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업 퇴직자들의 퇴직 후 인생 재설계 동향

 전직지원서비스는 국민적 의식의 변화와 기업의 수요 증가, 효과의 확대를 경험하면서 점차 생활설계프로그램, 생애설계프로그램과의 접목을 통해 경력개발을 위한 제도로 발전해 가고 있다. 또한 전직지원서비스가 초기에는 퇴직자를 지원하는 제도로만 활용되었으나 최근에는 재직자의 사전적 교육프로그램으로서의 역할로 확대되는 사례들이 증가하고 있다. 그러나 기업의 전직지원서비스는 여전히 개인의 삶 전반보다는 경력이나 재무적인 준비에 더 관심을 기울이고 있다. 때문에 기업이 미처 지원하지 못하는, 영리 분야에서의 경험을 잘 활용할 수 있는 사회적 경제 영역으로의 진입이나, 여가를 즐기기 위한 다양한 대안의 제시, 다양한 사람들과의 관계 속에서 활기찬 노후를 영위할 수 있는 기반을 구축하는 등의 역할을 50플러스가 담당해줌으로써 인생 2막의 삶의 질이 더욱 향상될 수 있을 것이라고 믿는다.

 

김석란

삼성전자 경력컨설팅센터 부장

 

 

1. 국내 기업 퇴직자들의 퇴직 준비 양상

기업에서 퇴직하는 50대 남성이면서, 대한민국 중산층 가정의 가장들은 이중의 고통을 겪고 있는 듯하다. 50대는 전 생애 발달적 측면에서 급격한 변화가 진행되는 생애 전환기라고 할 수 있다. 50대의 생애 전환기에 이들이 맞이하게 되는 첫 번째 고통은 퇴직으로 인한 당혹스러움과 심리적 불안이다. 20대에 사회생활을 시작하면서 문방구 이력서 밖에 써 보지 못했던 이들이 50이 넘은 나이에 이력서라는 것을 다시 써야 하는 상황에 대해 당혹스러워 하고, 퇴직 이후에 겪어야 하는 새로운 변화에 불안함을 감추지 못한다. 두 번째 고통은 당장 해결해야 할 '재취업'이라는 과제뿐만 아니라 '60세 이후에는 무엇을 하며 살 것인가'라는 질문을 접하면서 인생 후반을 준비해야 하는 더 중요한 과제가 남아 있다는 사실을 깨닫게 되는 것이다.

 

퇴직 이후에 맞이하는 재취업이라는 첫 번째 과제와 장기적 관점에서 생애경력을 준비해야 하는 두 번째 과제, 이 두 가지 모두가 50대의 어깨를 짓누르는 과업이다. 하지만 그들은 이미 몇 해 전부터 미래에 대해 준비해야 한다는 사실을 접하고 있었음에도 실제로 준비하지 못했던 이유에 대해 질문을 하면 "무엇을 어떻게 어디서부터 시작해야 할지 몰라서 시간만 흘러가 버렸다"는 답을 듣게 된다. 실제로 한국보건사회연구원의 '노후준비 실태조사 및 노후준비 지원에 관한 5개년 기본계획 수립 연구' 정책보고서 중 '50대의 제2의 일을 위한 준비 여부' 조사 결과를 보면, 전체 조사 대상자 중 노후를 준비하고 있다고 답한 50대는 36.9%에 불과하며, 36.9% '관심 있음'29.3%, '방법 모색 중'5.1%, '구체적 준비'2.4%에 불과했다. 제대로 된 준비를 하는 50대가 많지 않음을 확인해 주는 결과이다.

