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현장스케치] 웹소설 작가되기 2기
- 중간 발표회 참관 후기 -
청소년기에 하이틴 로맨스나 김용의 무협지를 접해보지 않은 중장년이 있을까?
B급 문학이라 치부되어 드러내놓고 읽거나 쓰는 게 장려되진 않았지만 컴퓨터도 유튜브도 없이 종이책만 있던 시절, 우리의 재미와 오락을 담당했던 소중한 자산들이었다. 이후 1990년대 하이텔이나 나우누리 같은 PC통신에 연재되던 〈퇴마록〉 〈드래곤라자〉 <귀여니시리즈>등이 웹소설의 시발이라고 계보를 정리한다면 용어 자체는 그리 낯설지 않을 것이다. 그 당시 큰 인기를 모으며 단행본으로 출간되어 베스트셀러가 됐고 2000년대에 들어서는 커뮤니티 사이트로 출발한 문피아(당시 고무림), 조아라(당시 시리얼리스트) 등이 이제는 웹소설의 플랫폼으로 완전히 자리를 잡았다. 스마트폰이 등장하고 사용자들이 폭발적으로 늘어나면서부터 웹소설 시장은 가파르게 성장하기 시작했다.
국내 웹소설 시장은 지난 2013년 약 200억원 규모에서 2018년 약 4000억원 규모로 5년 만에 40배 이상 급성장했다. 2020년 시장 규모는 6000억원에 달할 것으로 업계 전문가들은 추정하고 있다. 웹소설의 성장을 주목하는 이유는 이것이 가지는 확장성에 있다. 웹툰, 애니, 영화, 드라마 등으로 재창작되어 K콘텐츠의 근간을 이루기 때문이다. 웹소설의 인기에 네이버, 카카오가 앞다퉈 국내외 웹소설 플랫폼 인수에 나서며 치열한 경쟁을 펼치고 있는 것만 봐도 그 파워를 짐작할 수 있다.
웹소설 독자 중 40대 이상이 차지하는 비중이 27% (50+는 15%)라는 통계로 미루어보아 중장년의 관심도 상당하다는 것을 알 수 있지만 진입 장벽이 아예 없는 이 분야에 진입하는 것이야말로 쉽지 않은 일이다. 억대 연봉의 작가들이 각 플랫폼마다 포진하고 있지만 그 자리에 오르려면 어떤 글을 써야 할지 아는 사람은 그리 많지 않다. (안다고 다 할 수 있는 것은 물론 아니지만...)
웹소설 플랫폼에 맞는 글쓰기란 무엇일까? 스마트폰으로 소설을 읽는 시대의 쉽고 편하면서도 재미있는 글쓰기는 어떻게 해야 하나? 특히 웹소설 작가되기에 관심있는 50플러스를 위한 수업이 서부캠퍼스에서 진행되고 있다.
전체 강의 내용을 살펴보자면
웹소설 시장 현황 분석 및 웹소설 집필을 위한 사전 준비/웹소설 세부 장르별 특징과 스토리텔링 분석/웹소설이 반드시 지켜야 할 가치관과 성공 패턴/막힘없는 시놉시스 구성법/내가 쓴 시놉시스 돌려 읽고 합평하기/매력적인 캐릭터 설정법/독자를 사로잡는 웹소설 실전 글쓰기 전략 (1)/웹소설 초보들의 각종 실수 및 실패 패턴 분석/독자를 사로잡는 웹소설 실전 글쓰기 전략 (2)/내가 쓴 원고 돌려 읽고 합평하기.
시놉시스을 낸 수강생이 많기 때문에 발표에 할당된 시간은 5분. 그 이후 이어지는 질문과 합평이 바쁘게 진행되었다.
“여주의 캐릭터 약해요. 시놉을 봤을 때 큰 문제는 없지만 막상 쓸 때 사건을 어떻게 처리할 건지 미리 생각해놔야 합니다.
인물관계도 정리 잘했는데 등장인물이 너무 많으면 복잡해요. 그리고 현대로맨스는 상황이 빨라요.
독자들 인내심이 짧거든요.”
잠깐 쉬고 5분 발표에 이어지는 합평이 계속된다.
