제민 작가는 50+세대들이 서예와 서양화 등을 배우러 다니는데 민화와 같은 전통 미술에도 관심을 가지고 도전해 보기를 소망한다.
민화 속에 그려진 꽃이나 곤충, 책거리 등은 인생의 길흉화복과 출세의 의미를 담고 있다. 또한 행복한 삶을 소망하는 마음도 담겨 있다. 원근감이 무시되고 파격적으로 화면을 구성하며 해학적인 요소가 가미된 가장 한국적인 그림이 민화이다.
나이를 먹어갈수록 한국적인 것에 친근감을 느끼는 것은
우리 50+세대의 자연스러운 현상이 아닐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