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는 지금 RESET중이다 : 인생학교를 다녀와서

 

목요일 저녁 6시, 50플러스 중부캠퍼스에 흥겨운 포크송이 퍼진다. 지난달 5일 개강한 '50+인생학교 3기' 수강생들의 합창으로 8강 수업이 시작됐다. 준비된 6개의 테이블에 모둠원들이 모여 앉으며 일주일의 안부를 나누는 얼굴이 밝아 보인다. 평일 저녁 6시부터 9시, 짧지 않은 시간임에도 35명의 출석이라는 높은 참석률에 내심 적잖이 놀라웠다. 과연 50+인생학교에는 어떤 매력이 있기에 이토록 높은 호응도를 보이는 걸까?

 

 

몸풀기를 마치고 이번 주의 본격적인 수업 주제인 '세상에 없는 카페 만들기'가 시작됐다. 서울시장의 '성수동 삼표 레미콘 지역 도심재개발 프로젝트'를 서로 공유하며, 프로젝트 워크숍을 위한 오늘의 작업 조건과 기준을 확인한다. △전 연령층 이용 가능 △추후 명소 잠재력 보유 △도보 1킬로 이내 위치 △지속 가능성이 모두 충족되어야 한다. 기준을 모두 확인하고 미션이 주어짐과 동시에 의자를 당겨 바싹 다가앉는 수강생들의 모습에서 열정이 엿보인다.

 

   

 

아이디어를 조합하여 기획서를 작성하고 발표에 공연 시연까지 해야 하는 것이 미션이다. 머리를 맞대고 고심하며, 제시 된 키워드인 '돈, 관계, 휴식, 놀이' 등을 담아내는 기획서를 구성하느라 조별 논의가 한창이다. 김밥과 과일을 나누는 휴식시간에도 이야기는 계속된다. 주어진 과제를 완수하려는 집중력과 협업의 에너지가 강당 전체에 가득하다는 느낌을 준다.

 

    

 


늙는 것은 사람만이 아니다. 오늘 워크숍의 주제인 애물단지가 되어가는 오래되고 낡은 건물의 재활용 방안을 모색해 나가며, 50+세대들은 자신들의 거취에 대해 생각하는 시간을 가졌다. 회의가 중반에 도달했을 때, 퍼실리테이터로 합류한 선배 기수들의 참여로 한층 토론의 열기가 활발해졌다. 준비물로 제공된 전지와 이젤을 이용하여 글과 그림으로 자신들의 생각을 정리하는 모습이 무척 재미있어 보인다.

 

   

 

그들 나름대로 역사와 이야기가 담긴 공간과 건물을 어떻게 활용하면 좋을지 고민 끝에 완성된 기획안을 가지고 발표를 이어나간다. 딱히 놀 곳이 없는 가엾은 장년 전용 놀이 공간, 문화존, 파크존, 댄스존, 체험존, 공연장 등등 기발하고 재미난 아이디어가 쏟아져 나온다. 정숙하고 진지한 발표가 아니라 춤과 노래, 공연, 연기를 동원한 발표로 웃음과 재미까지 함께 전달해 준다. 

 

예전에 유적 발굴터 위에 올린 유리 건축물, 폐기 된 철길을 이용한 기차카페 사례에 놀라웠던 기억이 스쳤다. 오래된 고성을 사무실이나 게스트하우스로 고쳤다는 예전 뉴스도 함께 떠올리며, 50+인생학교에 모인 장년 학생들의 발표에 귀를 기울여 봤다. 마포신문에서 우연히 보고 신청했다는 오순석씨는 "여가를 즐기고 친구도 사귀며 진짜 인생 공부를 하고 있다"며 3년 전부터 이런 학교를 찾고 있었다며 만족감을 표시했다.

 

호기심, 나눔, 숙원사업 등 그들을 행동하게 하는 원동력은 제각각이었다. 돈, 관계, 경험의 시간을 거쳐 연륜을 쌓아온 우리 50+세대들! 내 안의 결핍의 힘이 오늘 열정이 되어 내일을 향한다는 진행자의 말에 동의하며, 인생 2막을 맞이한 당신을 움직이는 원동력은 무엇인지 잘 생각해 보길 바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