50+단체 지원 강좌 ‘해설이 있는 물길 여행 창동천(倉洞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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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 역사와 지리를 공부하면서 걷기 운동까지 겸할 수 있는 수업이 50+세대에게 인기를 끌고 있다. 서울시도심권50플러스센터에서 열리는 ‘해설이 있는 물길 여행’도 공부와 건강을 챙길 수 있는 알찬 프로그램으로 인기가 많다.
‘해설이 있는 물길 여행’은 “서울의 길이 된 물길 이야기. 개발이라는 미명 하에 사라져간 한양 도성 내 물길을 직접 걸어보며 물길의 역사 문화 공간 전반을 학습하는 과정”이라는 목표를 내걸고 진행되는 50+단체 지원 강좌로, 문화해설사 협동조합 ‘로로로’가 이끌고 있다. ‘로로로’는 ‘두 발로 역사로 문화로’를 함축한 명명이라는 게 도경재 이사장님 설명이다.
7월에는 서울 남산에서 발원한 청계천(淸溪川)의 지천(支川)을 답사하는 4회 걷기 강좌가 열린다. 창동천(倉洞川), 회현동천(會賢洞川)과 남산동천(南山洞川), 주자동천(鑄字洞川), 필동천(筆洞川)이 각기 매주 금요일 10시부터 2시간 동안 진행된다.
7월 2일의 창동천 답사에 함께하기 위해, 난생처음 들어본 창동천을 미리 검색해보았다. 청계천 지천은 무려 30개 가까이 되는데, 창동천은 남산에서 발원해 남대문시장 ~ 북창동 ~ 플라자호텔 ~ 프레지던트 호텔 ~ 을지로 1가 부림빌딩 근처에서 정동을 흘러온 정릉동천을 받아들인 뒤 삼각동에서 청계천으로 흘러들었다. 창동천에는 3개 지류, 즉 정릉동천(貞陵洞川), 회현동천(會賢洞川), 남산동천(南山洞川)이 흘러들었다. 이 정도 공부를 했으면 창동천 답사 강의는 수월하게 따라갈 수 있으리라 자신했지만, 자만에 지나지 않았다.
아침 10시, 허겁지겁 회현역 4번 출구로 나왔다. 미리 와 계시던 도경재 이사장님이 출석 체크를 하고, 커스텀 인이어 모니터(Custom In-Ear Monitor)를 나눠 주셨다. 널찍널찍 떨어져서도 강사 설명을 들을 수 있는 이 작은 기계야말로 코비드19 시대에 꼭 필요한 기기겠다.
코비드19로 인해 참여자를 10명으로 제한했다는데 여성 5명, 남성 4명 모두 날렵한 몸매에 간편 차림으로 시간 맞춰 도착했다. “상반기 수업도 다 들었고, 하반기 수업도 다 참여할 생각입니다.” “서울에 있는 모든 걸 알고 싶어서 역사 트래킹이라면 열심히 따라 다닙니다” “서울이 고향인데도 잘 몰라서, 서울시도심권50플러스센터에 오프라인 공지가 뜨면 잽싸게 신청합니다.” 서울 공부와 걷기가 좋아서 참석했다는 참여자 모두 강의에 귀 기울이며 사뿐사뿐 걷기 시작했다.
한양 도성을 끊은 차도 바닥에는 빨갛게 칠을 해두어 성곽이 이리 지나갔음을 알린다는 강사님 말씀. 백범 광장 ~ 도동 삼거리 ~ 남대문 시장 ~ 북창동 ~ 원구단 ~ 삼각동까지, 역사와 지리를 종횡하는 엄청난 정보를 쏟아놓으셨다. 백범 광장에서 들은 걸 1/3만 추려봤다.
