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르신 디지털 나들이(1:1 스마트폰 수업) 공개교육장 탐방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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코로나19를 겪으면서 우리의 일상에서 두드러지게 달라진 것이 바로 디지털 환경이다. 돈만 있으면 어딜 가도 문제없이 지낼 수 있던 이제는 상황이 달라졌다. 디지털기기를 사용할 줄 모르면 배가 고파도 햄버거 하나 사서 먹지 못할 수도 있다. 스마트폰에 익숙한 젊은 세대들이야 하던 대로 키오스크로 메뉴를 선택하고 음료를 골라 주문해 먹고 길 찾기 앱으로 맛집도 척척 찾아가 불편을 모르겠지만 디지털에 익숙지 못한 어르신들은 쩔쩔매며 헤매기 일쑤다. 이런 어르신들의 디지털 격차를 줄이기 위해 서울시와 서울디지털재단이 작년 이어 올해도 ‘어디나(어르신 디지털 나들이)지원단’ 강사 100명을 선발해 어르신들에게 1:1 스마트폰 맞춤 교육을 무료로 해주는데 호응이 뜨겁다고 하여 디지털 배움 공개교육장을 갔다.
▲ 어디나 지원단 강사가 1:1로 어르신에게 스마트폰 지도하는 모습
“생일날 친구를 광화문에서 만나 미역국을 맛있게 한다는 음식점에 들어갔는데 주문받는 사람이 없고 입구에 네모난 기계만 버티고 있는데, 어떻게 주문할 줄 몰라 헛손질만 하다가 그냥 나왔지 뭐.”
공개교육장에서 스마트폰을 배우러 오신 한 어르신의 말씀이다. 그 일을 겪고 나서 디지털을 모르면 어딜 가도 이방인 취급당하겠구나 싶으셨다고 한다. 그래서 어디나 지원단 스마트폰 무료 강의 공고문을 신문에서 보고 신청하여 3회째 배우는데, 정말 재밌고 두려움이 싹 사라졌다고 하셨다. 그동안 비싼 스마트폰을 가지고도 몇 가지 단순 기능만 썼던 것이 너무나 아깝게 느껴질 정도로 스마트폰이 만능 재주꾼이라고 쓰다듬었다. “아버님, 스마트폰 잘 배우시면 효자 노릇 톡톡히 할 거예요.”라고 필자도 화답해드렸다. 지하철 앱에서 환승할 때 어느 칸에서 타면 많이 걷지 않아도 되는지 배워서 곧잘 적용한다고 자랑(?)하기도 하셨다. 배달 앱도 플레이스토어에서 설치하는 걸 배워 집에서 짬뽕도 주문해 드셔 봤다며 환하게 웃으시는 모습을 보니 덩달아 뿌듯해졌다.
▲ 거리 두기와 마스크 착용, 손 소독 철저히 하고 1대 1 교육하는 모습
대부분 어르신은 컴퓨터나 다름없는 성능 좋은 스마트폰을 쥐고서도 전화 통화와 카카오톡 메시지 주고받는 것, 사진 보내고 받기 정도만 이용하신다. 데이터가 뭔지 와이파이가 뭔지 몰라 데이터를 켜놓은 채 유튜브 영상을 장시간 봐서 요금 폭탄을 받는 바람에 자식한테 미안해서 고개를 못 들었다며, 알아야 면장도 할 테니 열심히 배워야겠다고 포부를 다지는 분도 있었다.
구청이나 주민센터, 복지회관에서 어르신들이 한두 달 스마트폰이나 컴퓨터를 배운 이력이 대부분 있지만, 강사 한 분이 여러 사람에게 설명하는 형식이라 몰라도 바로바로 질문을 할 수 없어 어렴풋이 알거나 그나마 배운 것도 잊어버려 답답했는데, 어디나 지원단 강의는 익힐 때까지 거듭 질문하고 실습하니까 좋다고 하셨다. 어디나 지원단 스마트폰 교육의 장점은 1대 1 맞춤교육으로 1회에 두 시간씩 이뤄지는 것으로, 교육받을 때마다 어르신들은 몇 가지 기능은 확실히 익히고 가신다.
▲ 키오스크 체험 앱으로 음식 주문, 영화 예매, 기차 예매, 병원 예약하는 법 익히기
서울 시민 대상으로 이뤄지는 어르신 디지털 1대 1 맞춤교육은 올해 11월 말일까지 이어진다고 한다. 스마트폰 기본 기능 설정하는 것은 물론이고 카카오톡, 유튜브, 길 찾기 앱, 음식점, 키오스크 활용, 줌 회의 하는 법 등을 어르신들이 제대로 배워 디지털로 인하여 소외감을 느끼는 일이 점차 줄었으면 좋겠다. 양질의 맞춤 디지털 교육이 무료이고 횟수도 제한이 없다니 우리나라 복지 정책이 정말 대단하다는 걸 시니어 디지털 배움 현장에서 생생하게 느끼는 기회였다. 디지털 강사분들 연령대가 모두 50플러스 세대다 보니 어르신들의 마음도 잘 헤아리고 설명도 전문용어보다는 이해되게끔 쉬운 말로 설명하고 실습하는 동안도 진득하게 기다려주니 어르신들도 친근감을 가지고 적극적으로 배우시니 공개 교육 현장 분위기가 얼마나 훈훈한지 온돌방 같았다. 이런 무료 교육이 내년에도 이어지고 확대되면 디지털 격차라는 말이 우리 사회에서 사라지는 것을 기대해도 되겠다는 생각을 다잡고 돌아왔다.
50+시민기자단 김경희 기자 (bomsky65@hanmail.net)