“캐릭터 설정 괜찮고 남주 본명은 나쁘지 않은데 줄였을 때 여자처럼 보여요. 풀네임 쓰는 게 좋아요.
그리고 앞부분 너무 길어요. 챕터2를 프롤로그로 쓰는 게 낫겠어요.”
빡빡하게 진행되는 발표와 합평 사이 잠깐 쉬는 시간에 강사님을 만나봤다.
Q. 비대면 강의가 힘들진 않으신가요~?
제 강의 내용이 주로 정보를 드려야 하는 입장이라 비대면, 대면 차이가 별로 없어요. 괜찮습니다. 어쩌면 비대면이 더 좋은 점도 있어요. 원래 이 업계는 코로나 상황이 되면서 호황이라... 요즘 독자도, 작가도 많이 늘어나는 추세라고 합니다.
Q. 수업 들으시는 수강생 분들은 어떠신가요? 제가 알기로는 1000자 정도 웹소설 줄거리를 먼저 제출하고 선발하신 걸로 알고 있는데요.
작가 지망생분들이 굉장히 열심히 하세요. 이번 2기는 1기에 비해 젊은 분들이 많이 들어오셨는데 웹소설에 대해 잘 모르시고 시작하신 분들도 꽤 있어요. 강의 들으시면서 많이 감을 잡고 있다고 말씀하세요. 이런 스타일의 스토리, 흐름, 좀 더 시장에 걸맞는 이야기 방향 이런 부분들요.
서울시50플러스재단은 서울 시민을 위한 보편 서비스를 제공하고 있는 기관으로 교육 참여 자격에 연령별 수강제한은 별도로 두지 않고 있기 때문에 2030도 수강생으로 일부 선발하였고, 50+세대에 대해서는 ‘수강 우선권’을 부여하였다. 5060 세대가 웹소설 작가라는 공통점을 가지고 2030 세대와 교류하고 협력해나가는 기회를 마련하는 것에도 의미가 있을 것으로 판단하고, 오프라인 간담회, 온라인 SNS(밴드)를 이용하여 교류의 기회를 지속 제공할 예정이다.
“작년 1기 때는 실제 작가를 위한 역량 개발 강의라기보다는 새로운 분야를 소개한다는 의미가 컸습니다.
하지만 작가적인 역량을 지속적으로 훈련한다면 50+세대도 충분히 웹소설 전업 작가로 데뷔할 수 있다고 생각해요.
다만 2기의 경우 홍보가 다소 부족하다고 생각되었는데 다음 번엔 홍보를 더욱 강화할 예정입니다.”
- 담당 김승수PM
막 합평이 끝난 수강생분께 이번 강의에 대한 소감을 물었다.
“대면 강의를 하니 좋아요. 온라인보다 상호작용이 빠르고 즉각적이고. 질문을 직접 하니까 좋은 것 같습니다.
다만 프린트물이 너무 많다 보니 정신이 없어서..(웃음)
사전에 공지하고 제출한 프린트물들은 밴드에서 미리 보고 올 수 있게 하거나 하는 방식을 고려해 봐야할 것 같습니다”
강의에 대한 피드백이 바로바로 온다.
“작품에 대한 합평이 구체적이라서 좋았고 현장감이 있어요.
그리고 함께 글을 쓰는 다른 분들의 글을 읽을 수 있어서 좋았습니다. 다 좋았어요.(웃음)”
주로 수업이 온라인으로 진행되다 보니 질의응답이 쉽지 않았던 모양이다. 합평이 끝나고도 그동안 쌓아놓았던 질문들이 쏟아졌다. 도움이 되길 바라는 마음에 성심껏 답변하는 북마녀님. 다음 시간에는 ‘매력적인 캐릭터 설정법’에 대한 강의가 진행된다는 안내를 끝으로 중간보고회는 막을 내렸다.
웹툰이나 웹소설에 대한 관심은 전 연령을 아우르고 있고, 시장 규모나 발전 가능성에 비해 창작자로서의 50+의 관심이 어쩌면 조금 늦은 감이 없지 않다. 역량을 발굴하고 강화하는데 이런 시도들이 중요한 기회가 되었으면 하는 바람이다.
글·사진=임영라(50+학습지원단)