 

2. 국내외 기업 전직지원서비스 동향

선진국에서는 퇴직자의 신속한 전직지원, 인적 구조조정과 퇴직관리를 원활하게 진행하기 위해서, 전직지원서비스가 인적 자원관리 활동의 일환으로 제도화 되었으며, 최근에는 기술과 경제, 직무 태도, 문화규범의 변화에 빠르게 대처하기 위한 수단으로 활용되고 있다. 특히, 선진국에서의 전직지원서비스는 경력개발, 직업탐구계획에 대한 상담부터 기업에 전직지원서비스를 제공하기 위한 지원 기준, 개인 평가와 상담을 실시하고, 부가적으로 경력까지도 조사하고 지원하는 역할을 한다.

 

국내의 경우, 기업은 21세기의 치열한 경쟁 환경에서 살아남기 위해 근로자를 인적자본의 측면과 혁신적 경영기법으로 축소해야 할 비용 요소로 간주하는 극단의 현상을 발견하게 된다. 이러한 맥락은 소비자의 수요에 대응하여 노동시장의 기술과 수준이 변화되었으며, 이에 따라 근로자에게 요구되는 역량도 달라졌다는 것을 알 수 있다. 따라서 사회?경제적 변화와 더불어 급격하게 불안정 화 된 노동시장에서 개인은 평생직장 대신 평생직업과 평생 고용가능성을 지향해야 하는 실질적인 요구에 직면하고 있다. 이러한 환경의 변화에 따라 기업의 전직지원서비스도 변화를 거듭해오고 있으며 내용 또한 다양해지고 다차원적으로 변모해 가고 있다.

 

인력 유동화 시대의 도래로 상시적 퇴직관리의 필요성이 증대되고 이에 따라 구조조정이 상시화 되던 시기를 거치면서 전직지원서비스는 국민적 의식의 변화와 기업의 수요 증가, 효과의 확대를 경험했고 점차 생활설계프로그램, 생애설계프로그램과의 접목을 통해 경력개발을 위한 제도로 발전해 가고 있다. 또한 전직지원서비스가 초기에는 퇴직자를 지원하는 제도로만 활용되었으나 최근에는 재직자의 사전적 교육프로그램으로서의 역할로 확대되는 사례들이 증가하고 있다.

 

최근에는 기업이 주도하여 전직지원서비스를 도입함으로써 기업의 사회적 책임을 다하고, 퇴직으로 위기에 처한 근로자를 대상으로 적극적인 서비스를 실시하고 있다. 대부분의 기업은 여전히 사후 대응 수준에 머물러 있지만, 삼성, 포스코, 현대, KT, 국민은행 등 일부 기업은 상시적으로 전직 지원센터를 운영하고 있다. 기업이 종업원의 평생고용을 보장하기 어려운 시대를 맞이하면서 일시적, 임시방편적 퇴직관리의 방식이 아닌 기업의 경쟁력 및 성과의 지속적 향상을 도모하기 위해 전직지원서비스를 인적자원개발을 위한 제도로 정착시켜야 하는 새로운 도전에 직면해 있다고 할 수 있다.

 

특히 삼성의 경우, 현재 그룹 내에 4개의 전직지원센터를 운영 중이며, 삼성전자는 2001년부터 경력개발센터를 설치하고 전직지원서비스를 실시해오고 있다. 그 이후 2008년 글로벌 금융위기 등으로 퇴직이 상시화 되고, 퇴직 이후 개인의 삶에 대한 기업의 사회적 책임이 강조되면서, 20118월 교육, 컨설팅 기능을 추가하여 경력컨설팅센터로 재편하였다. 2015년에는 5개 전자 계열사의 경력컨설팅센터가 통합되어 전직지원서비스를 제공하고 있다.

 

3. 전직지원프로그램의 특징과 방향성

기업에서 20~30년 근속한 퇴직자들은 재직하는 동안 외부노동시장에 대해 거의 관심을 갖지 않았으며, 퇴직 이후의 경력 경로로 재취업 이외에는 고려해 보지 않은 경우가 대부분이다. 또한 오랜 기간 한 직장에서만 근무를 했기 때문에 변화에 대한 대처능력이 떨어지고, 유연성이 낮다는 특징을 가지고 있다. 그리고 재취업을 하는 경우, 퇴직 한 회사와는 다른 조직문화, 시스템, 프로세스 등 대부분의 영역에서 격차가 존재하고 역할의 변화가 발생하면서 적응력에 문제가 생기게 된다. 더불어 재취업 경험이 거의 없어 구직활동에 대한 지식이나 기술이 부족하다는 점과 이러한 변화를 겪으면서 심리적 불안이 증대되었다는 점 등이 이들의 특징으로 파악된다.

