교육과 배움으로 인생의 계절을 맞이하다
: 50+생애설계교육에 관하여
서울시50플러스캠퍼스에서 진행하는 교육과정은 50+세대의 생애 주기적 특성과 욕구 등을 반영하여 '정체성', '자기성찰', '탐색과 모색', '구상'에 이르는 생애설계적 관점을 구현하고자 노력한다. 사회적 상호작용을 추구하는 활동 지향적인 50+세대가 교육과 배움을 매개로 인생 후반전이라는 인생의 계절을 잘 맞이할 수 있도록 체계적인 교육을 제공하고자 하는 노력을 공유하고자 한다.
황윤주
서울시50플러스재단 서부캠퍼스 교육사업실장
1. 50+세대의 생애설계를 위한 교육
Houle(1961)은 성인학습 참여 동기에 의해 학습자 유형을 다음 세 가지로 유형화하였다. 성인학습 참여 동기가 분명한 목표 지향적인 학습자(the goal-oriented learner), 성인교육에 참여해 활동하는 자체를 즐기며 사회적 상호작용을 추구하는 활동 지향적인 학습자(the activity- oriented learner), 끝으로 지식 자체를 탐구하는 학습 지향적인 학습자(the learning- oriented learner)이다. 목표 지향형은 학습 참여에 구체적이고도 명백한 목표를 지니는 유형으로 현실적인 필요나 이익, 이해관계에 민감한 특징이 있다. 활동 지향형은 학습 그 자체에 목적이 있기보다는 학습에 참여한다는 사회적 활동 속에서 의미와 만족을 찾는다. 즉, 사회적 접촉이나 사회활동 참여, 대인관계가 주된 목적이다. 학습 지향형은 배운다는 그 자체가 좋아서 또는 근본적으로 알고자 하는 욕구로 인해 학습에 참여하는 유형들이다.
50+교육은 다른 평생교육기관의 자격증 취득이나 취업을 위한 직업교육훈련이나 취미, 인민교양 교육이 아닌 50+세대들의 사회활동 참여나 대인관계 증진을 목표로 삼고 있다. 활동지향형의 학습동기와 맥락을 같이 한다. 그렇다면 학습 동기를 충족시키기 위해 교육은 어떻게 설계되어야 할까? 성인발달이론으로 유명한 심리학자 Erickson(1968)과 Levinson(1978)은 중년기란 이미 자신만의 생활방식과 사고방식이 확립되어 있는 성인들로, 자아 정체성 재확립과 삶에 대한 성취욕, 관계에 대한 애착이 강한 생애발달적 특성이 드러난다고 하였다. 특히 Levinson(1978)은 개인의 삶에 나타나는 변화를 인생의 계절이라고 표현하면서 50대 전환기에는 자아와 세계에 대한 탐색과 다음 단계의 인생구조(life structure)를 형성하기 위한 기초를 마련해야한다고 언급하였다. 생애주기 관점에서 중년기는 인생의 후반기를 준비하는 시기이다. 교육과 배움을 통해 50+세대의 인생2막을 준비하기 위한 50+교육은 자아와 세계에 대한 탐색, 정체성 확립과 관계에 대한 애착을 충족시키게 설계되어야 한다. 이는 50+교육이 생애설계적 관점을 띄어야 함을 뒷받침해주는 말이다.
2. 50+생애설계교육이란 무엇인가?!
『50+세대 인생이모작 실태 및 욕구조사 보고서(2015)』에 의하면 은퇴 전후의 50+세대는 새로운 유형의 관계망이 확장되길 바라고 있었다. 나이가 들수록 기존 모임 멤버가 아닌 공감대가 생길 수 있는 비슷한 관심사를 가진 새로운 사람들과의 모임, 서로 가르치고 배울 수 있는 생산적인 모임을 기대하는 것이다. 은퇴 후 불안한 인생2막을 대처하기 위해서, 사회공헌활동을 통해 자신의 재능을 지역사회에 환원하고 싶어서 등 여러 가지 이유로 '생애설계'가 필요하다고 말한다.
"알고는 있지만 막상 퇴직이 닥칠 때 까지는 생각을 못하게 되요. 퇴직하니까 이제 어떻게 살아야 하지, 덜컥 겁이 나더라고요. 노후자금은 마련 안됐고 아직 아이들은 대학생이고, 결혼도 시켜야 하니까 무슨 일이든 해서 하루하루 버텨야겠다는 생각이에요 (58세 재취업 남성)."
"퇴직 후 은퇴설계 교육을 3회나 수강했지만 실질적인 솔루션이 없어서 허탈했어요.
결국 개인이 알아서 해야되더라구요. 그런 의미에서 50+교육은 캠퍼스나 센터에서
인식전환 등의 기초적인 교육을 하고 대학이나 기타 전문교육기관으로 넘어가도록,
단계적인 교육으로 설계되어야 해요.
