누구나 자유롭게 톡!하는 <금요낭독극장>
- vol.1 사랑은 가루를 싣고(오세혁 作)
8월 31일 금요일 여름의 끝자락. 공연이 있기 2시간 전.
배우들과 스텝들이 최종 마무리를 하고 있던 준비실에서 이번 금요낭동극장 첫 작품인 <사랑은 가루를 싣고>의 기획자이며 극 중 배우인 이승기 씨를 만났다.
(아시다시피 배우 이승기씨는 최근 서부캠퍼스의 공유사무실 '스페이스힘나'에 입주하며 새 식구가 되었다 ^^)
스텝들과 배우들의 마지막 점검. 콩콩거리는 가슴을 느끼며 지켜보다가 인터뷰를 시작했다.
Q. 이번 금요낭독극장의 오프닝을 축하합니다. 이번 공연의 취지는 무엇인가요?
-이번 낭독극의 주인공은 무대 위의 배우가 아니라, 이 극을 듣고 이것에 대해 이야기하는 관객이 주인공입니다. 관객을 미리 신청을 받지도 않았어요.
캠퍼스를 오가는 사람들과 같이 얘기하며 앞으로의 방향, 소재, 장르 등 보고 싶고 같이 얘기하고 싶은 것 등을 알아볼 예정입니다.
마치 집 앞에서 마실 나오듯이 와서 보고, 듣고, 느끼고, 참여하는 방식이죠. 만약 이번 낭독극에 재미를 느낀다면, 나중에는 초대하지 않아도 오늘 관객들이 스스로
공연장을 찾는 계기가 될 수 있겠죠. 예술이라는 것이 특별한 계층이나 사람들만이 누릴 수 있는 것이 아니라, 평범한 시민들이 생활 속에서 즐기고 느낄 수 있다는 것을 깨닫는 시간이 된다면 이번 공연은 성공한 것이라고 생각합니다.
금요낭독극장이 50+세대들의 삶, 사랑, 지난날의 이야기 등을 통해 관객들과 함께 교감할 수 있고, 자아를 찾아가는 여행이 되기를 바랍니다.
Q. 금요낭독극장은 매달 공연이 있나요?
- 계획은 그렇지만, 오늘 공연의 반응과 앞으로의 준비, 관심, 배우들의 스케줄 등을 보고 결정해야 할 것 같아요. (웃음) 현재 확정된 것은 12월 21일(금),
<크리스마스에 30만 원을 만날 확률(오세혁 作)>을 준비하고 있습니다.
Q. 서울시50플러스 서부캠퍼스 2학기 교육과정 중 하나인 <마이웨이 연기교실> 강좌가 개설되었는데, 금요낭독극장과 어떤 연결이 있나요?
- 강좌를 들으시는 분들이 즐거움을 느끼고 원하신다면 기회가 주어질 수 있도록 안내를 할 예정이에요.
(어쩌면 수강생들에게 또 다른 기회로 연결되지 않을까? 하는 생각이 들었다.)
"사랑은 가루를 싣고"
오후 7시. 본격적인 공연이 시작되었다. 이번 작품은 낭독극의 형태로 이루어져 있다. <사랑은 가루를 싣고(오세혁 作)>라는 작품은 각자 옛 연인을 추억하는 남자와
여자의 이야기를 다뤘다. 사귄지 3주년을 맞은 남녀가 추억의 장소에서 '누군가 한 명이 죽으면 유골함을 들고 이곳을 다시 찾자'고 약속했고, 이 후 실제 그런 일이 생기면서 벌어지는 이야기들을 유쾌하게 그려냈다. 공연시간은 20분 정도 진행되었다.
2인극이지만 무대 위에는 배우 2명과 낭독하는 사람 그리고 공연 전체의 배경음악을 담당하는 기타리스트를 위한 4개의 의자가 준비되어 있었다. 두 배우의 열연과 함께 잔잔한 기타 선율은 공연 내내 극의 몰입도를 높여주었고, 애잔하고 또렷한 해설자의 목소리는 극을 이해하고 정리하기에 충분했다.
낭독극의 경우 배우의 규모나 무대 장치가 축소되기 때문에 제작비를 줄이는 효과와 함께 관객들과 더 가깝고 편하게 소통할 수 있다는 장점이 있다고 한다. 요즘 연극계에는 새로운 극형식인 낭독극 형태가 많이 공연되고 있다. 이전까지 연극을 보는 관객들은 주로 눈으로 배우들의 연기와 행동을 관찰하기만 했었는데, 낭독극은 귀로 들으면서 문장과 내용에 대한 새로운 이해를 높여주어 새로운 형식으로 인기를 끌고 있다.
"잘 보셨나요-?" -관객과의 대화
30명이 넘는 관객들이 진지한 표정으로 관람을 하고 열띤 반응을 보여줬다. 이승기 씨의 바람대로 동네 마실 나온 것 같은 분, 캠퍼스에서 활동하다 참여한 분,
먼 곳에서 일부러 공연을 보러 오신 분 등 다양한 관객들이 자리를 잡고 있었다.
따로 신청을 받지 않아도, 홍보를 하지 않았음에도 불구하고 많은 50+세대들이 공연을 보러 온 것이다.
공연이 끝난 후, 관객과의 대화 시간은 복합문화 공간 루덴스 협동조합을 이끌고 있는 유상모씨의 진행으로 이어졌다.
공연시간의 2배인 40분간 끊임없는 질문과 대답으로 유쾌하게 진행되었다. 말 그대로 누구나 자유롭게 톡(Talk)! 할 수 있는 자리!
공연에 대한 느낌, 극 중 주인공들의 이야기와 나의 지난날의 이야기, 금요낭독극장에 대한 앞으로의 방향, 기대감 등 다양한 이야기를 거의 모든 관객들이 참여하며
채워졌다. 관객과 무대가 가까워서 가능한 진솔하고 유쾌한 시간이었다.
마지막은 극의 전반적인 흐름에 맞게 배경음악을 연주해주었던 기타리스트 김대현 씨의 멋진 라이브 공연. 김대현 씨는 50+인생학교를 졸업하고, 오플밴드 등 문화예술 분야에서 다양한 활동을 하고 있다. 생각해보니 <금요낭독극장>을 기획하고 만든 이들의 공통점은 바로 '서부캠퍼스' ^^
김광석의 <사랑했지만>이라는 절절한 노래 들으니, 무대 위의 배우들이 보여줬던 과거와 현재의 사랑 이야기 속에 관객들 자신의 이야기가 투영되며 감동이 배가
되는 듯 했다. 벌써부터 다음 공연이 기다려진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