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장년의 취향 생활
-그림책 작가를 찾아 떠나는 문학 기행
유아에서 아동시기에 부모님이 읽어주는 책 정도로 역할을 해 왔던 그림책이 고령화 사회가 되면서 시니어 친화 책 목록으로 인기가 뜨겁다.
이는 지역의 배움터에 가보면 그 실태를 더욱 뜨겁게 느낄 수 있다. 아이를 키우는 젊은 세대 엄마부터, 그리고 손주들에게 읽어주고 싶어서 배우로 왔다는 시니어층, 가장 눈에 띄는 세대는 40~60 중장년층 세대이다. 그림책을 읽으며 자기 위안을 받았다는 경험에서 조금 더 전문적으로 알고 싶어서 오신 분, 어르신들을 위해 읽어주는 봉사를 해 드리고 싶어서 배우러 왔다는 분, 나아가, 그림책의 매력에 빠져, 경력을 더 보강해서 일로 연결해 그림책 지도사가 되고 싶어서 배우러 왔다는 다양한 목소리를 가진 중장년층들이다.
이를 반영하듯, 어른을 위한 그림책들이 많이 소개되고 있으며, 시니어 그림책 브랜드를 만들어 시니어 그림책 전문 출판사인 ‘ 백화만발’이라는 회사도 있다. 그림책 마음 테라피라는 강의들이 많이 개설되며, 그림책 스토리 텔링, 시니어 그림책 테러파, 그림책 지도사 양성과정도 제일먼저 마감이 될 정도로 인기가 좋다.
그림책은 특히 유아나 아동에게는, 기초 문해력을 향상시키면서도, 정서지능에 도움을 주며, 긍정적인 자아 개념을 발달시키고, 자존감을 형성하는데 도움을 주며, 자신의 가치를 이해하는데에도 도움이 된다고 한다. 그러면, 왜 어르신들은 그림책에 푹 빠져들기도 하며, 또 한편으로는 왜 어르신들에게 그림책 읽기를 왜 권장하는 것일까?
국내 최초 시니어 그림책 전문 출판사 ‘백화만발’(百花晩發)를 차린 백화현 작가는 다음과 같이 말한다. “책이 친숙하지 않은 어른들도 쉽게 읽을 수 있는 책을 만들고 싶었다. 그러려면 책에 대한 장벽부터 낮춰야 했다. 독서의 물꼬를 트는 데는 그림책이 효과적이리라 판단했다. 일반 도서에 비해 비교적 내용이 단순하고, 큼직한 삽화가 있어 빠르게 읽어낼 수 있기 때문이다. 삶의 경험이 다양할수록 진정한 독해가 가능해진다고 믿는다. 삶의 굴곡을 겪은 경험 덕에 몇 장의 그림과 적은 양의 글로도 많은 것을 읽어내고 이해할 수 있어서다.”
( Bravo my life 인터뷰 중에서)
▲ 백화만발에서 출판한 그림책들
이런한 분위기를 타고, 요즘 중장년층들의 도서관 독서클럽을 통해서, 그림책 작가가 활동하는 지역을 직접 찾아나서는 문학기행도 있다.
필자는 지난 주에, ‘강아지 똥’을 쓰신 권정생 작가와 함께 협업으로 그림을 그리신 정숭각 작가가 살면서 활동하고 계시는 충주를 같이 문학기행으로 다녀왔다. 주중에 하루가 걸리는 여행인 만큼, 중장년층과 나아가 70이 넘으신 남자 어른들도 같이 참여해서 설레는 마음을 나누었다.
‘강아지 똥’은 권장생 1969년에 발표하여 아동문학상을 받아 동화작가로 등단하게 된 계기를 준 책이며, 1996년에는 정승각 작가가 그림 작가로 참여해서 그림책으로 출간 된 이후에 지금까지 오랜 세월 아이부터 어른에 이르기까지 많이 읽혀서 명실상부한 그림책의 고전으로 자리잡고 해외에도 번역 및 출간 되어 많이 팔리고 있는 국민 동화책이다. 권정생 작가는 아쉽게도 이제 우리 곁은 떠나고 없지만, 그 이후, 정승각 작가는 외가가 있던 충주 엄정면 토끼산 아래의 폐교회를 인수 및 개보수해서 작업실로 사용하며, 지금까지 지역에서
그림책 작가로 활발한 활동을 하고 있다.
직접 강의를 들으면서 알게 된 사실은, 작가가 그린 ‘오소리네 꽃밭’의 실제감을 위해서
어릴 적 드나들었던 기억이 있는, 외가의 시골이 생각이 났고, 그 곳에서 정말 살아 있는 그림을 그려 전달하고 싶었다고 하신다. ‘오소리네 꽃밭’의 그림을 그리면서, 그리기 전에 실제 농사짓는 오소리가 된 것처럼, 직접 몸을 움직여 보고, 그 움직임을 오소리의 행동으로 그대로 그림에 담았다고 한다. 그렇기에 우리는 좀 더 살아 있고, 정감있는 그림책을 만날 수 있었을 것이다.
▲ 그림책에 대한 강의를 하시는 정승각 작가 / ‘오소리네 꽃밭’의 그림
충주에서 아이들과 직접 자연의 색을 찾아 표현하는 그림 공부 / 정승각 작가님과 함께
ⓒ 시민기자단 편은심 기자
그림책을 읽고 공부하는 방법은 여러 가지며, 우리가 활용하는 방법도 여러 가지다. 더군다나, 앞으로 출생률의 저하로 그림책의 주된 독자인 유아•아동 인구수는 줄지만, 더불어, 은퇴를 앞두고 있는 베이비 부모들의 고령화가 더 가파라질 것이라서, 시니어 계층의 그림책 수요는 더 많아질 것이라 예상된다.
그림책으로 만나는 문학기행을 통해, 실제로 작가가 어떤 의도로 그림을 그리고, 어떻게 그리고 무엇을 중요시하며 표현하고자 했는지를 가까이에서 이해한다면, 우리 중장년들이 훨씬 풍성하게 그림책을 이해할 것이고, 더불어, 취향이 같은 사람들의 어우러짐을 통해 새로운 관계 맺기가 커뮤니티로의 확장도 이어질 것이다.
강북 50플러스 센터에도 그림책 읽기 커뮤니티가 생겨, 지역 아동들과 지역 어르신들을 위한 봉사도 게획해 보고, 우리 중장년들의 관계 맺기 확장을 통해 지역안에서 풍부한 문학 감성을 키워 풍요로운 일상을 채워가기를 꿈꿔본다.
시민기자단 편은심 기자(chunbuk0223@naver.com)