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세먼지 농도를 수시로 체크하고 코로나19 확진자 수를 매일 걱정하는 세상이다. 집 밖에 나가는 일은 물론 사람을 만나는 것 자체가 불편해졌다. 자연스럽게 마스크를 쓰고 재난 문자를 받는 게 새로운 일상으로 자리 잡았다. 어쩌다 이 지경이 됐을까 걱정하다가도 먹고 사는 문제가 더 중요하기에 사람들은 코로나 이전의 일상으로 돌아가고 싶어 한다. 그런데 대체 우리가 회복하려는 그 ‘일상’은 무엇인가?
우리나라의 초미세먼지(PM2.5) 평균 농도는 경제협력개발기구(OECD) 회원국 중 가장 나쁘다. 세계보건기구(WHO) 대기질 권고 기준을 두 배나 초과하는 대기오염으로 인해 조기 사망률이 증가하고, 아동·임산부·어르신들의 건강이 위협받고 있다. 이와 함께 이산화탄소 배출 증가율도 최상위권에 해당한다. 석탄과 같은 화석연료가 에너지 공급에서 차지하는 비중이 높고, 재생에너지 비중은 최하위 수준이니 이런 환경 성적표를 받는 건 당연할지도 모른다.
사실, 우리가 돌아가고자 하는 기존의 일상은 기후위기를 초래하는 일상이었다. 과도한 화석연료 소비와 자원 낭비로 인해 온실가스가 자연이 수용할 수 있는 한계를 초과할 정도로 급증하고 있었다. 이대로 가다가는 지구 평균온도가 산업화 이전 대비 3℃ 가량 상승할 전망이라고 과학자들은 경고한다. 지구 온도 1℃ 상승에 폭염, 태풍, 폭우, 가뭄와 같은 자연재난은 극심해졌고 수많은 생명과 재산 손실을 겪었다. 이러한 사실을 고려한다면, 1℃의 온도 변화는 미미한 날씨 변화 그 이상의 문제임에 틀림없다.
과거 지구에서 일어났던 다섯 번의 대멸종은 운석이나 화산폭발과 같은 자연적 기후변화 때문이었으나, 현재는 산업적 규모의 온실가스 배출로 인해 여섯 번째 대멸종의 문턱에 다다랐다. 과거 멸종과의 차이점은, 공룡은 자신이 멸종할 줄 몰랐다면 인간은 멸종을 인지하면서도 위기를 자초하고 있다는 점이다. 지금이라도 우리가 경로를 바꿀 수 있을까?
코로나, 미세먼지, 기후위기
물론 기회는 있다. 지구 평균온도의 상승폭을 1.5℃ 수준으로 억제한다면 ‘찜통 지구’로 빠지지 않고 생명이 생존 가능한 기후로 안정화시킬 수 있다. 196개국이 합의한 ‘파리협정’에서 이 공동 목표가 명시된 까닭이다. 2015년 합의된 파리협정은 올해부터 본격적으로 이행된다. 기후위기를 막으려면 2030년까지 전 세계 온실가스 배출량을 2010년 대비 45% 감축하고, 2050년까지 순 배출 제로(0)를 달성해야 한다. 사실상 화석연료 시대의 종말을 의미한다.
석유로 움직이는 자동차·선박·항공기, 석탄으로 생산되는 전기와 열, 가스로 공급되는 난방과 온수, 기계와 화학비료에 의존한 식량 생산 방식… 현재 경제와 생활을 지배하는 주된 에너지원인 화석연료에서 온실가스를 배출하지 않는 에너지원에 기반해 새롭게 경제 구조를 짜야 한다는 건 상상조차 잘 되지 않는다. 철강, 조선, 석유화학, 자동차, 화력발전소와 같이 탄소 집약적 업종의 산업계와 일자리를 고려한다면 문제는 더 간단하지 않다. 기후위기 대응은 누구나 동의할 수 있는 좋은 말처럼 들린다. 하지만, 경제·사회 구조의 대대적 재편 또한 불가피한 문제다. 그렇기 때문에 이들 사이의 이해관계 충돌은 야기될 수밖에 없다.