 

이러한 대상의 특징이나 상황에 따라 프로그램은 설계되었으며, 기업에서 운영되는 전직지원 프로그램의 특징은 대개 다음과 같이 요약될 수 있다.

 

첫째, 전직지원프로그램이 단기적 관점에서 빠른 재취업을 위한 프로그램으로 운영된다는 측면과 전직지원을 생애경력 전환이 아닌 직장전환으로 인식하고 있다는 측면을 고려하여, ?고령자 퇴직자의 자기계발과 삶의 질 향상을 지원하는 평생교육 차원의 개념을 도입하여 전직을 효과적으로 유도할 수 있도록 구성하였다.

 

둘째, 한 직장에서의 고용안정성 보다 다양한 노동시장에서의 고용가능성을 강조하는 노동시장의 특징을 고려하여 무경계 경력, 프로틴(protean) 경력의 개념에 부합하는 경력탄력성의 제고에 초점을 맞추었다.

 

셋째, 전직 경험을 통해 퇴직 전에는 몰랐던 것들을 알게 되고 퇴직자들을 이해하게 되면서, 기존의 관점과는 다른 새로운 관점을 갖는다는 연구 결과들을 근거로 낯선 환경에 적응하기 위한 관점의 전환도 고려되어야 한다는 점을 프로그램에 반영하였다.

 

넷째, 삶의 6개 영역(, 재정, 가족, 건강, 여가, 관계)에 대한 설계를 통해 미래의 삶을 구체적이고 주도적으로 운영하도록 동기부여를 하고 있다는 점이다.

 

이러한 노력은 큰 변화를 감당해야 하는 50대에게 일과 삶의 방향성을 제시하는 계기가 되고 있음은 의심의 여지가 없다. 하지만 대부분의 전직지원서비스는 여전히 재취업에 초점이 맞춰져 있으며 생애설계, 특히 생애경력설계는 콘텐츠 개발 노력이나 프로그램의 질이 여전히 미흡한 수준에 머물러 있다.

 

4. 마무리 및 제언

기업의 전직지원서비스는 여전히 개인의 삶 전반 보다는 경력이나 재무적인 준비에 더 관심을 기울이고 있다. 이는 기업의 관점에서 개인에게 가장 우선적으로 준비가 필요하다고 생각되는 분야에 교육이나 컨설팅이 집중되어 있다는 얘기다. 이들 전직지원프로그램이 개인의 여가나 가족, 관계에 대해 언급하고는 있지만 좀 더 세세하게 다루지 않고 있다는 점을 쉽게 발견할 수 있다.

 

이처럼 기업이 제공하는 전직지원프로그램의 미흡한 부분을 50+ 캠퍼스/센터가 보완해주는 방식은 매우 바람직하다고 생각된다. 특히 영리분야에서의 경력을 잘 활용할 수 있는 사회적 경제 영역으로의 진입이나 사회공헌 일자리 경험, 그리고 다양한 사람들과의 관계 속에서 활기찬 노후를 영위할 수 있는 기반을 구축하는 등의 활동은 기업이 미처 지원하지 못하는 영역이며 이러한 역할을 서울시50플러스재단이 담당해줌으로써 인생 2막의 삶의 질이 더욱 향상될 수 있을 것이라고 믿는다.

 

 

※ 이 기고는 김석란의 숙명여자대학교 박사논문 '기업 전직지원프로그램의 효과분석에 관한 연구'를 토대로 정리한 것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