(2017. 50+세대의 생애설계와 사회참여를 위한 50+유관기관 간담회 참여자)."
그렇다면, 생애설계교육이란 무엇인가? 하는 문제를 생각해보지 않을 수 없다.
국내50+생애설계교육 현황
대부분의 생애설계교육은 은퇴 후, 혹은 노후를 대비하기 위한 설계에 초점이 맞춰져있다. 다른 말로 '노후설계교육' 및 '전직지원교육' 등이 있다. 일부 민간 기업이나 공사 등에서 실시되는 생애설계교육도 대부분이 퇴직을 앞두고 있는 임원을 중심으로 진행되고 있는 수준이다. 생애주기 관점에서 사회구조적, 개인적 특성을 염두에 둔, 그래서 다가올 인생후반기를 잘 준비하고 싶은 50+세대를 위한 생애설계교육을 만나기란 쉽지 않다.
노후설계 서비스는 크게 재무, 일, 사회공헌, 가족관계, 사회적 관계, 여가, 건강이라는 생애설계 7대 영역을 중심으로 한 정보제공 혹은 특정 분야 준비를 위한 프로그램을 진행된다. '생애설계교육'이라는 제목 아래 일과 관련된 경력설계, 전직지원 교육이 될 수도, 재무 설계 교육이 될 수 있다. 아니면 대부분의 문제를 조금씩 다뤄주는 패키지 형 프로그램도 존재한다.
대부분의 생애설계교육은 대상의 관점에서, 100세 시대의 특징 파악, 노후의 삶 예측, 자가 진단, 액티브 에이징의 경험 공유, 행복한 노후준비를 위한 다양한 기회를 탐색, 인생 후반전 준비에 필요한 정보와 전략 학습, 인생2막을 위한 변화의 시나리오를 작성하는 식으로 구성되어있다. 생애설계교육의 기본은 성찰, 탐색, 구상이라 할 수 있을 것이다. 서울시50플러스의 교육체계는 서두에서 밝힌 '관계'를 중심으로 한 자아정체성, 사회적 역할 등을 강조하는 50+교육으로 구현되고 있을까?
3. 서울시50플러스재단의 생애설계교육 현황
지난 5월 서부캠퍼스의 교육과정을 함께 운영하는 50+학습지원단과의 회의가 있었다. 회의에 참석하신 학습지원단 한 분이 "50+교육이 성공하기 위한 필요조건"이 무엇인지 반문하시면서 본인의 경험을 바탕으로 정의를 내려주셨다. "무조건 재미있어야 한다. 즐거워야하는데, 재미로만 끝나는 것이 아니라 유익해야하며, 수강생들의 절실함이 같이 있어야 한다"고 힘주어 말씀하셨다. 이 세 가지 맥락은 서울시50플러스재단이 지향하고 있는 교육이 '생애설계적' 관점에서 진행되고 있음을 말한다.
서울시50플러스캠퍼스: 인생재설계, 커리어모색, 일상기술학부
캠퍼스에서 진행되는 교육과정은 '생애설계교육프로그램'으로 명명되어 있지는 않다. 생애7대 영역을 다 다루고 있는 기존의 생애설계 프로그램을 거부하며, 노후설계나 전직지원의 개념을 지양한다. 캠퍼스에서는 진행되는 교육과정 하나하나에 생애설계적 관점을 가지고 교육을 설계하려고 노력한다. 예를 들어, '내 삶이 담긴 집짓기'라는 과정이 있다. 이 과정은 집을 짓기에 필요한 기자재가 무엇인지, 어디에 땅을 사야하는 지를 알려주는 과정이 아니라 장차 나는 누구랑 살 것인지, 남은 인생을 누구와 어디에서 무엇을 하며 살 것인지를 배우는 과정이다. 관계와 공간에 초점이 맞추어져 있다.
50플러스캠퍼스 교육은 수강할 대상자들의 목적을 고려해 세 개의 학부를 두었다. 생애설계의 가장 기본이 되는 '성찰'을 위해 정체성과 자기 인식이 가능하도록 한 '인생재설계학부'는 인식의 전환, 자기 자신의 성찰을 '책'이나 '그림' 등 인문학적 소재 등을 통해 나와 다른 사람, 관계를 인식할 수 있게 구성하고 있다. '커리어모색학부'는 은퇴 후 인생을 위해서 어떻게, 무엇을 할 수 있을지 '탐색'하기 위한 과정들로 운영하고 있다. 캠퍼스 교육은 직업교육훈련을 목표로 하지 않는다. 기본적으로 50+세대는 제2의 인생을 스스로 꾸려갈 자산, 경력, 연륜이 있다는 믿음 하에 경력을 바탕으로 일과 활동의 재구성을 돕는 것이다. 따라서 인생 후반기에 준비하는, 혹은 생각해볼 수 있는 직업과 일거리, 활동거리를 탐색하는 기회를 교육과정을 통해 제공하고 있는 것이다. 마지막으로, 그동안 일을 하느라 일상의 기술, 소소한 즐거움을 누릴 수 없었던 50+세대를 위해 '일상기술학부'를 통해 여가활동에 도움이 되고자 하였다. 그리고 이 모든, 일련의 교육과정을 통해 인생후반을 어떻게 '구상'해 나갈지를 '커뮤니티'를 매개로 지원하고 있다.