기후위기 대응이 요구하는 온실가스 감축 경로는 지금까지의 경험 수준을 넘어선다. 유엔환경계획(UNEP)에 따르면, 지구가열화를 막기 위해서는 전 세계 온실가스 배출량을 매년 평균 약 7%씩 줄여야 한다. 지금껏 줄어들기는커녕 과거 경제 위기에도 온실가스 배출량이 꾸준히 증가했다는 사실을 염두에 두면, 이는 전례 없는 대응이 요구됨을 의미한다. 코로나19로 인한 봉쇄와 방역 조치로 지난해 전 세계의 경제가 멈췄고, 그에 따라 온실가스 배출량이 약 7% 줄었다고 추산됐다. 굳이 비유하자면, 세계가 코로나와 같은 충격을 향후 10년 동안 매해 겪는 정도로 온실가스를 줄여나가야 성공적인 기후위기 대응 경로로 가는 셈이다.
앞으로 우리는 온실가스를 배출하는 인프라시설을 더 이상 추가하지 않고 기존의 교통, 에너지, 건물, 식량, 재정 등 시스템 전반을 뜯어 고쳐야 한다. 정부와 국가기관이 나서서 대규모 투자와 지출을 끌어내고, 양질의 일자리를 만들며 기후위기 취약계층을 보호할 수 있는 사회 안전망도 구축해야 하는 것이다. 또한 기후위기 대응에 맞는 제도와 세제 개편도 불가피하다. 이것이 필자가 기후위기 대응을 ‘전시’에 비유하고 비상한 정부 대책을 촉구하는 이유이기도 하다.
그런 점에서 한국 정부가 코로나 사태를 맞은 가운데 ‘그린 뉴딜’과 ‘탄소중립’ 목표를 발표한 대목은 시의적절하다. 현재 추구해야 할 회복은 과거 회색 경제로의 회복이어선 안 된다. 경제가 어렵다는 명목으로 온실가스를 양산하는 토건 개발 사업과 건설 경기를 부양하는 방식을 되풀이하는 건 시대착오적이다. 정부의 공공 재정을 재생에너지, 친환경 교통 시스템, 건물 에너지 효율 개선 사업, 생태계 회복과 유기농업의 진흥과 같은 분야에 집중 투자하고 녹색 산업과 일자리의 기반을 만들 때이다. 지금부터 경제 전반에서 온실가스를 줄이는 탈탄소 전환을 통해 탄소중립(온실가스를 배출하는 만큼 흡수하는 대책을 통해 실질적인 배출량을 0으로 만드는 상태)을 만들어가야 한다.
기후위기를 막을 수 있는 마지막 세대
기후변화는 먼 훗날의 문제일까? 기상 기후는 앞으로 더 극심해질 전망이다. 때문에 청소년이나 어린 아이들이 감당해야 할 고통과 부담은 지금보다 앞으로가 더 클 수밖에 없을 것이다. 지구 온도가 1℃ 오른 현재, 이미 기후는 가혹한 반격을 가하고 있다. 한국 역시 최근 역사상 최악의 폭염과 장마를 경험했다. 신체적·경제적으로 약자일수록 기후위기로 인한 피해를 가장 먼저 받게 될 것이다. 기후위기는 지금 당장의 현실이다.
아울러 기후변화는 비가역적인 문제다. 대표적인 온실가스 이산화탄소는 일단 대기 중에 방출되면 수백 년간 잔류하면서 온실효과를 지속적으로 일으킨다. 지구 평균온도가 산업화 이전보다 1.5℃ 이상 상승해버리면 기후 시스템은 ‘한계치를 넘게 늘어난 용수철’처럼 되돌아올 수 없게 된다. 오늘의 선택과 행동에 따라 내일의 기후가 결정된다는 의미다. 결국 5년 내지 10년 사이 취할 변화와 경로에 따라 앞으로 살아갈 기후 환경의 미래가 정해진다고 해도 과장이 아니다. 현 세대가 기후위기를 해결할 마지막 세대라는 의미다.
