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1년 2학기 『50+열린학교 : 내 손 안의 캘리그라피』 스케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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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집중해서 글을 쓰고 있는 수강생
외식이 잦을수록 집밥이 그립고, 세상이 지극히 디지털화되어 갈수록 손맛이 그리워집니다. 비뚤빼뚤한 손글씨는 디지털 화면의 활자보다 깊고 짙습니다. 모니터의 활자가 생산과 소비 그리고 망각을 반복하지만, 손으로 쓴 글씨는 지극히 개인적이고 예술적인 것들을 만들어내는 것 같습니다. 더불어 시대 변화에 거스르지 않고, 아날로그와 디지털의 융합이나 아날로그의 디지털화도 필연적인 것 같습니다.
두 시간의 수업은 너무 빨리 지나갔습니다. 바쁜 일상 속에서 새로운 배움에 집중하는 수강생들의 모습에서 스스로의 인생을 고양시키고자 힘쓰며 즐기는 시간은 빨리 가는 것 같습니다.
수업 시작 전, 한 수강생께 캘리그라피를 통해 얻은 것, 변화된 것은 무엇인지 물었습니다.
“캘리그라피의 매력은 강력한 손맛과 아름다운 글씨인 것 같아요. 기본기만 익히면, 붓과 먹 없이도 집에 있는 간단한 도구를 이용하여 부담없이 익힐 수 있고, 휴대폰 앱을 활용하여 카톡 프로필과 휴대폰 바탕화면에 나만의 캘리그라피 글씨로 꾸며보면서 스마트한 핸드폰 생활을 경험할 수 있게 되었어요, 작고 사소한 것이 주는 기쁨을 배우고 있기도 하네요”
『50+열린학교 내 손 안의 캘리그라피 수업(이하 내손캘리)』 후 이뤄진 이영주 강사의 담담하지만 강직한 인터뷰 이야기와 우아한 손동작이 물결치며 바람을 일으키는 손글씨 한 자 한 자를 보면서 가회동 골목을 여행하는 느낌이 들었습니다.
강사님께 강의 소개와 초보자들은 캘리그라피를 어떻게 접근하는 것이 쉬운지를 물었습니다.
“내손캘리는 캘리그라피를 처음 접하시는 분들이 재료나 공간에 대한 부담없이 경험하고 익힐 수 있는 방법을 알려드리고, 캘리그라피를 활용할 수 있는 앱을 통해 즐길 수 있는 캘리그라피 생활을 소개하는 수업입니다. 좋은 글씨, 멋지게 쓴 글씨를 보면 따라서 써보고 싶으실 거예요. 따라 써보는 것도 캘리그라피 생활에 많은 도움이 되죠. 저는 이번 수업에서 왜 그 글씨체가 좋아보이는지, 왜 그 문장이 예뻐보이는지를 알려드리고 싶었어요. 자연에서도 황금비율이라는 게 있듯이 좋은 글씨, 좋은 문장에도 황금비율이 숨어 있어요. 그 원리를 알면 그냥 멋지다, 예쁘다에서 ‘아, 저렇게 만들어졌구나’하고 문장을 구조적으로 보는 시각이 생겨요. 그리고 종이를 펴고 붓을 들어 쓰는 캘리그라피에서, 핸드폰이라는 새로운 창을 통해서도 캘리그라피를 즐길 수 있어요. 장소와 시간에 구애받지 않는 캘리그라피 생활이 가능해졌죠. 종이와 핸드폰이 뭐가 좋고 나쁘고를 떠나서, 각각의 장점을 잘 이용하면 좋겠어요.”
다음으로는 강사님이 수강생들에게 바라는 점을 물었습니다.
“캘리그라피 수업을 통해 본인의 글씨체를 바꾸고 싶다는 분들이 많으세요. 우리가 수십 년 함께 한 글씨체를 수업 몇 회, 혹은 짧은 시간에 바꾼다는 건 정말 어려운 일이에요. 그러다보니 중간에 포기하시는 분들도 많이 봤어요. 저는 캘리그라피 수업을 통해 글씨 부캐를 만든다고 생각하시면 좋을 것 같아요. 수십 년 나와 동거동락한 나의 글씨체와 별개로 글씨체를 하나 더 만든다고 생각하시면 좀 더 재미있고, 길게 캘리그라피 생활을 하실 수 있을 것 같아요. 즐거운 나, 우아한 나, 화가 나있는 나 등등 어떤 날의 ‘나’를 대변하는 글씨 부캐를 만들어 본다고 생각하고 접근했으면 좋겠습니다”
이전에 강의해보시고 받은 피드백 중 인상적인 내용이 있었는지 물었습니다.
“1년여 전에 캘리그라피 꽃액자 수업을 진행한 적이 있었습니다. 글씨와 문장을 연습하여 쓰고, 종이꽃을 직접 만들어 캘리그라피 액자를 완성하는 수업이었죠. 기성품 꽃을 사서 붙인 게 아니라 직접 만들다 보니 개성있는 종이꽃이 완성되었고, 본인의 글씨까지 담아 좀 더 특별한 액자가 만들어졌습니다. 글씨를 쓰고 꽃을 만드는 동안 수업에 대한 이야기, 글씨 쓰기에 대한 이야기, 일상에 대한 수다를 떨면서 쌓였던 긴장을 풀어내고, 서로를 배려하고, 친목도 쌓을 수 있는 시간이었습니다. 속도와 효율성에 맞춰진 현대사회에서 조금은 단순하고 느리게 몸을 움직이는 일이 드문데, 캘리그라피는 마음의 속도를 늦추도록 도와주는 것 같아요. 이를 테면 ‘감정의 회복’ 같은 거겠죠.”
마지막으로 50+열린학교에 도전하게 된 계기를 물었습니다.
“인생의 절반에 서서 새롭게 인생을 바라보는 시점에서 제가 가지고 있는 것 혹은 경험을 누군가와 공유하고 싶었고, 사람들과 함께 성장하는 기쁨을 느끼고 싶어 50+열린학교를 도전하게 되었어요. 이제 50+열린학교는 저에게 즐거움과 성장을 함께하는 친구가 되었어요. 저 역시도 그에 걸맞는 좋은 친구가 되기 위해 비대면 수업의 품질을 높이고, 영상촬영과 편집 등 계속해서 배워가고 있어요. 그렇게 하고 싶은 일을 하다 보면 새로운 일들이 오게 되는데, 그게 도전의 결과물이 되는 것 같아요”
너무 당연해서 ‘누리고 있다’는 의식조차 못하고 있었던 것들, 조금 더디게 가는 것과 관계들이 그리워지는 요즘입니다. 클럽하우스, 메타버스, 코인도 필요하겠지만, 캘리그라피 같은 조금 더디게 가면서 그리고 무엇에 대해서든 함께 즐길 수 있는 말동무를 만난다는 건 참 기분좋고 설레는 일입니다. 앞으로도 좋은 수업을 통해 계속해서 만나볼 수 있기를 바라며 글을 마칩니다.
[ 내손캘리 이영주 강사 소개 ]
▶ 2018 해동서예학회 문인화 부문 특선
▶ 2017 성북천 깃발전 캘리그라피 부문 우수상
▶ 2016 캘리그라피지도사 1급
50+시민기자단 허승규 기자 (mytripmade68@naver.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