*서울시50플러스캠퍼스에서 제공하는 교육프로그램은 다음의 링크에서 확인 가능함 (http://50plus.or.kr/education.do)
배움이 배움으로써 끝나고 자신만의 학습 만족을 추구하는 것이 아닌, 다음 세대를 위한 혹은 앞으로 더 잘 살기 위한 준비를 이끌어 내는 것, 그것이 바로 우리가 추구하는 교육과정의 모델이며 많은 50+세대가 원했던 새로운 관계를 만들어 가는 과정이라 할 수 있다. 기존에 가지고 있던 생각의 전환, 세상을 보는 관점의 변화, 인식의 변화를 이끌어내는 것이 쉬운 일이 아니다. 그렇기에 교육이 일단 재미있고 즐겁기를 희망한다. 교육과정을 통해 여행을 함께 할 동료를 만나고, 반려동물을 키우는 사람들과 협동조합을 만들어가고, 공연을 같이 할 음악 밴드를 구상하는, 이러한 관계와 소통이 활동거리로 이어지는 일련의 과정으로 설계하고 있다는 점에서 서울시50플러스의 교육이 다른 기관과 차별성을 갖는 독특한 생애설계교육을 실현하고 있다고 말할 수 있을 것이다.
4. 더 긴 배움과 더 가까운 나눔을 실현하는 50+생애설계교육
생애설계 교육이란, 교육과정을 매개로 자발적이면서 주도적으로 자신의 삶과 생애를 설계하는 능력을 키움을 뜻한다고 생각한다. 서울시50플러스재단의 대표적 교육과정으로 <50+인생학교>가 있다. 50+세대라면 누구나 다 거쳐 가길 바라는, 언젠가 인생후반기를 위한 의무교육이 되기를 희망하는 <50+인생학교>는 자기 주도적 학습을 통해 스스로의 변화를 가져오기에 최적화된 프로그램이기 때문이다.
성인들은 경험을 통해 '쓰임새' 있는 '의미'를 재구성하여 삶의 현장에서 실천 가능한 것들을 생성해내고, 그 과정 속에서 성찰을 거쳐 지나 온 삶들을 반추함으로써 다양한 경험의 재구성이 가능하다. 이를 통해 현재 삶에 산적한 문제를 해결하고 미래를 설계해 나갈 수 있는 것(한준상, 2007)이라는 정의가 이토록 맞아떨어지는 교육의 현장이 있을까? 50+세대는 서울시50+캠퍼스에 와서 자신들의 경험을 50+교육과정을 발현시키면서 미래를 설계해 나가고 있는 것이다. 그렇게 개인의 미래를 설계하고 인생 후반기의 또 다른 계절을 맞이하다보면 50+세대들이 산재해 있는 우리 사회적 문제들을 해결할 수 있는 좋은 조력자로 자리매김할 수 있지 않을까 한다.
50+교육이 50+세대가 인생 후반의 계절을 잘 준비하는 매개자이자 촉진자이길 원한다. 그리고 그것이 우리가 바라는 생애설계적 관점이 될 것이다. 인생의 거친 파도를 헤쳐 온 세대인 만큼 서울시50플러스캠퍼스라는 순풍 속에서 잠시 닻을 내리고 쉬어가거나 순항할 수 있는 힘을 키우도록 교육 담당자로서 더 깊게 성찰해야 함을 느낀다.
[참고문헌]
「고령여성 인력개발 인프라 강화 및 생애 후반기 역량강화 지원방안 연구」(2013). 서울: 여성가족부.
「서울시 50+세대 인생이모작 실태 및 욕구조사」(2015). 서울: 서울특별시 인생이모작지원과
한준상. (2007). 교육자본론. 서울: 학지사.
황윤주(2015). 중년기 기혼여성 재취업과정에서의 학습경험 유형 연구. 서울: 중앙대학교대학원 박사논문.
Erikson, E. H. (1968). Identity, youth and crisis. New York, NY: Norton.
Houle, C. O. (1961). The inquiring mind. Madison, WI: University of Wisconsin Press.
Levinson, D. J. (1978). The Seasons of a man's life. New York, NY: Ballantine.