기후위기를 자각한 청소년들은 학교 밖으로 나와 정부와 국회가 기후위기 대응에 적극 나설 것을 촉구하고 있다. “미래가 없어질 판에 정부가 미래를 구하기 위해 아무것도 하지 않는 상황에서 왜 학교에 가야 하느냐?”는 주장이다. 청소년 환경운동가 그레타 툰베리1는 2019년 유엔 회의장에서 “사람들이 고통 받고 죽어가고 있습니다. 생태계 전체가 무너져 내리고 있습니다. 우리는 대멸종이 시작되는 지점에 있습니다. 그런데 여러분이 할 수 있는 이야기는 전부 돈과 끝없는 경제 성장에 대한 것뿐입니다. 도대체 어떻게 그럴 수 있습니까!”라며 절규에 가까운 연설을 했다.
기후위기 속에서 50+세대의 역할
50+세대는 청소년들의 절박한 호소에 응답할 수 있을까? 50+세대는 고도 경제성장기와 그에 따른 온실가스 증가와 삶의 궤적이 나란히 한 세대로 그려지지만, 반대로 기후위기의 해결사가 될 수 있다. 무엇보다도 오랜 기간에 걸쳐 진행된 기후변화의 산 증인이다. 기상 재난의 경험이든 농사나 자연 관찰의 경험이든 오늘날 기후가 심상치 않다는 사실을 누구보다도 직접적으로 체감하고 있다. 삶의 경험을 통해 기후위기를 직시하고 어린 세대와 대화하는 일 자체가 값진 의미를 가질 것이다.
아울러, 50+세대가 가진 경제력과 그에 따른 선택권을 어떻게 활용할지도 중요하다. 개인적 관찰에 의하면, 대부분의 50+세대가 젊은 세대에 비해 검소한 생활 습관을 유지하는 것으로 보인다. 이는 어릴 적부터 몸에 밴 절약 습관 때문일지 모른다. 하지만 이런 습관은 큰 집, 큰 자동차, 대형 가전제품을 선호하는 모습과는 대조된다. 앞서 강조한 것처럼, 오늘의 선택이 미래에 지대한 영향을 주며, 특히 장기간 지속되는 건물, 자동차와 같은 자산의 경우 더욱 그렇다. 새롭고 낯선 것을 받아들일 필요도 있다. 가령, 승용차를 바꿔야 할 상황이라면 전기차로 선택하는 일이 여기에 해당한다. 가능하면 자전거나 대중교통을 이용하는 편이 낫지만 말이다.
태양광이나 풍력과 같은 재생에너지도 충분한 선택지가 될 수 있다. 재생에너지는 누구나 소유하고 운영 가능한데다 기존의 화석연료와 원자력을 대체하는 효과도 갖기 때문에 기후위기 대응에 유의미하다. 재생에너지로 생산한 전기의 판매와 수익 확보가 보장되는데다 태양광 등 설치비용은 꾸준히 떨어지기 때문에 유익한 투자처가 될 수 있다. 건물 옥상이나 유휴부지가 있다면 개인이나 공동체 차원에서 태양광 발전기와 같은 재생에너지 사업에 동참하는 방법도 있다.
마지막으로, 기후위기 대응에 적극적인 정치 세력을 올바로 지지하는 역할을 할 수 있다. 기후위기 대응을 위한 제도와 정책에 대한 대중적 관심과 지지가 소홀하다면 정치권은 더 무관심해질 수밖에 없다. 이제는 기후와 환경 보호를 최우선으로 하는 정치인이 더 많아져 우리 사회와 지역이 변화할 때이다.
1 그레타 툰베리(Greta Thunberg, 2003.1.3.)는 스웨덴의 환경운동가다. 어린 시절 아버지의 영향으로 기후변화에 관심을 가졌고 2018년 8월, 스웨덴 의회 밖에서 처음으로 청소년 기후행동을 한 것을 시작으로, 2019년 전 세계적인 기후 관련 동맹휴학 운동을 이끈 인물이다. 2019년 타임 올해의 인물에 선정되었으며, 2019년 노벨 평화상 후보로 선정되었었다. [출처] 위키백과
참고문헌
김병권(2020). 「기후위기와 불평등에 맞선 그린뉴딜」, 책숲.
경제협력개발기구 OECD(2020). “2020 삶의 질(How’s Life? 2020 : Measuring Well-being)”.
유엔환경계획 UNEP(2020). “Emissions Gap Report 202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