1950년대 창동천 하류와 곡교 (출처 : 서울시)
“광화문에 이순신장군 동상이 세워진 이래 15개 정도 위인 동상이 세워졌는데, 친일파 작가가 만든 것도 있어 요즘도 문제가 되고 있다. 김구 동상은 김경승 작품이다. 남산에는 아픈 치욕의 역사가 많다. 일제가 조선 신궁(神宮. 옛 남산식물원 자리)에 이르는 긴 참배 계단을 만들었다. 그 흔적 일부가 남아있는데, 사람들은 서울특별시교육청 교육연구정보원 옆에 남아있는 계단을 삼순이 계단으로만 기억하고 있다. 일제는 신사는 많이 두었어도 신궁은 일본에 하나 조선에 하나만 두었고, 신궁에 모실 신물(神物)을 들여올 때 서울역에서 크게 환영식을 열었다. 조선을 식민지라기보다 자기나라로 여긴 탓이다. 신라호텔 자리는 이등박문(伊藤博文)을 기리는 절이 있던 곳이다. 호텔이 만들어질 때 일본 자본이 들어와 ㈜임페리얼 호텔로 출발했다. 백범 김구 광장 자리는 이승만 정권 시절, 서울 중심이고 경치가 좋다는 이유로 국회의사당을 지으려 설계 공모를 하고 터를 다졌으나 4.19로 중단되었다. 한양 도성 안으로 쏟아진 빗줄기는 청계천 ~ 중랑천으로 흘러들어 한강으로 갔지만, 성 밖에 떨어진 비는 바로 한강으로 갔다. 물방울 운명이 이렇게 달라졌다. 지명에 창(倉)이 들어간 평창, 염창, 광흥창에는 창고가 있었다......”
환구단에 대해 설명하고 계시는 도경재 이사장님
1897년 1월에 개장한 선혜청(宣惠廳) 창내장(倉內場)에서 시작되었다는 남대문 시장 역사를 훑고, 원세개(袁世凱) 세거지(世居地)였다는 북창동 음식거리 골목 우물터를 들르고, 조선호텔 뜰의 환구단(圜丘壇) 설명까지 듣고서야, 잠깐 자유 시간을 가졌다. 그 사이 도경재 이사장님께 여쭈었다. “안하는 공부가 없을 것 같아요.” “오늘 두 시간 강의를 위해서는 많은 공부를 해야 합니다. 팩트로 확인된 자료만을 선택해야 하기에 많은 시간과 노력이 필요합니다.” “좀 천천히 걸으면 어떨지요?” “오늘은 아주 천천히 걷는 겁니다.” 더 이상 질문이 불가했다.
삼각동에 위치한 휘어진 건물
중구 삼각동(三角洞) 초입의 경기빌딩과 코리아헤럴드 빌딩이 청계천으로 흘러드는 창동천 물길 때문에 사각형이 되지 못하고, 그 옆 건물도 휘어진 형태로 지어졌다는 것까지, 지금은 사라진 창동천 설명이 끝났다. 청계천 한빛 광장에서 마지막 인사를 나눈 후, 부부 참여자 두 분께 소감을 들었다. “상반기 수업부터 다 들었는데요. 광화문과 중구에서 직장 생활했던 우리에게 물길 여행은 과거 역사에 나와 우리 역사가 겹쳐지는 터라 뜻 깊습니다. 서울은 웬만큼 안다고 여겼는데, 전문가 강의를 들으니 새롭게 다가오고, 가보지 못한 골목 구석구석 짚어볼 수 있어서 앞으로도 열심히 다닐 겁니다.”
장마 예고 하루 전이라 후덥지근한 데다, 사진 찍으랴 받아 적으랴 정신이 없었고, 발뒤꿈치까지 벗겨져 엄청 고생스러웠던 두 시간. 그러나 기자 역시 서울을 더 알고 싶다, 알아야 한다는 생각을 갖게 한 유익한 시간이었다. 서울역사박물관이 펴낸 <<청계천 지천 연구>>도 들춰보고, 청계천과 그 주변지역 장소와 시대와 기억을 저장 전시하는 도시박물관 청계천박물관도 방문해야겠다. 도경재 이사장님도 2020년 가을, <<한양의 물길을 걷다>>를 펴냈다. 이 책은 서울 한양 도성 안의 역사 이야기와 함께 사라진 물길을 공부하고 답사하는 데 큰 도움이 되고 있다.
50+시민기자단 옥선희 기자(eastok7@naver.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